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리어를 읽다보면 닥터의 두뇌에 같힌 피터의 독백 부분이 있지

"Anyone can win a fight when the odds are easy! It's when the going's tough - when there seems to be no chance - that's when it counts!"

이걸 읽고 딱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

내 22살 짧은 인생에 저렇게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거든

내가 첫 수능 말아처먹고 재수 결심했을때

집안에서 아빠 말고는 아무도 내가 재수로 다시 일어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도 아빠 출근하시면 너 그냥 이 점수로 대학 지원할 곳 찾아보라고 압력 넣고 그랬음 ㅜ

결국 한번만 재수한다는 조건 하에 난 목숨을 걸고 재수를 시작했고(ㄹㅇ 실패하면 어디 가서 죽어버리려고 했음)

점수 대폭 상승으로 지방의 나쁘지 않은 의대에 붙는 쾌거를 이루었어

이후에 재수시절의 절망에 대해서는 딱히 깊게 생각해본적도 없고 의식적으로 그러려고 하지도 않았어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슈피리어 스파이더맨을 읽다가 저 대목이 나오니까 갑자기 난 식겁 한거지

재수 시작할때의 마음가짐이 생각나 그 시절로 스멀스멀 올라간 것 같았거든

조금 긴장된 상태에서 페이지를 계속 넘기는데 피터가 닥터의 기억에 휩쓸리다 의식을 되찾는 부분이 나옴

그리고 나서는 피터가 진정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아를 다시금 확립하는 부분이 나오지

여기까지만 해도 난 피터가 역경을 이겨낸게 기쁘기만 할 뿐이었어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피터의 대사때문에 갑자기 안구에 습기가 차더라

"Every triumph, every tragedy, the heartache... and the joy, family, friends, the adventure of it all, and the fun. My god, there was so much fun."

이 대사를 읽으면서 상당히 깊은 공감이 되더라

의식적으로 재수생활을 흑역사처럼 취급하고 부정했던 나와 달리

피터는 모든 고난, 역경도 자기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나아가기로 한거야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이슈였다

난 스파이더맨 코믹스는 비교적 최근에 입덕했고

슈피리어 스파이더맨은 한달 전부터 슬슬 읽어왔는데

스파이더맨의 팬덤이 이렇게 두터운 이유를 알것 같더라

나도 이제 스파이디 없이는 못살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