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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전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4.25 12:12:20
조회 655 추천 12 댓글 27

														



집에서는 고기를 아주 가끔 먹지만 고기를 사게 되면 꼭 가는 동네 정육점이 있다.

동네 사람들 말로는 몇십년 된 곳이라고도 하고, 일단 돼지고기 주세요 하면 구을거요, 삶을거요, 볶을거요 라고 묻고는

조리법에 맞는 부위를 골라주시는 주인 아주머니의 전문가 포스가 미더워서 꼭 가는 곳이다. 물론 고기도 참 맛있고.
며칠 전엔 고기를 살 계획이 없었는데 정육점 앞을 지나다가 아주머니가 계시는 것을 보고 반가워 들어갔다.

아무래도 아저씨나 아드님보다 아주머니가 고기를 더 잘 주시는거 같고 먹기 좋고 조리하기 좋게 잘 잘라주시기도 한다.

장조림할 고기 좀 얼마 어치 달라하니 참 좋아보이는 고기를 꺼내 장조림하기 좋은 크기로 툭툭 잘라주신다.
고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라디오인지 티비인지 소리가 안쪽에서 흘러나온다. 세월호의 지난한 구조소식이다.

아주머니는 고기 자르는 칼을 쉬지 않으시며 말씀하신다. 


- 저 이야기만 들리면 가슴에서 불이 치밀어.
- 네. 저도 그래요. 문득문득 속상하고 슬프고 그래요.
- 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 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요.


칼을 멈추고 목이 메어 말씀하시는 것이 그저 맞장구칠 일만은 아닌 거 같아,

나와 같은 종류의 슬품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 거 같아,

얼음되어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 우리집 이야기 알지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여전히 얼음인채로 아주머니만 바라보았다.
이년전에 아주머니 큰아들이 사고사를 당했다고 하셨다.

동네 뒤 한적한 길에서 자동차에 치였고 몸이 많이 상한채로 사망했다고 한다.

가해자 이야기를 하며 그냥 용서했다고 하신다.

그 사람도 사는 모습을 보니 형편이 힘든 사람이고 그래서 그냥 용서하고 마셨다고 한다.

친구분들이 많이 찾아와 위로해주셨다고 그래서 견뎠다고 하신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사고 뉴스를 들으니 가슴에서 계속 다시 불이 치민다고 하셨다.
짧고 간결한 이야기였지만 아주 긴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하시면서도 고기를 마저 잘라 비닐봉지에 담고 신문지에 둘둘 말아

다시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내미셨다. 봉지를 받아들기 전에 나도 모르게 아주머니 손을 덥석 잡았다.

영화에서 천지를 떠나보낸 천지 엄마와 만지의 상처가 드러날 때 마다 울었던 거 같다.

마음이 아픈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아이들이 참 상처가 많구나

어른들이 잘해야겠구나 끄덕끄덕 교훈을 얻고 돌아왔던 거 같다.

그래 나도 그 이야기가 슬펐다.

그렇지만 당사자에게는 그런 것이다. 멀쩡한 것 같다가도 괜찮은 것 같다가도

어떤 계기로든 그 일이 돌이켜질 때마다,

상처 위로 새로 돋은 새살이 다시 죄 파헤쳐지는 고통을 느끼며 시간이 되돌려지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무엇이 벌어진 것이다.

돌이킬 수 없다. 그것이 가장 무섭다.
영화를 보고서도,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그것이 가장 무섭다.


괜찮다, 고 곧 다들 거짓말하며 살게 되겠지.

그래야 또 살아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은 벌어졌다.

거짓말로는 덮을 수 없는 고통이 반드시 줄곧 찾아올 것이다.

그것이 가장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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