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마도 히갤 모두가 그랬겠듯이, 나도 코믹콘 트레일러가 나왔을 때부터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존나 흥분해 있었음. 

1차, 2차, 3차 트레일러가 나올수록 그 흥분은 점점 커져만 갔고("꺅! 저것 좀 봐! 보헤미안 랩소디야!") 

개봉날 아침, 공장에서 야간 13시간을 뛴 직후에 친구와 함께 극장으로 달려갔음. 

극장을 나오며 피운 담배맛이 그렇게 씁쓸하더라. 

2.

 돌이켜보면 진작에 알았어야 했음. 

1차 트레일러와 3차 트레일러를 비교해 보면 그 극명한 톤의 변화를 누구도 보지 못한 게 이상할 정도임. 

 1차 트레일러(여자 보컬 노래 나오는 거)는 스스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음. 

그것은 코믹스의 색깔이 들어간 일종의 범죄-누아르 영화로서

어두운 톤의 세상에서 기괴하게 밝은 톤의 색깔들을 대비시켜, 정신이상자들과 악당들의 내면을 탐구하는

말하자면 팀 버튼의 <배트맨>과도 같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음. 

 그러나 3차 트레일러(보헤미안 랩소디 나오는 거)는 씨발

앤디 워홀 딸딸이용 네온사인 반짝반짝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짝퉁 지랄이었음. 

하지만 발랄화려한 화면과 끝내주는 음악이 우리의 뇌를 마비시켜버렸고 

우리 모두는 그 세뇌를 눈치채기엔 보헤미안 랩소디에 맞춘 기관총 소리에 지나치게 발기해 있었음. 

진짜 예고편 만든 새끼 노벨상이라도 줘야 함. 

3.

 결과물은 정말로 혐오스러운 씹지랄판임. 차라리 "판타스틱 4(2015)"가 더 일관성 있음. 차라리 "배트맨과 로빈"을 보는 편이 나음. 

난 정말 최선을 다해 웃으려고 했고 진심으로 DCEU가 좇되지 않기를 빌었음. 근데 이 개새끼들은 진짜 

20분동안 캐릭터 소개만 줄줄 읊고 앉아있다가는, 고장난 라디오처럼 랜덤한 음악을 뱉어내질 않나. 

액션씬은 난잡하고 의미없고 재미도 없고 총체적 난국이고 

영화 끝까지 제대로 정립되는 캐릭터가 극히 드뭄-특히 조커. 조커를 그딴식으로 낭비한 건 능지처참감임. 

고통스러운 재촬영의 흔적이 너무 선명해서 보는 내내 자갈길을 달리는 오토바이에 탄 기분임. 

 내가 존나 혐오하는 두 가지 영화적 유행이 있는데, 

하나는 무의미한 얼굴 없는 적 병사들 때려잡기 액션이고(그래서 "어벤저스"도 별로 안좋아함) 

다른 하나는 좇같은 김치식 눈물뽑기 신파임. 

내가 이 "쿨한 악당 영화"에서 그 두개를 다 보게 될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음. 

창녀같은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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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을 욕할 수는 없음. 걔들은 정말 최선을 다함. 

특히 제러드 레토가 욕을 많이 먹는데, 그딴식으로 가위질에 개병신 각본을 써놨으면

잭 니콜슨이나 히스 레저, 심지어는 연기의 신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왔어도 똑같이 병신같았을 것임. (레토 욕하지 맙시다!) 

윌 스미스와 마고 로비는 최선을 다하고. 누구보다도 자이 코트니가 생각보다 잘해서 놀라웠음. 

 -개난잡한 사운드트랙 가운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훔쳐온 노래도 하나 있더라. 

수치를 모르는 병신들임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