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말 잘 보고 있는 드라마인데 갤이 난장판이네..

허무맹랑한 말이라도 계속 반복하면 사람들의 시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

그래서 내 생각도 정리할 겸, 갤러들에게 이런 시각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처음으로 글 올려.

1. 작가는 왜 정통사극이 아닌 ‘팩션사극’을 주창했나?

  솔직히 초창기부터 여말선초를 다룬 정통사극이 많아서 우려가 많았지.

역사왜곡의 논란도 처음부터 잠식시키고 진행할 의도였으면 정통사극으로 가는 게 영리하고 편한 길이었을 거야.

반면 ‘팩션사극’을 표방한다면 작가가 의도를 개입시킬 여지가 늘어나지만 역사왜곡의 논란에 직면할 위험도 커지게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팩션을 택한 작가이기에 어떠한 제작의도를 가지고 극을 전개해 나가는지 파악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육룡’에서 그 제작 의도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봐.

  내가 ‘기ㅎㅎ’를 팩션 사극임에도 좋지 않게 봤던 것은 같은 팩션사극이라도

제작 의도가 공감가지 않아서야. 부정적 역사적 사실을 미화하는 과정에 있어서

중심이 되었던 것이 단순한 로맨스라는 것이 별로 가치가 있다 생각되지 않았거든.

  반면 ‘육룡’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바로 왕정시대에 민주주의적 요소를 접합하려고 한다는 거야.

현대 민주주의 요소와 왕정은 시대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어울리기 힘들어서 분명 이질감을 유발할 위험이 크지만 가치 있는 시도라고 봐.

단순히 이성계와 정도전 중심의 급진개혁파의 역성혁명 성공스토리를 그릴 수 있었지만,

그 과정과 그들이 그리던 새로운 나라가 가지는 의의를 재해석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시청자에게 울림을 주고자 하고 있어.

2. 왕정에 민주주의적 요소를 도입할 수 있는가?

   ‘뿌리 깊은 나무’에서도 그렇고 김박 작가의 세계관에서는 ‘민본사상’이 기반이 되어있다고 봐.

민본사상은 현대적으로 인본주의, 민주주의와도 닿아있는데 간략하게

‘국민의 정부, 국민에 의한 정부,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로 대표되는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설명할 수 있어.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 국민의 정치 참여, 국익이나 공공선을 위한 국가.’

물론 조선이라는 왕정국가에서 현대 민주주의적 요소를 동일 선상에서 대입하는 것 자체는 거의 불가능해.

당시 국가의 주인은 왕이었고, 국민은 단지 신민이었으니까. 하지만 작가는 위의 요소를 희석시키고 분해하여

당시 그네들이 그리던 신조선에 그 분위기를 덧씌웠어.

   먼저 '주권재민'의 개념을 축소한 것이 ‘민심’이야. 당시 민초들이 주권을 가진다는 개념은 상상하기 힘들었을거야.

대신 작가는 권력자들이 ‘민심’에 반응성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줘.

역사적으로도 황산전투 등에서 왜구를 물리친 이성계에 대한 민심은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정도전 또한 역성혁명에 있어서 평화적으로 정권을 인계받으려는 이유 중 민심을 꼽고 있지.

당대 권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는 없었지만,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함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어.

  두 번째 개념은 ‘국민의 정치참여’야. 고려에도 있던 제도를 정도전이 완전히 새로 만든 것처럼 연출한 점에서 왜곡이 있었지만,

 작가는 정도전을 통해 삼사를 통한 권력분립을 표현하고자 했어.

이것도 당대에는 혁신적인 권력분립이지만 현대의 시각에서 본다면 국민의 참여를 통한 권력분립은 아니기에 완전하지는 않아.

그래서 식물원에서 분이와 이방원의 대화가 인상 깊었어.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국민에게 시간과 힘이 생긴다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현대에도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완전한 정치참여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당시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는 대사라고 봐.

또한 이방원이 그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신문고’라는 나름의 직접적 정치참여제도를 마련하였다는 역사적 상상력을 발현할 여지를 주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국익, 공공선’ 개념이 있어. 이는 비교적 왕정과 접목하기가 용이한 개념이야.

도당3인방과 해동갑족과 같은 이들은 자신의, 혹은 가문의 이익만을 고려해.

최영과 이성계, 정몽주, 정도전은 그들에 비해 국익과 공익을 생각하지.

민초들이 높은 세금과 잦은 왜구의 침략으로 인해 겪는 고통을 고려하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야.

물론 역사적으로는 최영에 대한 무리한 해석이 있어서 조금 아쉬워.

하지만 이번 위화도 회군에 있어서 이성계에게 가족의 울타리를 넓혀 국가로 확장한 부분에 있어서

 이성계가 일룡으로서 가지는 가치를 부여해 주었다고 봐.

그 전까지는 스스로 가족, 즉 사익을 중시하였지만 회군을 결정한 순간에는

일반 병사들 나아가 그들의 부모들이 대표하는 공익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