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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천덕만 상플) 봄은 다시 오고 2

절편(211.222) 2020.07.17 23: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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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어의는 왕이 머무는 사가에 들었다. 춘추의 명으로 정해진 날마다 오는 자였다. 어의는 지난 방문보다 더 수척해진 듯한 왕을 알현했고, 그것은 곧장 진맥으로 드러났다. 어의의 표정이 굳는다.


 "폐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혹 근래에 각혈을 하지는 않으셨는지요."


그의 말에 왕은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역시 의원인 것인가, 어찌 그리 맞추는가."


노년의 어의가 울상을 지으며 탄식하듯 간언한다.


 "폐하, 폐하의 만수무강을 빌지 않을 수 없는 신하로서 아뢰옵나이다. 오늘부터라도 음주를 끊으시고, 탕약을 꾸준히 드셔야 하옵니다."


 "짐의 병환이 무엇인가?"


 "…폐하."


 "무엇이냐 물었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폐하께오선 진심통의… 징후가 보이십니다. 부디, 병증이 더 깊어지기 전에 속히 시료를 받으시옵소서.”


어의가 그녀의 심장이 병이 들었음을 사실이라 꿰맨다. 그녀는 어젯밤의 각혈로 예상은 하였으나, 혹시나 하고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사람 마음이 그런 것 같다.


진심통, 그것은 당대에 손쓰기가 불치와 같으며 신국에서 폐하라 불리는 자들의 고질병이기도 한 것이었다.


어의가 내일의 재방문을 고하고는 방을 나간다. 그곳에는 다시 숱하게 외로웠던 그 밤들처럼 그녀 혼자 남게 되었다. 왕이 알천을 부르고 그는 그녀 앞에 다다르자마자 병증을 물었는데, 그녀는 대답 대신 작게 웃으며 다른 말을 꺼냈다.


 "알천, 지금 나갈 준비를 해 줄 수 있겠나요."


 "폐하, 이런 때 어딜 가시려는 것인지요. 아니 되십니다. 날이 아직 춥습니다."


 "이곳과 인근 마을이 가깝지 않습니까. 가 보고 싶습니다."


 "…허나 방금 어의가 다녀가지 않았습니까. 폐하께서도 부디 폐하의 옥체를 살펴주셔야 하옵니다."


 "알천이 오늘 같이 가 준다면, 술을 자제해보도록 하지요."




내심 왕은 어의에게 병환을 들을 때 그가 같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랬다면 음주를 자제하겠단 약조 같은 것으로 동행했을 리가 만무했을 터였다.


왕은 어떤 문양도 들어가지 않은 비단 평복으로 갈아입고, 대문을 나서 자갈밭을 밟았다. 왕의 머리 위로 새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 온 지도 꽤 되었는데, 머리 위로 시야를 제대로 뻗어본 적이 없었다. 어리석게 세상의 앞만 보고 살아온 탓이다.


겨울의 끝을 알리는 봄바람이 그녀의 뺨을 훑는다. 햇볕을 손으로 가리고 허공을 응시하니, 머릿속이 파람으로 가득 차는 듯했다. 그녀 옆으로 알천이 다가온다.


 "가마를 준비해놓았습니다. 타시지요."


 "알천, 저 아래까지 걷기엔 오래 걸릴까요?"


 "폐하."


 "산길을 걸어보고 싶어서요."


 "…폐하, 송구하오나 그것은 아니 되십니다. 멀진 않으나 산새가 험해 어찌 될지 알 수 없사옵니다."


그녀는 알천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아까와 다르게, 방금 그녀가 한 청에 대해서는 이미 결단을 굳힌 것 같았다.


왕과 시위부령은 서로의 바람을 둘러싸고 몇 마디를 더 나누다, 마을 초입까지는 가마를 타고 그 주변과 안은 걷는 것으로 종결지었다.


