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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혼돈을 흩뿌리는 자 - 35앱에서 작성

일본어잘하고싶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06 06:09:38
조회 414 추천 15 댓글 15
														





무언가 잘못됐다.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다. 샤르티아는 그것을 느끼자 마자 도약해 이자벨에게서 떨어졌다. 자리를 피하자마자 그 자리에 내리꽂히는 레이피어는 덤이었다. 이자벨은 피할 줄 알았다는 듯 레이피어를 뽑아들었다.


“안타깝게 됐어, 샤르티아. 이 몸이 너를 많이 아끼는데 말이야. 이렇게 죽이지 않으면 안된다니.”


샤르티아는 온 몸은 내달리는 정신적 충격에 숨을 몰아쉬었다. 지고의 존재가… 자신을 공격했다. 죽이고자 하여, 그걸 목적으로. 상황도 잊고 주저 앉아 목놓아 울고만 싶었다. 자신은 이렇게 버려지는 걸까? 모든 게 다 자신의 탓이었다. 임무에 실패하고, 이자벨을 실망시킨 것 전부. 이자벨이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자결을 명령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고, 샤르티아는 언제고 그녀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급, 아이템…… 도망쳐라, 샤르..티아… 이 일을.. 모몬가, 씨에게…


그 말이 샤르티아를 망설이게 했다. 이자벨이 이상해지기 전 마지막으로 내뱉은 그 말과 목소리가.. 샤르티아의 죽음을 원했다기엔 너무나도 이상했다. 그녀는 샤르티아가 도망쳐 아인즈에게 도움을 요청하길 원한 것이다.
샤르티아는 결심하듯 크게 숨을 내쉬며 이자벨을 마주보았다. 마주한 이자벨의 표정은 이런 순간에도 다정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것 때문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거기 가만히 서 있는게 좋아, 샤르티아. 그럼 적어도 고통스럽지 않게는 보내주지.”

“…송구하오나 그렇게는 할 수 없사옵니다, 이자벨 님.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소첩, 이자벨 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모든 것을 다해 도망치고자 하옵니다.”

“-…명령? 아아, 그거? 어이가 없구나. 길드장과 이 몸이 명한 바를 하나도 수행하지 못한 주제에 명령을 따르겠다고?”


이자벨의 조롱하는 듯한 말에 샤르티아는 심장이 비수로 관통되는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ㅅ, 송구하옵니다.. 그러나, 이자벨 님.. 후에 소첩에게 책임을 물어 자결을 명하신다 하셔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소첩의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도망쳐 이자벨 님의 뜻을 아인즈 님께 전할 것이옵니다.”

“허-.. 이 몸이 그 명령을 철회한다고 해도?”

“…데미우르고스에게 들었사옵니다. 이자벨 님께옵서 미천한 저희의 능력과 상관없이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해 주셨다는 것. ..기뻤사옵니다. 그러니, 지금은 믿지 않을 것이옵니다. 소첩을 죽이시려는 이자벨 님의 그 뜻… 그럴 리가 없다고, 감히 그리 생각하겠사옵니다.”

“-마음을 제대로 먹었구나, 샤르티아. 그러나..”


이자벨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스킬, 혼돈한 미궁 Chaos Labyrinth으로 인해 생성된 거대한 결계 안으로 잿빛의 연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조금씩 상승하는 신체 능력은 예견된 것이었다.


“-네가 과연 도망칠 수 있을까?”


이자벨이 샤르티아에게 쇄도함과 동시에 샤르티아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즐거운 듯 웃으며 맹렬하게 추격해 오는 이자벨의 공격에 온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짐에도, 샤르티아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 옥좌의 홀 안.


“-그, 그리하여 소첩은 이자벨 님의 도망치라는 명령이 옳은 줄로 알고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쳐 온 것이옵니다..”


