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소학 어른은 야설~"
우스운 에피소드와 같은 이 장면이
흥미롭게 읽히기 시작했어

소년 이율은
먹개를 보호하려고 나선 이서를 만나
먹개의 손목을 잡고가는 이서를 보면서
부러움과 질투의 눈빛을 보여


제잘못을 담담히 덮어주는 이서에게
첫눈에 반해 프로포즈를 해
벚꽃아래서 나눈 대화에서
소학의 내용을 듣고 마음에 담아

그런데 한 편으로 이율은
자신의 연애소설도 함께 쓰기시작했어

제어머니에게 이서의 흉을 보는 듯
이서의 신상을 미주알 고주알 말하지
그리곤 원녀가 될 거라는 속없는 말을 해

그리고 열흘의 시간동안 댕기를 핑계삼아 찾아가는 대신
나아진 자신을 칭찬받고싶어서
소학을 부지런히 읽어
그런데 그 열흘 후에 이어지듯 쓰려던
이율의 연애소설은
잔혹동화보다 끔찍하게 끝이나지

16년의 궁궐에서 왕세자 이율로
그는 다시 슬픈 연애소설을 써 내려가
이미 제소녀를 잃은 이율이 쓰는 일기는
복수를 준비하는 이야기
그 안에 달콤한 장면은 존재하지않아
심장이 죽은 남자의 슬픔만 가득해

김차언의 계략으로
이율이 아닌 원득으로 홍심을 만나고
다시 이율의 연애소설은
다른 내용으로 바뀌어가

염정소설이라며 비웃던 야설을 적던 장면에서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했지만
그건 이미 이율이 썼던 연애소설의 첫장면이야
첫눈에 반해 이서에게 청혼하던 율

질낮은 염정소설이라며 비웃으면서도
원득은 그 많은 야설을 듣고 쓰지
홍심과 미묘하게 흐르던 달콤함을 놓치기 싫어
밤을 새웠을거야

16년의 복수로 가득하던 비장미 넘치던 이율의 연애소설이
갑자기 색깔도 내용도 바뀐 평범한 연애소설로
그 내용이 바뀌어가는 지점이지


어리둥절하던 혼례에서
무뢰배에게서 건져내고
안심시키던 손길과

희롱하는 박영감을 눌러주고
질투하던 손끝이나

제흑화를 사려던 마음을 바꿔
꽃신을 신겨주던 보리밭

마음을 확인하며 나누던 간절한 입맞춤
체온을 나누며 비를 피하던 물레방앗간

벚꽃날리던 초가에서 다정히 쌓여가던 이야기들

모든 안방여인의 마음을 흔들 달콤한 장면 장면들


먹색남의 50가지 그림자 
견우와 직진녀

원득이 읽은 우스운 제목의 소설은
이율과 이서의 이어질 애처롭지만
끝내 해피엔딩이 될 이야기의 결론을 말해줘

그래이의 50가지 그림자
조롱섞인 평범한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다
아멋남 순정 왕세자의 순애보다

견우와 직녀의 슬픈 이별은 없다
직진녀 홍심의 직진뿐

율과 이서의 잔혹동화로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는
숱한 고비를 넘어
우리의 잊지못할 조선동화가 되겠지

순정을 지키던 광부 이율세자와 원녀 이서의 이야기

둘은 오랫동안 써왔던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줄거야

나는 왠지 율과 이서의 연애소설이 덮어지면
계속 궁금하고 궁금해져서
그 다음 장을 그려보곤 할 듯해

(짤 갤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