실로 주군의 안전에 대해서는 선이 확고한 자였다. 지금껏 그녀의 곁에 있어온 그는 일정 위험을 넘을 것 같은 일에 그리하겠다 답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결심이 선 시점부터는 윗사람이라 할지라도 꺾어주어야 했다. 그녀는 그것이 온전히 왕을 위함임을 알고, 또 그를 믿을 수 있는 이유기도 했기에 그런 그를 차마 미워할 수 없었다.




흔들리는 가마 속에서 그녀는 작은 창을 통해 숲길을 내다보았다.


왕은 오늘 아침 어의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무작정 나올 생각은 없었다. 짐작하는 병환을 듣는다 해도, 같을 기분일 거라 여겼다. 그러나 실제로 의원에게 맥을 보이고 병환을 알리는 낮은 음성을 들으니, 어떤 틀에도 형용할 수 없는 감각에 귀가 먹먹해졌다. 흡사 왕은 자신이 강 위 노 없는 배에 실려, 그 위를 운명은 강물에 떠맡기곤 부유하는 것 같았다.


왕은 때를 재는 자였다. 사람과 상황을 엮어, 소국이라 할 수 있는 편전을 끝없이 가늠해야 했다. 그러던 왕은 이제 자신의 몸과 생의 사이에서 끝의 때를 쟀고, 아무리 미래를 가늠해봐도 여러 갈래로 갈라진 패도들 모두의 종지부는 하나, 어떤 미래도 그려 넣지 못하는 흑백으로 이어짐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래서 왕은 어차피 지금이 아니라면 다음 기약이 힘든 것을 알아, 굳어가는 자신의 몸에 마지막 변덕을 부린 것이었다.








알천은 마을 입구에 가마를 세웠다. 왕이 내려온다. 오랜만에 많은 이의 발길이 섞인 바닥에 발을 내린 왕은 북적한 인파 속을 정겹게 두리번거렸다.


한편 그녀를 보는 알천은 걱정스러움이 가시지 않은 나머지 마을 안으로 들어서는 왕에게 몇 번을 더 직언했고, 그것은 왕이 "예."라는 대답을 반복한 뒤에야 끊길 수 있었다.


 "사람이 많네요."


 "예, 이곳에 사는 가마꾼에게 물어보니 얼마 뒤면 축제가 있는 날이라 하옵니다."


 "축제, 좋죠."


장터에는 여러 물건이 나와 있고, 가게 문을 활짝 열어둔 곳에서 공인들은 수공품을 만들기에 한참이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활기에 차 얼굴이 밝았다. 아마 지금은 다른 자들이 맡고 있을, 근 수년간의 소작 중심 토지제 개혁과 올해의 풍년 때문일 거였다.


 "백성들이 평온해 보입니다."


 "예, 그렇사옵니다."


그때 그들은 누가 보아도 어느 지체 높은 댁의 여인과 그녀를 호위하는 자로 세상에 비쳐졌음에, 그녀는 왕으로 있을 때와 달리 자신에게 별 시선이 오지 않는 것에 제법 큰 자유를 느꼈다.


그렇게 그녀는 작은 골목들을 지나 큰길로, 다시 샛길로 여러 가게와 주막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홀로 술을 마시며 방 안 화병에서나 보던 꽃들이 길가에, 담장 곳곳에 피어 있었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았으련만 볕이 많이 드는 곳에 운 좋게 자리 잡아 싹을 틔운 듯했다.


왕은 그것들이 못내 부러웠다. 궁은 흠 잡을 데 없이 정갈하고 고요한 것으로 가득 채워진 곳이었다. 그러나 생의 절반을 지금 걷고 있는 길에 있는 소박한 것들과 지내온 그녀에게, 의도하지 않은 틈새에 피는 들꽃 하나를 놔두지 않는 그곳은 때로 소외감을 주기도 했다.


이곳에 언제 다시 올 수 있는가, 이미 원하는 것을 눈에 가득 담고 있음에도 갈증에 타는 자신이 있었다. 찬란했다.




이곳저곳 정처 없이 거닐던 그녀가 새 골목길에 접어들 무렵, 길 끝에서 아이들의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거야!"