샤르티아의 입에서 토해지는 믿고싶지 않은 진실에, 좌중에 정적이 흘렀다. 수호자들은 샤르티아를 향해 질책의 말을 쏟아내고 싶다가도,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아인즈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며 숨을 죽였다.


“…상황을 정리해 보자꾸나.”


한참을 이마를 짚은 채로 그저 침묵하던 아인즈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선.. 첫번째, 이자벨은 세계급 아이템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고, 그것에 당했다. 두번째, 흰색의 차이나 드레스처럼 생긴 월드 아이템은 하나 뿐이다. ‘경성경국’이라고 하는 것인데.. 대상의 종족이나 저항성 정도를 불문하고 정신을 지배하는 아이템이다.”


아인즈의 말을 들은 수호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


“ㅈ, 정신을 지배하는 아이템이라니.. 그-그럼 이자벨 님께서는…”

“그 인간들의 손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수호자들을 본 아인즈가 고개를 저었다.


“샤르티아가 말한 이자벨의 반응과, 인간의 무리와 이자벨 사이에 전투가 일어났었다는 것을 미루어 보아, 세계급 아이템을 사용한 인간은 이미 사망한 듯 하다. 만약 이자벨의 정신 지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녀석들이 도망칠 필요는 없었겠지. 본래 정신 계통의 아이템은 주체가 사망하면 지배도 풀리기 마련이지만.. 아무래도 세계급 아이템인 탓에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군.”

“그, 그럼 이제 어찌해야 하는 것이옵니까? 그 세계급 아이템의 효과를 해제할 방법이 있는 것이옵니까?”

“효과를 해제할 방법은 결국 하나뿐이다. 이자벨을 죽이거나.. 경성경국을 사용해 효과를 해제하는 것 중 전자는 애초에 사용할 수 없으니 우리는 후자의 방법을 도모할 수 밖에는 없다.”


이곳이 만약 위그드라실이었다면, 아인즈는 망설이지 않고 이자벨을 죽이는 방안을 사용했을 것이다. 이자벨은 다가오는 존재 모두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모양이고, 그런 상황에서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도 없는 인간들을 쫓아 월드 아이템을 수거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 그러나 이곳은 현실이다. 플레이어의 부활이 제대로 일어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설령 부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한들 죽음을 겪은 이자벨에게 어떤 후유증이 남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일단은 이자벨 씨가 인지하지 못하는 범위 밖에서 주변을 봉쇄한 다음… 그.. 다음은…’


손 댈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막막한 상황에, 아인즈는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열심히 회전시켜 보았다. 그러나 그런다고 무언가 마땅한 방법이 떠오를 리가 없다.


“..그러나 이자벨 님을 시해한 그 인간들이 도망친 지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듯 보입니다. 이미 본거지로 돌아갔거나, 몸을 숨겼을 것인데.. 애초에 경성경국이란 것을 회수할 방법은 존재하는 것입니까?”


때마침 그런 아인즈의 고민이 정답이라는 듯, 데미우르고스가 말을 얹는 것에 알베도가 분노하여 그를 노려보았다.


“그 방법을 찾는 게 우리들의 일 아닐까, 데미우르고스? 불가능하다고 하여 이자벨 님을 저리 둘 셈이야? 그러고도 당신이 나자릭의 현자라 할 수 있어!?”

“말을 가려서 하시지요, 알베도. 저도 여기 있는 여느 누구와 다름없이 이자벨 님을 온전히 돌아오시게 하는 데 진심이니.”

“둘. 다 그만. 진정하.지. 지금 우리끼.리 부딪혀. 좋을. 것.이 없다.”

“걱정 마십시오, 코퀴토스. 물론 아주 화가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것과 별개로 저는 아주 진정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 인간들에게 제약이라거나, 뭔가 구속이 있지 않고서야..”

“-아!! 결계!!!”


알베도와 데미우르고스가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사이, 훌쩍이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샤르티아가 생각났다는 듯 소리쳤다. 조용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아인즈가 반색하며 물었다.


