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요정 민화

요정은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신호가 노래하고, 자동차가 왕래하는 도심에서도

사실은 여기저기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요정A]

안녕!

[요정B]

안녕, 루미스피레스!

[루미스]

그래그래 안녕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네, 너희들

[요정A]

왜냐면 우리들은 장난을 엄청 좋아하는 스프라이트!

※스프라이트: 장난을 좋아하는 작은 요정

[요정B]

활발하고 긍정적인 게 장점인걸!

[루미스]

활발하고 긍정적이고 태평한 거겠지

깔깔 웃는 요정들을 보며 루미스는 기가 막힌 듯 말했다

[루미스]

페노제리 영감님은 계셔?

[요정A]

계셔ㅡ.  봐, 저기에!

[루미스]

고마워

요정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조금 나아가자

도로변의 가드레일에 작은 털북숭이의 요정이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페노제리]

이런, 루미스피레스, 안녕

[루미스]

안녕. 상태는 어때?

[페노제리]

덕분에 좋은 상태야

[페노제리]

최근 어깨가 뻐근했던 거 같지만

저번 사건으로 페어리 코드가 느슨해졌지?

그 덕분에 제법 움직이기 쉬워졌구나

[요정A]

정말 정말! 나도 몸이 가벼워ㅡ!

[요정B]

평소보다 빨리 날 수 있고 힘도 넘쳐!

이런 건 처음이야! 왠지 대단해!

신이 난 스프라이트들을 보며

페노제리는 이런 이런 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페노제리]

그렇구나. 너희들은 최근에 태어났었구나

그럼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옛날에는 좀 더 페어리 코드가 느슨했었단다

[페노제리]

그래서 옛날 요정들은 지금보다 더 강대하고 

자유 활달하게 살았었지

[요정A]

헤ㅡ 그렇구나ㅡ

[요정B]

그러면 좀 더 페어리 코드가 느슨해지면 좋을 텐데~

마음껏 놀 수 있잖아!

[루미스]

그렇게 모두가 제멋대로 놀면 페어리 코드의 소리가 어긋나서 

세계가 망가져버릴 텐데, 그래도 좋아?

[요정A&B]

아우

[페노제리]

저번처럼 노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돼서

폭주해버리는 요정도 늘어나는 거야

[요정A]

음, 그건 싫어ㅡ

[요정B]

그거 무서웠었지ㅡ

[루미스]

그러고 보니 영강님. 들었어

그때 폭주 요정과 싸워주었다고

[요정A]

맞아맞아! 영감님, 엄청 강했어ㅡ

[요정B]

강하고 멋있었어!

페노제리는 수줍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페노제리]

사람이 습격당하는 것을 보니 

참을 수 없어져서 말이지

[루미스]

페노제리 다운 무용담이네

[루미스]

당신들은 토로우 사이에서도 유명해

굉장한 힘을 가지고 누군가를 돕는 것이 삶인 종족이라고 

[페노제리]

힘이 굉장했던 건 옛날이야기야

페어리 코드가 느슨하지 않은 지금은 

예전과 같은 힘은 좀처럼 나오지 않아

[페노제리]

....전에, 저기서 트럭이 뒤집혔었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말려들어 많은 사상자가 나왔단다

페노제리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 마음에서 깊은 슬픔의 음색이 안타까운 한숨처럼 흘렀다

[페노제리]

나는 황급히 날아가서 

트럭을 떠받치려고 했지만.... 무리였단다

그런 힘은 나에겐 없었어

[페노제리]

옛날만큼 힘이 있었다면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의 시대, 요정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알게 되었어

[루미스]

....당신이 신경 쓸 필요 없어

우리들 요정의 일은 세계의 이치를 지키는 것 

인간을 지키는 것이 아니니까

[페노제리]

이런. 넌 폭주 요정을 혼내주며 

인간을 지키고 있다고 들었는데

페노제리는 놀리듯이

그러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페노제리]

놀랐단다. 토로우라고 하면

항상 칠칠치 못하게 노는 데만 정신 팔린 녀석들이라고 

페노제리 사이에선 유명했었는데 말이야

[요정A]

나도 들은 적 있어!