 "야, 너 차례 지났다니까?"


 "싫어, 넌 다른 책 있잖아!"


"폐하. 어찌 하올까요." 알천이 곤란한 기색으로 물었다. 왕은 처음엔 그냥 길을 돌리려 했으나, 우연히 아이들의 손에 얽혀 구겨지는 책 위로 위인전이란 글자를 보았다. 그녀는 문득 호기심이 생겨 아이들에게 슬며시 다가간다.


 "얘들아, 왜 싸우고 있는 것이야?"


갑작스러운 어른의 난입에, 아이들은 울상을 짓고 서로 책을 놓았다. 아주 나쁜 아이들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제 차롄데, 얘가 책을 안 주잖아요!"


 "이거, 위인전?"


 "장사하는 아저씨가 글 조금만 알아도 쉽게 읽는다고 주고 갔어요. 다른 애들도 다 읽고 싶어 하는데 쟤 혼자만 읽으려 하잖아요."


자초지종이 담긴 설명을 듣자, 그녀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인전을 든 반대쪽 아이에게 향했다. 아이가 말한다.


 “글, 배우고 싶었단 말이에요.”


 “같이 배우면 되지 않니?”


왕과 아이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들을 몇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는 알천은, 초면인 두 아이와 살갑게 대화를 나누는 왕에 저도 모르게 엷은 미소를 띠었다.


지난 수년간 줄곧 용포와 금관으로 둘러 싸인 주군의 뒷모습만 봐 오다, 지금은 어찌 그것을 다 올리고 살았을지 모를, 작은 어깨 위에 평범한 여인의 옷을 걸치고 있는 분의 뒷모습이 복잡한 감정을 일게 했다.




왕이 후로도 한동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마땅한 방도는 찾아주지 못했다. 그저 나쁘지만은 않은 아이들이었기에, 싸우지 말아달라 하고 일어서는 것이 최선이었다.


골목길에서 벗어나, 마을 앞 산마루를 보던 왕은 말했다.


 “알천, 아까 저 아이들이 들고 있던 책이요.”


 “예, 폐하. 말씀하시옵소서.”


 “저도 어렸을 때 읽었던 책입니다.”


 "…그것이 사실이온지요?”


 “예, 서역의 물건이 계림에 오듯 계림의 물건도 가끔 들어왔었습니다. 그때 봤었지요.”


황색 자갈길 걸을 때마다 서벅거리고, 어느새 해도 기울어 그림자가 길게 늘어선다. 바람은 여전히 따뜻했다.


 “위인전의 성군이라 불리는 자들을 동경해, 그들처럼 겁 없이 나섰다가 혼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셨사옵니까.”


 “만약 지금 알천이 그때 저를 만난다면 기절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요."


왕은 걸음을 멈추고 알천을 돌아봤다. 그리고 돌아봤을 때, 언제나 그렇듯 그는 이미 자신의 한 보 뒤에서 시선을 내린 뒤였다.


그는 항상 그랬다. 선 밖으로 무엇인가를 빼 본 적도 들여본 적도 없는, 그래서 지나치게 깊은 대화나, 마음 교류를 나눌 여지도 없는. 물론 나누는 것이 깊다고 결말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 깊음의 부작용으로 상황은 악화되기도 했으니까. 그는 이것을 알았던 것일까, 해서 이토록 오랜 시간을 같이 해 왔나.


 “슬슬 돌아갈까요.”


 “예, 곧 날이 저물 것이니 그러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왕은 가마에서 내렸던, 마을 어귀의 반대편을 향해 다시 걸어 나갔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고, 그나마 숨이 트이는 바깥에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고 싶어 좁은 보폭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한편 알천은 목적지를 향해 갈수록 인적이 드물게 되자 촉을 더 곤두세웠다. 위험을 느낄 만한 때와 장소는 아니었으나, 자신의 곁에 있는 분을 상기하면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잠시 후, 마을 길이 완전히 끝나고 숲으로 이어지는 길 첫머리에 다다랐다. 덤불 너머에 가마 끝이 보인다. 알천이 왕의 앞에 서서 가마꾼을 부른다.


