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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인생관과 음악관을 알수있는 인터뷰

하드볼(122.47) 2010.04.29 16:02:38
조회 1173 추천 1 댓글 1

														

부활 김태원, "블랙에서 화이트로 가는 그레이"
2009-08-27 15: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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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김태원 : 네. 안녕하세요.



- 얼마 전에 부활 12집이 나왔어요. 어떻게 보면 8집 이후로 임팩트있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

김태원 : 그러면 좋죠.



- 인터뷰 때문에 음반 반응을 체크해 봤는데 좋더라고요.

김태원 : 전 솔직히 큰 기대나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반응을 보는 방법도 모르고요. 전 섬세하게 음악을 하고, 그냥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가를 나중에 느끼는 것이지, 확인하는 건 안 해요.



- 이번 타이틀곡이 \'생각이 나\'인데, 얼마 전에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잠깐 들려줬던 적이 있어요. 대중들이 그때 하이라이트를 듣고 이번 앨범에 대해 더 많은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

김태원 : 그렇다면 고맙죠. 보통 작곡가가 한 곡을 쓰는데 1년 정도 걸린다는 거를 증명한 거죠.



- 그 곡이 1년이 걸렸나요? 그럼 다른 곡까지 포함했을 때 이번 앨범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걸렸나요?

김태원 : 전체적으로 한 1년 걸렸어요. 리메이크곡이 3곡인데, 제가 만들 필요가 없고. \'오즈\'라는 곡은 서재혁 씨가 썼고, 저는 \'생각이 나\'만 쓴 겁니다.



- 리메이크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노력이 투입돼야 나오는 산물이잖아요.

김태원 : 그건 부활 정도 되면 쉽죠. 신곡을 쓰기 어려운 거지 있는 곡을 리메이크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 이번 신곡에서 1분 30초쯤에 어떤 여자분 목소리가 들린대요. (디시이용자 \'나두\')

김태원 : 그걸 어제 들었는데,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어요.



- 청취자들이 잘못 들은 걸까요?

김태원 : 글쎄요. 그건 뭐 각자 알아서 생각해야 되겠지만, 저는 솔직히 말하면 녹음할 때 매우 깨끗하게 녹음을 했어요. 그런 걸로 무슨 기대를 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소리가 들어갈 수 있겠는가 하고 좀 의아한 상황이에요.


<부활 12집 \'Part 1. Retrospect : 25th Anniversary\'. 2009>

- 잡음 같은 거네요.

김태원 : 잡음이라고 하기에는 단어가 정확하게 나왔다고 하니까 조금 그렇죠.



- 귀신 아닌가요?

김태원 : 귀신이라는 게 나쁜 건 아니지 않습니까?



- 녹음 중 귀신 나오면 대박이란 소문이 있잖아요.

김태원 : 그런 것도 있지만, 귀신이란 자체가 존재한다면 아름다운 겁니다.



- 왜요?

김태원 : 아름답죠. 귀신이 나쁜 겁니까?



- 공포감을 주잖아요.

김태원 : 아니죠. 아름다운 거예요.



- 존재하지 않는 사물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신가 봐요.

김태원 : 전 없어요. 전 어렸을 때부터 뭘 같이 했던 사람이에요.



- 같이 했다고요?

김태원 : 공존했다고요.



- 신기가 있으신 거 아닌가요?

김태원 : 음악을 안 했다면, 어쩌면 그런 쪽으로 갔을 수도 있어요. 스님이나 무당이나 될 수 있었던 운명이죠.



- 음악 하는 사람 중에 그런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있대요.

김태원 :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런 쪽으로 기가 센 사람들이 음악으로 삶을 풀어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요.



- \'생각이 나\'라는 곡에 대해 곡을 들어본 사람들이 보컬 정동하 씨에게 잘 어울리는 곡 같다고 하세요. 그의 보컬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건 아닌가 해요.

김태원 : 그건 뒤집어서 생각해야 해요. 정동하가 4년 만에 부활의 음악을 이제 알게 된 거죠.



- 그럼 그 전에는?

김태원 : 제가 많이 콘트롤했죠. 그런데 이번 앨범은 그 친구가 자기 혼자서 부른 노래예요.



- 그럼 노래 지도도 안 했겠네요.

김태원 : 안 했어요. 그만큼 경지에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 정동하 씨와 재계약이 얼마 안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계약을 연장할 생각은 있으신가요? (디시이용자 \'가갤쓰레기\' \'테켄\' \'김성준\')

김태원 : 저는 마음이 있지요. 그런데 그 친구가 나간다면 놔줄 것이고, 있는다면 같이 가는 겁니다. 부활은 25년간 그래 왔습니다.


<보컬 정동하, 관련 게시물 보러 가기>

- 한 번도 먼저 나가라 얘기해 본적은?

김태원 : 없습니다. 다 나간다고 그랬죠.



- 보컬 분들이 나간다고 했을 때 이유가 뭐였나요?

김태원 : 제가 작곡을 하기 위한 테마가 만들어지는 거죠. 슬퍼지는 거야. 내가. 그러면서 또 곡을 씁니다. 그 친구를 잡으려고 했다면, 과거의 모든 보컬을 잡으려고 했다면 악덕으로 갔을 겁니다. 전 그러지 않았어요. 전 놔줬습니다. 놔주고 놓아줌을 슬퍼했습니다. 그리고 곡을 썼지요. 그리고 히트가 되지요. 아름다운 얘기입니다.



- 자기희생을 많이 하고 음악을 쓰시는 스타일이시네요.

김태원 : 그렇죠. 희생이 없이는 게임이 아닙니다.



- 그럼 희생이 없이 만든 곡은 혹시 어떤 곡인가요?

김태원 : 솔직히 말하면 부활의 전 곡이 저의 희생의 곡입니다. 우리나라 정서가 타이틀곡만 듣는 정서이기 때문에 부활의 더 아름다운 음악들은 못 듣는 거죠. 그렇게 보시면 위험합니다.



- 방금 타이틀곡 외에는 안 듣는다고 했는데, 최근 음악을 발매하는 추세가 미니앨범 식으로 정규 앨범보다 음악을 적게 넣는 편이에요. 이런 음악환경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시겠네요.

김태원 : 그것은 대중과 음악인 둘 다 공범입니다.



- 대중은 어떤 공범인가요?

김태원 : 타이틀만 들으니까. 제작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음악 하는 사람들은 타이틀만 들으니까 그냥 대강 열심히 한 곡 써서 내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서로 공범이죠.



- 그럼 앨범으로 내는 게 좋을까요. 싱글로 내는 게 좋을까요?

김태원 : 그건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되는 겁니다.



- 사실 음반이 많이 안 팔리면서 음악계 쪽에서는 싱글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어요.

