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지안이가 밥사달라고 치대고 사주면 정신없이 먹어대던 애인데 

진짜로 형편이 얼마나 안 좋은지 확실히 알게 되서

애가 밥도 제대로 사먹거나 챙겨먹을 형편이 못 되는 거 아니까 

동훈이 먼저 밥먹자고 해서 지안이 먹인 걸 듯.

그런데 이때 정한 메뉴가 만두전골이나 뭐 그런 걸 거 같아.

지안이는 가끔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얻어 먹었는데

지안이랑 둘이 먹는 동안 동훈이가 집에 계실 할머니 몫으로 따로 더 식당에 싸달라고 추가주문 해두었을 듯.

그냥 2인분 사서 집에 가서 할머니랑 먹으라고 해도 되지만 그럼 지안이가 동정받는 거 같아서 안 받을 수도 있고

또 앞에서 먹는 거 지켜보지 않으면 자기 끼니는 거를 수도 있으니까

마치 평소 사줬던 것처럼 핑계대서

-가령 니가 그 후배녀석 때려줘서 고마운 마음에 사주는 거라든가 

오늘은 혼자 먹기 싫은 날이거나 

오늘 전골이 갑자기 먹고 싶은데 전골은 1인분만 안 팔아서 같이 먹을 사람이 필요한데 같이 가줄 수 있겠냐고 한다든가- 

애 바로 앞에 앉혀놓고 먹는 거 확인하고 할머니몫은 따로 챙긴 거겠지.

할머니 나이 드셔서 이빨도 성치 않으실 테니까

지안이 먹인 것도 할머니 드실 수 있는 메뉴로 사준 걸테고.

이빨이 불편해도 혀로 술술 끊어가며 드실 수 있으면서 추운 집에 사시니까 따듯한 국물과 함께 드실 수 있는 걸로.

지안이는 형편이 안 좋아서 그나마 달아서 에너지도 되고 할머니도 아마 예전에도 좋아하시던 거고 또 이빨이 나빠도 드실 수 있으니 

지안이 입장에선 부담되는 가격이라도 그나마 홍시를 샀었는데

할머니는 어쩌면 홍시가 좀 질리지 않으셨을까. 그래도 사셔야 하니 드시기도 하고 지안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내색 않고 드시는거지.

(아마 동훈이는 왜 지안이가 맨날 홍시를 샀는지 또는 사려다가 못 샀는지 할머니를 보고 짐작했을 거 같아.)

지안이가 삶에 치여 미쳐 못 챙긴 부분까지 동훈이가 그 짧은 순간 알아보고 생각해서 챙겨준 거 같아.

지안이는 저렇게 행복해하며 간만의 새 메뉴를 할머니가 드시는 모습이 좋으면서도 진작 좀 더 할머니가 드실 만한 다른 걸 챙겨드리지 못해 온 게 미안하고 

또 이렇게 챙겨주기 힘든 자신의 형편이 안타깝고 그렇지 않았을까.

지안이의 중점적인 삶의 목적이 할머니와 살아남기, 즉 생존이었다면(그래서 행복이나 만족 같은 건 그저 사치라서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으려 했다면)

동훈이가 지안이 삶으로 스며들면서 저절로 행복이란 것도 많이 생각하게 될 듯 하다. 

물론 지안이가 할머니의 행복을 무시한 건 아님.

지안이는 할머니가 간만에 원하시는 달보기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미친듯이 달려가서 카트를 훔쳐와서 낑낑대며 기어이 할머니한테 달을 보여드리는 아이니까.

그럼에도 놓치는 부분을 동훈이가 조금씩 채워주면 좋겠다.

음.. 할머니가 드시던 게 동훈이 어머님이 해주신 곰국일 수도 있었는데 냄비의 모양상 그건 아닐 거 같고. 

우리 드라마에서 지안이가 활짝 웃은 적이 있던가, 아니 살짝 웃은 적은? 가물가물하네.

그 고생해서 할머니랑 달 보러 가놓고도 못 웃었는데.

포스터짤에 지안이 활짝 웃고 있으니 지안이가 언제 저렇게 웃었더라.. 싶더라. 

(만약 무심코 지안이가 밝게 웃는다면, 그리고 그걸 하필 광일이가 본다면 애가 맛이 가서 난리치지 않을까. 지안이를 신경써주거나 지안이가 신경쓰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도 난리칠 거 같고. 어쩌면 그런 광일이 패악질에 지안이 곁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고 왔다가 떠난 사람이 그간 있었을 수도?)

보면 할머니는 가끔 웃으심. 아마 삶이 너무도 고단한 손녀에게 해주실 수 있는 게 웃는 얼굴 뿐이신 게 아닐까. 

저렇게 덩그라니 홀로 하루종일 계시다가 짜증이 나고 지치실 수도 있는데 

조금만 좋은 일 있어도 웃어주시는 게 할머니께서 참 좋고 매우 대단하신 분인 거 같다.

할머니랑 손녀가 마주 보고 같이 활짝 웃는 모습이 드라마 끝나기 전에 꼭 나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