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베픽 3-1화

ㅇㅇ(180.70) 2018.04.09 20:56:17
조회 1032 추천 30 댓글 5

다들 좋아해주니까 쓰는 재미가 있네

ㅋㅋ오늘도 리마스터와 시즌2의 염원을 담는다

------------------------------------

 “으하…....”

 

 동기들의 짐이며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소파 위로, 건우는 푹 소리를 내며 스러졌다. 수업이다 콩쿨 준비다 정신 없는 와중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려니, 몸이 3개여도 모자랄 지경. 어제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괜찮아요, ?”

 “3시간 밖에 못 잤어, 아주 죽겠다.”

 

건우는 피곤하다는 듯, 마른 세수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그의 동기 중 한 명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서 수업 들어 가겠어요? 3교시 미친개 수업인데…….”

 , 오늘 이현 교수님 수업 있었나?”

 형은 이현 좋아하잖아, 이현도 형은 좋아하고.”

 좋아한다고 하기보단 그냥 뭐……. 안 어렵다는 거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하여간, 형도 참 별종이에요.”

 

지휘과 이현 교수라고 하면 음대는 물론, 학교 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였다. 워낙 까칠한 사람인데다, 한번 눈밖에 났다 싶으면 그 학기는 그냥 그걸로 끝. 몇 년 전, 딱 한 번 실수로 이현 교수에게 찍힌 신입생은 졸업 때까지 그의 수업에는 발도 못 들였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니. 하지만 건우, 그의 스승이 누구던가. 오케스트라 킬러 강마에 아닌가. 사실 강마에와 놓고 보자면 이현 교수의 독설은 그저 잔소리 정도에 불과했다. 만약 강마에가 교수였다면, 과연 그 수업에 남아나는 학생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에 건우는 피식 웃어버렸다.

 

 어디서 진동 울려. 형 휴대폰 아니에요?”

 ?”

 

동기의 말에 건우는 휴대폰을 찾아 잠깐 동안 옷과 가방을 뒤졌다. 그러다 외투 안쪽 주머니로 찔러 넣은 손에 미세한 진동이 와 닿는다.

 

 엄만가?’

 

그러나 화면에 찍힌 전화번호는 그가 모르는 번호였다.

 

 누구지?’

 

 여보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호통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당황한 건우는 대답도 못한 채, 제 귀에서 전화기를 떼어내고 다시 한 번 전화번호를 확인해본다. 분명, 모르는 번호인데. 

 

 휴대폰은 뒀다 국 끓여 먹을 거야?!”

 

그 말에 문뜩, 건우는 제가 알고 있던 아주 익숙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동시에 그의 얼굴엔 놀라움이 들어차고, 두 눈은 번쩍 뜨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피곤해 죽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그 말 한마디에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다.

 

 선생님?!”

 오늘 수업 끝나자마자 곡 해석한 거랑 연습 영상 찍은 거 가지고 와. 주소는 문자로 보낼 테니까.”

, 선생님?”

 

그러나 건우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마에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날아온 메시지 한 통. 분명, 한국 주소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것도 건우의 학교에서 멀지 않은 동네의.

 

 누군데 그래요?”

 ? …….”

 

지금 이 엄청난 상황이 건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바로 몇 주 전, 자신의 스승이 뮌헨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어째서 지금 그가 한국에 와있는 것인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 아무래도 나 오늘 수업 끝나자마자 가봐야겠다.”

 ? 오늘 저녁에 동기 얘들이랑 약속.......”

 진짜 급한 일이라서 그래, 얘들한테는 너네 둘이 잘 좀 얘기해줘.”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더라도, 강마에가 시키는 데로 해야 된다는 것.

 

 …….”

 

 건우는 문 앞에 선 채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의 기사와 공연을 찾아봤지만, 막상 진짜로 그를 만나려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일도, 석란 시향에서의 일도, 벌써 3년 전 일이지 않는가.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지만, 어찌되었건 그도 꽤나 오래 전의 일이었다.

 

띵동-

 

마지막으로 제 옷 매무새를 가다듬은 건우는 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제가 마에를 찾아가는 일은 있어도 그가 저를 찾아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어찌 보면 기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문 열려 있어, 들어와.”