“결계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샤르티아.”

“이자벨 님께옵서 아이템에 당하기 직전, 몇 가지 스킬을 사용하신 듯 보였사옵니다. 확실하게 무슨 스킬인지는 모르오나.. 사방에 안개와 같은 잿빛 연기가 자욱했고, 시간이 지날 수록 몸에 이상이 생기고 힘이 빠졌사옵니다. 그리고 도망치던 중, 원형으로 파악되는 투명한 결계에 맞딱드렸사온데, 그 결계를 부수고 나오자 모든 이상상태가 사라졌사옵니다.”

“정말, 너는 왜 그 이야기를 이제서야 하는 거야!”

“ㄴ, 누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샤르티아의 말을 들은 수호자들 사이에서 한 번 더 실랑이가 일어났다. 하지만 아인즈는 그 모습을 보고도 그저 온 힘을 다해 안도하는 것이다. 어딘가 힘마저 풀려보이는 그 모습에 어느새 수호자들은 걱정의 시선으로 아인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자벨이 스스로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 놓았구나. 그 스킬은 이자벨의 비기 중 하나인 ‘혼돈한 미궁 Chaos Labyrinth’이라는 스킬이다. 강력한 결계를 형성하여 상대와 본인을 그 안에 가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혼돈 환경을 결계 내에 조성하는 스킬이지. 솔직히, 샤르티아 네가 그 결계를 부수고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구나. 그건 왠만한 100레벨 플레이어도 파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네가 말한 대로, 이자벨이 인간들와의 접전 직후에 그 스킬을 사용했다면..”

“아, 그, 인간들도, 거기 갇혀 있는 건가요!?”


마레가 드물게 목소리를 높이자, 아인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불어 경성경국도 빠져나가지 못한 인간들과 함께 결계 어딘가에 잔류하고 있을 것이다.”


아인즈의 확신 어린 선언에, 그와 마찬가지로 안도가 어린 탄식들이 오갔다. 인간들이 도망치지 못했다. 이자벨을 구할 수 있는 월드 아이템 역시 찾을 수 있다. 갈피가 잡히지 않던 상황에 명확한 답이 내려진 것이다.


“아인즈 님, 지금 당장 군대를 편성하여 이자벨 님을 시해한 인간들을 척결하고 그 분을 구할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십시오. 윤허만 내리신다면 나자릭 전군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이자벨 님을 구출해 낼 것입니다.”


역시 행동력이 강한 데미우르고스가 먼저 움직였다. 그것은 나자릭의 방위를 담당하는 군사 책임자다운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인즈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만둬라, 데미우르고스. 소용 없는 일이다.”

“소용이 없다니.. 어째서입니까…?”

“샤르티아에게 한 행동으로 보아 이자벨은 지금 결계를 자기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영역 내에 침입한 모든 존재를 말살하려 들겠지. 이자벨의 스킬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강해져 자신에게는 버프 효과를, 상대에게는 랜덤하고 심각한 배드 스테이터스를 유발한다. 그리고 이미 결계가 형성된 지 반나절이 지났다. 동레벨대도 아닌 서번트들이 그 불리함을 안고 이자벨과 싸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희 수호자들이..”

“진심인가, 데미우르고스? 네가 이자벨과 싸우겠다고?”


아인즈는 평소답지 않은 날카로운 기세로 자신을 둘러싼 수호자들을 돌아보았다.


“..너희 모두에게 묻겠다. 너희는 진심으로 이자벨을 죽일 각오로 그녀와 싸울 수 있겠느냐.”

“ㅈ, 죽일 각오라니… 아인즈 님,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이 세계에서의 플레이어의 부활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거기다 너희 NPC들과는 다르게, 나와 나의 동료들 같은 경우 부활 시에 레벨 저하가 일어나지. 물론 이 점은 아이템같은 것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만약 하나라도 그렇게 된다면 저하된 레벨과 클래스를 복구할 방법 역시 요원하다. 그 말은 즉슨, 이자벨에게 영구적인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대답해봐라, 데미우르고스. 네가 가서 싸우겠느냐. 아니면 알베도, 네가 가겠느냐?”