김태원 : 대중의 잘못이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의 잘못도 반이 포함됩니다. 너무 게을렀어요. 12곡을 앨범에 넣는다고 했을 때, 정말 열심히, 목숨을 걸지 않고 쓰기 시작한 지가 오래됐어요. 우리 록 계열은 그렇지 않습니다. 앨범 하나 낼 때 수록곡이 12곡이면 20곡 썼어요. 그런데 12곡에서 1번 트랙 외에 듣습니까? 그래 왔지 않습니까? 왜 나머지 11곡을…. 다 망하는 거죠. 이것도 음악 하는 사람들이 흔히 얘기해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 곡만 다운받으면 되죠. \'부활\'이란 팀이 도대체 뭘 추구하는지 자체도 생각하지 않고 \'네버엔딩 스토리\'만 좋아하는 거예요. 부활은 관심을 갖는 건 아니거든요. 그게 저한테 큰 상처였어요.



- 그럼 이번 앨범을 EP 형식으로 내신 이유도….

김태원 : 싱글은 너무 죄송해서 미니앨범으로 했어요. 12곡을 두 개로 나눈 것뿐이죠.



- 그래도 결성 25주년이잖아요. 대중들은 기념앨범인 만큼 내용이 풍성하게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어요.

김태원 : 그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팬카페 있는 분들이 한 장씩 산다고 해도 그게 몇 장이나 되겠어요. 그게 의미가 있습니까? 왜 우리가 거기에 목숨을 걸고 투자를 해야 합니까? 그건 아닌 거예요.



- 음반이 판매되는 시스템에 대해 많이 실망하셨나 봐요.

김태원 : 실망했어요. 제 세대는 100만 장, 200만 장 세대예요. 지금 기라성같은 분들이 3만 장 이상 나간다고 보십니까?



- 아뇨.

김태원 : 그런데 왜 우리가 그래야 합니까? 서로 동질감을 느껴야 그걸 하는 거죠. 다 다운받는 시대에 제가 왜 단가가 어마어마한 책자 같은 앨범을 내야 합니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오히려 더 거짓같이 보이죠. 팔려고 내놓은 것 같이 보이죠.



-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네요.

김태원 : 네.



- 그러면 이후에도 계속 앨범을 내실 때는 이런 형식으로 내실 건가요?

김태원 : 저는 지금까지 음악 하면서 미래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내년에는 이렇게 될 거야\' 이런 자만을 한 적이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 따라갈 겁니다. 제가 뭐 앞장서서 내년부터는 12곡씩 음반을 내서 "응! 될 거야!" 한 적은 없어요. 저도 시간을 따라가는 작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 부활 하기 전 밴드 이름이 \'The end(디 엔드)\'셨어요. 그리고 그 뒤에 밴드명이 \'부활\'. 끝과 다시 시작이라는 식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일부러 염두에 두고 지으신 건가요?

김태원 : 방금 말씀드렸지만, 미래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디 엔드를 했을 때는 디 엔드가 좋았고, 부활로 개명할 때는 부활이 좋았던 거죠.



- 본인이 직접 지으신 건가요?

김태원 : 부활은 제가 만든것 같진 않고요, 출처가 확실치 않습니다. 멤버 중 한 명입니다. 디 엔드는 제가 한 거고요.



- 이미 언론을 통해서 이야기하셨지만, 1집 앨범을 내기 전까지 카바레나 나이트 등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셨다고 하셨어요. 그때 좌절스럽지는 않으셨나요?

김태원 : 아니죠. 음악은 정말로 행복한 겁니다. 단돈 천 원을 받아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그런 마인드가 없으면 음악을 오래 할 수가 없어요.



- 사실 \'록은 배고픈 음악\'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돈이 되는 작업을 할 수 없고, 그래서 포기하는 밴드 지망생들이 많아요.

김태원 : 그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거예요. 천 원 아니라 십 원이라도 그걸 행복하게 생각하고 무대에 선다면 그 사람은 견딜 수 있는 거예요.



- 김태원 씨와는 전혀 다르겠지만,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미래를 생각하고 있을 텐데요.

김태원 : 자꾸 반복하지만, 미래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자기가 미래에 뭐가 되겠다고 하면 하루하루가 지옥이죠. 그런 거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기타를 친다면 그런 미래가 다가오는 겁니다.



- 현재에 충실해야지 미래도 좋아진다 이건가요?

김태원 : 당연한 거죠. 그건 가장 기본적인 원리 아닙니까?



- 계획을 세워서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김태원 : 전 그렇게 살지는 않았어요. 저는 카바레, 나이트 클럽 일하던 18~19살 때도 하루하루가 즐거워서 살았지, 야망을 갖지는 않았어요. 그러니까 25년이 지난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와 있더라고요. 앞으로의 저의 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또 꿋꿋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갈 거예요.



- 아까 카바레에서도 행복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예전 이승철 씨가 한 방송에서 자신이 부활을 나왔던 것에 대해 자신은 행사를 뛰어서라도 좋은 악기, 장비를 사서 활동했으면 좋겠지만, 김태원 씨는 그걸 꺼렸던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 있어요.

김태원 : 그게 사실이라면 제가 리더로서 잘못한 거겠죠. 정통적인 음악을 추구했기 때문에 업소나 이런 데 나가는 걸 부정하는…. 워낙 1986년도에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업소에서 문의가 들어왔었죠. 업소가 페이가 세요. 그걸 제가 반대했던 기억은 나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굳이 그런 걸 반대할 이유가 있었나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 1집 냈을 당시 수록곡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당시 평론가들이 한국의 지미 헨드릭스라고 평가했다고 들었어요.

김태원 : 그게 고등학교 2학년 때 쓴 곡인데요, 순수가 안에 들어가 있다면 어떤 음악이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2 때 제가 너무 슬퍼서 쓴 곡인데 제 마음이 거기 들어가 있는 거죠. 당시에는 그게 히트를 못 했어요. 희야가 떴지.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게 재발굴된다는 것은 곡에 제 순수가 담겨 있다는 게 분명합니다.


<부활 1집. \'Rock Will Never Die\'. 1986>

- 희야가 인기가 상당히 많았는데, 희야는 다른 작곡가의 음악을 받은 것이에요.

김태원 : 네. 양홍섭 씨.



- 자기가 만든 곡보다 남이 만든 곡이 인기를 얻어서 좀 아쉬웠었겠어요.

김태원 : 아뇨. 그건 제가 의도한 거예요. 다들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타이틀로 하자고 했을 때 제가 이 곡은 너무 길고 어렵다고 했어요. 일부러 작곡가를 찾아뵙다가 양홍섭 씨를 처음 만난 거예요. 그래서 그분한테 곡을 받은 거지요. 왜냐면 부활 1집은 우리가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고, 내가 개인앨범 개인사진첩 가지고 있듯 낼 음반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땐 음반 내는 게 정말 힘든 시대였거든요. \'이건 찬스다. 내 욕심은 안된다\' 했죠.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5분이 넘었어요. 그때는 4분이 넘으면 방송에서 안 틀었어요. 3분 3~40초 돼야 틀죠. 그래서 제가 곡을 찾아다닌 겁니다. 팀의 리더지만 그런 쪽에 욕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 자기 곡이 꼭 앞으로 나가야 된다는 건 전혀 없었네요.

