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룸서울 스몰룸에서 학생들이, 룸서울 빅룸에서 백골단 대장이 낭독하는 시가 참 인상적이었고,

또 이 시에 대해서 아는 바발들도 있겠지만, 혹시 모르는 바발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헬멧을 보면 더더욱 좋을것 같아서 글을 써..! 

시 발췌문때문에 글이 좀 길어 양해 부탁해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다

우리들의 적은 카크 다글라스나 라챠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

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다

그들은 선량하기까지도 하다

그들은 민주주의자를 가장하고

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선량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회사원이라고도 하고

전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요리집엘 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웃고 잡담하고

동정하고 진격한 얼굴을 하고

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

원고도 쓰고 치부도 하고

시골에도 있고 해변가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고 산보도 하고

영화관에도 가고

애교도 있다

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

우리들의 싸움의 모습은 초토작전이나

<건 힐의 혈투> 모양으로 활발하지도 않고 보기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언제나 싸우고 있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거리를 걸을 때도 환담 할 때도

장사를 할 때도 토목공사를 할 때도

여행을 할 때도 울 때도 웃을 때도

풋나물을 먹을 때도

시장에 가서 비린 생선 냄새를 맡을 때도

배가 부를 때도 목이 마를 때도

연애를 할 때도 졸음이 올 때도 꿈 속에서도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수업을 할 때도 퇴근시에도

사이렌 소리에 시계를 맞출 때도 구두를 닦을 때도……

우리들의 싸움은 쉬지 않는다

이상이 스몰룸에 나오는 내용이고,

(사실 두번째 연은 기억이 가물가물해...)

다음은 빅룸에서 낭독하는 내용이야.

우리들의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

우리들의 전선은 당게르크도 놀만디도 연희고지도 아니다

우리들의 전선은 지도책 속에는 없다

그것은 우리들의 집안 안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직장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동리인 경우도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김수영 시인은 60년대를 대표하는 참여시인이야.

많은 시인들, 예컨대 박두진, 유치환, 조지훈같은 시인들이 4.19혁명 기념시를 썼지만

김수영 시인의 시는 그 절실함의 강도가 다르다고 이야기해.

스몰룸에서 학생들이 백골단을 피해 숨어있으며 벽에 이 시를 쓰며 느꼈을 감정이 어땠을까.

민주주의의 적의 실체는 보이지 않고 그 허상과 싸우는 느낌이었을 것 같아.

실체가 보이지 않고 그림자도 없는, 그러나 어디에나 있는 일상과의 긴 싸움이었겠지.

빅룸에서는 백골단 대장이 단원에게 시를 낭독하게 해.

대장이 바닥에서 시집을 발견하고 이거 김수영 시집이네요...? 하는데 소름이 끼치더라.

그리고 단원에게 시를 낭독하게 해.

같은 시의 부분을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집단에게 나누어 읽히는데,

같은 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르게 느껴져. 학생들을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하고......

김수영 시인을 좋아하지 않는 바발들도 있을테고 나도 김수영 시인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가 극의 메시지를 정말 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어

지금까지 두서없는 글 읽어줘서 고마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영업으로 마무리할게!!!

더헬멧 보러와 바발들아!! 진짜 재밌고 슬프다!! 같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