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사원서 5개 역사 맡게됐어요"

“골드라인, 최초의 민자 운영, 최첨단 시민의 발...”
지하철 9호선(1단계) 개통이 임박했다. 서울 김포공항과 강남지역을 30분 만에 연결시켜주는 9호선은 착공 초기부터 ‘최초’ ‘최첨단’ ‘골드’ 등 화려한 수식어를 만들며 서울시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신규 지하철 노선. 지난 달 21일 막바지 개통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는 9호선 안석중 그룹장(역장)을 가양역에서 만났다.

9호선은 특이하게도 기존 1~4호선과 달리 역장이 없다. 대신 5개 역을 3명의 그룹장들이 순회 근무하면서 ‘역장’ 역할을 한다. 때문에 누구나 ‘역장급’이니 만큼 지긋한 나이대의 그룹장일 거라는 예상을 하기 마련. 그러나 안 그룹장과 마주친 기자의 이런 예상은 어김없이 어긋났다. 그의 올해 나이는 불과 서른 하나.

“우리 지하철 9호선 인력들은 저를 비롯해 ‘영 파워’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상위 직책에 있는 몇몇 분들은 지하철 업계에서 수십년을 지낸 ‘베테랑’들이긴 하지만 상당수는 20대에서 30대 초중반인 젊은 층들이죠.”

9호선의 인력들은 이처럼 젊다. 170여명의 전체 고객안전원 중 역 운영 팀장(1명)과 팀 리더(과장급·4명), 선임 그룹장(1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들은 대부분이 30대 이하다. 그리고 직원 수도 적다.

㎞당 운영인력을 따지면 서울메트로가 67.8명인데 비해 9호선은 22.8명선으로 기존 지하철 역사 인력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군살’을 빼고 이용객들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9호선 경영진들이 채택한 ‘5무(無) 정책’ 때문이다.

‘5무’란 역장, 역무실, 매표소, 현업사무소, 숙직근무를 없앤 9호선만의 차별화된 경영기법. 5개 분야를 없앤 만큼 이용객들의 안전과 서비스에 더 주력하겠다는 게 9호선 운영측의 방침이다. ‘역무원’이라는 명칭이 9호선에선 ‘고객안전원’으로 불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때문에 실제 안 그룹장의 하루 일과는 고객 안전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침 6시께 거점역(5개 역을 묶어 그룹을 구성하는데 그 중의 1개역)인 가양역에 출근하면 다른 2명의 그룹장들과 함께 간단히 일정을 체크하고, 저녁 퇴근 때까지 줄곧 5개 역을 돌며 제반시설 점검이나 고객안전원들을 위한 소방 및 안전교육에 매진한다.

그룹당 30여명의 고객안전원이 있는데 기자가 찾은 이날도 안 그룹장은 역사를 오가며 곳곳에 배치된 스무살을 갓 넘긴 듯 앳된 고객안전원들에게 안전 서비스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시승차 역을 들른 한 시민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자 해당 직원을 다그치기까지 했다. 서른살의 그룹장(역장)이 스무살의 안전원(역무원)을 지도하는 셈이다.

“사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인천지하철공사에서는 거의 말단 직원이었습니다. 이것 저것 한참 배워야 할 나이에 9호선으로 와서 5개 역사를 책임지는 위치에 서다보니 갑자기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승객들을 내 집에 찾아온 손님처럼 대해야겠다는 각오로 업무에 임하다 보면 어느덧 \'역장답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결혼도 하지 못한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젊은이인 안 그룹장. 그는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좋아하는데 지하철9호선에서 함께 일하는 주변의 직원들이 모두 ‘외인구단’ 멤버라며 앞으로 이런 직원들을 잘 관리해 실력으로 인정받는 그룹장이 되겠다는 포부다.

“9호선은 민자로 운영되는 만큼 아무래도 직원들의 마인드가 다릅니다. 안일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다가는 큰일 나지요. 개통 초기인 만큼 당분간은 강한 질서와 규율을 내세워 직원들의 기강을 다질 생각입니다. 그래야만 시민의 안전도 함께 지켜지잖아요.”

\'새내기\' 그룹장에게 있어 \'새 지하철 노선\'인 9호선은 꿈이자 기회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지하철 9호선은?

지난 2001년 12월 착공해 7년 6개월 만에 시험운행을 시작했으며, 민간자본 포함 약 3조5000억원이 투입됐다.1단계 구간은 개화∼논현 간 총 25.5㎞로, 등촌∼당산∼여의도∼노량진∼동작∼고속터미널 등 강남권 주요 지점을 통과한다. 9호선의 운영은 프랑스계 다국적기업 베올리아와 현대 로템이 8대 2의 비율로 출자한 서울9호선운영(주)이 위탁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