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카는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아직도 깊숙한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눈을 뜬 곳은 이젠 익숙해져버린 칼데아의 마이룸이다. 주위에 이리저리 흩뜨러져 있는 물건들…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 

아니,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곁에서 가벼운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던 오키타가 안 보인다는 것 정도일까.

멍하니 오키타의 행방을 좇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옆방에서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츠카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곳으로 향했다.

살짝 열려 있는 문틈으로 새어나온 조명이 복도에 어슴푸레한 빛의 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리츠카는 조용히 다가가서 방 안의 모습을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얼마 전에 새로 소환한 버서커, 히지카타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는 히지카타의 모습. 

그리고... 그 아래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오키타의 행복해보이는 얼굴.

뭐야, 꿈이잖아….

“헉, 헉…. 이대로 괜찮겠나…?”

히지카타의 말에 오키타의 달뜬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흑…! 예…. 히지카타씨, 안에다가 싸도 괜찮아요….”

…꿈도 이런 악몽이 없다.

얼른 마저 잠을 자고 일어나야지….

그래야 이 말도 안 되는 지독한 악몽에서 깨어나리라….

리츠카는 몽유병에 걸린 사람 마냥 비틀비틀 제자리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얼른 자고 일어나자. 빨리 푹 자고 이 지옥 같은 악몽에서 벗어나자….

다음 날, 밝은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을 뜬 리츠카는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자신의 숨이 닿을 거리에서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있는 오키타의 아기 같은 얼굴.

그녀의 얼굴을 보자 어째서인지 그녀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는 동시에 어제의 악몽이 떠오른다.

‘역시 꿈이었나...’

함께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는 중에도 리츠카는 그녀에게 감히 꿈에 대한 화제를 꺼내지 못했다. 

설령 꿈이라고 하더라도 너무나 끔찍한 내용이었고, 꿈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도저히 그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마스터! 오늘 아침밥은 뭘까요? 오키타씨, 어쩐지 기대하게 되어버리네요─!!”

…꿈이겠지. 꿈일 거야. 아니, 꿈이어야만 한다.

오키타는 분명 나를 좋아하고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