김태원 : 부활이 더 중요한 거죠.



- 요즘 밴드 중 몇몇 그룹들은 자신들이 직접 곡을 만들지 않고, 작곡가로부터 받은 곡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디시이용자 \'Rivers.\')

김태원 : 자기가 할 얘기가 없으면 쓸 수가 없는 거죠. 저는 인생을 살면서 제 얘기만 해도 쓸 게 너무 많아요. 다른 분들한테 감성적으로 도움이 될 만하고, 회상에 빠지고, 비가 오는 날 밖을 멀리 바라보고…. 이럴 수 있는 음악을 전 만들 수 있어요. 왜? 제가 그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 곡으로 히트해야 되겠다\'는 식의 생각은 사실 많이 없어요. 그냥 쓰는 겁니다. 너무 평범하게 살지 못한 인생이었기 때문에 그냥 글이 나와요.



- 사람들은 김태원 씨의 작사작곡 능력에 대해 천재적이라고 평가하는데 동의하세요? (디시이용자 \'촙촙촙\')

김태원 : 그러면 고맙지만, 저는 몰라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 사실 부활에 대해 "발라드만 한다. 록 밴드가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아요.

김태원 : 록 음악이 가장 우월한 건 아닙니다. 작년에 모 방송에서 얘기했지만,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합니까? 록을 따지고 트로트를 따지고 발라드를 따지고 인종차별과 같아요. 그건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면 다 드러납니다.



- 특히 강한 록음악을 듣는 팬 중 몇몇은 음악에 대해 편견을 가진 모습을 보이죠.

김태원 : 편견이 있는 사람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아요. 난들 헤비메탈 못하겠어요? 제가 그 세대인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건데, 왜 헤비메탈만 고집하고…. (지나가는 차를 가리키며) 아반떼보다 그랜저가 격이 높습니까? 아뇨. 같은 거죠. 거기 타고 있는 사람은 다 인생이 있는 겁니다. 다 연결돼 있어요. 다 가치가 있죠. 그랜저만 가치있습니까? 거기 타고 있는 사람이? 그건 아니죠. 그건 인종차별과 똑같다니까요.



- 초반에는 \'인형의 부활\'같은 센 곡도 하셨어요.

김태원 : 그런 음악을 좋아했으니까요. 젊었으니까요. 잉베이 맘스틴의 등장으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타이틀곡을 저희는 희야를 하지 않았습니까?



- 부활 앨범은 실험정신이 가득 담긴 연주곡이 특징이래요.

김태원 : 저희 부활 전 앨범에 실험정신이 있어요. 제가 느끼기에 전체가 다 튀는데. 타이틀곡만 들으셔서 그렇지 다 들어보세요. 어떻게 이런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음악이 많아요.



- 본인이 만들었던 곡 중에서 가장 만들기 힘들었던 곡 있으신가요?

김태원 : 4집의 \'잡념에 관하여\'라는 12분짜리 곡이 있습니다. 그건 정말 정성을 들였습니다. 물론 그 앨범이 망했지만, 지금 제가 이 나이에 들어도 소름이 끼칠 지경입니다. 부활 4집 \'잡념에 관하여\'


<부활 4집 \'잡념에 관하여\'. 1995>

- 하하하. 곡명을 강조해 드릴게요. 연주곡들을 콘서트에서 연주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디시이용자 \'대칼김씨\')

김태원 : 그건 대중들이 불편해해요. 히트곡을 듣고 싶어하지. 그건 저의 욕심이죠.



- 그럼 콘서트 라인업은 철저히 대중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짜시겠네요.

김태원 : 당연하죠. 그 분들이 돈을 한두 푼 내고 오는게 아니잖아요.



- 어느 정도는 내가 하고 싶어서 라인업에 끼워넣을 수도 있죠.

김태원 : 그런 행동은 안 해요. 공연에서 \'잡념에 관하여\' 같은 걸 하면 이해할 수가 없어요. 마치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 클래식 콘서트장에 가서 음악을 듣는 것 같이 얼마나 지루하겠어요. 클래식을 모르는데. 곡 당 15분 정도인데. 그거와 같습니다. 물론, 클래식을 아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하겠지요. 그러나 콘서트는 아닙니다. 4분마다 감동을 줘야 해요.



- OBS에서 이번 콘서트를 방송해 줬는데, 팬들이 노래 간주에 \'부활짱\' \'부활짱\'이라고 소리치더라고요. 혹시 들으셨나요?

김태원 : 못 들었어요.



- 공연 때는 관객들 소리가 전혀 안 들리시는 거예요?

김태원 : 저는 좀 눈감고 기타 치는 스타일이라….



- 공연 중에 혼자의 세계에 빠지시는 건가요?

김태원 : 아뇨. 혼자의 세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음 곡을 더 아름답게 표현할까 계산을 하고 있죠.



- 지금 연주하는 곡이 아니라 다음 곡을요?

김태원 : 그렇죠. 지금 연주하는 건 하는 거고 다음 곡을 해야 하잖아요. 팀의 리더잖아요.



- 헷갈리지 않나요?

김태원 : 그렇지 않아요. 그게 프로정신이에요. 관중이 좋아한다고 해서 거기에 들뜨고 그런 건 없어요.



- 부활에 많은 보컬 분들이 계셨지만, 3집 보컬 김재기 씨는 녹음만 하시고 떠나셨기 때문에 대중들이 그분을 잘 몰라요. 이분은 어떤 뮤지션이고 어떤 가수였나요? (디시이용자 \'해피가든\')

김태원 : 김재기…. 천재죠.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 남자가 살아 있다면 지금까지 왔을 거예요.


<부활 3집 \'기억상실\'. 1993, 관련 게시물 보러 가기>

- 부활로요?

김태원 : 부활 역사 최초로. 다 떠났잖아요.



- 본인하고 마음이 잘 맞았던 건가요?

김태원 : 집안이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음악으로 집안을 살리려고 했던 친구고…. \'사랑할수록\'이 100만 장이 나간 걸 못 보고 떠난 친구죠. 제가 이제 마흔을 넘고 나이라든가, 죽음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한 공포가 좀 덜 한 이유가 바로 그 친구 때문이에요. 물론 앞으로 오래 살겠지요. 하지만, \'죽어도 좋다\'라는 단어를 그 친구 때문에…. 그 정도로 만나고 싶어요.



- 대중들은 김태원 씨가 만든 음악을 가장 잘 소화해내고 잘 이해하는 보컬로 김재기 씨를 꼽아요.

김태원 : 그렇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그 친구는 워낙 천재적인 보컬이었고, 부활 전에도 음반을 낸 게 있기 때문에 제가 그 음반을 듣고 콜을 한 거라 노래를 원래 잘하는 사람이라고 봐야 해요. 부활에 잘 맞은 것도 사실이지만, 정말 아름다운 친구였습니다.