이자벨의 부활 불가.. 영구적인 장애.. 영원한 죽음… 그 무엇도 수호자들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상상한 것 만으로도 공포에 질린 듯 다들 시선을 피한다.


“아인즈 님, 그 분의 죽음을 말씀하시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옵니다. 팀을 두 개로 나누어 한 쪽은 이자벨 님을 막고, 한 쪽은 아이템의 수거를 하는 방면으로 계획한다면…”

“…적당히 이자벨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하지 않고도 그녀를 구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긍정하는 듯한 알베도의 침묵에 아인즈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이자벨을 상대할 수 없다. 애초에 그녀는… 그녀는 PK로 악명 높던 우리 길드와 길드원들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PK 플레이어였다.”


Player Kill. 말 그대로 플레이어끼리 죽고 죽이는 싸움. 위그드라실은 인간종과 이형종의 PK가 심한 게임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이형종 길드, 아인즈 울 고운은 특히나 PK와 PKK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이자벨은 이런 길드 안에서도 유별난 PK 플레이어였다. 특히 같은 길드원들을 PK한 플레이어는 자신이 몇 번이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지옥 끝까지 쫓아갈 정도였다. 그 집착은 그녀에 대해 정리된 공략 위키에 ‘애초에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다’고 명시되어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이자벨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유리한 싸움도, 불리한 싸움도.. 일단 뛰어든 후 온 힘을 다해서 즐기고 죽더라도 유쾌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 말은 다르게 하면 이자벨은 어떤 상황이라도 PK에 능숙하게 대처할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자릭 안에서 정형화 된 방식으로 습격만을 받던 너희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전투도 능숙할 테지. 만약 이자벨이 너희가 자신을 진심으로 공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챈다면.. 단 한 번이라도 블러프에 실패한다면 전멸하는 것은 너희가 될 것이다. 그녀를 상대하는 것이 가능한 존재는… 오직 나 뿐이다.”

“…!!! 아인즈 님!!”

“아인즈 님! 아니될 말씀입니다! 만약, 두 분 다 잘못되시기라도 한다면, 저희는..!”

“소, 소첩이 가겠사옵니다! 소첩의 잘못이니, 소첩이 바로 잡겠사옵니다!! 그러니 아인즈 님께서는 부디!”


역시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아무래도 설득되지 않겠지. 그러나 아인즈 역시 수호자들의 지금 심정만큼이나, 이자벨이 수호자들을 공격하여 죽이는 것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것만큼은, 죽어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 때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코퀴토스가 입을 열었다.


“..소신은. 아인.즈 님께서 원하신.다면.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옵니.다.”

“코퀴토스!!”

“코퀴토스,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어!?”


점짓 살기까지 실린 거센 비난의 시선이 코퀴토스에게로 꽂혀든다. 그러나 동료들의 질책에도, 그는 철옹성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오롯이 아인즈를 바라보았다. 그 굳은 신뢰 어린 모습에, 아인즈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를 따르고 모든 것을 바친다. 코퀴토스 뿐만이 아니라, 반대하는 수호자들 역시 각각 나름의 근거와 생각을 가지고 그를 따르고 있다. 그 어떤 순간에도. 이자벨은 그것을 기꺼워하고, 무엇보다 바라는 듯 했지만.. 아인즈는 이들의 기대와 의지가 너무나 무겁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주군.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는 것. 역시. 신하의. 도리.일진저. 신, 코퀴토스, 위험.할지라도. 동.료를 구하.시려는. 주군.의. 의지. 역시, 따.를 것이.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약조.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사옵니다.”

“무엇이냐.”

“..무.사히, 돌아와.주신다고. 그리, 약조 받기를. 감히. 원.하나이다.”

“-..”


