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중갤에서 스샷을 봤는데 고전 씹덕느낌이 맘에 들어서 해봤다.     
미연시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고오전 미연시니까 봐주세여... 일단 야겜은 아님 키스도 안함

실은 내가 야겜은 안 좋아함 겜을 해야할지 딸을 쳐야할지 갈피를 못 잡겠어서

남들은 인왕이다 호라이즌이다 젤다다하면서 갓겜대잔치할 때 나는 콘솔 없어서 이거 하고 있었음 ㅎㅎ
미연시는 처음 해봤지만 그럭저럭 할만했다. 
그림체는 취향에 맞았는데, 그래도 옛날 게임이라 옷 입는 게 촌스럽고 머리색이 형형색색이더라 초록색에 파란색에

시작하면 오프닝 무비가 하나 뜨는데 씹덕이 봐도 무지 오그라든다.
화면이 작고 해상도가 씹창인 게 다행스러울 정도
어지간하면 스킵하게 될 것

딱 옛날 게임 느낌이다.
인터페이스, 연출, 폰트도 그렇고 로컬라이징도...

예상하겠지만 여캐들이 여럿 있고 1년 동안 호감도를 쌓아서 그중 한 명한테 고백하는 게 목표인 게임.
우선 동거인을 하나 골라야하지만 다른 캐릭터한테 고백해도 됨
부동산 계약이 꼬여서 동거를 한다는 심플한 스토리 

고전게임답게 튜토리얼 따로 없이 게임이 대뜸 시작된다.
이제보니 일본 배경인데 갓-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네.... 너무 당연하다는듯 있어서 이 스샷 찍기 전까지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여튼 스케줄이 있고 능력치가 있고 돈이 있고해서 그냥 글자만 읽는 게임은 아닌가보다 생각했는데...

능력치, 스케줄을 보고 프메 시리즈가 떠올랐지만 많이 다름. 스케줄은 거의 저절로 정해진다.
학교 수업, 부활동, 아르바이트, 집안일, 자유시간 이런 게 할당돼있음
내가 할 수 있는 건 데이트 등 특수한 이벤트가 생겼을 때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 정도...
막 학교 빠지고 데이트하고 그러면 솔직히 골빈연놈들 같이 느껴지기도 함

결국 이 게임의 중점은 여캐를 공략하는 것
미연시 게임이 다 그렇겠지만 이것도 선택지 고르는 게 중요하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대화 이벤트나 데이트 이벤트에서 선택지가 하나씩 제시됨

문제는 중갤에서 말하던대로 선택지 고를 때 제한 시간이 있는데 요즘 컴에서는 엄청 빨리 끝나버림.
지문을 읽을 틈도 없지만 F10을 누르면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 하는 메뉴가 떠서 그거 띄워놓고 읽고 읽으면 된다... 바보 같지만
  
가상 윈도우를 쓰라거나 cpu 성능을 조절하는 프로그램을 쓰라는 말도 들었지만 귀찮아서 걍 함
원래는 한 손으로도 할 수 있는 게임인데 이것 때문에 왼손이 항상 f10 위에 올라가 있었음
야겜이라면 한 손으로 못하는 게 치명적이겠지만...

처음에 우연히 이 데이트 이벤트를 봤는데, 전망대에 놀러갔는데 주인공이 여기 좋은 데라고 아는 척을 좀 함.

그러니까 히로인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누구랑 같이 와봤냐고 물어봄.
그래서 남자랑 와봤다고 변명을 했는데 이런 데는 연인들이 오는 데인데 무슨 소리냐면서 화를 냈다.

그래서 배경을 보니까 다 연인들... 아 잘 보고 골랐으면 됐겠구나 하고 게임이 생각보다는 섬세하게 만들어졌구나 싶었다.

근데 걍 우연이었음
다른 캐릭터랑 와서 다른 대화가 오가도 똑같은 배경에 심지어 남자랑도 올 수 있고 그러더라

처음에는 캐릭터들이 왜이렇게 화를 잘 내는지 의아했음. 성격이 털털하다는 캐릭터도 너무 예민해보이고...
대개 좋은 말을 해주면 정직하게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지만 때때로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었다.

