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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천&윤강] 무제

소이(110.14) 2018.07.18 11:29:57
조회 863 추천 14 댓글 6

의국(醫國)으로 향하는 알천의 발걸음이 점점 다급해졌다. 천천히, 침착하게,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게. 머릿속으로 수없이 되뇌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미 알천은 거의 뜀박질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바싹 말라가는 입술을 애써 깨물며 도착한 의국은 아수라장이었다. 마당에는 이미 손쓸 도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 병사들의 시체가 흰 천에 덮여있었고, 부상당한 무사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면서 의원들의 손길을 구하고 있었다. 전쟁터 같은 의국 한가운데에서도 간절한 알천의 눈길이 단박에 윤강을 찾아냈다.

하얗게 질린 알천의 안색이 무색하게 윤강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녀의 시료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시료를 위해 무사복이 젖혀진 한 쪽 어깨에서 팔까지 붕대가 이어져 있었고 그녀답지 않게 머리칼도 여기저기 헝크러진 모습이었다. 다행히도 다른 무사들에 비해 치명상은 입지 않은 듯 했다.


...!"

 

알천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일순간 긴장이 풀린 탓에 그의 다리도 잠시 후들거렸다. 윤강은 무사하다. 의국으로 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끔찍한 상상들이 빗겨나가자 안도감이 해일처럼 몰려왔다.

순간, 시선을 느낀 윤강이 본능적으로 옆에 놓인 검을 고쳐 잡았다. 곧바로 자신을 지켜보던 알천의 눈과 마주하자 윤강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윤강은 이내 눈빛을 단호하게 바꾸어 알천에게 더는 다가오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어찌되었든 이곳은 미실궁을 지키는 무사들이 자객들의 야습을 막아내고 시료를 받고 있는 현장. 덕만공주의 근위화랑이 있을만한 곳이 아니었다.


알천이 차마 냉정하게 등을 돌리지 못하자 윤강이 신경질적으로 어깨에 무사복을 다시 걸치며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윤강의 행동에 붕대를 매듭짓던 의녀가 놀란 듯 흠칫거렸다. 윤강이 옆에 있던 검마저 집어들자 의녀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얼어버렸다.


시료는....”


, 예에....?”


혹시나 자신이 신국에서 제일 냉정하다 소문난 검귀의 심기를 건드려 이 자리에서 목이 베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 의녀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시료는 다 끝난 것이냐."


자신의 기세를 보고 겁에 질린 의녀에게 본의 아니게 미안해진 윤강이 애써 부드러운 어조를 골라냈다. 부드러움이라니. 자신에게 참으로 안 어울리는 성품이라는 생각이 윤강의 머릿속에 불쑥 떠올랐다.


, . 낭주님. , 저 의복은 입으셔도 괜찮고... , , 잠시만 붕대의 매듭만 지으면 됩니다.”


의녀가 재빠르게 윤강의 팔에 달라붙어 매듭을 완성했다. 아마 지금까지 그녀의 인생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그녀의 인생에서 이처럼 붕대의 매듭을 빨리 지은 날은 없을 것이다. 의녀의 손이 제 팔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윤강은 성큼성큼 의국 문을 향했다. 의녀는 겁에 질렸으면서도 할 일은 끝까지 하겠다는 듯 윤강의 뒤에 대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 낭주님! 하루에 한 번은 붕대를 갈아야하니 꼭 들러주십시오!”


윤강은 귀찮다는 듯 뒤를 향해 고개를 끄덕거리곤 큰 보폭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의국의 문을 가로막고 망부석처럼 서있는 알천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윤강이 슬며시 걸음을 늦췄다. 이윽고 문을 나서기 위해 알천을 비껴 지나가던 순간, 윤강의 입술이 아슬아슬하게 속삭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동시에 알천의 기다란 망토 속으로 손을 뻗은 윤강이 손가락이 알천의 손가락과 엮였다. 다른 이들이 눈치 챌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진 밀회였다. 윤강은 이 사내의 곧고 단단한 손을 제 얼굴에 얹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눌렀다. 윤강의 손끝이 알천의 손가락 마디를 간질이는가 싶더니 곧 바쁜 걸음으로 알천을 지나쳐갔다. 곧 보종이나 설원공이 사태를 살피기 위해 이 곳으로 올 것이다. 이 시점에 괜히 알천과 마주치게 해봤자 좋을 것은 없다. 조금이라도 의국에서 먼 위치에서 자신이 그들을 만나 사태를 설명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단호한 발걸음으로 멀어지는 윤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알천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윽고 윤강을 시료하던 의녀가 안면에 홍조를 띄고 알천에게 다가왔다. 방금 전까지만 윤강의 서슬퍼런 기에 겁에 질렸던 의녀의 얼굴빛이 금세 수줍음으로 차올랐다.


화랑께오선 어인 일로 의국에 오셨는지요?”


의녀의 말에 꿈에서 깨어나듯 퍼뜩 눈빛을 바꾼 알천이 머릿속에서 바쁘게 변명거리를 찾아냈다.


, , 그것이...”


본래 감정을 숨기거나 거짓말에는 영 소질이 없는 자라, 누구든지 알천의 행동거지를 보면 이상하다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의녀에겐 잘생긴 화랑 앞에 선 수줍음이 더 큰지라 알천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내 조식을 먹은 것이 체한 듯하여 환약을 얻으려왔단다. 있거든 조금 내어줄 수 있겠느냐?”


뼈도 씹어먹을 나이의 화랑에게 소화불량이라니, 자신이 생각해도 형편없는 변명거리이거만 의녀는 그저 화랑을 상대한다는 사실에 기뻐 금방 약을 내오겠다 답했다. 의녀가 약을 가지러 간 사이 알천은 다시 윤강이 걸어간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윤강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지만 계속 그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시 그녀가 걸어올 것만 같아, 알천은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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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횽들 지난번에 알천&윤강 팬픽쓴다고 수요조사했던 갤러야

결국 못참고 글 지르고 고닉까지 파버림 ㅋㅋㅋㅋ

이번에 올린건 본편은 아니고 한장면컷만 잘라서 티저형식처럼 올린거야

본편은 또 언제 올라올지....음 나도 몰라 ㅎ


윤강은 드라마에 없고 화랑세기 기록에만 있는 인물이라서

캐릭터 설정은 내 맘대로 해버림ㅋㅋㅋ

윤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편에서 풀어갈 예정이긴한데

일단 대충만 설명하자면

-훗날 알천의 부인

-미실의 침전을 지키는 호위무사

-보종과 대등하게 맞붙을 정도의 실력자

-이성적이고 침착한 성격, 날카롭고 예민한 분위기

정도로 할 수 있겠다.


재밌게 읽어주고 궁금한 점 있으면 댓 남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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