- 그리고 김재기 씨 다음으로 가장 많이 좋아하시는 보컬이 5집 박완규 씨더라고요. 혹시 다시 작업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김태원 : 부활은 이제 등용문이고 싶습니다. 자기가 노래를 잘하는데 잘하는 것도 모르고, 길이 없고, 시골구석에서 혼자 노래연습을 하는 친구들의 등용문이었으면 좋겠어요.


<부활 5대 보컬 박완규>

- 부활 출신 가수들은 실력은 인정받았죠.

김태원 : 원래 다 그런 쪽이었죠.



- 인정받지 못했을 뿐이다?

김태원 :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죠. 지방에 있거나…. 부활이 오디션을 하면 2~3000명 정도 보거든요. 정말 우리가 보이지 않는 어떤 한구석에 어떤 사람이 존재하는 걸 부활은 발굴하는 게 목적이죠.



- 그것이 김태원 씨가 후배 밴드를 양성하지 않는 이유가 되나요? 솔직히 김태원 씨 나이대면 후배 밴드를 키우는 매니지먼트를 하잖아요. (디시이용자 \'빵가루\' \'보이존\' \'신승뱀\')

김태원 :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사업이잖아요. 그건 관심 없어요. 부활을 이끄는 것 조차도 전 버겁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김태원이라는 나 자신과 싸우는 게 더 힘들어요. 그럴 여력이 없어요. 어떤 분들은 사업하라고, 기업을 키우라고 하는데 관심 없어요.



- 혹시 보컬이 과도하게 인기를 얻는 상황을 꺼리시는 건 아니신가요?

김태원 : 전혀 없죠.



- 부활의 인기가 아닌 개인의 인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신가 봐요.

김태원 : 관심 없죠. 제가 음악을 30년을 했습니다. 최근 제가 버라이어티해서 좀 알려지는 거지, 그전에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전 그게 행복했어요.



- 알아보는 지금은요?

김태원 : 지금도 행복해요. 하지만, 거의 집 밖을 안 나오니까 별 관계없어요.



- 아예 안 나오세요? 온종일 집에서 계시는 거예요?

김태원 : 그렇죠.



- 안 답답하세요?

김태원 : 아뇨. 난 좋아요. 많이.



- 그래도 어느 정도 햇빛을 받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김태원 : 햇빛 안 받아요.



- 그래서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시는 건가요?

김태원 : 이건 안경이에요. 도수가 많은 안경이에요. 단지 색깔만 넣는 것뿐이지요.



- 사람들이 왜 자꾸 선글라스를 고집하느냐, 눈을 가리느냐 궁금해하시더라구요.

김태원 : 이런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 똑같으면 어떡해요. (웃음)



- 그리고 부활 8집 \'새,벽\'으로 정말 화려하게 돌아오셨어요. 그 음반이 주목을 받았던 건 1,2집 보컬 이승철 씨와의 재결합이었죠.

김태원 : 그 친구도 덕을 봤고, 저도 덕을 본 면이 많고요.


<부활 8집 \'새벽\' 2002, 관련 게시물 보러 가기>

- 사람들이 항상 궁금해하는 게, 이승철과 김태원의 만남을 누가 먼저 제안했는가예요.

김태원 : 승철이가요.



- 그런데 8집 후 다시 헤어졌어요. 그 원인을 추측하는 글이 많아요. (디시이용자 \'새벽이야기\')

김태원 : 원인은 별다른 게 없어요. 둘 다 너무 세요. 한 팀엔 두 명의 리더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 친구도 리더감이고, 전 원래 리더였고. 섞일 수가 없는 거죠.



-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해요. 이승철 씨가 자기가 필요할 때 부활을 이용했다고.

김태원 : 그건 그렇지 않다고 봐요. 저도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1985년도에 처음 만났을 때는 형·동생 사이었는데, 2002년에 만났을 때는 이미 그 친구는 사장님이었고, 저도 음악계에서 높이 있었고. 부딪칠 수밖에 없는 거죠.



- "이승철이 자기 필요할 때 부활에 갔다가 자기 이득이 차니까 떠났고, 김태원은 여전히 이승철을 원한다"라는 소문이 있어요.

김태원 : 후자는 맞아요. 이승철 씨를 전 만나고 싶어요. 싶어하고 있고요. 전자는 모순이 있습니다. 그 친구가 성공해서 떠났다는 건 모순이 있어요. 그 음반이 성공할지 둘 다 몰랐거든요. 그 당시는 음반시장이 안 좋을 때였어요. 이승철 씨가 그걸 알고 날 이용했다는 건 말이 안 되죠.



- 지금도 이승철 씨가 같이 작업을 하자고 하면 응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디시이용자 \'로메로\')

김태원 : 그건 상황을 보고요. 엄연히 부활에 지금 보컬이 있는데요.



- 대중은 이승철 씨와 김태원 씨 사이가 되게 안 좋을 거라 생각해요.

김태원 : 안 좋다기보다는 만난 지가 오래되긴 했어요. 제가 작년부터 버라이어티를 하면서 몇몇 언론에서 이승철 씨에 대해 물어봤는데, (제가 대답한) 어떤 말들은 그 친구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 것에 미안해요.



- 지금까지 많은 보컬 분들과 작업을 했는데, 가장 잘 맞았던 보컬은 어느 분이신가요? (디시이용자 \'김성준\')

김태원 : 그런 건 없어요. 다 잘 맞았어요. 어떤 아버지에게 "아홉 명의 자식을 낳고, 그중에 좋아하는 아들이 누구냐"고 묻는 거와 같습니다. 다 똑같죠. 다 고생했고. 역사에서 보면 부활이 힘든 때가 더 많지 않았습니까? 그 시간을 다 같이 보낸 친구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누가 낫다는 얘기는 모순이죠.



- 예전 보컬 오디션 때 신성우 씨가 참가했던 적이 있나요?

김태원 : 부활 전에 \'게임(Game)\'이란 팀을 하면서 그때 잠깐 신성우 씨를 만났죠.


<게임. 1990>

- 게임이란 밴드는 어떻게 결성한 건가요? 2집 끝나고 결성한 걸로 아는데요.

김태원 : 그렇죠. 2집 끝나고 부활이 해체되고 제가 어떤 사정으로 인해서 부활이란 이름을 법적으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됐어요. 그렇게 게임으로 개명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과 했어요.



- 게임 앨범에 지금 부인되시는 분 이름이 있대요. \'키보드 이현주\' 라고. 부인 맞으세요? (디시이용자 \'숫자\')

김태원 : (인터뷰 테이블 맞은편에 있던 부인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 혹시 저분이 부활 3집 때 코러스도 하시지 않았나요?

김태원 : 2집 때 \'2월 7일\'이라는 곡과 \'마지막 콘서트\'에서, \'회상 3\'죠? 끝에 \'나나 나나~\' 하는 여자가 이현주 씨입니다.