 “폐하시다, 가마를 들고나오너라!”


그러나 그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덤불 안에서는 어떤 기척도 보이지 않았다. 곧장 이상함을 감지한 알천이 뛰어간다. 그녀의 시야에 건너편으로 넘어간 알천의 표정이 심히 굳는 것이 보였다.


그때였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양 숲길 사이에서 매복해 있던 자객들이 나와 하나가 그녀 앞에 칼을 겨누었다.


 “혹, 폐하신지요.”


 “폐하!!”


알천이 달려온다. 그러자 왕에게 칼을 겨눈 자객이 빠르게 몸을 돌려 그녀의 뒤로 들어가, 칼날을 목 중앙에 붙였다. 한때 얕게나마 검을 쥐어본 그녀의 육감으로 보건대 모든 동작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알고 왔을 것이 분명한 숙련된 자였다.


그러는 와중, 위치가 바뀌어 덤불 안이 조금 들여다보였는데 그곳은 이미 피에 젖은 가마꾼들이 눈을 부릅뜨고 처절히 쓰러져 있었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


 “폐하의, 승하이옵니다.”


 “네 이놈! 감히 폐하를… 진정 하늘이 두렵지도 않은 것이냐!”


 “하늘은 두렵지 않다! 도탄에 빠진 신국의 앞날이 두려울 뿐이니라.”


검을 든 알천의 손이 분노로 떨린다. 복면을 쓴 자객은 넷, 하나가 왕을 잡고 나머지가 그녀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숱한 전투를 경험한 그는 저것이 최악의 인질 포위 중 하나임을 알았다. 식은땀이 흐른다.


 “칼을 버려라.”


그녀의 바로 뒤에서 늙지 않은 남자 목소리가 울렸다. 긴 칼날 끝이 그녀의 목 살갗을 짓눌러온다. 정면에서 이를 지켜보는 알천은 어쩔 도리 없이 천천히 허리를 땅으로 굽혔다.


왕은 내세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사후에, 자신으로 말미암은 현세의 난전은 끔찍이 두려웠다. 이 자객들은 지금 여기서 그녀가 죽으면, 필시 왕의 사후에 내분을 일으킬 이름 모를 어떤 세력의 꼬리였다. 죽어서까지 그들을 괴롭힐 수는 없었다.




 “알천, 칼을 내리지 말라.”


 “폐하, 지금 상황이 안 보이십니까?”


 “내리지 말라!”


알천의 눈이 크게 흔들린다. 허리가 반쯤 내려간 상태로, 그대로 내려야 할지 아니면 반대로 왕께 달려가야 할지 망설이는 듯했다. 자객이 고함친다.


 “진정 이 폭군의 목이 떨어져야겠는가, 그리되길 바라는가!”


자객의 검을 쥔 팔에 힘이 실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소매 속에 있던 단검, 소엽도를 꺼내 전신으로 그의 가슴을 밀치고, 자객이 몸을 돌리는 방향을 향해 소엽도를 크게 휘둘렀다.


예상치 못한 대응에 자객들이 한 걸음 물러났고, 알천이 그를 놓치지 않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들어와 일정 공간을 확보해낸다.


 “여인이시어 검은 쓰지 못할 줄 알았는데, 제법이시군요. 폐하.”


 “닥쳐라! 감히 폐하께 칼을 겨눈 너희의 사지를 베어 궁으로 데려갈 것이니.”


 “궁이라, 진정 그리해도 되겠는가? 그곳에 우리의 배후가 있거늘.”


 “뭐라.”


왕이 그의 뒤에 서서 상황을 가늠한다. 말을 주고 받으면서도 자객들은 둘의 사방을 에워싸고 서서히 거리를 좁혀온다. 왕은 물었다.


 “혹 그 서신이, 네놈들의 짓이었더냐?”


