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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주저씨의 음주생활 6모바일에서 작성

공돌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6.27 17:00:02
조회 4934 추천 28 댓글 8

벌써 6월의 마지막주가 시작되었네
주말들은 잘 보내셨지?
불금 불토 바투어에 바틀수집에 브루어리 방문기에 맛있는 안주에 좋은 친구들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들 행복한 주말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만

마음에 고민과 걱정 큰 짐들을 가지고 사는사람들이 있겠지?

경제적으로 힘든사람도 있겠거니와 집안에 우환이 있는사람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된 사람들까지

이유는 가지각색이겠지만 하늘이 무너진듯한 절망감에 빠진 사람들도 있을테고

행복이 누구한테나 공평하게 내려지지못하는게 우리네 인생살이니까

오늘을 그중 한가지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볼까해


그럼 주저씨의 음주생활 여섯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IMF이후 갑자기 급감해버린 취업시장은 지잡대생들에겐 거의 지옥과도 같은 불행을 선물해 주었지

그래도 꼴에 4년재라고 대기업에 입사한 선배들도 종종 있었는데 온국민이 치킨집을 열나게 차려대기 시작해서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 닭요리를 삼계탕에서 양념통닭으로 바꿔버린 시기였던 그때는 취업문이 갑자기 좁아져버린탓에 많은이들이 당황하던 시기였어

그래 지금의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기게 된 그 씨앗이 된 그시기였고 그때의 친구들은 졸업식에서 마냥 웃을수도 없었어 그나마 보험 영업사원으로 자동차 세일즈맨 정도로 취업해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애라 모르겠다 기술이나 배워서 막일이라도 해야겠다 하고 3학년 2학기때 학교를 때려치우고 건설현장이나 설비기사들을  따라다니면서 살길을 찾아 발버둥 치는 사람도 있었어

물론 금수저들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경우도 있었고 공부를 특출나게 잘한녀석들은 세무사 같은 전문자격을 갖춘 고급인력이 되기도 했고 또 외국어실력이 좋아서 그시절 갑자기 늘어난 외국계 회사나 은행에 운좋게 높은 연봉으로 체용되는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잘난놈들 이야기가 아닌

그래

지금 잉여롭게 디씨질을 하고있는 너 바로 너와 나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야

대학졸업후 좆소에 입사한 난 무지하게 행복했어

영업사원 안하고 고정급과 상여  성과급이 있는 (주)ㅇㅇ정밀공업 에 당당하게 입사해서 사원 아니고 주임 직급으로(지랄하네 시다바리 막내 맞음)금박이 입혀진 멋진 명함과 사원증 회사 유니폼을 지급받았으니 그 어찌 어깨가 으쓱하지 않았으리(유니폼은 안전제일 마크달린 T모 사의 근무복 잠바 상의)

친구들을 만나면 먼저 취업해서 일하는게 얼마나 자랑이었는지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지

그리고 남자가 사는동안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전성기가 있어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주변에 여자가 흔한때가 한번 지나가잖아 나한텐 바로 그때였거든
자주가는 단골 주유소 충전원이 추파를 던진적도 있으니 머 말 다했지(내차 티코였는데)

어쨌든 나 만나려고 따라다니는 여자가 몇 있었는데 모두 거두지 못해서 참 아쉬웠던 나날이었어

그러다가 인생의 배필을 만났고 잘 살려고 했는데

회사에 감원태풍이 불었지 imf시절이기도 했지만 그당시 원청과 관계가 좀 안좋은 시기였어

대표이사는 각 부서에서 원가절감수립계획을 올리라 독촉했고 감원계획을 제외한 절감계획을 보고한 부서장에게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지 막말로 나가라 이거야

결국 차 부장급 인원중 업무능력 떨어지는 인원과 중복되는 업무를 하고있는 부서는 감원대상이 되었고 사장실 바로 옆자리였던 나는 그 꼴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어

하루가 멀다하고 큰소리가 들렸지

최악의 멘트는 니가 나가지 않으면 내가 널 파멸시켜버리겠다는 말 이었어

이제 40줄에 들어선 중간관리자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고 그걸본 난 정내미가 떨어졌어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하려 했지만 40되면 나가야되는구나. . .
언재든지 사표를 스텐바이하고 살아야 된다면 지금 결단을 내려야겠구나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았어
일도 꽤나 힘들었고
월화수목 금금금에 쥐꼬리만한 월급 의전에 대한 스트레스
지금 다시 되돌리면 목숨걸고 버텼겠지만 그땐 무슨 근자감 이었는지

