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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몰살 샌즈 - 8 (完)

*차돌박이(119.194) 2016.02.18 21:25:40
조회 10288 추천 120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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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부터 https://gall.dcinside.com/board/lists/?id=undertale&page=1&search_pos=-55162&s_type=search_all&s_keyword=몰살 샌즈 -



샌즈는 통로에 멍하니 서서 근처를 둘러 보았다. 방금까지 까맣기만 했던 세계는 사라지고 인간을 무참히 살해했던 그 복도로 돌아와 있었다. 물론 인간의 시체는 없었다. 방금까지 뼈가 튀어나오고, 블래스터에 의해 파인 바닥도 모두 멀쩡하게 돌아와 있었다.


 "헤. 이게 그 '시공간'을 다루는 힘인가 보군, 인간?"


통로에 샌즈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보통 이런 통로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으니까.


 "좋아, 잠깐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하겠군."


샌즈가 폐허 앞에서 인간을 죽였을 때, 그는 그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고 말았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영혼과 함께 흘러들어온 인간의 기억은 불안정하던 샌즈의 정신을 망가뜨리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인간의 영혼 속에 의지가 하나 더 있던 것. 그 인간이 행해온 것. 자신이 꿨던 '꿈'들의 진짜 의미. 그리고, 그 인간의 행동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 인간이 겪었던 모든 일들을.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 샌즈의 상태는 온전하지 못했다. 그 영혼에 들어있는 의지를 받아들이기에 샌즈의 영혼은 그렇게 강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샌즈는 몇 가지 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계가 멸망하게 두면 안 된다.

그가 모두를 죽이게 두면 안 된다.

다른 모두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

그래도 인간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인간을 막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인간을 막을 힘이 더 필요하겠군."


깊게 후드를 눌러 쓴 샌즈의 눈이 붉게 빛나자, 그에 반응하듯 그의 뒤로 푸른 뼈를 동반한 블래스터들이 둥실 떠올랐다.


검게 그림자진 그의 얼굴은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자, 그럼 일단…. 가벼운 것부터 시작할까. 거기 숨어서 지켜보는 너 말이야."


샌즈는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노려보며 말했다. 방금까지 그곳에 서 있던 무언가가 다급하게 땅속으로 숨어버리자, 그의 말엔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숨어 있겠다는 건가? 뭐, 상관없지. 그럼, 이쪽에서 간다."


블래스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블래스터의 눈도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런, 맙소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알피스는 연구실의 계기판을 다급한 표정으로 쉴 새 없이 떠들며 조작하고 있었다. 코어의 기능이 멈췄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핫랜드 연구실 쪽에서 보이는 코어는 평소와 같은 밝은 빛이 아닌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알피스는 당장에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았지만, 왕실 과학자로 임명받은 이상 다른 괴물들을 위해 어떻게든 코어의 전력을 복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안돼…안돼! 이거 야단났네…. 오, 가스터.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거죠…?"


아무도 답하지 않을 절망스러운 질문이 알피스의 한숨을 타고 모니터에 부딪혔다.


 "가스터 였다면, 흠…여기서 이러고 있진 않았을 것 같은데."


알피스는 익숙한 목소리임을 깨닫지 못한 채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를 돌아봤지만, 그곳에 서 있던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샌즈! 마침 잘 왔어, 나 좀 도와주면 안 될……"


알피스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샌즈의 모습은 평소와 같았지만, 무언가 굉장한 위화감이 들었다. 그래, 마치 알피스가 실험을 했을 때와 같은─


 "샌즈, 너, 설마, '의지'를…?"

 "헤. 역시 왕실에 임명받은 연구자는 다른데. 그래 맞아."


알피스는 방금까지 흘리던 식은땀과 더불어 기분나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알피스는 갑자기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긴장감이 연구실 안을 가득 메웠다.


알피스는 문득 눈치챘다. 샌즈의 후드 위로, 이상한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샌즈 너, 후드에 묻은 그거…!"

 "역시 너는 알고 있구나, 알피스."


투콰악.

둔탁한 것이 살을 꿰뚫는 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알피스는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비명마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했지만 받아들이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샌즈에게 분노가 섞인 비난을 던졌지만, 샌즈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눈을 붉게 빛내었다.

이번엔 무거운 둔기가 고기를 잘게 다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금세 알피스'였던 것'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샌즈의 LOVE가 올랐다.




