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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 울다

D(222.236) 2016.03.07 15:23:08
조회 1944 추천 15 댓글 5



안녕.

 또 간만에 선덕여왕을 재탕하다가 오리비담이도 보고싶고 비담이가 어린것도 보고 싶고 망상만 하다가 썼어.

덕만이 만나구 이런거 이것저것 뒷이야기도 생각했는데 더이상 농땡이 피우면 안될것같아서ㅠ

담에 괜찮다면 또 쓸게

안녕안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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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구나.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팔 다릴 움직일 기력이 나지 않았다. 스승께서는, 새벽에 그렇게 화를 내시더니 해가 중천이신데도 돌아오지 않으신다.

아마 모질게 화가 나신 것이다.


이유라도 알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소년이 스승에게 혼날때 할 수 있는 유일한 말들이지만, 그것들조차도 이제는 스승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 같다.

그나마 저를 버리지 마세요가 낫다. 그러면 스승께서는 잠시나마 뒤돌아봐주시니까.

마음이란것이 주머니와 같이 생겼다면 분명 주먹만치되는 돌멩이들이 우겨넣어져 있을 거라고

소년은 제 가슴팍을 퍽퍽 때렸다.






너에게는 측은지심이 없다. 연민도 없고, 양심도 없다.

스승이 말할때마다 소년은 잘못했어요 라고 대답하지만, 사실 그 단 한단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측은지심은 무엇이며 연민은 어떻게 하는 것이고 양심은 어찌 생긴것입니까? 알려라도 주시면 자신이 얼마나 나쁜아이인지 가늠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어제밤에는 그저 선생님이 한끼라도 든든히 드셨으면 했을 뿐이다. 하여 마을 어귀에 가서 닭을 좀 잡았다.

곧 그 닭 주인이라는 놈이 나와 왠 놈이냐고 하기에 이차되어 두어마리 잡았는데 좀 주십쇼 실랑이하다가 흠씬 맞았다.

전이라면 소년도 반항하고 때리고 제법 칼도 댔을 것이지만 그리했다가는 스승께서 또 어찌 말씀하실지 알기에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하셨기에 맞았고 하지 말라고 하셨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 그래도 최근에 계속 몸이 좋지 않으셨으니까.. 저는 뭐라도 해드리려고.. "

"그렇다고 남의 것에 손을 대느냐? 그것을 빼앗기지 않아보겠다고 그 소란을 피워!"

" 때, 때리지도 않았고 베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 그 주인의 여식을 잡아 협박하였다며! 제것도 아닌 것에 손을 대고선 뭐가 그렇게 당당했느냐? 내가 여러번, 여러번 이야기하지 않았더냐!! "



그것은, 그러니까 ..

스승과 저가 지내는 곳은 벌써 겨울이 내려 먹을 짐승잡기도 쉽지가 않고 스승은 최근 줄창 열과 고뿔을 달고 계셨다.

시장판까지도 멀고, 돈도 없고. 하지만 베거나 때리거나 뺏어오지 말라고 하셨기에

그냥 보여서 잡았고 뭐라하니 설명한 것이고.  안준다고 하기에 더 싸울 순 없어 옆에 딸이라는 여자아이를 조금 붙잡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했지.

스승님은 어떤 것에 화가 나 계신것인가 소년은 자신이 한 행동속에서 계속 생각했다. 윽박지르시는 스승의 목소리에 주눅이 들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잘못한 것이 맞을 것이다. 잘못한게 뭔지 모르는 것도 잘못인것이리라.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끓여온 닭이 담긴 그릇이며 가마며 다 뒤집어 엎고

스승은 한참을 얼굴을 가린채 앉아계셨다.



소년은 그럴때마다 더 혼이 나는게 낫지 하고 생각했었다.

저 다음에 스승이 혹시 뒷덜미를 잡아 문 밖으로 쫓아내지는 않을까? 

아니면 더이상 너 같은 놈은 제자로 두고싶지도 않다고 하신다거나

아니면 이제 더이상 나를 데리고 다니시지 않으시겠다고 하신다거나

하는, 생각들에 쫓겨 움츠려 들 수 밖에는 없었으니까 . 심지어 이러한 고요는 소년 스스로는 절대로 깰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기도 하였다.




" 너는 어찌 그리 악하더냐. "

결국 스승은 그렇게 툭던지듯 뱉고는, 낡은 나무문에 손을 댔다.

 반사적으로 소년은 외쳤다.



"저, 저를 버리고 가지마세요. "



제가 다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한 것 조차 몰라서 죄송해요. 제발. 더 혼내셔도, 때리셔도 좋으니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빌며 소년은 눈물을 쏟았다. 애원하고 있는 것은 자신인데도, 어쩐지 제 앞에 선 스승으로부터 떨고, 불안하고, 불안정한 공기를 느꼈다.

그것조차도 죄송한데 결국 자신의 무엇이 그를 이토록 화나게 하고 매정하게 굴게 하는 지 모르겠다.

그저 스승님이 아프신게 싫었을 뿐. 자신이 할 수 있는것을 찾았을 뿐. 방법을 알려주신다면, 또 이러지 않을게요. 하지만 스승은 분명, 방법은 일러주지 않는다.



"..  반성하고 있거라. "



마침내 문이 닫히고, 스승은 밤공기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쿵, 하고 마음이 무거워서 소년은 엎드려 울었다.

이렇게 슬픈데, 어쩐지 또 한편으로는 후련했다.

이제 울어도 되는거겠지? 더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뼈와 가죽이 이렇게 두껍게 감싸고 있는데두, 그것 참 이상하지. 가슴께가 자꾸 자꾸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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