 “저희같이 미천한 것들이 어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모두가, 춘추공의 뜻이지요.”


 “짐더러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이냐!”


 “정 그러시다면, 저희와 같이 가 확인하시지요. 어차피 당장은 생포하라 하셨으니.”


왕은 그의 정해져 있었을 대사로 배후가 누군지는 모르나, 이간책을 쓰는 방식이 어설프단 생각을 했다. 억지로 쥐어 짜내면 서신의 배후는 누가 봐도 다음 후계인 춘추일 것이나, 그 후로 왕에게 보인 태도는 어떻게 생각해내도 범인이 아님을 알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세력은 현 궁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으나, 비담과 그 측근들이 세상을 떠난 날까지는 전부를 꿰고 있었던 자라고 밖엔 추측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알천이었다. 뒤에서 보이는 알천의 옆얼굴이, 자객의 입에서 춘추의 이름이 나오자 놀란 듯 일그러졌다.


 “알천, 아닙니다. 춘추는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


 “허나, 폐하….”


 “그 긴 세월을 보내고도 모르십니까!”


허나 왕의 조카가 아니라면, 누가 지금 왕을 시해하려 한단 말인가, 알천은 한없이 얽히는 생각에 더욱 검을 쥐었다. 그러는 새에 자객들은 순식간에 그와 왕 사이를 향해 공격을 뻗어오기 시작했다.


고요해야 할 산에 검의 부딪힘이 이어진다. 무성한 잎들 사이사이로 해가 들어온다. 알천이 필사적으로 그들을 막아내지만 전적으로 수에 밀려, 방어를 해도 두 사람은 점점 숲 속으로 내몰리기만 했다.


빽빽한 나무들 속으로 내달린다. 그녀의 등 뒤에서 날들의 거센 부딪힘이 몰아친다. 저편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가지 않아 흙길이 끝나고, 그녀의 심장이 갈라질 것처럼 요동친다. 절벽이었다.


높이를 헤아리기 힘든 그 아래 내려다보니, 끝을 알 수 없는 호수면이 일렁이고 있다. 자객 하나가 복면을 벗으며 입꼬리를 올린다. 왕은 그제서야 여기까지 내몰린 것이 저들의 의도였음을 알았다.


 “이곳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절벽이지요, 떨어지면 아무리 강이라 하나 대부분 즉사한다 하더이다. 폐하를 그만 저희에게 주시지요. 알천랑은 살려 보내 드릴 테니."


 “감히, 감히 폐하를 시해하려든 네놈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내 몸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폐하를 보낼 성 싶은가!”


그들과 알천을 지켜보는 왕은 문득 아득함을 느꼈다. 저 건너 세상에 그들이 있는 듯하다. 갑자기 밀려온 아득함에 젖어 그녀는 생각의 고리를 헤집었다. 그리고 못내 우스워진다. 지금을 타파할 쉬운 방도가, 자신에게 있단 그릇된 생각을 하고야 만 것이다.


왕은 쥐고 있던 소엽도를 서서히 올려, 제 옆 목에 가져갔다.


 “짐을, 생포하라 했다지?”


 “폐하, 지금 이게 무슨…”


 “네놈들은 모를 것이나,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왕의 돌발 대응에 자객들이 서로를 두리번거렸다. 알천이 그들에게 칼을 겨눈 채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 뒤의 폐하를 부른다.


 “아무도 움직이지 마라.”


 “춘추공께서 살려 오지 못한다면 죽여서라도 모셔 오라 하셨습니다!”


 “그러하냐? 허면, 왜 곧장 내게 달려오지 않는 것이야?”


자객들이 주춤한다. 잠시의 정적, 폭포수 소리만이 주변을 메우고 어둑해지기 직전인 노을은 사방을 온통 주색으로 물들였다.


그러다 이제 다른 방도가 없음을 인지한, 왕의 말에 대꾸하던 그 자객이 검을 쥔 반대편 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붙이곤 신호하며 소리쳤다.


 “가라!”