딱히 맥락이 없는 사소한 질문들이 그러한데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화를 냄
공부는 잘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자기도 할 건 한다면서 버럭한다든지
TV 좀 보냐고 물어보면 그딴 거 볼 정도로 한가해보이냐고 발끈함

중갤러가 물어봐서 그런 거라고 하기엔 호감도 높아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마다 선택지에 따른 반응은 정해져있고 호감도는 무관한 것 같음.

그래서 로드도 많이 했다. 솔직히 누구라도 저 리액션을 보면 호감도가 떨어졌을 거라 생각하지 않겠냐
더군다나 화낼 때는 폭탄이 펑 터지는 효과음도 나옴

근데 사실 호감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었음. 알고보니 호감도 시스템이 무척 희한한 게임이었다.
제작진은 이걸 트라이 이모션 시스템이라고 당당하게 명명해놓았는데 그게 뭐냐면...

요게 캐릭터의 상태를 나타내는 화면인데 말풍선 안 대사가 호감도,
그 옆에 방사형으로 돼있는 희喜 노怒 애哀가 현재 감정임. 해당 감정이 쌓일 때마다 그쪽으로 한 칸씩 차오른다.

그리고 그게 다 차면 호감도 변화 이벤트가 생기고, 거기서 고르는 선택지에 따라 그제야 호감도가 변화하는 시스템
즉 화를 내고 있다고 해도 선택지만 잘 고르면 호감도가 올라갈 수 있고, 기쁜 상태였다고 해도 말 잘못하면 추락하고 그럼
 

어떤 감정을 풀로 채우느냐에 따라 선택지가 조금씩 달라져서, 마냥 아부만 한다고 호감도를 계속 올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문제는 어떤 캐릭터가 어떤 감정일 때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지가 너무 막연해서 그냥 무작정 하나씩 시험해볼 수밖에 없다는 점

그러다보니 히로인을 공략하는 방식이 이렇게 된다.

1. 일단 최대한 자주 만나고 말도 곱게 하면서 기분 좋게 해준다. 쉬운 캐릭터는 이것만 해도 호감도가 최대까지 순차적으로 올라서 엔딩 볼 수 있음
2. 비위 맞추는 것만으로는 호감도가 일정 이상 안 오르는 캐릭터가 있다. 이 경우 화를 내게 하거나 슬프게 만든다.      
3. 그렇게 해서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선택지가 뜨면 고르고, 안 되면 호감도를 1단계 내린 다음 다시 화를 내게 하거나 슬프게해서

호감도를 2단계 이상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선택지를 찾아본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는지 밀당인지 모르겠지만 2번, 3번 과정이 굉장히 모호하다.

위에 있는 스샷에서는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선택지가 없는데,

슬픈 상태로 이 이벤트를 보면 선배를 만난 건 행운이라 생각한다는 식의 선택지가 그냥 추가된다. 너무 알기 어려워서...
   
약간 실패한 시스템인듯

이 시스템만 알면 어렵지는 않은 게임이다.  

일단 호감도 최대치를 채워놓으면 유지하기는 쉽다. 이 상태에서 호감도 변화 이벤트가 일어났을 때 무난한 선택지만 고르면 그대로 유지돼서 그럼.
아무리 같이 놀자는 거 거절하고 약속했다가 안 나가고 말 싸가지없게 하고 해도 진솔한 대화 한 방만 제대로 하면 된다는 것   

처음에는 이걸 모르고 호감도 떨어질까봐 화내거나 서운해하면 로드도 많이 했었는데,
결국 찐따처럼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눈치보고 반응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었던 셈

여자 만나고 다니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도 없는 게임이므로 이리저리 찝적대고 다니게 되는데, 사실 이것도 내 맘대로 안 된다.

내가 데이트 신청을 할 수 없고, 여자 쪽에서 먼저 말 걸어주거나 놀러가자고 할 때까지 기다려야하기 때문

그냥 정해진 스케줄대로 시간을 보내다보면 그냥 알아서 랜덤으로 히로인이 접근해온다.

아무리 호감도가 낮아도 마찬가지... 특수 이벤트가 아니면 호감도 수치가 평소에 체감되는 게임이 아님

선택지 고르는 거 말고는 뭔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서, 특정 능력치를 올리거나 돈을 버는 데 집중할 수도,

히로인한테 번호를 딸 수도 데이트 신청을 할 수도 없고 선물을 사주는 것도 없다. 스토리도 호감도만 높이면 저절로 진행된다.  