질책할 때는 언제고, 어느새 코퀴토스의 말을 따라 자신을 어미새 보듯 올려다보는 수호자들의 모습에 아인즈는 로브자락 아래로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부담스럽다. 너무 심하게 날 좋아한다고. 지고의 존재라니, 위대한 지배자라니- 사축 샐러리맨인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는 힘들어. 그냥 평범하게 동등한 존재로 대해줬으면 좋겠어. 이것이 아인즈가 전이 이후로 줄곧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제대로  약한 생각은 치워둬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모든 순간에는 실패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성공해 내 보여야겠다고.


“..약조하마, 코퀴토스. 아니, 너희 모두에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알베도의 방안을 일부 채택하겠다. 팀은 두 개로 나눈다. 한 개는 경성경국을 수거하는 조로 하고, 한 개는 이자벨을 상대하는 쪽으로 하겠다. 전자는.. 레인저인 아우라를 넣는 편이 좋겠군. 그리고 후자는… 나 한 명이면 족하다. 아우라, 출전할 준비를 해라. 나는 보물전에 들러 장비를 준비해 두어야 겠다.”


그 말을 남기고 아인즈는 링 오브 아인즈 울 고운을 발동해 곧장 보물전으로 전이했다. 장비를 맞추고 작전을 생각해두려면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아인즈가 떠나고 난 후에도, 수호자들은 곧장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울 것만 같았다.


“코퀴토스..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

“우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약조해주신 분들이잖아, 정말, 정말 자비로우신 분들이잖아..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딱 두 분 뿐이야..”


아우라는 감정을 토해내면서도 코퀴토스의 잘못을 물을 수는 없었다. 그의 말대로, 주군을 믿고 그 명령을 말없이 따르는 것 또한 충성이기에. 그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대로 실천하기엔 그녀가 너무나도 나약했을 뿐.


“..아인즈 님께서는 어째서 수호자들을 운용하지 않으시는 것이와요..? ㅁ- 물론 소첩은 신뢰를 잃었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샤르티아.”


물론, 불리한 환경에서 이자벨을 큰 상처 없이 제압하는 것은 한 두명의 수호자로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수호자 전원이 나선다면 굳이 아인즈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이루어낼 수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사와요, 데미우르고스.”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애초에 당신이 세계급 아이템에 마주했을 때, 그것을 알면서도 이자벨 님께서 나서신 이유를.”


데미우르고스는 겨우 메이드에 불과한 화일을 죽일 뻔했다며 불안에 떨던 이자벨을 기억했다. 어깨에 난 얕은 상처에도 연거푸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린 그 사랑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반달로 휘어지던 눈이 담은 애정을 기억한다. 그렇기에 데미우르고스는 드물게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악물었다.


“…이자벨 님은, 당신을.. 우리 모두를 구하고 싶으셨던 겁니다. 그리고 아인즈 님께서는.. 그런 그 분의 의지를 존중하고 싶으셨던 것이겠지요. 결국에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지 결코 이자벨 님을 겨눌 수는 없는 겁니다. 수호자인 주제에.. 수호받고 있다니…”


그 말을 들은 샤르티아는 울었다. 아우라도, 마레도.. 모두가 울었다. 모두가 혼돈한 밤이었다.



--------------



오랜만에 와서 개똥인 글 싸지르고 간다.
다음편이 대망의 PVP인데.. 자신이 없다!! 일단 플롯은 짜여있음

이번 학기는 약간 이자벨 같다고나 할까. 날 가지고 노는 거 같음. 어디, 네가 먼저 죽을지 종강이 먼저 올지 볼까..? 어디 이것도 한 번 버텨봐~~ 이얍 조별탈주닌자!! 이얍 과제폭탄!!! 이걸 버텨? 그럼 이제 기말고사다! 악마다 악마야.
여튼 늦게와서 미안하고 이주일 뒤에 종강하면 더 자주 쓸테니 좀만 더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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