페노제리와 토로우는 마치 개미와 베짱이 같다고!

[요정B]

베짱이!

루미스는 베짱이!

[루미스]

스프라이트도 비슷한 거 같은데 

[페노제리]

하하하. 하지만 이런 근면한 베짱이는 달리 없을 거야

그것도 수백 년이나 폭주 요정과 싸워온 역전의 베짱이다

[페노제리]

나 같은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돕고 있어

정말이지 고개를 숙이게 되는구나

[루미스]

딱히 인간을 지키기 위해 하는 게 아니야

내가 폭주 요정을 멈추는 것은 

그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야

[요정A]

하지만 루미스피레스, 최근 인간과 사이가 좋지ㅡ

[요정B]

인간 여자아이와 함께 싸우고 있지ㅡ

[루미스]

그 애는 특수한 거야

뭐랄까.... 이상한 아이야

[페노제리]

이상한 아이, 인가 

하하,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구나

껄껄 웃다가 페노제리는 문득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페노제리]

하지만 루미스피레스

페어리 코드의 뒤틀림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단다

언제 다시 전과 같은 일이 일어날지 몰라

[루미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친구를 부를 거니까

[페노제리]

오. 친구라면?

[루미스]

페어리 코드의 조율 ㅡㅡ그 전문가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토요일 낮 

아버지 타케루는 투어 참가로 집을 비우고 

어머니는 친구와 외출 중이다

집에 있는 건 리레이와 오빠인 메이리뿐이다

아니. 사실은 또 한 명ㅡㅡ

[루미스]

자 리레이 

오늘 점심, 버섯 요리로 해 줘

버섯 요리

[리레이]

에, 또? 어제도 먹었잖아. 버섯

[루미스]

괜찮잖아. 딱히 매일 먹더라도

[루미스]

아, 맞아. 어제 TV에서 버섯 요리 특집을 했었어

건강에 좋다고. 녹화 볼래?

[리레이]

어느새 녹화를.... 아! 설마 저번에 내가 녹화했던 프로그램을 지우고

이상한 예능을 집어넣은 건 루미쨩!?

[루미스]

루미스, 비디오 사용법 같은 건 몰라 루미~

[리레이]

1주일 버섯 금지

[루미스]

잠! 잠잠잠잠잠잠!

잠깐 기다려, 대화를 하자, 침착하게

차분하게 대화를 하자....

루미스가 맹수를 달래는 자세를 취했을 때

딩동하고 현관벨이 울렸다

[리레이]

응? 누굴까

[루미스]

택배 아니야?

[리레이]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루미쨩 

인터넷으로 버섯 같은 거 주문시키지 않았겠지?

[루미스]

안 했어

인터넷은 그거잖아, 컴퓨터를 사용하는 거 

나는 요정이니까 그런 거 관심 없어

[리레이]

TV는 엄청 보면서....

라고 말하면서 현관문을 열자

팬시한 옷을 입은 소녀들이 집 앞에 쭉 서 있었다

[리레이]

엣

[???]

안녕ㅡ 네가 리레이쨩?

[리레이]

에? 아, 네....

[???]

실례하겠습니다ㅡ!

[???]

짐은 여기다가 둬도 돼?

[???]

정리되어 있으니까 전부 둘 수 있을 거 같네. 영차

[리레이]

에? 에에? 이거 설마ㅡㅡ

[메이리]

뭐야, 리레이. 친구야?

[???]

