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인 맥맨

이 각본은 사실 2년 전 레메에 쓰려다 폐기한 각본의 재활용이다.

당시의 원래 계획은 스테파니+삼치가 빈스와 RAW의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는 시나리오였다. 그 각본에선 빈스가 선역이었고, 레메 메인이벤트에서 삼치를 상대로 락이나 찬돌을 대전사로 내세운다는 스토리였지. 하지만 빈스는 나이 때문에 더 이상 TV에 출연하고 싶지 않아했고, 결국 각본은 폐기되었다.

WWE 내부에서도 쉐인이 복귀한다는 걸 알고 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몇 명 있기는 했다. 그 중 하나가 내 WWE 소식통인데, 지난 열흘간 내게 “누군지 절대 못 맞힐걸? ㅎㅎ” 라면서 매일 놀려댔다. 뭐, 실제로도 못 맞췄지. (ㅂㄷㅂㄷ)

쉐인이 진짜로 회사에 복귀하는 걸까? 아직은 모르지.

쉐인은 지금 중국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긴 한데, 그 회사는 요즘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다. 진짜로 이참에 사업 때려치고 WWE 복귀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지. 회사만 중국에 있을 뿐 실제로 거주하는 곳은 뉴욕이니까, 굳이 사업을 접지 않더라도 충분히 풀타임으로 복귀할 수 있기는 하다.

쉐인은 어릴 적부터 본인이 훗날 WWE를 경영하게 될 거라고 굳게 믿으며 자라왔다. 실제로 청년 시절엔 다들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스테파니가 더 유능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빈스는 아예 ‘후계자는 스테파니다’ 라고 공언을 해버렸다. 그래서 떠났던 거지. 그런 실제 사연이 있어서일까, 쉐인이 돌아와서 스테파니에게 ‘니가 다 말아먹고 있잖아’ 라고 일침을 가한 건 리얼리티적인 의미도 담겨있었다.

시대착오적인 소리이긴 하지만, 쉐인은 아들만 셋이고, 딸만 셋인 스테파니에 비해 다음 대에 사업을 물려줄 수 있다는 어드벤티지를 갖고 있기는 하다. 구시대적인 발상일 수도 있겠지만 레슬링 비즈니스라는 건 엄연히 남초 기업이고, WWE는 가족 경영이니까.

쉐인이 각본에 복귀한다는 건 실제로 WWE 내에서의 영향력도 돌아온다는 걸 의미한다. 이게 브랜드 분리로 이어질까? 불가능한 소리는 아니지. 하지만 WWE는 이미 브랜드를 나눠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했었고, 이번이라고 성공할지는 모르겠다.

아 그리고 쉐인이 돌아오면 각본/부킹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던데, (웃음) 90년대 때 쉐인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생각은 못 할 거다. 이 업계에서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전부 쉐인을 좋아한다. 인간적으로는 참 좋아하지. 근데 부커로서의 능력은?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두 스테파니 쪽이 차라리 훨씬 낫다고 대답할거다. 이정도로 말했으면 뭔 소린지 대충 감이 오겠지.

삼치

어제 내 WWE 소식통이 나한테 그러더라. 오늘 RAW 마지막 장면에서 놀라운 장면이 있을 거라고. 그래서 난 뭔가 대단한 반전이라도 벌어질 거라고 기대했지. 근데 막상 나온 거라곤 삼치가 로만을 패고, 환호와 야유가 뒤바뀐 장면이었다. 이게 놀랍진 않은데 말이지.

그런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삼치는 오늘 오프닝 세그먼트에 출연하지 않았다. 혹시 이게 ‘삼치가 악역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출연하지 않았던 걸까? 만약 그렇다면 마지막에 삼치가 로만을 통쾌하게 박살내며 환호를 받은 것도, 선역 DX챱을 하며 환호를 더 이끌었던 것도 전부 설명이 된다.