퇴근후 아내에게 이야기했어

공부를 좀 더 해봐야겠다
40되면 다 나가는데 지금 안해보면 못할거같다

출산을 얼마 남기지 않은 아내는 날 응원했고 그동안 본인이 버는걸로 생활하자고 흔쾌히 동의했어

사표를 던졌지

강원도로 혼자 여행을 떠났어
마음을 정리하고 오갰다는 핑계였지만 실은 이제 당분간 못놀테니까 낮선곳에 가서 자유를 만끽하고 오겠다는 생각이었지

통일호 기차를 타고 차칸에서 담배를 피우며 고독을 씹는 철학자 코스프레를 하고 연인들과 함께가는걸로 유명한 정동진을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와서 청승을 떨고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일년후엔 행정공무원이 되어서 이곳을 가족과 다시 찾으리라고 생각했어
낙산사에서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신도들 틈에서 나도 그들의 바램에 내 희망을 무임승차하여 띄워보냈고 통일전망대에선 중앙직에 합격하면 통일부에서 근무하는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달콤한 상상에 빠지기도 했어
기념품 판매대에 보이던 북한술중 6천원 남짓한 북한소주를 샀고 합격후 축배는 이 술로 하리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지

수험생활의 시작

처음은 의기양양했지
고시촌엔 이제 막 수험생활을 시작한 사람보다 4  5년씩 공부한 장수생들이 더 눈에 띄였고 난 일년내로 합격해서 나갈거라는 굳은 다짐을 하고 시작했어

당장에 퇴직금도 있었고 식구는 아내와 나 둘뿐이니 돈나갈일도 그리 없어서 아내혼자 벌어도 그리 생활이 어렵지도 않았고 부모님도 현직에 계셨으니 결혼하고서도 아버지에게 용돈을 좀 받았으니 적금을 못들어서 그렇지  가용한 자금은 직장생활때보다 더 많았어

그 이후는 어떻게됐냐면

불합격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전철을 답습했지 뭐
학원에서 만난 수험생들하고 수험스트레스를 핑계로 술잔을 기울이는게 점점 늘어났고 큰딸이 태어났어도 그 횟수는 줄어들지 않았지

매일 출근하면서도 한시간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챙기는 아내에게 맛있는것 하나 먹이지도 못하는 주제에 스트레스를 풀었고 자존심 상하지 않게 몰래 지갑에 용돈을 넣어두는 아내에 대한 감사함도 무뎌져 갈만큼 한심한 나날을 보냈어

족제비도 낮짝이 있는법

둘째가 태어나고 수험생활이 2년이 넘었을때쯤
아내는 산부인과에 몸을 풀고 쉬고있는 어느날 저녁

난 울면서 강원도에서 사온 북한소주를 땄어

초라하고 볼품없는 라벨 디자인은 조선중앙티비의 방송의 과장되고 허풍이 전부인 앵커처럼 세계제일의 명주라고 구라를 치고 있었고
아내가 신혼살림으로 가져온 장식장뒷편 거울에 비춰진 희고 목이  늘어난 러닝셔츠를 입은 허우대만 멀쩡한 한심한 백수남편이 있었지

그랬어

매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전기료를 아끼려고 듬성듬성 켜져있는 낡은 복도식 아파트의 어두침침하고 음산한 복도가 앞이 보이지 않는 내 미래처럼 어두워 보였고 그 복도끝 작은 내 월세 아파트에선 그래도 남편이라고 어설픈 솜씨로 국을 끓이고 밥을 지어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는 곱디고운 아내가 있었어

울지말라며 힘내라며 넣어준 피같은 용돈을 배떼기에 기름낄때까지 친구들과 삼겹살을 먹으며 탕진한 한심한놈

장식장 거울에 비춰진 사내는 그렇게 볼품없는 녀석이었던거야

엉성하게 잠궈져있는 병을 따서
냉장고에 들어있는 멸치를 안주삼아 마셨어

아 쓰다

지금것 내가 마신 그 어떤 술보다 더 쓰고 고통스러웠어
맛없는 술이었기때문이었을까?
맛없는 인생이어서 였을까?

혀끝이 오그라드는 강렬한 알콜냄새는 참이슬을 실크처럼 부드러운 명주라고 착각하게 만들만큼 강렬하게 독했고 그 한병을 다 비운 나는 바닥에 널부러졌어

나 그만할래

이제 못하겠어
나도 염치가 있지
이제 내가 벌어먹일래
당신이랑 애들 맛있는것도 사먹이고 이 좁디좁은 월세방도 그만 나가고싶어

여보 미안해
안그러려고 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고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은 어떻게 되었냐면

이렇게 주갤에 과거를 회상하는 추억담을 적고있지

지금은 화장실 두개딸린 아파트에 살고있고 붇박이 장식장엔 사람이 먹기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평양소주 대신 몰트위스키와 꼬냑 버번이 가만있자 한 35병 되는구먼 여름엔 비행기 타고 휴가를 보내는 호사를 누릴수도 있게 되었고 20인치 브라운관TV는 60인치 벽걸이TV가 되어있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

출근하기 힘든 월요일 아침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음에 감사하고

퇴근후 좋아하는 위스키와 브랜디 IPA맥주를 마실수 있음을 감사하는 주갤럼이 되자는 월요일자 주저씨의 캠페인 이었습니다



추신

오늘글은 주저씨의 위스키  라이프 를 읽고 방명록에 글을 남겨주신 아이디 ㅇㅇㅇ님과 여러 수험생들에게 선물하는 위로와 격려를 담은 낙방수기입니다.
합격을 기원합니다
하지만 떨어져도 세상이 끝나는건 아닙니다
용기를 내세요


출처: 주류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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