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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회색 왕

미네소타(134.84) 2015.03.13 07:27:13
조회 684 추천 8 댓글 1

그는 언제나 그렇듯 가장 높은 곳에서 만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곳곳에서 까만 연기가 피어 올랐다. 더 이상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 땅은 온통 회색 바위와 잿더미뿐이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좁쌀만하게 보이는 광경이 매우 흐뭇했다. 그는 푸석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자랑스러운 첨탑을 내려왔다.

첨탑은 성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다. 왕은 탑의 허리에서 성벽을 타고 정원으로 내려왔다. 회색 정원은 관리를 하지 않아 말라 비틀어진 지 오래였다. 가장 깊숙한 곳에는 온실이 있었다. 왕은 그곳에 들어갔다.


오물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빨간색 넝쿨이 유리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대체 물도 양분도 말라 없어진 땅에서 무얼 먹고 자란 것인지 온갖 기괴한 식물들이 자라있었다. 그는 온실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는 열지 않기로 결심했다.


매캐한 잿바람이 불었다. 왕은 다시 궁궐로 들어왔다. 왕국의 위엄을 상징하는 거대한 홀은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웠다. 홀의 끝, 짧은 계단의 꼭대기에 위치한 왕좌에 그는 앉았다. 그리고 국정을 돌보기 시작했다. 신하가 그의 앞으로 걸어 나와 상소를 올리면 중후한 목소리로 그것을 기각하는 것이 국정이었다. 오늘도 어제와 그리고 그저께와 같이 아무도 상소를 올리지 않았다. 왕은 텅 빈 홀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궁궐의 식탁은 족히 쉰 명이 둘러앉을 수 있을만한 크기였다. 하지만 식탁은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었다. 왕은 상석에 앉아 하나씩밖에 없는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몇 년째 말린 고기와 까맣게 비틀어진 식물 뿌리였다. 하지만 그는 더 바라지 않았다. 식탁 위에 쌓인 온갖 동물들의 뼈와 은접시들이 그의 영광이자 포만감이었다. 빈 접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식사를 끝마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포크와 나이프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의 하루 일과는 문화활동으로 장식됐다. 그는 전시관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마치 복도처럼 좁고 길쭉한 전시관에 일렬로 죽 전시되어있는 백여 개의 그림들은 전부 그의 작품이었다. 입구 근처에 놓인 그림들은 초록과 노랑, 파랑을 섞은 화사한 그림들이었다.


하지만 입구의 반대쪽으로 갈수록 그림은 점점 색을 잃고 검정과 회색이 늘어갔다. 왕국이 회색으로 물들어가자 어디에서도 물감을 얻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왕은 마지막 남은 유채색, 파란색을 짜내어 그림을 완성시켰다. 제목은 ‘대관식’이었다.


왕은 터벅터벅 침실로 들어갔다.


***


왕은 언제나 그렇듯 가장 높은 곳에서 만물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첨탑을 내려와서 정원으로 향했다. 온실 쪽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겨왔다. 분명 문은 닫혀있었지만 빨간색 넝쿨이 유리 천장을 뚫고 솟아나오고 있었다. 그는 온실에 들어갔다.


생전 보도 못한 괴상한 식물들은 더더욱 커져있었다. 빨간색 주황색 보라색이 완전히 섞이지 않은 물감처럼 온실 안에 퍼져있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암술과 수술은 마치 이빨처럼 보이는 괴기한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온실에 있는 어떤 식물도 감히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온실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는 열지 않기로 결심했다.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궁궐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왕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오늘은 중대한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그는 오랜만에 털 용포를 두르고 왕관을 쓰고 전망대 위에 섰다. 그 아래로는 성벽이, 그 아래로는 넓은 공터가 있었다. 왕국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그 성벽 아래로 모여 왕의 선언을 들어야만 했다. 공터는 텅 비어있었다.


왕국의 지고한 학자들, 예술가들과 우매한 중생들을 위해 짐의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겠노라.


