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런 글 쓰는거 조금 무섭기도 한데 오늘 공연보고 너무 속상해서 글 남겨.
말하고 싶었는데 참았던 것들 그냥 다 쏟아낸 글이라 쓸데없이 길고, 비스티 스포가 좀 들어갔을수도 있을 것 같아.

내 본진은 훈바발이고, 사춘기때 처음봤고 맨홀에서 치였어. 노래를 너무 잘하는 배우고, 노래에 비해 연기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은 가끔 했지만 거슬린다거나 현입될 정도는 아니었어. 그리고 무대를 좋아하는게 보여서 본진삼기 전에도 꾸준히 응원하는 배우였고.

피드백도 빠른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하나만 들자면 예전에 맨홀 훈늑데이 본공연때 훈늑 목상태가 너무 안좋았고 추가된 애드립도 극 내용상 안어울린다고 느꼈어. 그때 갤에 그거 좀 아쉬웠다는 글도 썼음. 근데 다음관극때 보니까 그 애드립도 빠지고 목도 다시 돌아왔더라고. 후반부로 갈수록 디테일도 늘고, 점점 좋아져서 시간 날때마다 보러갔어.

요즘에 매체 나가서 좋아해주는 사람들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뭔가 뿌듯하고 좋았어. 열심히 응원하던 사람이 잘되는거 보면 기쁘니까.

근데 송포유때, 악보 보고 부르는 거 보고 그때 좀 당황했었어. 바빠서 그랬다고 하기엔, 전에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도 다들 한가한 배우들은 아니었잖아.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백댄서 섭외해서 춤도 추는 마당에 가사를 못외워서 악보를 보는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어..박자 자꾸 밀려서 현입되기도 했고. 하지만 뒤에 테어미다운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앵그리인치랑 밴드뮤직때 너무 신나서 그냥 넘겼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게 만든 이유, 비스티.

비스티는 초연 비스티보이즈 부터 봤고, 고렉스는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처음 봤어. 훈늑이랑 쇼펜하우어 생각하고 갔다가, 관법때 눈물 뚝뚝 흘리면서 멀리갈수 있다고 하는거 보고 치여서 고렉스 표를 왕창 잡았고,아래 첨부한 매니아카드사진에 보이는 날짜들 스케줄표랑 비교해보면 전부 고렉스 회차인거 보일거야.

삼연 본공연 첫 관극날에, 설레는 마음으로 보러 갔다가 너무 당황했어. 트라이아웃때 봤던 그 알렉스가 아니었어. 내 눈이 높아진 걸수도 있는데, 내 기억속의 고렉스보다 별로여서 너무 놀랐어.

마담이 넌 너무 어중간해, 하는데 룸 들어가서 셔츠 다 풀어헤칠정도로 놀고, 주노보다 민혁이한테 더 세게 화내고, 초이스때도 애드립 분출하는데 어디가 어중간해? 내가 본 고렉스는, 이미 충분히 물들고 멀리 간 고렉스였는데. 한마디로 어 너무 과해졌는데..싶더라.

그리고 지아랑 통화할때, 딱히 지아랑 친해보이지 않고, 아빠가 눈에 넣어도 안아플 딸이랑 대화하는게 아니라, 정말 대사를 그냥 읽는 것 같았어.

신이여 끝나고 마담한테 맞고 나서 울때도, 관법에서 나 갈수있어 하면서 울때도 흑흑 소리 내면서 우는데 그냥 슬퍼보여야한다, 울어야한다 하는 의무감에 내는 소리같아. 슬퍼보이려고 우는거 맞지,맞는데 그걸 관객이 느끼면 안되잖아. 인상만 쓰고 울음을 쥐어짜는 것 같았는데 그걸 보니까 처음으로 배우가 극에 몰입을 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현타가 왔어.

다행히 잡다한 애드립들은 갤에서 말 나온 이후로, 눈팅을 한건지 자기가 스스로 자제한건진 모르겠지만 애드립들은 어느정도 빠졌고, 민혁이한테 화내는것도 안하더라고.

근데 담백해진건 좋아,좋은데 연기에 힘을 뺀 게 아니라 배우 본체가 약간 지친 것 같아 보였어. 특히 오늘. 왜이렇게 피곤해보이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계속 현입되더라.

무대 정말 좋아하는 것 같고, 항상 노력하는 것 같아서 관객 입장에선 정말 고맙고 이렇게 쓴소리 하는거 되게 조심스럽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 겹치기를 줄이던지 아니면 잠깐 쉬면서 재정비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훈바발 노래하는거 정말 좋아해. 사춘기때도 원캐였음에도 불구하고 목 안가고 끝까지 잘해줬고, 서꾸도 막공 무인때 강철성대라고 했잖아. 근데 뮤지컬 '배우'니까, 연기도 조금만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많이 좋아하는 배우인 만큼, 아쉬운 마음도 큰 것 같아.

더 잘됐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무대에서 오래오래 보고싶어. 남은 비스티랑 더데빌 회차들 화이팅해서 잘 소화해줬으면 좋겠고, 록키호러쇼도 잘했으면 좋겠다. 말이 길었네. 횡설수설하며 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다음엔 관극 끝나고 극호후기를 쓰러 갤에 들어오길 기도하며 난 이만 산책하러 갈게.

+)안보고 깐다는 오해 사고싶지 않아서 본문에 언급한 극들 봤다는 인증 첨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