- \'회상 3\'는 이승철 씨가 \'마지막 콘서트\'로 불러 인기를 많이 얻었어요. 거기에 대한 서운한 감정은 없으신가요? (디시이용자 \'조빌리\')

김태원 : 어릴 땐 그랬는데, 지금은 뭐 나이 드니까 고마워요. 히트곡으로 만들어줬잖아요. 저도 나름 돈도 좀 벌었고.



- 그 곡을 그렇게 이승철 씨가 부르고 싶어하셨다면서요.

김태원 : 그건 아니에요. 그 곡에 대해서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부른 겁니다.



- 남자분들은 \'회상 3\'를 좋아하시는 것 같고 여자분들은 \'마지막 콘서트\'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남자분들은 김태원 씨가 노래 부르는 게 많았으면 좋겠다 하세요. (디시이용자 \'테켄\')

김태원 : 저는 그쪽에 취미가 없어요. 별로 안 좋아해요.



- 허스키한 발성이 독특하다고, 매력이 많대요.

김태원 : 제가 별로 안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죠. (웃음)



- 몇 곡 많이 부르셨잖아요.

김태원 : 많이 안 불렀는데…. \'마지막 콘서트\'하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 후렴 불렀고…. 코러스는 제가 다 하죠. 그 정도.



- 그 이상은 안 가시겠다?

김태원 : 저는 그런 데 욕심 없습니다. 싱어송라이터라는 것에 대해 취미가 없어요.



- 네티즌 말로는 요즘에 기타 세션을 많이 쓰신다고 하시는데,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연주 틀리는 모습이 잠깐 잡혔대요.

김태원 : 안 틀렸는데요? 그건 세션맨이 틀렸나 보지. 하하하.



- 애드립이나 솔로 부분만 연주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는 분들이 계세요. 그게 김태원 씨 건강 때문인가 걱정하세요. (디시이용자 \'새벽이야기\')

김태원 : 그렇지 않아요. 전 음악에 충실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여쭤보세요. 다시 잘 보라고. 내가 틀렸는지.



-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실력이 떨어졌다고 해요. (디시이용자 \'김성준\')

김태원 : 실력이 떨어졌다기보다는 이제 적응을 하는 거죠.



- 어떤 적응인가요?

김태원 : 기타의 욕심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기타 애드립을 치는데 굉장히 화려하게 치는 거와 흐름에 맞춰서 기타 연주를 하는 것, 과연 뭐가 나은가…. 제가 기타 애드립 나올 때 자랑하려고 마음먹으면 양손 해머링만 나오겠죠. 그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기타실력이 절대 녹슬지는 않았다?

김태원 : 늘면 늘었지 줄진 않았다.



- 별별 소문이 다 났어요. 예능 하느라 연습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수전증이 있어서 그런 거다.

김태원 : 그건 다 쇼예요. 진짜를 보려면 콘서트를 오세요.



- 술 많이 드신다고 걱정도 하세요.

김태원 : 제 나이에 술 안 마시는 사람 어딨어요. (웃음)



- 많이 있던데요?

김태원 : 음악 하는 사람은 안 그래요. 저 정도면 양호한 겁니다. 미국의 로이 뷰케넌이나 지미 헨드릭스나 알코올 중독으로 다 죽은 사람이에요. 전 살아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술 마시고 나쁜 짓을 합니까? 음악 하잖아요.



- 앨범을 들어보신 분 중 부활 1집부터 11집까지 들어보면 차이가 있는 듯하면서도 비슷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김태원 :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 알죠? 그게 몇 년 전 노래인가요?



- 60년대? 70년대?

김태원 : 오래됐죠. \'티어즈 인 헤븐(Tears in Heaven)\'이 몇 년입니까?



- 1992~3년?

김태원 : 텀이 길죠? 같이 들어보세요. 똑같아요. 바뀌는 방법은 표절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갑자기 다른 음악을 작곡한다면 표절인 거예요. 에릭 클랩튼은 그 색깔이 있는 거예요. 30년 동안 단 두 곡의 히트곡, 원더풀 투나잇과 티어즈 인 헤븐이 있는데, 그 갭을 넘지 않고 왜 같은 음악이 나올까요? 그건 에릭 클랩튼이기 때문이에요. 제 음악이 반복되는 것처럼 들리면 다른 음악을 들으시면 돼요.



- 또한, 앨범 재킷이나 무대 의상, 이런 걸 보면 블랙톤이 많대요. 아까 의도 같은 건 안 한다고 하셨지만,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요? (디시이용자 \'해피가든\')

김태원 : 처음엔 블랙이었고요, 지금은 그레이예요. 회색을 좋아합니다.



- 좋아하는 색을 앨범 재킷 이미지에 넣는 건가요?

김태원 : 아뇨. 그게 나이니까요.



- 지금 회색이 본인이세요?

김태원 : 지금 회색이죠.



- 블랙에 때가 묻어서 회색인 건가요? 아니면 그만큼 순화됐다는 건가요?

김태원 : 블랙이 화이트로 갈 때 중간에 거치는 색이 그레이입니다. 화이트로 갈 겁니다. 그 과정에 살고 있는 거죠.



- 본인이 생각하는 화이트는 뭔가요?

김태원 : 저는 지금 슬프고 아름다운 곡을 쓰는 곡을 좋아합니다. 완전히 아름다운 곡을 쓰고 싶어요.



- 슬픔을 배제한?

김태원 : 약간 묻어는 있겠죠. 제 필이. 저니까요. 그러나 그게 정말 아름다운 곡, 희망, 모든 사람이 들었을 때 희망을 갖는, 예를 들어서 \'마법의 성\'이나 \'거위의 꿈\' 같은 곡은 완전히 화이트죠. 그 경지에까지는 제가 못 간 것 같아요.



- 25년간 음악을 하셨는데, 이 앨범은 다시 작업하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있다는 앨범은 있나요? (디시이용자 \'피리부는사나..\')

김태원 : 그런 건 없어요. 매번 할 때마다 최선을 다했어요. 저는 과거를 추구하지도 않고 미래를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현재를 추구합니다.



- 최선을 다했는데 사람들이 안 알아줘서 슬펐던 앨범은?

김태원 : 그게 슬펐다면 10년 전에 음악을 그만뒀죠. 부활 음반이 다 잘됐습니까? 아니거든요. 좌절이 더 많았거든요. 제가 그러면서도 다시 음반을 냈던 것은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거니까요.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 뿐인 거지요. 대중 여러분이 제 음악을 평가하거나 음반 판매 수에 제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에요.



- 누군가가 그러는데, 김태원 씨의 음악은 친절한 사람이 쓴 친절한 음악 같대요.

김태원 : 그런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착하다, 제가 현재 그러니까 그런 거죠.



- 보컬 배려를 잘 해주는 것 같아요. 보컬에 맞는 음악을 잘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김태원 : 그건 작곡가로서 해야 할 일이죠.



- 보컬 생각 안 하고 본인 색을 100% 넣을 곡을 만들 수도 있죠.

김태원 : 저는 그렇게는 안 해요. 보컬에 맞추는 게 한 60%?



