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색즉시공 시즌2]

2002년 개봉해 전국 4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색즉시공’(감독 윤제균)은 한국판 ‘아메리칸 파이’라는 별칭으로 당시 국내 전무하다시피 했던 ‘화장실 코미디’ 장르를 개척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화장실 코미디’란 성적 농담이나 음담패설을 앞세워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의 하위 장르로 ‘색즉시공’ 이후 국내에도 잠시 동안 ‘화장실 코미디’ 열풍이 불 정도였다.

5년 후 한국판 ‘화장실 코미디’의 원조격인 ‘색즉시공’의 속편 ‘색즉시공 시즌2’가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420만 흥행신화를 달성한 이른바 ‘윤제균 사단’이라 할 수 있는 임창정, 신이, 최성국, 유채영 등이 전편에 이어 그대로 출연하고 송지효와 이화선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윤제균 감독은 기획ㆍ제작자로 한 발 물러났고, ‘색즉시공’의 조연출을 맡았던 윤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전편의 시점에서 몇 년이 지난 현재를 시점으로 한다. 캠퍼스의 만년 고시생 은식(임창정 분)은 학교 수영 대표 선수 경아(송지효 분)와 3년 넘게 교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은식은 키스에서 더이상 진전이 되지 않아 늘 불만이다. 말도 안되는 차력 시범을 보이며 동아리 확장을 모색하는 만년대학생 성국(최성국 분)은 여전히 몸을 아끼지 않는 차력 시범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성국과 연인관계로 발전한 내숭녀 유미(유채영 분)는 수영부 감독으로, 군대 간 남자 친구 대학을 기다리며 독수공방 외로움에 울부짖는 경주(신이 분)는 수영부 코치가 돼 경아를 포함한 수영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어느날 수영부에 경아의 전담 코치로 영채(이화선 분)가 등장하면서 조용하던 수영부에 분란이 일기 시작한다. 동아리방에서 쫓겨나 은식 등 부원들을 데리고 수영장 한켠에 공간을 얻어 새롭게 이종격투기 동아리를 창설한 성국이 영채에게 한 눈에 반한 것. 안 그래도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다고 느낀 유미는 영채와 신경전을 벌인다.

변치 않을 것 같은 은식과 경아 사이의 사랑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어린시절 경아의 이웃집 오빠이자 지금은 잘나가는 현직 검사 기주(이상윤 분)의 난데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은식은 경아에게 잘보이려고 하지만 오히려 상황들은 꼬여만 간다.

음담패설은 늘고, 노출의 강도는 훨씬 세졌다. 5년 만에 돌아온 ‘색즉시공 시즌2’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렇다. 영화는 상당부분 전편의 이야기 구조를 답습하려 했다. 초반부 섹스와 노출에 주력하다 중반부 이후 로맨스와 눈물 코드를 동반한 감동 스토리로 돌변하는 구조는 전편과 거의 동일하다. 전편의 여주인공이 하지원에서 송지효로 바뀌었을 뿐 두 남녀 주인공 사이에 등장하는 ‘사랑의 훼방꾼’과 반전 코드는 비슷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초반 등장하는 노출신들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사용된 전편과는 달리 벗기기 위한 노출이 돼 버린 노출신과 섹스신은 개봉전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충분히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하지만 영화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색즉시공 시즌2’로 데뷔하게 되는 윤태윤 감독은 ‘스승’ 윤제균 감독이 개척한 ‘화장실 유머’의 장점들을 자신이 데뷔작에서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엿보이나 청출어람의 결과는 보여주지 못했다.

한편, 전편에서 신이가 군대로 떠나보낸 남자친구 대학 역을 맡았던 이대학은 성전환 수술을 받는 역할을 맡아 재미를 선사한다. 실제로 이대학은 올초 성전환 수술을 받고, 이시연이라는 새 이름으로 바꿨다. 영화 도입부에 우정출연한 하지원의 모습도 전편 ‘색즉시공’ 팬들에겐 반가운 얼굴이다.

홍동희 기자(mysta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