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최원창] 98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한 우유회사가 내놓은 TV 광고를 기억하는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한 소년이 석양이 지는 안면도 바닷가에서 오버헤드킥을 시도하며 꿈을 키워간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잠전초 6학년이던 그 소년은 무럭무럭 자라 한국축구의 미래를 밝힐 유망주로 성장했다. 일본 J리그 빗셀 고베서 뛰고 있는 김태연(19)이다.

지난해 J2리그(2부리그)에 머물던 고베에 입단한 후 곧바로 주전자리를 꿰차며 J리그 승격을 도왔고, 올시즌 들어서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C급 계약에서 단번에 A급 계약을 꿰찼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그를 두고 고베 구단은 "21세 이하 팀에서 가장 출세한 사람이다. 최연소 선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침착함으로 경험만 쌓는다면 고베를 지탱할 존재가 될 것이다"며 무한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

그의 롤모델은 2부리그의 교토 퍼플상가를 1부리그로 승격시키고 일왕배 우승을 이끈 후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이다. 이미 1부리그 승격을 이끈 그는 "2년 후쯤 네덜란드로 진출하고 싶어요. 이후에는 박지성 형처럼 빅클럽 이적에 도전하고 싶습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7개월간의 2군 생활이 보약
14살 때부터 청소년대표로 활약해온 그는 대한축구협회 지원으로 프랑스 1부 FC 메스의 유소년팀에서 2004년 9월부터 2005년 7월까지 유학했다. 다시 장훈고로 복귀한 그는 백록기배 우승을 이끌며 한층 좋아진 기량을 뽐냈다.

지난해 2월 고베에 입단한 그는 혹독한 2군 생활을 버텨냈다. 라커룸조차 쓰지 못할 뿐 아니라 2군 주장이었던 미우라 아츠히로는 모든 플레이를 자기 위주로 풀다보니 김태연은 볼을 잡으면 오로지 그에게만 볼을 줘야했다. 9월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1군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던 체코 출신의 호르비가 갑자기 고국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평소 그를 주목하고 있던 히로시 마츠다(46) 감독이 그를 불러 "갑자기 너를 쓰게 됐다. 평소처럼만 해다오"라며 도쿠시마전(9월 16일)에 선발로 내세웠다. 5경기를 뛰며 고베의 1부리그 승격에 이바지한 그는 지난 4월 21일 FC 도쿄전서 1부리그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5월 13일 오미야전서는 퇴장을 당해 3경기 징계를 받기도 했지만 그는 "많이 부딪혀야 하는 포지션이어서 강렬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라고 답했다.

▲"한국인이라 흐트러질 수 없어요"
빗셀 고베는 하석주 김도훈 최성용이 뛰었던 팀이다. 고베 구단 사람들은 훈련 전 김도훈이 선배 하석주의 유니폼까지 챙기는 모습을 떠올린다.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철저하고 승리에 대한 집념이 강하며 성실한데다 뛰어난 기량까지 갖춘 선수들이라는 칭찬이 빠지지 않는다.

그는 "흐트러질 수가 없어요. 선배들이 잘했기 때문에 내게도 그런 모습을 기대합니다. 나태해질 때마다 선배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고베에는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성남 일화에서 뛰며 한국 올림픽대표로도 활약했던 박강조(27)가 속해있다. 김태연이 고베에 막 입단하며 일본어를 모를 때 박강조는 통역을 마다하지 않으며 적응을 도왔다. 김태연은 박강조 덕분에 일본어를 빨리 익혀 이제는 수준급 회화를 자랑한다.

▲열심히 해서 대표로 뽑혀야죠
20세 이하 청소년대표로 활약하던 그는 지난 7월 캐나다서 열린 세계청소년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오른 발등 피로골절로 3개월간 쉬며 대표팀과 발을 맞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각급 청소년대표팀에 빠지지 않았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 16세 이하 대표팀에서는 로버트 알버츠 감독으로부터 부상관리와 수분 섭취 요령까지 알짜배기 지식을 배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재미있는 일화들이 떠오른다. 식당에 갈 때 슬리퍼를 신어 혼쭐이 났던 추억과 먼발치였지만 직접 A대표 선수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그는 "프랑스의 비에라처럼 강인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해서 다시 파주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J리그 경기에 나서는 틈틈이 국제면허증을 따기 위해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며 짬이 날때마다 고베 시내의 산노미야서 동료들과 어울리는 그는 "언젠가는 일간스포츠 1면을 장식할 날이 올겁니다. 1면을 비워두세요"라며 당차게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최원창 기자 [gerrard@jesnews.co.kr]

◇김태연 프로필
생년월일 1988년 6월 27일
신체조건 182㎝ 73㎏
가족관계 1남 2녀 중 막내
포지션 미드필더
출신교 잠전초-천호중-장훈고
소속팀 빗셀 고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