언다인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팔짱을 낀 채 집 앞에 서서 발을 구르고 있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로얄 가드들의 보고가 오지 않았다. 특출나게 도움이 되진 않아도 부탁받은 것은 불가능 한 일이 아닌 이상 잘해낸다. 순찰도 가끔씩 땡땡이를 치긴 해도 보고를 하지 않을 정도로 나태해진 적은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그렇게 걱정을 시작하자 언다인은 이를 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직접 보고를 받으러 가는 수밖에!"


그렇게 소리치곤, 언다인은 집으로 들어가 수련용 갑옷을 하나하나 장착하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30KG를 넘어가는 엄청난 중갑이지만, 이것은 방어구가 아니다. 단지 언다인의 수련에 쓰이는 도구일 뿐이다. 그녀는 항상 이것을 입고 다니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퉁.퉁.퉁. 무거운 철제 그리브가 땅을 걸으며 육중한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언다인이 문을 열고 워터폴로 나서려고 할 때, 익숙한 그림자가 언다인 앞에 다가섰다.

언다인은 너무도 뜻밖의 손님에 놀라 헬멧의 안면부를 열고 노골적으로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샌즈? 이런 곳까지 어쩐 일이야. 핫도그 팔 생각이라면 없다고. 지금부터 일을 하러 가야 해."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야. 언다인이 속으로 생각하며, 샌즈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샌즈는 살짝 웃는 표정으로 언다인을 계속 쳐다보기만 했다. 


 '원래도 별로 멀쩡한 놈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기분 나쁘군.'


언다인은 샌즈가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도 없는 것을 보고 대체 무엇을 하러 왔나 궁금했지만, 지금은 달리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샌즈를 무시하고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아니, 미안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 나도 참, 골이 비었나봐."

 "말하는 걸 보니 평소의 샌즈군. 뭐야? 나 바쁘다고."

 "언다인은 아스고어에게 이겼었지?"

 "……? 그랬었지."


언다인을 바라보는 샌즈의 시선이 한층 더 기분 나빠 졌다. 기분이 나쁜 것을 뛰어넘어, 오한이 느껴질 정도의 가라앉은 눈이었다. 언다인은 그 눈을 보고 무언가를 읽어냈다.

이놈은 미쳐있다고.


 "너, 뭘 하고 있는 거야?"

 "헤. 별거 아니야. 잠깐 세계를 구하고 있지."

 "장난은 그만두지."

 "……헤 헤 헤 헤, 좋아. 그럼 여기 더 나은 대답이 있어."


샌즈가 팔을 들어 올리자, 그의 등 뒤로 수많은 뼈가 손의 지휘를 받는다는 듯이 떠올랐다.


 "─아스고어 보다, 더 재밌겠다 싶었거든."


언다인은 소름 끼치게 붉은색으로 빛나는 샌즈의 눈을 보고, 본능적으로 창을 빼 들었다. 이 상황은 결코 장난 같지 않았다.


 "느아아아아!!"


샌즈가 팔을 휘둘렀다. 언다인의 마법 창을 잘게 부숴놓은 듯한 수백 개의 뼈들이 언다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스노우딘 마을은 혼란이 일고 있었다. 마을의 모든 빛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TV는커녕, 전등도 들어오지 않자 괴물들은 모두 마을 중앙의 트리 아래의 몇몇 괴물들의 마법으로 만들어 낸 빛 아래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뭐지? 전기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잖아."

 "코어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하긴, 이렇게 오래 돌아갔는데 한번 고장 날 때도 있겠지."

 "낱말 퍼즐을 만들어야 하는데 뭐가 보이질 않아서 글을 쓸 수가 없어!"

 "야! 저기 걸어 다니는 불 그릴비가 있다! 그릴비를 데려와!!"


정전으로 평소의 조용하던 스노우딘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시끌시끌해진 마을의 모습에 당황한 괴물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평소보다 좀 더 활기차게 변한 것 같다며 마음에 들어하는 괴물도 있었다. 그릴비가 가게의 문을 닫고 트리 아래로 오자, 근처는 마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아졌다.


 "흠. 어떻게 된 거야? 누구 코어로 가볼 사람?"

 "직접 가세요, 아저씨."

 "……뭐, 가만히 있으면 회복되지 않을까?"


괴물들이 모여서 얘기를 할수록 혼란했던 분위기는 점점 나아지고, 대피소에서 이상 기후를 피하며 느긋하게 떠드는 것처럼 금방 온화한 분위기를 되찾았다.


