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전부터 쓸까말까 하고 있었는데 최근 쿼츠와 전자시계에 대한 요상한 글들이 시갤에 나오는걸 보고 한번 천천히 써봐야겠다 싶어서 첫번째로 전기시계부터 써봄.

손목시계의 역사가 누가 먼저 최초로 내놨나, 누가 진짜 손목시계로 볼만한 시계를 내놨나 싸움은 제쳐두고(브레게, 까르띠에, 파텍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어서 진흙탕 싸움이니까)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손목시계를 사용하기 시작한건 1차 세계대전 중으로, 대중에게 보급화 된건 1차대전 이후로 보기 때문에 1920년쯤 부터는 손목시계의 역사가 시작된다 봐도 되겠지.

그리고 오늘 썰을 풀 전지로 가는 시계는 대부분 나온지 얼마 안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건전지로 가는 시계가 나온건 1957년이다.

보통 빈티지 시계의 걸작들이 출몰하고, 기계식 시계의 황금기였다고 평하는 60년에에 이미 전지로 가는 시계는 존재했고 손목시계 역사의 절반은 태엽이 아니라 건전지로 가는 시계의 지분이라 보면 됨.

그래서 일단 이 시계들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많이들 오해하는 것들 몇가지를 먼저 집고 넘어갈게.

1. Q 쿼츠 시계는 전기시계인가 전자시계인가? 

   A 전자시계다. 쿼츠 수정발진기가 들어가면 무조건 전자시계임. 단지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이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 차이일 뿐. 전기로 작동하기만 하면 전기시계지만 쿼츠시계는 처음 나올때부터 쿼츠진동자의 높은 진동수를 제어하기 위해 ic칩을 이용했고, 전기신호를 제어하는 전자부품이 달린 시점에서 부정할 수 없는 전자시계임.

2. Q 전자시계가 아닌데 건전지를 쓰는 시계가 있는가? 

   A 있다. 전기시계와 전자시계는 둘 다 전기의 힘으로 동작하지만 무브먼트를 구조에 따라 전자시계가 아닌 시계가 존재한다. 애초에 최초의 배터리 시계는 전기시계였음

3. Q 배터리를 쓰는데 기계식인 시계가 있나? 

   A 있다. 이제부터 알아볼 최초의 전기시계가 바로 그런 구조이다. 

자 그럼 오늘은 최초로 전지를 태엽대신 파워소스로 삼은 시계에 대해 알아보자.

전기로 가는 시계

오토매틱이 낮설고 그 기계적 완성도가 떨어지던 시절, 더 정확하고, 더 오랫동안 작동하는 시계를 만들기 위해 골몰하는 회사들도 많았다.

보통의 시계회사들이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더욱 실용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심할때(스위스 시계업체들이 대부분 그러했음) 아예 다른 생각을 하는 회사들이 나타났음.

태엽의 한계가 이틀정도라면, 아예 태엽을 다른걸로 대체하면 어떨까?

이런 발상을 떠올린건 전통적인 스위스 메이커들이 아니라 미국의 메이커였음. 지들 잘 하는걸 냅두고 엉뚱한 생각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40년대에 미국의 elgin이 건전지로 가는 시계를 연구한다는 루머가 시계판에 돌기 시작했고 이는 라이벌을 자극하게 됨

바로 해밀턴. 46년에 이 루머를 들은 해밀턴은 질수없다! 하고 연구를 시작하고 결국 결실을 맺어 1957년이 되자마자 Hamilton Electric 이라는 시계라인업을 발표하게 됨.

1957년 1월 3일. 세계 최초의 전기 시계이자 마지막 전기시계이며 건전지로 가는 시계들이 시계 역사에 등장하는 순간이었음.

해밀턴 사장이 발표한 서한. 모든 해밀턴 리테일 쥬얼러들아 : 전기 손목시계! 당신의 태엽, 건전지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발매된 첫번째 건전지로 가는 손목시계가 바로 엘비스의 시계로 유명한 벤츄라다. 

1957년 1월3일, 밧데리 시계의 시작.

여전히 나오는 그 삼각형 괴상한 디자인의 그 시계가 맞음. 해밀턴이 그 괴상한 디자인의 시계를 계속 만드는 이유기도 함. 자사의 역사속에 몇 안되는 자랑거리거든. 최초의 밧데리시계! 그런주제에 요즘은 기계식도 나온다. 쿼츠모델은 그 다이얼 디자인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Hamilton  500 이라고 명명된 시계 최초의 전기 무브먼트는 굉장히 독특한(그리고 무식한) 구조로 작동하기 때문에 전자시계가 아닌 전기시계로 남게 되었음.

원리는 간단함. 기계식 무브먼트에서 태엽을 때버리고(!) 그 자리에 건전지를 넣음. 다음으로는 밸런스 휠에 전자석이 될 코일을 부착함. 그리고 그 아래 무브먼트 플레이트에는 영구자석을 배치해 둠.

1. 밸런스 휠에 단 코일에 전류가 흐르게 되면 같은 극을 밀어내는 자기장의 원리로 밸런스 휠은 헤어스프링이 수축되는 방향으로 밀려나게 됨. 

2. 벨런스 휠이 밀려나면(반 회전하면) 밸런스 휠에 달린 접점과 전기를 공급해주는 라인이 떨어지도록 만들어 둔 물리적 스위치 구조로 인해 전자석은 힘을 잃음.

3. 전자석이 힘을 잃었기 때문에 수축된 헤어스프링의 힘으로 반대편으로 밸런스 휠이 이동하고, 

4. 밸런스 휠의 진각이 반대쪽으로 다 돌게 되면 다시 전기를 공급하는 접점이 맞닿아 전자석의 힘으로 헤어스프링이 힘을받는 방향으로 회전하게 된다.

5. 건전지가 다 떨어질때 까지 이를 반복수행! 

모든 회로가 전기가 흐를 뿐이며 물리적인 스위치 구조만 존자하는 전자부품이 없는 회로이기 때문에 전자시계가 아닌 전기시계로 분류되며,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일한 전기시계었음.

밸런스 휠에 전기를 공급하는 접점 와이어.

밸런스 휠 아래에 봉이 달린 저 원통 형태가 접점과 맞닿아 전류를 공급하는 구조임.

조립이 된 모습.

이 무식한 구조 때문에 개선된 505 무브먼트가 나오기 이전엔 심각한 결함이 존재했는데 바로 무브먼트 내부에 전기 스파크가 퇸다는 것과 와이어가 마모되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와이어 구조의 복잡함과 마모문제는 505에서 해결 되었지만 스파크는 여전했으며... 결국 전자구조 무브먼트로 변경될 때 까지 해결할 수 없었음.

하지만 해밀턴의 이 무브먼트는 첫번째로 배터리 시계를 냈다는 의의와 이후 시작될 전자시계의 막을 올렸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봄.

다음에는 전기시계 다음으로 등장한 전자시계에 대해 써볼게.

아래는 무브먼트의 구동을 보여주는 양덕의 유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