이벤트들도 대개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연계성이 적어서
(엄격)선택과 결과가 어쩌고... 이벤트간의 유기적 연결이 저쩌고...(진지) 하는 플레이어라면 기대에 못 미칠 것 

아까 능력치 얘기를 했는데, 주인공한테 능력치가 있음.

지성, 이성, 감성, 야성 ㅋㅋ, 체력으로 나뉘어있는 걸 보고 처음에는 기대를 했다.

이런저런 컨셉 플레이가 되지 않을까했음. 모든 능력치 최하 중갤러도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뭐 이런 거...

여러 모로 능력치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거라 생각했음. 위 스샷에서 지성이 높으면 여기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든가...

히로인한테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감성이 높으면 적절히 위로할 수 있는 선택지가 뜬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흠 SPECIAL 수치에 따라 선택지가 바뀌거나 그 결과가 달라지나보군!'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 게임은 폴아웃이 아니었다.

능력치가 너무 낮으면 가끔 쿠사리를 먹긴해도 별 의미 없고,
내가 파악한 게 맞다면 능력치는 이벤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능력치와 무관하게 선택지나 그 결과는 항상 같고,
능력치는 단지 특정 캐릭터가 등장할 확률에만 영향을 미침. 머리가 좋으면 반장 캐릭터가 더 자주 뜨고 이런 정도

좀 너무... 알량한 거 아니냐;

이런 미연시가 줄어들고 요새 연애겜들은 게임 요소를 거의 다 거세시켜서 선택지 고르기만 남겨놨다고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감.

이 게임이 미연시 중 어느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설프게 넣느니 없는 게 낫다는 생각인듯

마치 엑스컴2에서 공중전을 아예 빼버린 것처럼

사실 하고 있으면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든다. 이 게임에서 가장 게임같은 부분은 QTE임. 선택지 뜨는 타이밍에 재빨리 f10 누르기  

어쨌든 이 능력치는 뚝뚝 떨어진다. 매일 조금씩 내려가고 수업이나 특별 활동이 스케쥴에 있으면 보충할 수 있지만

수업이 별로 없는 방학 때는 진짜 일주일만에 빡통대가리가 됨

스샷은 체력하고 야성만 높은 짐승 새끼가 돼버린 주인공

하지만 능력치가 낮아도 원하는 히로인이 등장할 때까지 세이브로드하면 돼서 ㅎㅎ

돈도 있긴 한데 그냥 데이트할 때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데이트를 못하는 게 돈을 혼자서 내는 건지 같이 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고등학생 동생이 돈이 없어서 그냥 온 건데 대학생 누나가 정색빨고 가버리는 거 보고 정떨어짐;  

이렇듯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히로인을 공략하는 과정이 랜덤 자동 발생 이벤트+단순한 선택지+난해한 호감도 시스템으로만

이루어져있어서 게임으로서 재미는 부족한 것 같고, 캐릭터와 이벤트를 보는 재미만 있다.     

당장 여기 찍어올린 스샷만 봐도 대부분 여캐들하고 얘기하는 것들뿐이니

그래도 캐릭터와 이벤트는 꽤 다양하고 내 씹덕 취향에 맞아서 그 재미는 괜찮았다. 나중에는 반응이 궁금해서 일부러 선택지 이상하게 고르고 그랬음. 
스토리는 단순하면서 가벼운 편이고, 캐릭터들은 약간 고전적. 나쁘게 말하면 낡았고... 애들한테는 친절한 양아치 등등

캐릭터별 개인 스토리는 살짝 심각해지기도 하는데 그래도 순탄히 해결됨. 각 개인 스토리에서는 대개 해당 캐릭터의 색다른 일면이 부각되는 전개를 보인다.
하여튼 현실적이고 진지한 연애물 기대하면 안 되고... 기대하는 놈이 븅신이겠지만    

가끔 뜬금없는 것도 있긴 했다. 성격 제멋대로인 히로인이 주인공한테 관심 있어서 도시락을 주는데,

싫다는데 억지로 먹으라고 계속 강요하니까 주인공이 갑자기 싸대기를 날리지 않나
   

여담으로 옛날 감성이라는 걸 느낀 게 비둘기한테 먹이주는 걸 좋게 묘사하더라... 일본 사정은 어떤지 몰라도

다만 이벤트 발생이 랜덤이라서, 호감도가 어느 정도 됐다고 이벤트가 무조건 뜨는 게 아니라 불편한 게 있다.
그냥... 랜덤임
예를 들어 호감도가 일정 이상이면 겨울에 스키장에 갈 수 있는데, 운이 나쁘면 그냥 못 본다.
이벤트 보는 재미밖에 없는 게임인데 놓치면 좆같으니까 세이브 로드가 어느정도 강제됨