유독 튀는 목소리의 파피루스가 말하자, 모두 샌즈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군, 샌즈가 벌써 문제를 해결하러 나간 거야.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기 시작하자 마을은 방금까지 혼란했던 분위기가 한결 나아지는 듯했다.



 "샌즈! 샌즈! 이런, 한눈판 사이에 어디로 사라진 거야. 멍청한 형! 이 위대한 동생이 없으면 금방 미아가 되어버린다니까!"


파피루스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애타게 샌즈를 불렀다. 스노우딘 마을이 이렇게나 혼란스러우니 이럴 때 자기가 형을 챙기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생각 때문에 한참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샌즈는 보이지 않았다.


 "흠. 그래! 그릴비에서 또 케첩을 먹고 있는 게 분명하군!"


파피루스는 이럴 때마다 샌즈는 항상 그릴비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방이 어두워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집 밖으로 나간다면 한 치 앞은 보이겠지. 느긋하게 생각하며 파피루스는 벽을 더듬으며 문을 찾아 나와서 그릴비로 향하려고 했다.


콰아앙!

샌즈의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던 파피루스는 갑작스러운 폭음과 집 전체를 흔드는 진동에 놀라 발을 헛디뎌 그대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버렸다. 우당탕탕! 재밌을 정도의 둔탁한 소리가 집 안에 울리며, 샌즈의 애완용 돌을 땅에 떨어뜨려 버렸다.


 "이런, 또 뭐야!"


파피루스는 어떻게든 일어나 밖으로 달려나가려고 했지만, 바깥에 계속 울리는 폭음과 진동이 머리를 흔들어 놔서 방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다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얽!!! 지하에 지진이라고!?"


인내심의 한계가 왔는지 분노한 목소리를 뱉는 파피루스는 어두운 바닥을 더듬으며 어떻게든 집 밖으로 나오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파피루스는 눈을 의심했다.

이 곳은 스노우딘이 맞았다.

하지만, 이 곳은 더이상 스노우딘이 아니었다.

분명 불과 몇 분 전에 이곳에 있던 마을을 직접 봤었는데, '마을'이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녜……?"


귀신에 홀린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근처를 둘러보던 파피루스의 눈에 익숙한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파피루스는 다급하게 그쪽으로 달려가며 말했다.


 "샌즈!! 마을이 사라졌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샌즈의 귀를 때렸다. 방금까지 마을이었던 곳은 한순간에 폐허가 되어 버렸다. 분명 트리 아래에 모여있었을 괴물들마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


샌즈는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아무것도 없는 곳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샌즈! 그런데, 어디 갔다 온 거야?"

 "……아, 그래."


샌즈는 파피루스가 바로 옆까지 달려와 자신을 건드리기 전까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파피루스의 장갑이 샌즈의 어깨를 흔들자, 그제야 샌즈는 한숨을 살짝 쉬며 파피루스를 쳐다보았다.


 "뭐 하는거야, 샌즈!?"

 "……아니, 네 EXP가 몇이었나 잠깐 생각하고 있었어."




샌즈의 LOVE가 올랐다.






샌즈는 먼지를 뒤덮어 써 하얗게 물들어 버린 후드를 살짝 털었지만, 아예 붙어버렸는지 후드는 좀처럼 털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구만, 이라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다시 후드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 썼다.


샌즈는 폐허의 문을 가볍게 부숴버렸다. 이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도 인간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 안에서 드디어 자신의 마지막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이기도 했다.


마지막 목표? 그게 뭐였지?

세계를…?

흠,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

아니야, 뭐 세계 같은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어.

그래.


인간을 찾는다.


인간을 찾아내서 죽인다.


나는 광기 어린 미소를 띠며 폐허 안으로 걷기 시작했다. 사악. 사악.

슬리퍼가 폐허의 바닥에 쓸리는 소리가 아무도 없는 공허한 방 안에 울리며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너무나 고요했다. 숨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이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주의를 기울이자, 아무도 오지 않는 어둡고 긴 통로 너머로 희미한 빛이 비치는 것이 보였다.


 "흠. 누군가 사는 건가?"


빛이 보임과 동시에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두면 안 되겠군. 인간이 뭔가 안 좋은 짓을 할지도 몰라. 그래서 안 좋게 흘러가면 또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지. 그래, 내 영혼의 기억이 그렇게 말하고 있군. 좋아. 그렇게 정했으면 바로 행동해야겠어.