 

경쾌한 초인종 소리에,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에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온 건우의 눈 앞에는 정말로, 강마에가 서있었다.

 

 선생님…….”

 뭘 그렇게 멀뚱히 보고 서있어. 가져오라는 건?”

 , …… 여기.”

 

그래도 제자와 스승의 3년만에 조우인데. 잘 지냈냐, 뭐 이런 안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사 정도는 오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마에는 건우를 보자마자 음악 얘기부터 늘어놓는다. 덕분에 건우도 허겁지겁 가방을 열어 악보 꺼내기 바쁘다.

 

 근데, 한국에는 언제 오신 거에요?”

 

방금 자신이 현관으로 들어설 때도 마에는 짐 정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집안에는 아직 뜯지도 않은 택배 상자들이 꽤나 많았다.

 

 이주 전에.”

 아주...... 오신 거에요? 얼마 전에 난 기사에는 별다른 소리는 없었는데…….”

 넌 하라는 연습은 안하고 종일 내 기사만 찾아보는 거야?”

 그야 당연히 선생님 기사니까…… , 진짜로 아예 오신 거에요?”

동그래진 눈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건우에, 마에는 별 수 없다는 듯 그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아니야.”

 그럼 공연하시러……? 아닌데. 뮌헨 필에서 내한 온다고 했으며 동기 얘들이 가만 있을 리가 없는데.”

 그냥 쉬러 온 거야.”

 그럼 얼마나 있다 가시는 거에요? 짐까지 싸서 오셨으면 그래도 좀 오래 계실 거죠?”

 

쏟아지는 건우의 질문의 마에는 팍 하고 인상을 쓰며 목소리를 높였다.

 

 왜 다들 나만 보면 그게 궁금하지? 내가 한국에 얼마나 있는 지가 그렇게 중요해!”

 

그러나 건우는 그런 호통쯤은 넉살 좋게 받아 넘길 만큼 마에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그가 좋으면 좋을수록 괜히 더 심술을 낸다는 것쯤, 단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더군다나 지금 건우는 생각지도 못한 마에의 한국 방문에 잔뜩 신이 나 있었다. 거의 매주 그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오는 것은 어쩌다 한 번. 2년 전에 딱 한 번 그로부터 전화가 온 적이 있었는데, 이는 자신의 성적표에 한 과목이 그의 기준에서는 낙제점이었기 때문. 거의 10분 가까이 마에에게 신랄히 시달린 덕에, 그 날 하루는 종일 귀가 다 멍할 정도였다. 아무튼, 지금 건우는 제 스승이 한동안을 한국에 있을 거란 사실에 벌써부터 어깨가 다 든든할 지경. 제 동기 중에 몇몇은 그의 지독한 팬이기도 했으니, 이 사실을 알면 너무 좋아 기절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당연히 중요하죠! 그래도 몇 달은 계실 거죠?”