자객들이 아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제히 들이닥친다. 알천이 이를 악물고 그들을 쳐내나 결국, 하나가 알천의 범위를 뚫고 나와 왕에게 향했다.


왕은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긴 날 끝이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온다. 왕은 눈을 질끈 감았다. 소엽도를 쥐고 있던 팔에 날의 스쳐 감이 느껴진다.


옷과 살갗이 찢어지고, 고통도 느낄 새 없이 벌어진 비늘 사이로 용의 피가 천지에, 절벽 아래로 뿌려졌다.


알천이 왕을 부르짖는다. 왕은 끝내 쓰러진다. 세상이 뿌예,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녀는 이것이 자신의 업보라면, 업보일 것을 받아들인다.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마지막 기억으로 저 멀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곳에 당도하기도 전에 왕의 눈은 감기고 만다.








왕이 정신을 잃은 직후, 그녀의 피로 덮인 지면을 보는 알천은 허망함에 가득 차 칼을 쥐고 있을 수가 없었다. 없었지만, 여기에서 놓지 않아야 한다는 분노가 더욱 컸기에 그는 왕이 쓰러진 후에도 멈추지 않고 반쯤 광인처럼 그들을 내몰았다.


그렇게 그런 난전을 지속하던 찰나였다. 저편에서 다른 누군가의 외침이 퍼진다.


 “여기입니다! 이곳에 있습니다!”


병부의 병사였다. 그의 외침에 열 명은 족히 되는 병사들이 몰려와 순식간에 자객들을 포위했다. 알 수 없는 이들의 갑작스러운 난입에 당황한 알천이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들 가운데 멍하니 우뚝 서 있는 익숙한 자를 발견했다. 유신이었다.


땅에 쓰러진 왕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신의 황망함이 알천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알천이 그를 부른다.


 “유신.”








당일 밤, 왕은 피투성이가 된 채 사가로 실려 왔다. 황실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상처는 팔에 있는 자상 한 군데였으나 깊이가 제법 있어, 그것을 시료하는데는 어의뿐만 아니라 다른 의관들이 연이어 붙어 두 시진 가량을 쏟아야 했다.


시료를 끝낸 어의는 시위부령에게 다행히 병부가 왕을 발견하자마자 출혈을 막고 곧장 지혈을 하여 큰일은 막을 수 있었으나, 진심통과 더불어 차후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기에 거동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단 당부를 남기고 떠났다.




알천은 그의 말에 정신이 멍해져, 왕이 누워 계신 방 앞에 혼이 떠나간 듯 새벽까지 줄곧 서 있었다.


유신에게 듣길, 자객들은 궁으로 추포 되어 가는 도중, 구강 안에 숨겼던 독으로 전원 자결했다고 한다. 알천은 헛웃음을 냈다.


창백하게 식어가는 왕이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저의 팔을 내주더라도 그 일격을 막았어야 했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겨우 잡은 실마리도 자객의 자결로 끝이 났다. 남은 것은 그분 옥체의 상흔뿐이니, 황망하지 않을 수 없다.


 “…천, 알천 거기 있습니까.


알천이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 넋을 놓고, 연못가를 바라볼 때였다. 방 안에서 희미한 부름이 들려 온다. 그는 곧장 그 안으로 달려 들어가, 바닥에 제 무릎을 찍고 왕 앞에 사죄했다.


 “폐하, 죽여주시옵소서!”


 “…알천.”


왕은 그가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낮의 흙 묻은 옷 그대로, 고개는 바짝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왕이 말한다.


 “일어나세요, 저는 괜찮은 것 같으니.”


 “아니옵니다, 폐하! 소신, 주군을 섬기지 못한 불충에 자결하라 명하시오면 그럴 것입니다. 부디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그는 쉽게 사죄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듯 보였다. 왕이 몸을 일으킨다. 그러나 동시에 왼팔에서 오는 선명한 통증에 다시 베개 위로 뒷머리를 떨구었다. 그는 이것을 시야를 내리고 있던 탓에 보지 못했다. 왕은 다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알천.”


