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지도 후회하지도 않는 인간들과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성공충 부장은 고등부  부장판사로 발령이 나서 거들먹거린다.

44부를 각별히 살펴본다면서 선전포고를 하며 오름의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간다.

인간에게 자꾸 실망하는 오름에게 할머니는 사람은 인내심 하나 배우라고 세상에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가온이 재판이 시작된다.

요즘 본드 문제가 어떻게 해결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캠페인을 하는 판사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신문에서 봤었다.

본드를 불면서 자기를 버린 엄마가 와주기를 기다리는 가온이를 비롯한 소년들과 해맑은 눈을 가졌지만 고민만은 비극적이게도 현실적이 어린 소녀들은 변두리 교회 목사님이 돌보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불행한 형편의 아이들은 쉽게 범죄에 노출되고 자포자기하게 된다. 판사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오름이는 직접 찾아가 보려고 마음을 먹고, 같이 가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바른은 벌써 눈치 채고 동행한다.

그런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상처받고 버림받으며,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다가 배척당한다.

목사님부부와 아이들을 만나고 나오는 두 사람의 마음은 착찹한데, 날은 저물었고 가로등만 밝게 비추는데 함께 하는 두 사람이라 외롭지 않다.

오름은 아이들과 함께 있던 바른의 표정이 너무 좋았나보다. 그 얼굴 다시 해보라는데, 시킨다고 다 하는 사람이나 그걸 또 반한 듯 보는 사람이나!  바른은 자기가 어떤 표정으로 오름을 보고 있는지 모른 채 그녀를 보고, 오름은 오름대로 그렇게 자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바른이 너무 설렌다. 

사람은 어쩌면 상대방의 눈 속에 담긴 사랑을 사랑하게 되기도한다.

거리로 캠페인을 나서는 두 사람.

시작은 오름이 하지만 수습은 바른이 하는 것 같다. 언제부터일까? 오름은 바른의 도움을 불편하지 않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느낀다. 실수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해서일까?

우배석으로서 좌배석 안 말리고 뭐했냐는 한부장에게 바른은 “실수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말썽꾸러기 박차오름에게 완전히 코 꿴 원칙주의자 임바른이 어이없어 비웃는 한부장 앞에서 오름은 살갑게 바른을 바라본다.

또, 법원 나갈 거면 빨라 나가라는 배곤대 부장에게 일일이 맞서지 않는 오름이 대견한 바른은 어차피 관심을 끌 바에는 아군을 늘리는 게 낫겠다며 수석부장에게 “어떤 파이는 나눌수록 커지니 문제해결 법원으로 유관단체와 같이 활동을 하겠다.” 며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오름은 ‘사법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고 힘을 보탠다. 이제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이다.

연관단체회의에서 “늦었든 아니든 우리 할 일을 해야죠.”라는 결론을 얻는다. 누군가 포기하지 않고 지켜봐준다면 본드를 하는 아이들을 구제할 수 있을까? 그 아이들에게 본드를 공급한 것도 어른들이고 그렇게 방치했으면서 처벌하는 것도 어른들이다. 그만 두고 싶지만 그럴 힘이 없고, 자꾸 더 강력한 유혹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가온의 마술을 보며 맑게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들도 언젠가는 ....

또 절도를 시작하는 가온을 찾아 오름은 가온이 가 볼만한 곳을 헤매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정에 앞서 톨루엔 함량이 가장 높은 공장을 찾아가려하고 그런 오름의 마음을 금방 알아차리고 두 말 않고 동행하는 바른이다.

하지만 비포장도로를 흔들리며 달리는 승합차 안에서 무계획이 계획인 오름을 향해 투덜대면서도 바른은 오름이 불편하지 않게 어중간한 가운데 자리에서 균형을 잡고 앉아있다. 끝이 없을 불편할 여정을 함께 할 생각에 바른은 한 숨이 나오지만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오름 때문에 그냥 같이 간 사람들이랑 허허 웃고 만다. 아마 동승한 공무원들도 이미 눈치 채고 있는 거 같다. 열혈 여판사와 어시스트 미남 판사의 피어오르는 로맨스의 향기를.

그리고 바른과, 오름 그리고 보왕이 함께 교회 아이들과 노래방에 간다. 한 사람의 힘이 더 보태지면 힘든 일도 신이 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판사들이 더 신나 보인다. 거기다 꽃비가 내리면 온 세상에 울려퍼진다는 가온의 노래를 들으며 바른과 오름은 신뢰와 애정이 가득한 시선을 주고 받는다.

아이들에게 캄보디아에서 공연하게 해주겠다는 용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틀의 휴가를 내서 오름은 아이들의 매니저로서 함께 떠난다. 오름은 자책하지도 후회하지도 않은 인간들에 대항하기위해서는 즐겁게 하겠단다. 자신의 재력이 세상을 더 낫게 바꾸는 일이든 뭐든 오름이 원하는 것을 더 잘 이루게 해 줄 수 있다던 용준의 말을 떠올리며 바른은 자신의 한계를 다시 느끼고 기분이 쓰지만 잘 다녀오란다.

바름에게 오름이 떠난 빈자리는 자꾸 눈이 가고 허전하다. 일을 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오름이 없이는 온전하지 않다. 아마 바른은 용준이 지금 오름 옆에 있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정말 잠시 없을 뿐이데, 그녀의 빈자리는 너무 크고 그리운 것 같다.

비행기 안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승객들의 추태가 계속된다. 그런 서민들과 자신을 분리하는 용준이 시선이 오름은 불편하고, 재벌의 힘이란 것이 결국은 치사하게 얻어진 거 아니냐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못 미치는 미개한 국민들에게 가본다며 용준의 곁을 박차고 나와버린다.

제대로 출발하지 못하고 돌아온 비행기를 두고 오름은 사무실로 돌아온다. 목요일 오후 아니면 금요일 오후 일텐데, 갑자기 돌아온 오름이 반갑고도 놀라운 바른은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자꾸 누가 붙잡아서 못 갔다는 오름에게 바른은 제 발 저린 도둑처럼 안 그랬다고 펄쩍 뛰고, 단 거 안 좋아한다며 못 간 거 좋아하는 것 같다는 오름의 시선을 피하고 정색을 해 보지만 자꾸 웃음이 나온다,

퇴근길 나란히 버스 뒷자석에 앉은 두 사람은 무슨 그리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이야기 하다 웃고 마주 보고 다시 고개를 돌리고 웃고 아주 행복하다. 

자책하지도 후회하지도 않은 인간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오늘의 마지막 장면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