왕은 흡족한 표정으로 전망대에서 내려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전시관으로 간 그는 마지막 작품을 가장 끝자리에 걸어놓았다. 그는 그림들을 따라 걸으며 감상했다. 불에 그을린 듯한 그림들이었다. 왕은 그 까맣고 뿌연 그림들이 추상적이고 예술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의 작품들을 보았다. 작품명은 ‘숲’ ‘아이들’ ‘비 개인 하늘’이었다. 맨 처음, 외국에서 가져온 그림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색을 쓴 알록달록한 그림들이었다. 순간 그는 그것들이 유치하다고 느껴졌다. 그 그림들은 전부 치워져 창고 깊숙한 곳에 처박혔다.


***


그는 첨탑에서 내려왔다. 그는 성벽을 타고 궁궐로 돌아가는 대신 계속해서 계단을 내려갔다. 첨탑의 계단이 땅속 깊숙한 곳에서 끝나자 징 박힌 두꺼운 나무문이 나타났다. 왕은 그 문을 힘겹게 열고 들어갔다. 내부는 갖가지 고문기구와 두꺼운 철창이 겹겹이 쳐진 감옥이었다. 울퉁불퉁한 돌 바닥은 피가 흥건해 있었다.


습하고 차가운 악취가 풍겨왔다. 시체 썩는 냄새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 것만 같았다. 왕은 감옥 순찰을 포기하고 나왔다. 어차피 특별사면을 하사할 간신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두꺼운 나무 문을 굳게 닫고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 그리고 다시는 열지 않기로 결심했다.


궁궐로 돌아온 왕은 분주해졌다. 그는 대문을 굳게 걸어 잠글 준비를 했다. 허락 받지 않은 그 누구도 궁궐 안에 들어올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전시회를 위해 작품들을 궁궐 바깥으로 옮겼다. 날씨가 좋기를 기도했다. 하늘은 언제나 그렇듯 먹구름이 끼어있었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이렇게 땀에 젖어본 것이 얼마만인가, 왕은 회상에 잠겼다. 초록 들판과 노란 태양이 떠올랐다. 파란 강물과 하늘이 있었다. 왕비와 아이들과 선조들이 떠올랐다. 매일 오후마다 상소를 올리러 오던 신하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모습은 모두 물감처럼 풀어져 검은색 먹물에 녹아 들어갔다. 순간 그는 온실의 악취를 맡았다. 심기가 상한 그는 다시 작품을 옮기는 일에 열중했다. 악취는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왕은 침대에 누워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수놓은 별도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거대한 식탁 위에 흩어진 은 접시들을 보며 어림잡아 짐작할 뿐이었다. 문득 그는 밤하늘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


지금이야말로 백성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셔야 할 때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저희의 말을 들으셔야 할 때입니다.


시끄럽다! 저놈들을 감옥에 처넣어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살려주십시오! 부디 굽어 살피소서!


백성들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붙잡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내버려둬라. 왕은 붙잡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도 떠나겠습니다.


왕비! 가지 마시오. 가지 마시오.


성문이 열렸을 때 다시 오겠습니다. 부디.


다 함께 떠나자. 이 왕국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그래, 떠나라! 나라에 필요한 것은 왕, 곧 법이요 진리로다.


성문을 굳게 닫아라! 이 시간부터 왕성을 봉쇄한다!


저놈의 목을 쳐라!


너희야말로 내가 믿을 수 있는 충신중의 충신들이다.


여봐라. 어서 이 마지막 배신자의 냄새 나는 시체를 치우도록 하라.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게 누구 없느냐.


***


천둥소리에 놀라 일어난 왕은 허겁지겁 궁궐을 빠져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번개가 치자 물에 젖은 세상이 반짝였다. 그는 보았다. 그의 작품들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천둥이 울렸다. 그는 작품들을 궁궐 안으로 들여놓기 시작했다. 비가 쏟아졌다.


