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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햄릿더플레이 첫공 후기(대체로 아는 원작햄릿 큰 줄거리만 ㅅㅍ)

ㅇㅇ(210.90) 2016.08.03 10:00:02
조회 1561 추천 23 댓글 8

개인적으로 기대작이었던 햄릿 더 플레이를 보고 왔어. 

첫 인상은 극호-호-불호-극불호 4단계라면 호와 불호 사이 어딘가. 

아래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햄릿을 읽었든 안 읽었든 어디선가 들어서 대충은 알고있는 햄릿의 큰 줄거리가 스포로 나올 거니까

피하고 싶은 횽들은 뒤로 가기~



1. 원작과 거의 다르지 않은 스토리


다른 횽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햄릿더플레이 공연 설명 중에

'원작에 없는 어린 햄릿과 해골로만 존재하는 광대 요릭을 통해' 

'두 햄릿의 시간이 교차하며' 

라는 두 부분에 대한 기대가 컸어. 

저 두 요소가 기존의 햄릿과는 많이 다른 햄릿을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렇지가 않아.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햄릿 그것 그대로의 스토리이고

다만 극 중간중간에 어린 햄릿의 에피소드가 삽입되어 있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어린 햄릿의 에피소드들은 햄릿 원작의 해석이나 캐릭터를 뒤집어 본다거나 하는 게 아니고

원작의 비극성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들이어서 

한마디로 어린 햄릿 부분을 빼면 이극은 거의완벽하게 원작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 


어린 햄릿을 내세운 창작된 이야기들은 다 호였고 

너무 작위적이지 않으면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고전 햄릿의 비극성을 효과적으로 키운다는 점에서 

아주 영리한 각본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원작과 다르기를 기대했던 횽이라면 실망할지도 몰라. 


초반은 흥미롭지만 중반은 좀 지루했고 그러나 후반은 맘에 들었음.

특히 가장 마지막 엔딩씬은 개취로 아주 좋았어.  




2. 무대와 의상


무대가 굉장히 심플한데 고전과 잘 어울려서 호였어. 

무대 뒷 편의 문이 열릴 때는 그 장면에서 필요한 간단한 장치들이 노출되지만

문이 닫히면 무대 위에는 오로지 배우뿐이야. 


햄릿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한동안 미친 사람인 척 연기를 하잖아. 

미친 척을 할 때와 혼자 고심할 때의 간극이 굉장히 큰데

무대에 소품이 없다보니 배우가 극과 극을 오가면서 표현할 때도 방해하는 것 없이 순간순간에 집중이 잘된다는 장점이 있더라. 

무대가 비어있으니까 조명만 조금씩 달리 써도 배우가 연기하는대로 분위기가 확확 바뀌더라고. 좋았어. 


하지만 무대가 텅 비어있는 만큼 계단이나 커다란 테이블(?) 등등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쓰는데

중간에 동선 때문에 계단 고정 안해놓고 그 위로 배우들막 뛰어다닐 때 배우들 미끄러질까봐 너무 걱정됐음. 

그거 좀 위험해보이던데 굳이 계단 위로 안 뛰어다녀도 되지 않을까... 


의상은... 고전적인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을 다 주겠다는 목적이 강하게 드러나는 소재와 디자인인데

다른 배우들 옷은 그런가보다 했지만 난 오필리어/거트루드 옷이 너무 난해하고 답답해보이고 별로였다.

그리고 그 의상을 무대 위에서 갈아입는 것도 별로였어.  


암전도 많고 배우들이 통로로 등퇴장하는 부분도 많은데

등퇴장 잦은 건 양날의 검인 것 같아. 

계속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고, 산만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3. 배우들 연기 아쉬웠던 거


김강우 배우 햄릿 정말 잘 어울리더라. 

하지만 작게 대사칠 때 대사가 잘 안들려. 난 엄청 앞쪽에 앉았는데도 대사 알아듣기 힘든 부분이 있었어.

그리고 연기가 좀 과장된 느낌을 받았는데 이건 햄릿이 광증을 연기하는 캐릭터인 탓도 클 거야. 

미친 연기를 하는 햄릿을 연기해야 하니까. 