 “…예, 폐하.”


 “일어나지 않으면 화낼 것입니다.”


알천이 고개를 들어 왕을 올려다본다. 왕의 핏기 없는 용안이 더욱 그의 가슴을 바늘 틈에 옥죄이게 한다. 그의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어서요.”


알천은 망설였다. 그러다 그녀의 안위를 보좌하지 못함에 이어, 그 명까지 어길 수는 없어 끝내 일어난다. 그러자 왕이 자신의 한쪽 손을 들어, 그에게 건넸다.


 “저 좀, 일으켜주실래요.”


 “폐하, 그런 것은 소신이 시녀를 불러…”


 “어차피 다 자고 있지 않습니까? 그냥 알천이 해주세요.”


알천은 한동안 자신에게 내밀어진 그 야윈 손등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녀의 부추김에 결국 손을 뻗고 조심히 왕의 상반신을 일으키었다. 야장의 안으로 상처를 천에 감아 도드라진 곳이 느껴진다. 그는 죄스러움에 몽롱해질 지경이었다.


 “알천, 지금 시각이 얼마나 되었습니까?”


 “인시(3-5) 정도가 되었을 것이옵니다.”


왕은 창밖을 내다봤다. 밖은 새까맣지도, 완전히 푸르지도 새벽으로 물들어 있었다. 왕이 그에게 청했다.


 “연못가에, 나가 보고 싶습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하오나 폐하… 어의가 가능한 움직임을 자제해야 한다 말했습니다.”


 “문만 나가면 바로 앞이지 않습니까. 머리가 복잡해서 그런 것이니, 들어주세요.”




달빛도 시끄러울까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는 새벽, 문이 열리고 새하얀 야장의를 입은 왕이 그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온다. 그때 그의 동작은 마치 인강전에 처음 배치 되어 옥체를 건듦에 한없이 조심스러운 시녀의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왕은 그의 정성 어린 받듦에 아무리 조심히 움직여도, 잠에 빠져 있던 정신이 깨어날수록, 통증은 숨을 쉬려 가슴만 들썩여도 전신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한참 책망감에 젖어 있을 그에게 그것을 드러낼 수 없어, 내려가는 것을 중단하고 말없이 마루에 걸터앉았다. 왕은 연못가에 비쳐 흔들리는 달을 보았다.


 “그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추포되어 가는 도중 자결했다 하옵니다.”


 “그랬습니까.”


그녀는 자신의 손끝을 매만진다. 한때 칼을 들고, 산길을 타며 쉬어가기 위해 나무 이곳저곳에 손을 짚고, 동료들과 투닥거려 성할 날이 없었던 손이 지금은 매끄럽기 그지없었다.




이 손끝으로 칼을 잡고 몇을 죽여왔는가, 붓을 잡아 얼마나 많은 이들을 생사의 기로에 처하게 해왔던가. 찬바람을 맞으면 덜 괴로울 것 같았으나 생각은 여지없이 쏟아졌다. 차라리 처음부터 도전하지 않았다면, 모두 제자리였을 것을. 모두 자신의 탓이다. 그들이 나쁜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과오에 묻혔고, 또 묻힐 이들이 두 눈 밖으로 차올라 제 손바닥으로 그것을 가리고 서글픔에 소리 없이 울었다.


알천은 놀란 나머지 그녀 앞에 다시 무릎을 굽혔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왕을 불렀다.


 “폐하.”


그녀는 자못 부드러운 그의 음성에 손을 떼고, 자신과 같이 붉어진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알천을 마주했다. 그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혀 있다. 그녀는 말없이 알천의 손을 잡아 자신 앞에 가져오고는, 그것을 여린 두 손 끝으로 조심히 더듬었다.


 “폐, 폐하."


 “알천, 알천이 보기에는 내가 그대를 의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그, 것이 갑자기 어인 말씀이시온지요.”


 “물었습니다.”