왕이 작품들을 반쯤 들여놓았을 때, 그는 가슴에 껴안고 있던 그림을 보았다. 거무튀튀한 색깔들이 뭉개져 있었다. 그는 그림을 던져버리고 다른 그림들을 살펴보았다. 마찬가지였다.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 보였다. 그는 그림들을 모두 찢었다.


빗방울이 궁궐의 대문과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열어달라고 아우성치는 듯한 외침이었다. 그는 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고요하고 텅 빈 전시관을 서성이던 그는 다시 물감을 꺼내 들었다. 이제는 검정과 회색밖에 남지 않았다. 화폭 위에 왕국을 둘러싸고 있는 산맥의 모습이 빠르게 완성되었다.


왕은 완성품을 벽에 걸었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림이 녹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눈을 비비고 다시 그림을 관찰했다. 그림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무의미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온실. 그의 머릿속에 생각이 떠올랐다. 온실에는 아직 색깔을 가진 식물들이 남아있었다. 그는 성벽으로 올라갔다. 비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그는 가까스로 정원에 도착했다. 이미 온실이랄 것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오로지 사방으로 뻗고 있는 빨간 넝쿨과 주황색 보라색 해괴한 식물들이 불규칙적으로 솟아나있었다. 넝쿨 뭉치 꼭대기에 위치한 보라색 점박이 꽃은 궁궐의 지붕과 견줄만한 크기였다. 악취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했다. 왕은 그 넝쿨을 향해 달려갔다.


단검이 허벅지만한 굵기의 줄기를 찌르자 빨간색 즙이 피처럼 쏟아져 나왔다. 보라색 꽃잎을 자르고 짓뭉개자 같은 색의 물감이 만들어졌다. 대문짝만한 꽃의 이빨에서 침처럼 떨어지는 주황색 액체 또한 물감으로 쓰기에 적합했다.


왕은 새 물감과 함께 전시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말릴 새도 없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검은색으로 배경을 칠하고 빨간색 물감을 마구 휘갈겼다. 작품명은 ‘지하감옥’이었다. 주황색과 보라색을 덧칠하여 동물의 내장을 그렸다. 그는 백성들이 공터에 모여 그의 연설을 듣는 그림을 그렸다. 붉은 선혈이 난무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아이들과 산과 들과 하늘을 새로운 물감으로 다시 그렸다. 그리고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이 빨갛게 물들었다.


물감이 떨어졌다. 왕은 다시 정원을 향해 달렸다. 빗줄기는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지만, 그 탓인지 넝쿨에서 풍겨오는 악취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몰랐다. 며칠이 지났는지도 몰랐다. 왕은 정원과 전시관을 오가며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텅 비었던 전시관은 금새 그의 새 작품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는 만족스런 미소를 짓다 못해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며칠간 잠을 자지 않아 손은 벌벌 떨렸다. 결국 그는 정신력이 전부 소모될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침실로 돌아갔다.


***


며칠을 잤는지 몰랐다. 왕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냄새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째서인지 어두웠다. 그는 등잔불을 붙였다. 침실로 들어오고 있는 빨간색이 어스름하게 보였다. 온실의 넝쿨이었다. 벌떡 일어난 그는 용포와 왕관을 가지고 부리나케 침실을 빠져 나왔다.


그는 홀로 향했다. 꽃들과 넝쿨이 가득 채워진 홀은 붉은 정글이 되어있었다. 그는 이번에는 식당으로 향했다. 마찬가지였다. 식물의 점액에 의해 은 접시들이 보라색으로 부식되고 있었다. 그는 주체할 수 없는 불안감을 이끌고 전시관으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성 가장 안쪽에 있는 전시관까지는 넝쿨의 번식이 미치지 못했다. 그는 그림들을 비단포로 정성스럽게 감싼 뒤 정원으로 향했다.


첨탑으로 향하는 성벽, 왕은 정원을 찾았다. 하지만 정원은 없었다. 집채만한 넝쿨이 그것이 있었던 곳을 휘감고 있을 뿐이었다. 거대한 점박이 꽃은 공중을 향해 보라색 포자를 뿌리고 있었다.