추천 비추천

3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공지 ★★★ : 베토벤 바이러스 갤러리 통합공지 Ver 2.0 : ★★★ [132] 하야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9.15 34622 4
공지 베토벤 바이러스 갤러리 이용 안내 [111] 운영자 08.09.11 14433 0
709551 혹시 강마에 반지 디자이너 아는 갤러 있어? [1] 베갤러(1.225) 04.26 59 0
709550 여기는 20년째 이러고 잇네 [1] ㅇㅇ(122.39) 04.19 89 2
709549 강마에 선생 ㄴㄷ(118.235) 03.17 168 1
709548 특별판 19회 절실ㅠㅠ [1] 베갤러(1.220) 03.04 250 1
709547 ㅈㄴ 재밌게보다가 갑자기 [4] ㅇㅇ(211.234) 02.26 329 0
709546 갤복하다가 [1] 베갤러(108.219) 02.19 248 3
709545 n차 정주행 [1] 베갤러(108.219) 02.11 204 1
709544 이드라마는 잊혀지지가않네 ㅇㅇ(120.17) 02.09 159 2
709543 명민좌 근황 [1] ㅇㅇ(121.131) 02.08 298 3
709542 지금 입덕했습니다 베갤러(211.36) 02.07 158 3
709541 이거 듣고 설레면 개추 [1] 베갤러(39.7) 01.29 244 2
709540 고요의 바다가 되었구먼 [1] k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268 3
709539 베바생각나네 베갤러(125.133) 23.12.30 201 2
709537 꽉닫힌 해피엔딩이 없어도 [2] ㅇㅇ(121.179) 23.12.10 431 8
709536 강마에 입장에서 정주행하니까 베갤러(220.120) 23.12.08 314 8
709535 홍작가님 ㅠ 후일담 소설좀 써줘요 [1] 베루(14.34) 23.11.27 370 1
709534 헬게이트 열림 ㅠ 베갤러(14.34) 23.11.26 224 1
709533 정주행 또 하는중인데 존잼 베갤러(220.83) 23.11.21 196 1
709532 이 배우 이름 아는 사람 있어요? (외국인 배우) 베갤러(211.197) 23.11.20 315 0
709531 가을 겨울만 되면 이상하게 생각나는 드라마 ㅇㅇ(124.61) 23.11.12 186 2
709528 정주행 해볼까 다시 [1] 베갤러(119.67) 23.09.20 404 9
709527 베바의 계절이네 ㅇㅇ(218.52) 23.09.17 260 3
709526 루미 진짜 최악이네 ㅇㅇ(121.141) 23.09.15 433 1
709525 베바 너무 좋아 ㅠ 베갤러(118.235) 23.09.15 219 5
709524 정주행이나 한번할까.. [1] ㅇㅇ(220.78) 23.09.15 288 2
709523 우연히 ost 들어버려서 또 봐버렸는데 베갤러(106.102) 23.09.13 231 2
709522 계속 돌려보다 느낀 건데 ㅇㅇ(118.220) 23.09.13 278 5
709521 진짜 내인생 드라마다 몇년마다 또 생각나서 정주행 여러번 베갤러(14.33) 23.09.12 205 3
709520 엄청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여운 흘러넘친다.. 베갤러(223.62) 23.09.10 233 6
709518 베바 정주행끝났고 [2] ㅇㅇ(118.220) 23.09.08 318 0
709516 베바보고 글쓰러 옴 [1] ㅇㅇ(221.160) 23.07.31 471 9
709513 이 드라마는 팬픽마저 재밌었음 [3] ㅇㅇ(39.7) 23.07.07 635 3
709507 정주행중인데 작건 되게 듬직했네 [1] ㅇㅇ(211.212) 23.06.25 401 2
709504 예수 = 강마에 ㅇㅇ(58.237) 23.05.26 310 0
709492 마루는 레전드다 [2] ㅇㅇ(223.39) 23.05.14 1002 26
709456 김순옥이 베바 썼으면 두루미 석촌호수에 안 빠짐 [1] ㅇㅇ(125.135) 23.04.21 783 10
709452 작건의 음악적 재능은 외탁인가보다 ㅇㅇ(211.202) 23.04.20 383 2
709448 고백하자면 드라마 중후반부가 좋다 ㅇㅇ(211.212) 23.04.19 476 11
709447 고위직 공무원 재벌분들 ㅇㅇ(223.62) 23.04.15 334 1
709439 베바에서 은근 비현실적인 설정 [1] ㅇㅇ(125.135) 23.03.28 774 4
709438 다른 감독, 각본가들이 만든 베바 예상 [4] ㅇㅇ(125.135) 23.03.25 759 16
709437 두루믜씌 너무 불쌍한 캐릭터인거 같아.....맴찢.... [1] 12312(183.96) 23.03.24 581 4
709436 마루 2세가 루미 외모 + 강마에 성격에 성악 전공한다면 ㅇㅇ(125.135) 23.03.24 438 1
709435 사계좌 어디 가신 겁니까.. [4] ㅇㅇ(149.125) 23.03.24 668 4
709434 오랜만에 정주행 하는데 조온나 재밌다 [1] 132(59.5) 23.03.24 469 1
709433 베바 주인공들은 전부 공식 미인 설정이네 [1] ㅇㅇ(125.135) 23.03.21 622 5
709432 지금 루미는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자란 예쁜 딸처럼 보이는데 [5] ㅇㅇ(125.135) 23.03.17 677 1
709430 베바가 내 인생 드라마인 이유 [9] ㅇㅇ(220.81) 23.03.07 752 8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