- 그럼 상당히 고민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김태원 : 고민이라는 건 낚시터에서 할 수 있는 거고,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면서 할 수 있는 거고. 책상에서 고민하는 거와 다릅니다. 저는 그 고민을 즐기지요.



- 기타를 독학으로 배우신 걸로 아는데, 사실 기타를 치는 사람들은 누가 "기타 배우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학원가서 배우라고 권유를 많이 해요. 그 정도로 독학이라는 게 힘든데, 혼자 배우면서 좌절을 많이 겪었을 것 같아요.

김태원 : 저는 기타보단 작곡이나 작사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작곡과 작사를 하기 위해서 기타를 친 거지요. 창작을 하기 위해서 기타를 친 거지, 기타를 잘치기 위해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그게 시간이 계속 흐르면서 익혀진 것뿐이지, \'1년 안에 기타 쳐서 다 이겨버릴 거야\' 그건 아니었어요.



- 그러면 기타리스트란 이름하고 작곡가란 이름이 있을 때 본인은 어디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김태원 : 하하하. 글쎄요. 그건 같은 거 아닙니까? 기타리스트가 작곡가고 작곡가가 기타리스트 아니에요?



- 기타를 치는데 작곡을 못 할 수도 있고, 작곡을 하는데 기타를 못 칠 수도 있죠.

김태원 : 저는 작곡에 많은 후배들이 심취하길 바랍니다.



- 아까 얘기한 것과 이어질 수도 있는데, 지금 작곡도 못 하는 밴드들이 많고, 만들어준 노래를 부르는 밴드가 많다는 비판이 많아요.

김태원 : 그건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그 친구들이 \'왜 우리는 우리 작사작곡 곡이 없을까?\'라고 고민할때부터 파생되는 거지, 학원 같은 데서 가르쳐주는 게 아니에요. "자! 작곡 이제부터 시~작!" 이게 아니에요. 필요할 때 자기가 작곡하게 돼 있고, 자기가 필요할 때 기타를 치게 되는 겁니다.



- 기타를 혼자 배우면서 얻게 된 김태원만의 기타스타일은 있나요?

김태원 : 전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쳤는데,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Jimmy Page)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리치 블랙모어(Ritch Blackmore. \'딥 퍼플\' 기타리스트)보단 지미 페이지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 형님의 비브라토나 슬로우핸드, 빠르지 않으면서 뭔가 보여주는, 느낌을 주는 그런 기타의 영향을 받았어요. 그 영향을 받은 유일한 기타리스트가 아마 저일 거예요. 그 당시만 해도 다 속주에 관심이 있었지, 슬로우핸드 느낌을 추구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한테는 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지미 페이지가 저의 사부라고 보면 됩니다.


<지미 페이지 = 출처 레드 제플린 홈페이지>

- 그럼 가장 좋아했던 밴드도?

김태원 :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이요.



- 독학이라서 악보를 보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김태원 : 처음엔 못 봤어요. 독학으로 했으니 볼 수가 없죠. 하지만, 19살이 지나면서, 그때는 심의라는 게 있었어요. 악보를 그려서 제출해야 했어요. 그래서 악보를 공부했죠. 지금 악보를 잘 그리지만, 악보를 보거나 악보를 그리면서 기타 치지는 않습니다.



- 그래서 김태원 씨 음악이 다른 음악과 다르다는 느낌이 있는 건가요?

김태원 : 그렇죠. 어쨌든 간에 저는 이론에 얽매이지는 않아요. 제 감성에 충실하지요. 저는 지금도 아날로그 녹음기를 들고다니면서 작곡을 합니다. 악보를 들고다니면서 음표를 적는 것보다는 그냥 허공에다 대고 아날로그 녹음기로 멜로디를 녹음하는 걸 좋아해요.



- 그럼 항상 들고 다니겠어요.

김태원 : 거의 그렇다고 봐야죠.



-지금 가지고 계세요?

김태원 : 아뇨. 지금은 없어요.



- 만약 방송 녹화 중에 멜로디가 떠오르면 어떡해요?

김태원 : 그렇게 아름답게 멜로디가 떠오르는 경우는 없고요, 제가 천재도 아니고요. 가만히 대기실에 앉아있을 때 뭘 좀 써야 되겠다 떠올릴 때 떠오르는 거지, 생방송 중에 떠오르면 모차르트죠. 그 정돈 아니에요.



- 작곡하시는 분들 보면 갑자기 확확 생각난다고 하시던데….

김태원 : 그건 거짓말이에요. (웃음)



- 김태원 씨 하면 빠지지 않는 수식어가 3대 기타리스트예요. 시나위 신대철 씨와 백두산 김도균 씨와 함께. 본인은 그 평가에 수긍하세요?

김태원 : 그건 80년대 중반 얘기고, 신대철 씨와 김도균 씨와 저는 색깔이 완전 달라요. 신대철 씨는 뭐라 그럴까…. 테크니션이고 김도균 씨는 국악을 접목한다거나 하는 연구가고. 전 어렸을 때부터 멜로디요. 기타 애드립이 중간에 20초가 나와도 자기를 드러내는 게 아니다. 보컬의 연장선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단 20초도 대중을 피곤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봐요. 그렇게 3대 기타리스트예요. 그때는 백두산, 시나위, 부활 삼파전이었기 때문에 그 소문이 났던 거지, 지금 기타를 잘 친다는 걸로 볼 때 잘 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그 당시 그런 네임이 붙여진 게 지금까지 오는 것뿐이고 거기에 대해서 저는 뭐 크게 ….



- 그분들과 \'D.O.A. Guitar Project Band\'를 결성하고 \'Dead or alive\'라는 프로젝트 앨범을 내셨어요. 그때 녹음하면서 라이벌 의식 같은 거 느끼시진 않으셨나요? 어느 정도 경쟁의식이 있었을 것 같아요.

김태원 : 나이가 이 정도 들면 사람 만나는 게 즐거워요. 서로 더 존중해주고 싶고 그렇지요. 경쟁의식은 우리가 스무살 때 얘기죠. 20살때는 질투도 하고, \'쟤는 나보다 왜 비싼 기타 가지고 있지?\' 하지만 그건 스무살 때 얘기고 마흔이 넘었는데. 만나는 게 반가운 거예요.


<\'D.O.A. Guitar Project Band\' 2003>

- 당시 음반을 냈을 때 세 분 모르는 사람들은 \'괜찮은 신인가수가 나왔다\'고 했었어요.

김태원 : 괜찮아요. 뭐 어때, 좋지요.



- 음악을 20년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못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태원 : 하하하. 그러면 어때요. 나는 관계 없어요.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 지금 후배 기타리스트 중 \'이 사람 정말 능력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나요?

김태원 : 넥스트의 (김)세황이, 천재죠. 이현석 씨도 천재고. 테크니션으로 본다면 제가 따라갈 수가 없죠. 하지만 저는 부활의 음악의 작은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거죠.



