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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 매장

qq(220.126) 2015.03.13 16:01:19
조회 107 추천 2 댓글 2

“어지러운데.”

보안 콘솔을 바라보던 램버트가 머리를 붙잡았다. 그의 몸이 흔들리며 곁에 있던 커피잔이 넘어졌다. 메리는 옆의 온열기에 올려져 있던 헝겊을 들어 커피를 닦았다.


“괜찮아요?”

“이대로라면 큰일이 나겠어. 일을 못 하겠는걸.”

“어지럽다면 쉬어요.”

“괜찮을지 모르겠네.”

“쉬어요.”

“그럼.”

램버트는 휘청이며 녹색 타임카드를 셔츠의 앞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보안실을 빠져나가는 그의 걸음은 위태로워 보였다. 메리는 램버트가 신경이 쓰였지만, 그를 도울 수는 없었다. 보안원으로서 화면을 계속해서 확인해야 할 의무가 그녀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메리는 그를 돕지 못했고, 램버트는 벽을 짚으며 간신히 방을 빠져나갔다. 그가 방을 빠져나가자마자 전동식 잠금잠치가 잠기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크게 부딫치는 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것은 의무감 때문이기도 했고 공포 때문이기도 했다. 영상은 항상 똑같았다. 하얀 방 안에 사람이 서넛은 들어갈 법한 검은 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상사인 폴에 의하면, 그 상자 안엔 수많은 사람을 잡아먹은 괴물이 들어있다고 했다. 그녀는 쉽사리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물론 굳이 믿는지 믿지 않는지 따진다면, 메리는 믿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는 상자를 감시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더해주기엔 충분했다. 그녀가 이렇게 고용되어 지하에서 상자 하나를 감시하며 돈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상자의 위험성을 알려주기엔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램버트가 저렇게 아픈데…….‘

그녀는 생각했다. 문득 문밖의 그가 제대로 퇴근은 했는지 의심스러워졌다. 그가 방을 나가자마자 큰 소리가 났던 것이 조금 전이었다. 타임카드를 제대로 찍지 못했다면 급료를 부정하게 받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상자를 감시해야 했다. 램버트는 쓰러져 있었고, 그를 도울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아니, 폴이 있었다. 폴을 만난 것은 몇 번 되지 않으므로, 그가 지금까지 근무를 하고 있는지 메리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폴이 있다면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될지도 몰랐다. 그녀는 콘솔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C7’이라는 종이 라벨이 붙은 버튼을 누르고 마이크로 조심스럽게 폴을 불렀다.


“폴? 거기에 있나요?”

말을 마친 메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보안 영상의 상자 옆에서 올라가는 시간 표시가 30초를 넘어섰지만, 폴의 대답은 없었다. 환풍기가 내는 소음이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에 메리는 다시 한 번 말했다.


“폴? 문제가 생겼어요. 램버트가 복도에서 넘어진 것 같은데…, 그를 도울 사람이 없어요. 많이 아픈 것 같아요.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요.”

콘솔 너머에선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메리는 다시 영상을 보았다. 상자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녀가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때부터 상자는 항상 그대로였고, 지금도 언제나처럼 검은 상자는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복도에선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램버트는 정신을 잃은 것일까? 그녀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램버트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잠시. 아주 잠시면 된다. 지금까지 상자를 감시해왔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를 다시 보안실 안으로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 그가 무겁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몸을 끌 수는 있을 터이다. 최소한 메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메리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그리고 벽을 짚으며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가, 곧바로 문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램버트는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사방이 검은 액체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심호흡도 없이 곧바로 램버트의 팔을 쥐고 끌었다. 액체 때문인지 그의 몸은 손쉽게 방 안으로 끌려왔다. 문이 닫히자 곧바로 잠금잠치가 자동으로 문을 잠궜다. 그녀는 램버트의 몸을 일으킬 틈도 없이 곧바로 영상을 확인했다.


상자는 사라져 있었다.


‘그럴리가 없어.’

하지만 눈을 감았다 떠도 방 안은 순백의 벽과 바닥 뿐이었다. 그녀는 곧장 보안 콘솔의 단추를 눌렀다.

“폴? 상자가 사라졌어요.”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이번엔 ‘C6’라 쓰여있는 단추를 누르고 말했다.

“거기 누구 없어요? 상자가 사라졌어요.”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C5라 쓰여있는 단추로 손을 향했다.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 순간이었다.


“확인했소.”

“확인했어요? 상자가 사라졌어요.”

“확인했소. 시설은 무사히 폐쇄되었소.”

남자는 목이 메는 듯한 소리로 말했다. 그는 원래 그런 목소리를 지닌 것일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 제대로 행동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콘솔 너머더라도 사람이 그녀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도중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시설이 폐쇄되었는데 퇴근은 어떻게 하죠?”

“퇴근 같은 것은 이제 없소.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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