내 생각엔, 오늘 삼치는 분명 의도적으로 환호를 유도했다.

Oh God, 이거 설마?

언옹

쉐인은 쉐인이고, 문제는 언옹이 저기에 뜬금없이 왜 꼈나는 건데..... 난 이게 어쩌면 언옹이 자진해서 패배하는 결말로 끝날 수도 있다고 본다. 시작하자마자 발라당 눕는다는 게 아니고, 경기 중에도 계속 망설이다가, 회사를 구하기 위해 패배하는 식으로.

일단 쉐인 vs 언옹이라는 매치업이 그냥 단순한 경기로 펼쳐지진 않을 거다. 그랬다간 쉐인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가 끝나게? 언옹은 어차피 더 이상 지킬 연승 기록도 없으니까, 혹시 또 모른다는 거지. 일단 이게 재미있는 각본인 것은 확실하다. 최소한 레메까지는 흥행요소가 되어줄 거고, 그 후로도 쭉 이어질지도 모르지.

이제 ‘빈스 복귀 효과’는 약발이 떨어졌다. 빈스가 출연한다고 시청률이 올라가고,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는 건 결국 한두 번이란 소리다. 오늘 RAW는 쉐인이 복귀했고 이것저것 새로운 전개가 많았으니 시청률이 좀 오르긴 하겠지만, 쉐인 복귀 효과도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뭔가 재밌는 전개를 계속 이어가야 할 거다.

어제까지만 해도 올해 레메는 진짜 답이 안 보였는데, 오늘 보아하니 일단 부킹은 잘 뽑혔다. 경기 퀄리티만 보면 여전히 문제가 산적해있지만, 일단 흥미를 끌어낼 대진표는 간신히 갖춘 셈이다.

브록/짱구

옛날에 더스티 로즈가 똑같은 각본을 한 적이 있었다. 폴 헤이먼은 어린 시절에 그 장면을 본 적이 있었을 테니 자신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겠지. 엠뷸런스 장면은 나쁘지 않았지만, WWE 특유의 유치한 만화 같은 각본이어서 좀 감상이 덜하긴 했다. 지금이 더스티 로즈 시대는 아니잖나.

F5를 맞고 원모어타임 챈트가 나온 건 딱히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짱구 본인부터가 더 먹여보라고 하는 상황이니까. 이 대립이 참 웃기는 게, 짱구는 지금 로스터에서 두 번째로 환호를 많이 받는 선수다. 근데 하필 대립하는 상대가 짱구보다 더 환호를 받는 유일한 선수, 브롹이란 말이지.

짱구도 환호를 많이 받긴 하지만, 그래도 브록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만큼 지금 브록은 단연 원탑이다. 패스트레인에서의 반응만 봐도 딱 알 수 있지 않나.

이후 힘들어서 짧게 요약

- 빅e는 이렇게 몸을 위험하게 날리면 커리어가 길지 못할 것

- 오웬스 왜 안나옴? 에제랑 트위터에서 대립각 세우던데?

- 골든트루스 노잼

- 턴힐한 라이백은 이제 어디로 가는가

- 턴힐한 더들리는 이제 어디로 가는가

로만에 대해서 언급한 거 단어만 몇 개 적어보면

it's a mess

it's screwed

it's a disaster

nothing can save it

he is just not the guy

최소한 빈스의 실패작들은 어느 정도 반응이 나오긴 했는데 얜......

WWE는 시도해볼 수 있는 모든 짓을 다 시도해봤지만 아무것도 먹히질 않았어

이제 로만이 실패하고 나면 WWE에게 남은 선택지는 딘, 브롹, 시나 3가지가 있다.

이 중 최선의 선택지는 아직 젊고 풀타임 레슬러인 짱구겠지만, 짱구는 WWE 취향의 선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시나나 브록에게로 회귀하면 그건 세대교체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소리지. 어느 쪽이든 WWE가 원하는 상황은 아닐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