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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조금스압?] 귀지로 왕궁을 간 남자.ssul

복숭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2.11 10:00:19
조회 2994 추천 17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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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떨하다. 나는 대체 왜 여기 있나.


시작은 이랬다. 12살때 만든 효도 1회권 종이를 어머니께 드렸을 때, 

어머니는 11년이 지나서야 23살 먹은 아들에게 효도 1회권을 내미셨다.


"귀 좀 파다오."


어머니의 뜬금없는 말에 당황했지만, 

다른 집 부모님 처럼 용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집 하나 사달라 한 것도 아니었다.

열살먹은 꼬마도 들어줄 수 있는 소박한 소원이었고, 어린 시절의 내 직접 만든 감자도장까지 찍힌 티켓을 보니 안 들어주기가 더 이상했다.

일전에 검은 피부의 장돌뱅이에게 하나 산 '포가티 산업' 딱지가 붙은 상자를 열자, 은색의 반짝이는 귀이개가 있었다.

일렁이는 가스등불 아래서 보니 시장에서 파는 스푼형 귀이개가 아니라, 회오리처럼 생긴 트위스트형 귀이개다.

매끄럽고 깔끔한 처리가 돋보이는 귀이개를 보니, 나름대로 포가티 산업에서 유명한 사람이 수작업으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효도 한번 제대로 하자는 의미에서 수건에 따뜻한 물을 살짝 적셔 귀 쪽에 가져다 댄다.

침대에 앉아 무릎베개를 해드린 상태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어머니의 눈가주름이 인상적이다. 

주름의 골 하나하나가 지금까지 엉망이었던 내 행동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에 물결이 이리저리 친다.

귀지가 말랑말랑해졌을까. 감상을 마치고 수건을 내려놓는다. 

은빛의 귀이개가 어머니의 귓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어머니의 반응은 남달랐다.


"아이고, 아이고."

"아파요?"

"아니, 아프진 않다."

"근데 왜 아이고, 아이고 그래요?"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아프시면 이야기 하세요."

"그러마."


어머니의 귀가 잘 익은 토마토처럼 변해간다. 하지만 어머니의 표정만큼은 너무나 편안하시다.

그렇게 이리저리 귀이개가 네댓번 왕복하고, 귀 한쪽을 수습하니 많은 귀지가 나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었다.


"반대 쪽, 하실거에요?"

"그러마."


어머니는 헛기침을 한 번 하시더니 반대쪽으로 돌아 누우신다.

반대편 상황도 다르지는 않았다. 청소에 대해선 나름대로 깐깐한 철칙을 가진 어머니는 귓 속까지 깔끔해야 하나보다.

아까와 비슷하게 귀이개가 이리저리 움직였고, 어머니는 귀이개가 움직일때마다 편한 표정을 지으신다. 

티켓 한 장으로 시작된 이 행동은 귀지를 휴지통에 넣어 박수치듯 손을 털어내자 마치게 되었다. 

어머니는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보며 말씀하신다.


"귀를 매우 잘 파는구나."

"…그래요?"


평소에 칭찬을 썩 잘하는 편이 아닌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듣기는 또 처음이다.


"귀를 잘 파는 만큼 공부를 좀 하지 그랬니."

"……."


역시나….

하지만, 다음 말은 예상하지 못했다.


"내일 일 나갈때 공장장님 귀나 한 번 파 드리렴."

"예? 갑자기 웬 공장장님요?"

"왜긴. 급사가 하는 일이 다 비슷하지 않니."

"급사가 아니라, 비서라구요."

"비서나 급사나."


나는 어머니에게 말도 안된다며 손사레를 쳤지만…

며칠 후, 어머니의 말씀은 지켜지고야 말았다.

조그마한 도기 찻잔에 조심스럽게 차를 따르고 있을 때, 

우리 도시 최고의 공장을 소유한 리차드 씨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 대고 있을 바로 그 시점에.


"아, 스펜서 군. 귀 청소를 잘 한다지?"

"예?"

"어허, 푸줏간 올리버에게 다 들었네. 어머니가 그렇게나 기뻐할 정도로 귀를 청소했다고 들었네.."


세상에, 무슨 소문이 이렇게 났는가.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귀는 조금 잘 파긴 합니다만…."

"그럼 내 귀를 좀 봐주게."

"무릎베개를 하셔야 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기껏 포마드로 정리한 머리가…."