나는 조금 더 빨리 가보기로 했다. 흠, 이럴 때 지름길을 통해서 가면 괜찮을 것 같군. 어디 보자,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너무 오랜만에 써 보는 것 같아서 잘 기억이 나질 않네.

그래, 이렇게 하는거였지? 좋아. 


 "……? 거기, 누군가 있나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얼굴이 그곳에 서 있었다. 묘하게 아스고어를 닮은 괴물이었다. 하지만, 왜 익숙할까? 이 괴물이 이렇게나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뭐지?


 "폐허에 다른 괴물이…? 문을 넘어서 오신 건가요? 이런, 문을 너무 오래 방치해 뒀나."


눈앞의 괴물은 안절부절못하며 내가 걸어온 문 쪽과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살짝 한숨을 쉬곤 다시 공손하게 두 손을 포개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기본적으로 친절한 괴물인 것 같다.


 "일단, 차라도 한잔하시면서 얘기를 나눌까요?"


이런 착한 괴물이 인간의 손에 죽게 놔둘 순 없지. 내가 어떻게든 해주는 게 좋겠어. 

그렇게 마음먹자, 한 자루의 칼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분명 방금 전까지는 없었던 것 같은데. 뭐 아무려면 어때. 

나는 칼 쪽으로 다가가 그것을 주워들었다. 그 잡는 느낌이 너무도 손에 딱 맞는 느낌이었다. 흠, 이걸 어떻게 쓴다. 그래. 이걸 쓰면 되겠군.


차를 끓이러 부엌 쪽으로 향하는 저 '친절한 괴물'을, 가볍게 그었다.

촤아아악. 

닳아 빠진 칼이었지만, 생각보다 가볍게 두꺼운 옷을 입고 있던 괴물을 베어내었다. 생각보다 썩 괜찮은 타격감이었다. 


 "다, 당신…어째서……?"


땅에 털썩 쓰러진 괴물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 괴물의 표정은, 정말로 믿고 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방금 처음 만났을 뿐인데.


 "하아…하아, 아…."


괴물은 눈앞에서 살짝 신음하더니, 이내 다른 괴물들과 똑같이 가루가 되어 어디론가 날려갔다. 잠깐이지만 하얀 영혼이 보인 것 같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흠. 이제,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


이제, 남은 것은 하나밖에 없다.

어렴풋이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폐허의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인간은 어둠 속에서 욕을 뱉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대체 어떻게 된 거냐며 폐허를 헤매고 있었다. 스위치를 누르면 사라질 장애물이 계속 인간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어떻게든 근처의 돌을 사용해 장애물을 넘어서 나아가니, 가시가 사라져야 할 발판의 가시가 계속 남아있었다.


 *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인간은 근처에 아무도 없냐며 마구 소리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정말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된 타임라인을 불러왔나 싶어서 다시 세이브 파일을 로드하려고 했지만, 로드는커녕 불러오는 데 실패했다는 반응마저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모든 능력과 진행이 사라진 것 같았다.


 * 당신은 도움을 요청했다.


인간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행동'해 보았다. 그러자,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 드디어 이 이상한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라는 희망을 품으며.


하지만 인간의 기대는 금방 무너지고 말았다.


차라리 '아무도 오지 않았으면' 나았겠지만 '내'가 찾아왔으니까.


 "드디어."


인간은 내가 걸어오는 것을 보며 겁에 질려서 고개를 젓고 있었다.

미약하게나마 다리가 떨리는 것 같이도 보였다.


 "정말 오래 기다렸어."


나는 느긋한 걸음으로 인간을 향해 계속 걸었다.

인간의 피부가 점점 파랗게 질리는 것이 보였다.


 "넌 이해할 수 있지 않나?"


검은 정적 사이로 나의 눈이 붉게 타올랐다.


 "좋아. 그럼 시작하지."


나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sans LV20 HP 99 / 99





=


후기라고 하기에도 뭐하지만 원래 엔딩은 샌즈가 인간을 죽이고 나서 아니지, 아직 하나 남았잖아? 하면서 모니터쪽을 바라보는 짤을 넣을라고 했었는데

인간이랑 싸우는 장면을 도저히 못쓰겠더라고.. 그래서 엔딩이 바뀜


그리고 인간을 너무 병쉰같이써서 저걸 차라라고 부르기도 미안해서 차라란 언급 없이 그냥 인간이라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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