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국의 개인정보 수집 고발… "대통령 도청도 가능, 양심상 방관할 수 없었다"]

"美, 비밀리에 감시체제 구축… 침묵 지키는 오바마에 실망" 현재 홍콩 머물며 망명 추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 정보 비밀 수집 활동을 폭로한 인물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정보국(CIA)과 NSA에서 4년간 정보기술(IT) 전문 요원으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29)이 내부 고발자였다.

미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이 9일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해 범죄 수사를 의뢰했다"고 발표하자 스노든은 "잘못된 일을 하지 않았기에 내가 누구인지를 숨길 생각이 없다"며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영 국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홍콩에서 스노든과 가진 12분짜리 공동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며 그의 신분과 폭로 동기 등을 보도했다. 앞서 이 매체들은 스노든이 유출한 미 정부의 극비 문건을 바탕으로 NSA의 통화기록 수집과 인터넷서비스 가입자 개인정보 수집을 보도한 바 있다.

스노든은 정보기관 근무 시절 개인 정보 감시와 정보 보안 업무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라도 도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리에서 일했다"면서 "당신이나 당신의 회계사, 연방검사, 심지어는 대통령도 개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면 도청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후 스노든은 컨설팅 회사인 '부즈 앨런 해밀턴'으로 자리를 옮겨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는 "수십만달러의 연봉을 받았지만,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구축한 대규모 감시 체제를 동원해 세계인의 개인 정보와 인터넷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양심상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폭로 동기를 밝혔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 정보 수집 정책을 폐기할 것을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그는 이 문제에 침묵했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3주 전 홍콩으로 가서 기밀 자료를 폭로한 뒤 현재 한 호텔에 머물고 있다. 스노든은 "(정부가) 잘못된 일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자국민을 위협하는 것은 공공 이익에 반하는 짓"이라며 "이번 폭로 뒤에도 미국이 변하지 않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스노든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미 정보 당국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클래퍼 DNI 국장은 "국가 비밀 정보를 다루는 인물은 극비 정보를 보호하고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홍콩 측의 결정에 달려 있다. 홍콩은 미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다. 가디언은 "스노든이 폭로 장소를 홍콩으로 택한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홍콩과 미국 간 조약은 정치범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고, 중국도 국방, 외교 또는 공공 이해가 손상된다고 판단할 때는 인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최근 정부 기관 해킹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점에 비춰볼 때 스노든의 송환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 이후 '스노든'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스노든은 망명 의사도 밝혔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로 망명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주재 아이슬란드 대사는 "망명 신청을 하려면 당사자가 아이슬란드 영토에 머물고 있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뉴욕=장상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