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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퍼온글) 서른살 남자, 서울에서 벤처회사를 다니고 있다.

ㅇㅇ(112.218) 2015.07.09 15:03:44
조회 135 추천 0 댓글 0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freeboard&no=977398&page=1


샤워를 하면서항상 핸드폰으로 Damien Rice - The Blower's Daughter를 틀어 논다. 그러면 마음이 편하다. 어렸을 적 막연하게생각했던 서른살의 내 모습은 무언가 이뤄놓은 모습이었다. 2015년 봄, .. 정확하게 백수다. 이뤄 논게 있다면튀어나온 뱃살뿐이다. 거울을 보면 진격의 거인이 있다. 그럼에도 난 내육체를 사랑한다. 다만 샤워 후 수챗구멍에 쌓인 머리카락덩어리를 바라볼 때는 연애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오곤 한다.

 

 까톡 」이럴 때 꼭 어머니의 카톡이 온다.

 

 아들 반찬 보냈어 아침에 따뜻한 물 마시고 사랑해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왼쪽 볼이 떨린다.

 

아 어머니. 나의 어머니. 용돈을 드리고장가를 가고 손주를 안겨드려야 할 나인데 전 백수에 직장도 없고 연애도 못하고 있는 아저씨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창문 밖을 타고 온 담배냄새에 1초에망설임 없이 담배를 핀다. 금연은 하루를 못 간다. 아르바이트를 해모아둔 돈도 바닥을 보인다. 화장실에 가득 찬 뿌연 연기와 함께 거울 속 내 모습도 잘 안 보인다.

 

새아침이 밝았다. 계란을 사러 마트를간다. 마트 가는 길에 사람들이 보인다. 목적지를 향해망설임 없이 걷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 불안함이 엄습해 눈썹이 없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집으로 돌아와 신라면을 끓이고 계란을 푼다. 노트북을 키고사람인에서 20개 정도 구인란을 훓는다. 한 벤처회사 구인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저희는 서울대 출신들이 만든 벤처로서 현재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기자지망생, 작가지망생 우대합니다.

 

 작가지망생?

 

오랜만에 가슴이 뛴다. 작가지망생 우대라니! 난 작가가 되고 싶다. 일단 뭐라도 가끔쓰니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은 한다. 그래도 내 이름으로 인쇄되어 나온 책이 책장에 꽂혀 있어야 진짜 작가라고 느낄 것 같다. 글 쓰는 자체를 좋아한다. 플롯을 짜고 언어를발견하는 즐거움 이전에 종이나 하얀색 화면에 글자가 나열되어가는 자체에 충만함을 느낀다.

 

아무튼 위와 같은 공고를 낸 회사는 유연할 것이라는 느낌에 처음으로자기소개서를 솔직하게 써봤다.

내용에 일부는 다음 두문단과 같다.

 

이 세상은 하나의 무대요, 누구나 이곳에서 제각각 배역을 맡지 않으면 안된다." 극작가 세익스피어가한말입니다. 서른이 되고 주위사람들이 하나둘 배역을 찾아가는걸 보면서 지금 이 시기에 배역을 찾지 않으면 장마철 떠내려가는 개처럼 위험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초조하게 구직활동을 하던 중 귀하의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이렇게 입사지원서를 작성했습니다. ..히 제가 세상에서 맡고 싶은 배역은 돈 많은 남자입니다. 돈 많은 남자가 되어 오전에는 개인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고 오후가 되면 세계문학전집을 천천히 읽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전 이력서를쓸 때 언제나 이렇게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여태껏 모든 이력서에지원동기, 성장과정, 성격 등 각각의카테고리를 거짓으로 부풀리고 미화했습니다. 이 자기소개서는미화하지 않은 솔직한 자기소개서입니다.




"유치원 때는 또래에 비해 키가 큰걸 알고 우쭐했던 기억이 납니다국민 학교 때는 큰 키치고 날렵한 운동신경을 캐취한 테니스감독님의 눈에 띠어 3학년부터 5학년 때까지 테니스부 활동을 했으며 4학년 때 강원도 유망주로 선정되고 5학년 때 전국대회 3위에 입상했습니다중학교 때는 테니스를 그만두고 멍한 눈으로 입학해 괴롭힘을 당했으나 지혜롭게 극복하고 하위권 성적에 낙심한 어머니의 표정을 목도사랑하는 어머니를 웃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에 불철주야 책과 씨름한 결과중상위권으로 졸업했습니다고등학교 때는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해 채팅에 빠졌습니다점점 떨어지는 모의고사 성적에 간헐적으로 불안함만 느끼고 공부는 안했습니다내신특별전형(국어,사회)으로 운 좋게 대학교에 입학해 언론을 공부했습니다.가고 싶은 학과가 없었습니다대학교 때는 어떻게 하면 여자들에게 잘 보여서 연애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뿐 이였습니다. 1년 반 동안 연애를 두 번했습니다군대는 힘든 시간 이였습니다아직도 야간근무나가는 꿈을 꿉니다복학 후 장학금을 타보려고 노력했지만 매학기 실패했습니다졸업 즈음해서 여자에 데여 많이도 울었습니다폐인생활 중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술제 연극팀에 들어갔고 계기가 되어 취업을 하지 않고 연기전문학교를 입학합니다연기전문학교는 회의를 느껴 중퇴했습니다고향으로 돌아가 취업 후 회사생활도중 같이 학교 다녔던 친구들과 영화를 찍고 싶어 서울로 상경했고 긴 고민 끝에 '내가 연기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구나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화된 욕망을 스스로가 너무 확대해석했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해 이렇게 구직 중에 있습니다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 밤 사람인을 보니까 이력서가 읽음으로돼 있었다. 그 다음날, 그 다음 날 저녁이 돼도 연락이 오지 않아 착잡했다. 포기하고 공사현장일을알아봤다. 몸 쓰는 일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유는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면 머리가 환기되면서 문장이나 소재가 많이 생각나기때문이다. 그럴 때 세로토닌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전화가 온건 5일 후 도서관에서 영화잡지 씨네21을 보고 있을 때 였다.

 

안녕하세요. OOO벤처 회사입니다. 지원하신 OOO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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