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두산 타선이 무서웠던 것은 김재환-오재일-박건우가 동시에 터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김재환만 그 기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박건우는 다소 주춤, 오재일은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왜 이럴까? 왜 김재환은 잘하는데 오재일 박건우는 안 그럴까? 싶어서 스탯을 보다가 재미있는 패턴이 보이길래 정리해 봤습니다.



작년과 비교해보면, 김재환의 타격 방향에 큰 차이가 보입니다. 작년에는 당겨치는 타구가 밀어치는 타구에 비해 훨씬 많고(180 : 112), 따라서 안타수도 2배 가까이 나는 (77 : 33) 전형적인 당겨치는 타자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당겨친 타구와 밀어친 타구가 비슷할 뿐 아니라 (70 : 64), 이에 따라 안타수도 많이 비슷해졌습니다 (28 : 21)즉, 올해 김재환은 당겨치기 일변도 타격을 벗어나 스프레이히터로 진화한 모습입니다. 원래 밀어치기를 잘하는 타자였는데 작년에 그럴 필요가 없어서 안했던 것인지, 아니면 겨울동안 밀어치기를 죽어라고 연습을 해서 이제 어느 방향으로든 타구를 날릴수 있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나타나는 결과는 저러합니다. 그리고 타격성적도 작년못지않게 좋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김재환을 상대하는 팀에서는 수비시프트+바깥쪽 변화구를 무기로 들고 나왔는데, 이제 밀어치기까지 하니깐 이런 방법이 소용이 없어져 버린겁니다.
(비슷한 변화를 보이는 것이 민병헌입니다. 민병헌 역시 작년에 비해 스프레이히터로 훨씬 발전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얘야 뭐 몇년동안 꾸준히 잘해왔으니 일단 논외.)

이와 비교되는 것이, 박건우 오재일입니다. 작년에 터졌다는 점에서 김재환과 공통점이 있지만, 타격패턴은 변화가 없습니다. 이 둘이 작년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는 아마 이런 이유도 있을 겁니다.
즉, 좌우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 바깥쪽 변화구의 콤보에 밀어치기가 안되는 이 두사람은 아직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특히 오재일의 경우에는 지금 타율이 2할에 걸려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데, 이게 일시적인 폼의 문제라기 보다는 기본적인 타격스킬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시즌 중에 갑자기 밀어치기에 눈을 뜰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 오재일의 부진은 시즌 내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원래 눈야구가 되는 선수이긴 한데, 아무리 눈야구가 된다고 하더라도 넓어진 스트라이큰존 바깥쪽으로 주구장창 들어오는 유인구를 밀어치는 기술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해법이 없을테니깐요. 진짜 2군에 좀 보내서 송재박 코치한테 좀 보여봤으면 싶네요.

(작년에 비해 밀어치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건 허경민 오재원도 마찬가지이긴한데, 얘들은 어차피 뭐 타격쪽으로는 크게 기대하는게 아니라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