 “…어찌 신하된 자가,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있단 말이옵니까. 그리 여긴 적이 오늘에 맹세코 없사옵니다.”


 “알천.”


 “예.”


 “나는, 아직 왕인 것입니까? 기실 신국의 적은… 내가 아닐는지요.”


알천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자신이 역적인 것이냐 묻는 일국의 왕에 의도치 않게, 순간적으로 그녀의 다리 위에 놓인 제 손을 떨었다.


 “내릴까요?”


 “…괜찮사옵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자신보다 큰 손마디를 응시하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방에 찬 새벽을 먹어 더 가냘프게 우는 풀벌레 소리 가득하다.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그의 손은 투박하고 온기가 있었다.


그는 그녀가 신국이 적이라는 것을, 일말이라도 긍정하기에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주군이 묻는, 주군을 아프게 할 만한 질문 전부를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정을 말할 그의 혀가 정작 긴장으로 굳어, 생각이 유연하게 돌지 않아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고통이었다. 말로써 표하고 싶은 것들은 토해낼 수 없어 나날이 안으로 쌓여만 가는데, 그리해서 쌓인 것은 이미 그의 안에 한가득이었다.


그는 죄스럽고, 답할 수 없단 것에 또 죄스럽고, 어떤 색을 보이는지 모를 덩어리들에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새벽에 적신다.




이후, 왕은 다시 그의 부축을 받아 침상에 누웠다. 왕의 가도 좋다는 말에 알천이 떠나고, 방에는 이전처럼 그녀 혼자 남게 되었다. 왕은 눈을 감는다.






왕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잠에 드는 것이 싫었다. 떠나간 얼굴들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꿈에서 본 그들은 비록 허상이었으나,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주할 때마다 사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매번 그들을 잡으려, 그들이 사라지는 건너를 따라 쫓아갔다. 그러나 한참을 내달린 다리는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다.


검은 물이 올라와 그녀를 잠식한다. 숨이 막힘에 허덕인다. 그리고 허덕이다, 끝이라 생각할 즈음에 항상 거짓말처럼 눈이 떠졌다. 일어나서야 왕은 모든 것이 간밤의 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물론 깨달아도, 어쩔 도리는 없었다. 그녀에게는 꿈을 막는, 끝없이 밀려오는 그들을 막아낼, 맑은 정신이나 용기가 더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막지 않게 되었다. 일종의 전의를 상실한 셈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주변은 전의를 잃은 왕이어도, 그녀를 왕이라고 불렀다. 성군의 자비로움을 버려도, 신하의 의를 지키는 자가 남았다. 왕을 아는 이들은 그런 꿈을 꾸는 그녀를 비난하지 않았다.




망가진 군왕은 천장을 응시하며 이제는 자신이 생각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음을 인지했다. 여기서 더 이상, 제 손으로 신국과 그들을 망치고 갈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서신을 보낸 이들은 선왕이 승하하면, 분명 춘추의 수족을 자르고 춘추를 압박해올 것이다. 그렇기에 왕은 어제 흔들리는 가마 속에서, 자신과 측근들이 일궈낸 평온한 마을 속에서, 결심했었다.


밝혀내자, 밝혀내야 한다. 또한 자객의 소식으로 짐작 가는 바도 생겨났다. 그러니 세력이 더 커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자신이 키워내지 말았어야 할 옛 세력의 도망자, 그를 잡아 후계를 잇는 과정의 위험을 잘라야 했다. 그래야 그녀는 그나마 가까운 미래에서 온전히 흙에 묻히는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왕은 닫혀 있던 눈을 뜨기로 했다.








 "춘추공, 갑자기 어인 일로 폐하의 사가에 가시는 것이옵니까.”


 "폐하를 뵈어 전할 것이 있다.”


 "전할 것이라니요."


 "폐하께서, 아주 내게 짐만 주시려는 건 아닌 듯하구나."





-




이제 다음 화가 마지막!

3화는 주말에 올리지 않을까 싶어

쓰다 보니 분량이 좀 터졌는데..읽어줘서 고마워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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