왕은 정원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하지만 입구는 이미 넝쿨에 의해 막혀버린 상태였다. 그 주변의 꽃봉오리들이 그의 등장과 함께 활짝 피어났다. 그리고 점액이 흐르는 이빨을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대신 첨탑을 향했다. 성벽 구석구석 틈새에서 붉은 줄기가 비집고 나왔다. 그는 태어나고 나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렸다.


왕은 첨탑의 꼭대기로 올라갔다. 성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서 빨간 넝쿨이 솟아나고 있었다.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줄기들은 성벽의 틈과 출입구와 창문을 통해 궁궐 안쪽으로 천천히 뻗어나가고 있었다.


나의, 나의 성이!


그는 탄식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무심코 바라본 아래쪽에서 넝쿨들이 첨탑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 첨탑을 내려갔다. 성벽으로 나가려는 찰나, 빨간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꽃들이 문을 비집고 첨탑으로 들어왔다. 넝쿨에 치인 그는 계단 아래로 굴렀다. 온 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꽃들은 이빨을 들이대며 무자비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비틀거리며 지하감옥을 향해 내려갔다.


징 박힌 나무문이었다. 순간 그는 빗소리를 들었다. 두드리는 듯한 소리. 그것은 나무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그가 지하감옥에 잡아넣은 충신들이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소리였다. 온몸의 통증이 심해진 왕은 휘청거리다 이마를 문에 세게 부딪혔다. 문득 정신을 차리자 그 소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문을 열자 악취가 그를 덮쳤다. 이제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온실에서 나는 냄새와 같은 냄새였다. 그는 깨달았다. 온실은 정확히 지하감옥이 있는 땅 위에 세워져 있었다.


냄새 때문인지 충격 때문인지 그는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그는 단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출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위에서부터 덮쳐오는 넝쿨들을 뜯어내다시피 물리치며 그는 첨탑 밖으로 빠져나갔다.


왕은 성문에 도달했다.


열어라!


그는 소리쳤다. 성문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성문을 있는 힘껏 밀었다. 열릴 턱이 없었다. 그는 성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방법을 익혔지만, 성문을 여는 방법만은 알지 못했다. 성을 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처절하게 소리치며 문을 두드렸지만 그것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하늘을 보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뒤로 밤낮을 구분할 수 없었지만, 비는 이미 그쳐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어두운 밤하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빛나고 있었다. 비에 젖은 세상이 반들거리는 것처럼.


더 이상 매캐한 연기가 시야를 가리지 않았다. 땅은 빗물과 잿가루가 뒤섞여 마치 타르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먹구름으로 빽빽했던 밤하늘에선 은하수가 빛나고 있었다. 한 번 비를 쏟아내고 나니 모든 것이 맑아지고 더 또렷하게 보였던 것이다. 회색 그림들이 흉측하게 보였던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빨간 넝쿨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대지가 쑥 꺼지듯 그는 첨탑 지하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감옥에 영원히 갇히게 되었다. 붉은 줄기와 보라색 꽃들과 구역질 나는 악취 속에서, 그는 부식되어갔다. 신하들의 상소도 백성들의 원망도 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도 지하감옥의 고요함 속에 묻혔다.


그의 마지막 그림, 빨간 그림들은 아직도 비단포에 싸인 채 전시관에 보관되어있다. 그의 첫 작품들, 파랑 노랑 초록이 섞인 그림들은 아직도 창고에 방치되어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작품들을 보러 오지 않았다. 온실이 그랬던 것처럼 왕성도 그 자취를 붉은 줄기에게 내어주었다. 마치 어떤 괴생물의 심장과도 같은 형태를 취한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자라는 일이 없었다.


왕은 그 빨간 감옥 속에서 밤하늘을 꿈꾸고 있었다. 너무 늦어버렸지만, 푸른 숲과 들과 그곳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꿈꾸었다. 공터에서 축제를 벌이는 백성들을 꿈꾸었다.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왕비를 꿈꾸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은하수가 흩뿌려진 밤하늘을 바라보는 꿈을 꾸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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