동거인하고 생기는 이벤트도 랜덤이라 가끔 좀 이상한 상황도 연출된다.
주인공이 집에 혼자 있는 줄 알고 문 안 잠그고 똥 때리다가 동거인이 들어와서 깜놀하는 이벤트가 있는데,
같은 이벤트가 여러 번 생길 수도 있어서 이 이벤트가 반복되면 주인공이 씹변태새끼로 보임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주인공 좀 이상한 놈 같음... 동거인이 방에서 자고 있는 거 보고 뜬금없이 키스해도 될까 생각하거나
동거인 방에 없으니까 일기를 훔쳐보지 않나 침대에 누워보다가 그걸 또 잠들어서 들키고 그럼;;

이 한심한 축구 경기씬을 봐도 알 수 있듯 연출은 별 게 없음
대개는 여캐 일러 띄워놓고 텍스트가 쭉 나오고 종종 이벤트 일러스트가 있는 정도
    
이 게임이 1998년 게임인데 같은 해에 나온 게임이 그림 판당고라는 걸 생각하면...
장르도 다르고 너무 가혹한 비교긴 하지만

미연시 주제에 남자 캐릭터들도 호감도가 있음. 당연히 고백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친구 사이

남자 선후배 새끼들은 남이 누구랑 사귀든 지들이 무슨 상관인지 가끔 데이트하는 걸 보고 배신자 취급하면서 지랄을 하는데,

선택지 잘못 고르면 집까지 쫓아와서 동거하는 거 알아내고 까발려서 퇴학당하게 만든다. 너무하는 거 아니냐...

동성 친구들하고 사이가 나쁘면 이런 사단이 나지만, 솔직히 미연시하면서 남자 새끼들하고 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다행히 이런 게임 오버 이벤트조차 랜덤이라서 로드해서 다시 하면 그냥 무사히 넘길 수 있다 ㅎㅎ 

이 게임은 랜덤 요소가 무척 강해서 세이브 로드로 어지간한 상황은 다 해결할 수 있음
좋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한다.
    
확정 게임오버 상황은 호감도가 최악으로 내려갔을 때, 호감도 변화 이벤트에서 한 번 더 개같은 답변을 하면 나온다. 이것만 조심하면 됨  

이 남자 캐릭터들은 아무리 좆같이 굴어도 1년 내내 계속 달라붙는다.

몇 번 피하면 눈치껏 데면데면하게 지내면 될 일이지 수십 번을 거절했는데 또 놀자는 거 보면 조금 소름끼침

최종적으로는 히로인 중 한 명을 골라서 고백을 해야하는데,

실패하면 남자 새끼들 일러스트가 쭉 나오는 처참한 엔딩을 보게 됨

그렇지만 기본 시스템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 어지간하면 성공한다.

여러 명을 동시에 공략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 명만 노리면 세이브 로드 별로 안 하고도 무난히 깰 수 있음

첫 플레이타임은 5시간 정도 되는듯

솔직히 말해 캐릭터하고 이벤트보는 재미만 있는 다소 얄팍한 게임같기는 한데,

지금 와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우습고(나도 왜이렇게 길게 썼는지 모르겠음)
그래도 그 캐릭터들이 맘에 들어서 재밌게 했다. 괜찮았음. 기본 게임 시스템이 잘 받쳐줬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아 아쉽긴해도...

결국 이런 게임이 캐릭터만 좋으면 됐지 안 그러냐    

       
그러니까 나처럼 씹덕이면서 아래 히로인들 중 맘에 드는 캐릭터있으면 가볍게 해볼만하고 아니면 잊어버리면 됨.

원래 씹덕들은 게임성이 그냥그래도 여캐만 맘에 들면 게임 하잖음, 넵튠이나 섬란 카구라 이런 겜들을 보면 알수있듯...

순서는 내 취향 순서임 ㅎㅎ
다 깨본 건 아니지만...(일단 안경충들은 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