"괜찮네, 괜찮아."


하기사, 기혼 남성이 귀를 파는 경우는 아내가 파주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리차드 씨는 부인과 사별한지 1년 조금 되었다.

아마도 따로 귀를 파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 어찌저찌 해결하였을 것이다.

기다란 소파에 앉아 리차드 씨에게 무릎베개를 해 준다. 묘한 기분이다. 

퉁퉁하고 콧수염을 기른 40대 남성을 무릎베개 해주고 있는 모습은 그다지 보여주고 싶지 않다.

어머니께 해드린 것과 동일하게 따뜻한 물수건을 귀에 대어 귀를 이완시킨다. 리차드 씨의 얼굴은 평소보다 편한 모습이다.

다른 사환使喚에게 부탁하여 귀이개를 가지고 오게 하자, 스푼형 은빛 귀이개를 가지고 온다.

스푼형은 조금 난감하지만, 일단은 어찌저찌 해볼만 하다.


"딸내미라고 있는건, 귀를 파주긴 커녕…."

"큰 딸 알리사 양 말입니까?"

"그래. 그래. 알리사 말일세. 머리 좀 컸다고 바득바득 대들지 않나."

"한창 사춘기인 시절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곤 해도… 어… 어흠. 음…."


리차드 씨의 귀로 귀이개가 들어가자 리차드 씨는 갑자기 낮은 신음성을 터트린다.


"제가 아프게 해드렸습니까?"

"아니야. 계속 하게."


눈을 질끈 감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리차드 씨를 보자, 도대체 내 귀 파는 솜씨가 어떤가 싶다.


"어허, 음… 허어… 으음…."


리차드 씨의 낮은 목소리가 퍼져나갈수록 귀지도 비례해서 나온다. 작은 종이에 내려놓는 리차드 씨의 귀지는 끈적끈적하기 짝이 없다.

반대쪽의 귀를 팔 때도 동일하게 리차드 씨는 계속해서 낮은 목소리가 나왔고, 나중엔 리차드 씨는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아주 좋았네."

"그렇습니까?"

"15년동안 같이 지낸 아내도 이렇게까지 귀를 파진 못했네. 아주 훌륭해."


리차드 씨에게 여러가지 일로 칭찬은 받아보았지만, 귀를 잘 판다고 이렇게 격한 칭찬을 받은 적은 처음이다.

그렇게 내가 귀를 매우 잘 판다는 소문이 돌고나서, 

다음으로 내가 귀를 파 준 사람은 다름 아닌 클라크 시장님이었다.


"…훌륭해."


클라크 시장님은 나를 일대 도시를 수호하던 위컴 대령님에게 데려갔고, 

위컴 대령님은 결국 나를 스티드 공작님께 데려다놓기 까지 했다.

생전 보지도 못했던 대저택에서 무릎을 꿇고 오로지 깔려있는 파란색 카펫만을 쳐다보고 있을 즈음, 스티드 공작님이 입을 열었다.


"귀를 아주 잘 판다지?"

"예, 예. 그렇습니다. 각하."

"너의 고향의 공장장도, 클라크 시장도, 위컴 대령도 모두 극찬을 했다 들었다."

"맞습니다. 각하."


살짝 고개를 치켜 들어 공작님을 바라보자 매끄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공작님이 보였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위엄이 넘치다 못해 흐르고 있었다. 커프스를 만지는 손짓마저, 귀밑머리를 살짝 만지는 동작조차.

그런 공작님은 씨익 웃으며 나에게 가까이 오며 말했다.


"왕실의 샬롯 공주님께서 너를 찾으신다."

"예… 예에?"

"내가 너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거든. 문제 있느냐?"

"아, 아닙니다. 전혀 없습니다. 각하."


방금 전의 공작님의 말투는 그냥 친구랑 이야기 하는 거랑 다름 없지 않나….


"그래서, 공주님이 너에 대해 매우 궁금해 하셨다."


설마?


"오늘 너는 여기서 하룻밤을 자고, 내일 왕궁으로 가게 된다."

"예에에에?"

"어쭈, 불만 있느냐?"

"아, 아닙니다. 전혀 없습니다."



공작님의 시정잡배 같은 말은 뒤로하고, 그리하여 내가, 한낱 평민밖에 안되는 내가 샬롯 공주님의 방에 있었다.





출처: 판타지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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