- 테크니션 말고 감성적인 기타리스트로는 어느 분을 선호하세요?

김태원 : 아직은 못 본 것 같아요.



- 우리나라 기타 문화 자체가 너무 테크닉만 강조되는 스타일이라는 뜻 같네요.

김태원 : 그건 세계적으로도 그래요. 스티브 바이(Steven Vai)나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나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이나 다 테크니션 아닙니까?



- 저같은 경우는 산타나(Santana)를 좋아하는데, 전 느낌도 좋은 기타리스트의 요건이라고 보거든요.

김태원 : 그 형은 필이고. 그런데 \'빅3\'해서 나오는 앨범 보면 다 테크니션이에요. 기타를 누가 잘 치는가. 저는 개인적으로 에릭 클랩튼이나 지미 페이지를 지금도 좋아해요. 클랩튼 형이 지금 테크닉 합니까? 아니죠? 그렇다고 그 사람이 3대 기타리스트가 아닙니까? 그런 거와 비슷해요.



- 김태원 씨가 기타리스트라 그런지, 김태원 씨의 기타 컬랙션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디시이용자 \'대칼김씨\')

김태원 : 전 많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욕심이 없어요. 기타를 20대 정도 가지고 있던 적도 있는데, 그게 다 짐이라는 걸 알았어요. 욕심이죠. 닦느라고 하루를 보내요. 별 사용도 안 하면서. 다 처분했어요. 다른 얘기를 하자면, 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제 기사를 스크랩한 게 한 20권이 넘었어요. 그런데 5년 전에 다 버렸어요. 욕심이었죠.



- 도인 같으세요. 하하하. 예전에 한 기타 회사에서 김태원 시그너쳐 기타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김태원 : 지금 쓰고 있어요.



- 어떤 연유에서 그런 기타를 제작하게 됐는지요? (디시이용자 \'가을졸업ㅠ백..\')

김태원 : 제가 크리스찬인데 그분 사장님도 크리스찬이고, 그 모습이 아주 아름다워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10년 전이죠.



- 가장 본인에게 잘 길들여진 기타겠네요.

김태원 : 그렇죠.



- 요구사항은 뭐였나요?

김태원 : 제 스타일이 있어요. 리어, 프론트 험버킹 두 개하고, 플랫 얇아야 하고, 기타가 가벼워야 하고. 가벼우려면 나무가 오래돼야 하고. 그거예요.



- 무대에 오래 서서 공연하다 보니까 가벼운 기타를 선호하시나봐요.

김태원 : 제가 보통 기타리스트보다 체력이 약해서 가벼운 기타를 안았을 때 기분이 좋아요.



- 예능을 통해서 저질체력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두 시간동안 그 무거운 기타를 들고 어떻게 연주하는지 궁금해하셨어요.

김태원 : 그것도 쇼예요.



- 체력이 그렇게 나쁘진 않으세요?

김태원 : 그렇진 않아요.



- 다 콘셉트?

김태원 : 반은 콘셉트죠.



- 연기를 상당히 잘하시는 거네요. 하하하.

김태원 : 제가 원래 연기를 잘해요. 하하하.



- 사람들은 그게 다 실제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김태원 : 관계없어요. 단지 저는 팀의 리더기 때문에 제가 새끼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지금 우리한테 있는 행사나 공연이 다 캔슬되요.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거죠.



- 조심스러운 면이 약골 이미지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 거네요.

김태원 : 약골 이미지가 전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 그런데 할머니라고 하잖아요.

김태원 : 할머니란 단어만큼 아름다운 단어가 있습니까?



- 예전에 왕비호 씨가 \'외할머니\'라고 했을 때 살짝 기분 나빠하셨던 것 같은데요?

김태원 : 연출이에요. (웃음)



- 이것저것 계산하시고 방송하시는 거군요.

김태원 : 그렇진 않아요. 말이 들어올 때 치는 거지. 제가 뭘 계산하고 방송하진 않아요.



- 예능은 어떻게 활동하게 되신 건가요? (디시이용자 \'Rivers.)

김태원 : 작년 말에 (김)구라가 꾀어서 라디오 스타 나간 거 아니에요. (웃음)



- 김구라 씨가 직접 섭외를 한 건가요?

김태원 : 부탁을 계속 했어요.



- 예전 모 연예인 인터뷰를 보니까 김태원 씨가 예능에 꽂아달라고 부탁했다던데요.

김태원 : 그런 면도 있을 거예요. 기억은 안 나는데. 아무튼, 라디오스타에 나가면서 사람들이 \'저 사람 재밌다\'라는 느낌을 첫 방송에서 받았고, 그다음부터 막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죠. 지금까지 오고 있는 거예요.



- \'남자의 자격\'은 지금 고정출연하시는데, 음악 활동과 병행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김태원 : 처음엔 힘들었어요. 그런데 참 형제 같아요. (윤)형빈이, (이)정진이, (김)성민이…. 이런 애들 친동생 같고. 옛날에는 그 방송 하는 게 참 싫었는데, 지금은 보고 싶어요. 일곱 명이 함께 쇼를 하는데 대본이 없어요. 다 즉흥이에요. 전혀 없어요.


<남자의 자격 = 사진 KBS>

- 그럼 미션도 그날 가서 아는 거예요?

김태원 : 네. 가서 아는 거예요. 완전 리얼이에요. 처음에 금연하고 이럴 때는 정말 \'하지 말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다음부터는 내가 힘들수록 정이 가는 거예요. 그날은 힘든데 지나가면 정이 가고. (이)경규형도 보고 싶고, (김)국진이도 만나고 싶고. 그 방송 안 하면 못 만날거 아니에요. 지금은 완전히 형제가 됐죠.



- 지금까지 많은 에피소드를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뭔가요?

김태원 : 해병대요. 내가 그렇게 체력이 약한가를 처음 느낀…. 제가 또 고소공포증이 있어요. 좀 심각해요. 흥분하면 어지러워지는 거예요. 해병대 때 제가 결국 끝까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딱 그만두려고 했는데,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해야 되겠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 이제는 해야 되겠다\' 그런 오기를 만들게 해준 게 해병대죠.


<\'남자의 자격-해병대 24시\' 2009. 4.19>

- 지난번 출연한 \'음악여행 라라라\'에서도 말씀하셨지만, 팬들은 김태원 씨가 예능에 출연함으로써 부활 이미지가 가벼워지는 건 아닌가 걱정을 해요. (디시이용자 \'조빌리\')

김태원 : 제가 질문 하나 할까요? 그전에 부활을 알았습니까?



- 저는 알았어요. 하하하.

김태원 : 마니아니까 아는 거죠. 일반 사람이 알았어요? 말도 안 되는 얘기죠. 그리고 제가 버라이어티 나가니까 가벼워진다고? 그건 모순일 뿐입니다.



- 그 중 "예능에 나가면서 현실과 타협했다" "어? 록하는 사람이 현실과 타협해?"라며 비난하는 경향이 좀 많아요.