근데... 나는 미친 연기를 하지 않고 있는 햄릿도 좀 오바스럽다고 느꼈거든. 

이게 햄릿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갖고있는 과장됨인지

아니면 복수를 위해 미친 연기를 하는 햄릿은 결국 미친 연기를 하지 않을 때에도 미쳐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배우의 연기 노선인지(아이고 설명 복잡하다)

그냥 배우의 연기 로딩이 필요한 지점인지를 도통 잘 모르겠음. 


이진희 배우를 원래 엄청 좋아해. 

햄릿더플레이도 진희 배우 차기작이래서 관심가지기 시작했을 정도니까.

거트루드 연기할 때도 좋았고 특히 오필리어 마지막 연기할 때 정말 좋았는데

1인 2역을 하고 있지만 두 역할의 연기 톤이 그다지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거 같아서 그게 좀 아쉬웠어. 

하나는 연인이고 하나는 어머니인데 좀 더 달랐으면 하는 욕심이 나.   


그리고 김지휘 배우... 훤칠하시던데 연기 조금만 더 자연스럽게 해주시면 제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4. 박수


불판에도 얘기 나왔던데 중간중간 배우들이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해. 

극 안에서 연극이 진행되거나 검술 시합을 할 때 박수를 치게 하는데 그 순간 정말 그 극 속의 관객이 된 거 같아서 나쁘지 않았어.

특히 햄릿과 레어티즈의 시합을 앞두고 우리한테 박수를 치게 할 때는 

우리는 그 뒤의 벌어질 일들을 이미 알고 있는데 함께 박수를 쳐야 한다는 점이 되게 모순적이잖아.

햄릿의 실화를 담은 연극이 시작하는 순간도 박수를 보낼 수 있는 행복하고 재미있는 순간은 아닌데 우리는 박수를 쳐야했고.  

의도된 냉소적인 연출이란 생각이 들어서 맘에 드는 요소였어. 




5. 커튼콜!!!!


사실 이 후기 쓸 때부터 시작부터 난 커튼콜 얘길 하고 싶었어!!ㅋㅋㅋㅋㅋㅋ 

중반에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끝이 좋더니만! 이어지는 컷콜이 너무너무 취향이었음. 

난 극 보는동안은 전혀 울지 않았는데 커튼콜 보다가 찔끔 눈물이 났을 정도였어ㅋㅋㅋㅋ 


오늘 극 보고 온 횽들은 어떤 컷콜인지 알 거고, 

보러갈 횽들은 가서 보라고 장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안 쓸게. 


나한테는 그 커튼콜이 꼭

이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모든 비극의 원인들을, 그 자체로 비극인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주워 담는다는 것처럼 보였어. 

근데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이잖아.  

그래서 나는 그 후회가 담겨있다고 느껴지는 커튼콜이 극의 다른 어떤 장면보다 슬펐어. 


무리해서 좀 더 나가자면, 그 주워담는 행위는 햄릿이 말하던 죽음 뒤의 꿈이 아닐까 생각도 들더라. 

컷콜 무척 좋았음. 




*

햄릿의 역할이 워낙 압도적인 극이라 김동원 배우로 보면 또 다른 느낌일 거 같아서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바로 보기엔 아무래도 지루하다는 인상이 남아있는터라 텀을 꽤 두고 자둘하러 갈 거 같아.

매우 기대작이었어서 좀 아쉽다. 


그리고 블랙은 춥습니다. 

나처럼 두시간 이십분동안 쎄하게 치고 올라오는 은근한 추위에 떨지말고 가디건 챙겨가ㅠㅠ


   

+) 본 횽들만 알아들을 코멘트. 

탕옵이 부르는 노래 참 듣기 좋던데, 그거 중간부터 음악 재생시키지 말고 그냥 탕옵이 계속 부르면 안되나.

그 씬 탕옵이 노래 부르면서 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던데. 갑자기 스피커에서 노래 나오니까 몰입 깨졌어...


그리고 커튼콜 빼고 가장 좋았던 씬은 클로디어스와 어린 햄릿 두 사람의 대화 부분!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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