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인

아아, 여기 있었네.

자, 받도록 해.

[고마워!] ㅇ

우미인

뭘 기뻐하는 거야, 바보 같게. 의리라구, 의리.

그런 걸 해야 하는 날이잖아?

통판으로 적당히 주문한 물건일 뿐이니까.

뭐, 겉치레적인 사교야.

[하지만 이 포장, 딱 봐도 수제인데…] ㅇ

우미인

……

래, 래핑을 못 해서 미안하게 됐어!

거 잘도, 그런 자잘한 부분을 트집 잡기는!

맞아, 하도 심심해서 그랬을 뿐이야!

아무래도 불로불사니깐 말이지!

시간 만큼은 남아도니까!

따분하기 짝이 없거든!

[그럼 매년 누군가에게 줬던 건가요?]

[계속 사람하고 어울리지 않으려 했다고 생각했어……] ㅇ

우미인

……

아아, 나 참, 어디까지 넉살 좋게……

너, 내가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들어?

카밀라나 블라드가 상대라도,

언제나 그런 식으로 구는 거야?

[그 두 사람 정도로,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ㅇ

우미인

……

뭐, 그럴지도 모르지. 흡혈귀라고 불리고는 있었지만,

그런 진짜와 똑같은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아.

[카밀라 씨, 거북해?] ㅇ

우미인

맞아, 정확히 말하자면 싫어해.

인간들의 전해진 이야기 때문에 본래의 상태에서

꽤나 변화했겠지만,

그런 점도 포함해서 싫어. 흡혈귀는.

다른 개체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나는 흡혈에 욕망이나 충동은 없고.

똑같은 취급을 받는 건 질색이야.

[그래?] ㅇ

우미인

생물이라는 그릇에 수육되고 만 이상,

생명력의 보충은 필요하긴 하지만.

주위에 동식물이 있으면 조금씩

에너지를 공유 받는 것만으로도, 대사(代謝)에는 충분해.

사막의 한가운데라도 내팽겨치지 않는 한,

허기를 느낄 일은 없어.

하물며 피의 맛을 즐긴다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역겨워.

[그럼 인류의 적은, 아닌 거야?] ㅇ

우미인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희들이야말로 내게 있어서 천적이야

죽지 않는 몸이라는 것만으로,

내가 어떤 처사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해를 넘어선 존재란 것을,

너희들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아.

바다 밑바닥도, 산 꼭대기도, 철저하게 신비를 파헤쳐서 정복하지 않고는

못 견뎌. 그게 너희들의 짐승성이잖아.

그걸 지(智)의 탐구심이라 부르다니 웃기지도 않아.

뭐, 어지간히 급하게 마력을 모을 필요가 있을 때는,

직접 피를 마셔서 양식으로 삼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아.

그렇게 죽음에 이르게 만든 생명이

없었던 것도 아니야.

하지만 말이야, 나는 단독. 마주하는 너희들은 70억.

누가 위협적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겠지?

이제 와서 서번트로서의 계약에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지만.

애초에 우리들이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존재란 점은

잊지 말도록 해.

[그건 그렇다 치고] ㅇ

[초콜릿 고마워]

우미인

잠깐…… 이렇게나 화제를 딴 데로 돌렸는데도 되풀이하는 거냐고!

도대체 무슨 신경을 가진 건데!

당세풍 증답 과자

우미인이 준 발렌타인 초콜릿.

우미인이 발렌타인 데이를 혼자힘으로 리서치해서 직접 만든 것.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고급 초콜릿.

하지만 아무래도 「초콜릿이란 건 검고 달콤한 과자」라는

지식 만을 가지고 마구 만든 모양이라, 원재료는

카카오가 아니라 검은 깨 팥소를 개어서 굳힌 것이다.

겉에 피가 없는 월병이라고 생각하면 극상의 풍미.

「흥, 이게 오랜 경험이란 거야. 조금은 다시 봤어?

그러면 내일부터 두 배로 우러러보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