김태원 : 작년에 제가 \'라디오 스타\'와 \'놀러와\'로 치고 올라갈 때 그 사람들이 제가 부활인 걸 알았습니까?



- \'라디오스타\' 때는 솔직히 몰랐겠지만, 후속 프로그램에서는 알았겠죠.

김태원 : 알았지만 극소수예요.



- 그래도 \'네버엔딩 스토리\'는 인기 많았잖아요.

김태원 : \'네버엔딩 스토리\'도 제가 버라이어티에서 부르면서 "저게 이승철이 쓴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쓴 거야?" 이게 일반화된 거죠. 저한테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먹히지 않아요. 왜? 다 알고 시작한 거니까요.



- \'나를 모르면서, 왜 내가 예능 하는 걸 문제 삼느냐\' 이건가요?

김태원 : 개그맨인 줄 알았다잖아요. 처음에. 그런데 점차 알고 보니까 "이 사람이 \'네버엔딩 스토리\'를 쓰고, 윤상현이 부른 그 곡…. 작곡가란 거야?" 상황이 이렇게 되는게 아닙니까?



- 잠깐 딴 얘기를 하자면, 윤상현 씨가 \'네버엔딩 스토리\'를 부르고 나서 저작권료를 얼마나 받으셨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김태원 : 아직 안 나왔어요. 꽤 나올걸요. 아마.


<드라마 \'내조의 여왕\' 중. 2009, 관련 게시물 보러 가기>

- 전화기 또 떨어뜨릴 정도예요?

김태원 : 그 정도는 될 거예요.



- 윤상현 씨에게 고맙다고 술 사셔야 하겠네요.

김태원 : 샴페인에서 통화했었어요. 직접.



- 예능이 되게 치열하죠?

김태원 : 치열해요. 방송에서 웃기지 않으면 카메라에 안 잡혀요. 특히 \'스타골든벨\' 같은 경우 30명 떼로 나오지 않습니까? 한 번도 안 잡히는 애들이 허다해요. 저는 거기 고정이잖아요? 쳐야 되는 거예요. 나 잘났다고 하는 것보단 나 못났다고 하는 게 낫다는 얘기죠.



- 되게 영악하게 하시는 거네요.

김태원 : 네.



- 이건 김태원 씨에 대한 질문이 아닐 수도 있는데, 록을 하다가 다른 장르나 좀 가벼운 음악을 하면 \'음악적으로 변절했다\'는 비판이 들어와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태원 : 하하하. 가끔 그런 얘기를 듣는데, 록하고 트로트하고 누가 더 높은 거 같아요?



- 저도 그런 거 굉장히 안 좋아해요.

김태원 : 그러니까요. 제 얘기가 그 얘기예요. 현상이 형이 트로트를 하니 록을 하니…. 그건 이야기거리도 안 돼요.



- 특히 유현상 씨에 대한 반감이 크죠. (디시이용자 \'ㅊㅍ\')

김태원 : 제가 처음 \'라디오스타\' 나왔을 때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음악은 거대한 바다라고. 태평양이 대서양보다 우월한가? 음악은 바다와 같은 겁니다. 인종차별과 같다니까요. 우리가 동남아시아계 노동자들을 격이 낮다고 무시했다면, 외국 사람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걸 인정해야 하는 거예요. 그걸 인정 안 할 때 모순이 일어나요. 그게 바로 음악이에요.



- 데뷔 이후 3집 앨범 빼고는 항상 긴 머리셨어요. 긴 머리를 고수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디시이용자 \'조빌리\' \'쿠♥\')

김태원 : 그냥 기르는 거죠. 이유가 뭐….머리가 길러져 있으니까 그냥 있는 거예요. 미용실 잘 안 가요. 록 정신으로 머리 기르고 그런 건 없어요. 그냥 머리가 기니까 자르면 어색할 것 같아서 기르고 있는 거죠.



- 예전에는 파마를 하셨어요.

김태원 : 그때는 숱이 좀 많았어요.



- 그때처럼 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디시이용자 \'ㄴㅇㄹ\' \'asdf\')

김태원 : 지금은 숱이 없어서 안되요.



- 머리가 빠지신 거예요?

김태원 : 많이 빠졌어요.



- 고민 때문에?

김태원 : 아뇨. 병원 갔더니 영양실조래요. 제가 한 끼밖에 안 먹거든요.



- 더 많이 먹어서 체력을 키울 생각은 없으세요?

김태원 : 저는 지금 제 몸이 좋아요.



-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하세요. (디시이용자 \'류동닉???\')

김태원 : 그건 고마운데, 기타리스트는 이런 몸매가 돼야 해요. 그래야 무대에서 돋보여요.



- 날씬하지 않으면 돋보이지 않는다는 건가요?

김태원 : 아뇨.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뚱뚱하신 분들도 있죠. 그분들도 아름다운데 저는 이게 좋아요.



- 본인 이름을 걸고 록페스티벌을 하고 싶진 않으세요? (디시이용자 \'AIM9X\')

김태원 : 그런 건 욕심이 없어요. 저는 부활이지 김태원이 아닙니다.



- 한국 록이 좋은 상황은 아니에요.

김태원 : 언제는 좋았습니까?



- 이제 부흥기가 좀 왔으면 좋겠다 이거죠. (디시이용자 \'환상지\')

김태원 : 그래서 제가 버라이어티를 하는 거예요.



- 부흥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하세요?

김태원 : 버라이어티에 현상이형 들어왔잖아요. 그리고 대철 씨 들어오고.



- 신대철 씨도 예능 하세요?

김태원 : 제가 끄집어 내야죠.



- 진짜요? 안 오실 것 같은데요. (웃음)

김태원 : 제가 다 합니다. 그리고 버라이어티를 통해서 음악으로 승화합니다.



- 신대철 씨는 좀 놀랍네요.

김태원 : 그 친구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 그럼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후배 뮤지션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디시이용자 \'흑백영화\')

김태원 : 포기하지 마라. 끈을 잡고 기다려라. 찬스가 온다.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진다.



- 긴 시간 감사합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동영상으로 저희 이용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인터뷰에서도 느껴질 테지만, 김태원은 현재 우리나라 음악신과 그 음악을 듣는 대중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속으로 \'저한테 화내지 마세요\'라고 생각할 정도로 공격적이고, 매섭고, 따가운 비판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왔다. \'실망했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대중으로부터 꽤 많이 상처받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몇몇 대중들은 "왜 록커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이미지를 망가뜨리느냐"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예능 출연은 록음악은 물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그룹 \'부활\'에 대한 애정이다. 그 애정이 없었으면, 그의 말처럼 부활이 이렇게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을까? 그리고 80년대를 휩쓸었던 록커들이 슬슬 몸을 풀며 대중 앞으로 나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을까? 부활은 물론 록음악의 부흥을 위해서 그는 예능을 선택했고,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그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타이틀곡\'만 알고 있었던 \'부활\'의 음악을 뒤늦게라도 자세히 알게 해준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진 = 박유진(zinpark@dcins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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