네, 친구예요ㅡ 실례하겠습니다

[리레이]

에에에에에에!?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5명의 소녀는 

타즈네가 거실로 안내받아 테이블에 앉았다

[메이리]

이런 것밖에 없지만, 느긋하게 있어

메이리가 요령 있게 차와 과자를 낸 후 

리레이는 걱정되는 얼굴로 5명에게 묻는다

[리레이]

그게.... '페어리가든'.... 이지? 인디밴드인

[히사기]

오! 알고 있었구나

역시 TAKE(타케) 씨의 딸

[리레이]

역시! 그러면 아버지의 아는 사이?

그래서 우리 집에?

[히사기]

유감이지만 TAKE 씨와는 잠깐 대화한 정도야

오늘 온 이유는ㅡㅡ

[루미스]

ㅡㅡ듣지 못했어

갑자기 들이닥치는 건

[리나리아]

오랜만이야, 루미스피레스

[리레이]

에? 루미쨩과 아는 사이야!?

[시오미]

오, 루미쨩이라니

그렇게 부르는구나~ 뭔가 신선하네!

[리나리아]

우리들은 사실 요정이야

그래서 루미스와도 옛날부터 친구였어

[리레이]

헤~ 그렇구나

[시오미]

에, 그 부분, '그렇구나'로 끝나는구나....

[리레이]

어라?

하지만 요정은 보통 사람한테는 안 보이는 거 아니었어?

[나츠메]

기본적으로는. 하지만 페어리 코드의 사용에 익숙해지면

모습을 보여주거나 카메라에 비칠 수도 있어

[아오이]

우리들은 페어리 코드의 조율이 전문이니까

잘 다루는 건 두 번 말할 필요도 없다는 거지!

[리나리아]

우리들은 각지를 돌아다니며 라이브를 하며

페어리 코드를 조율하고 있어

여기에 온 것도 큰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기 때문이야

[리레이]

아아, 얼마 전에

[루미스]

그래. 그때의 뒤틀림이 아직도 남아있잖아?

내버려 두면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어떻게든 해주려고 생각해서 불렀어

[시오미]

그건 그렇고 루미스가 인간과 같이 살고 있다니~

[아오이]

맞아맞아. 이 녀석은 옛날부터

나는 방랑객이올시다! 같은 소리를 냈었는데 말이야~

[루미스]

어쩔 수 없이야, 어쩔 수 없이

이 아이에게 페어리 코드의 사용법을 가르쳐줘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히사기]

음. 그럼 평소에도 레슨하고 있는 거야?

[리레이]

어느 쪽인가 하면

버섯 먹으면서 TV를 볼 때가 많지 않을까ㅡ

[아오이]

완전히 식객이잖아

[시오미]

엄청 만끽하고 있잖아

[루미스]

레슨도 하고 있어!

TV나 버섯 같은 건, 음, 그러니까, 그래 

레슨비 같은 거야!

[나츠메]

좀 바가지가 지나치지 않아?

[시오미]

리레이쨩, 어느 쪽을 뺄지 정해도 괜찮아

[리레이]

그럼, 버섯을 빼는 걸로

[루미스]

잠잠잠잠잠잠깐!!

[히사기]

그래서 가까운 라이브 하우스에서 라이브를 할 테니

괜찮다면 둘 다 들으러 와

[리레이]

응! 꼭 갈게!

[루미스]

그냥 듣기만 하러 가면 안 돼

조율하는 방법도 거기서 배우는 거야

[리레이]

네ㅡ!

[리레이]

아, 맞아. 사인받아도 돼?

방에 앨범이 있으니까!

[리나리아]

물론이야. 어서 가져오렴

리레이는 들뜬 모습으로 앨범을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다

[리나리아]

....재밌는 아이네

같이 있고 싶어지는 기분, 알 거 같아

[히사기]

그렇지. 게다가 조금 안심했어

[루미스]

안심?

[히사기]

루미스가 즐거워 보이니까

히사기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히사기]

아오이도 말했었는데 말이야

너 쭉 혼자서 싸우고 있었잖아?

[히사기]

당연한 듯이 그러지만....

그건 사실은 굉장히 힘든 것이라고 줄곧 생각했으니까

[루미스]

....별로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힘들다던가 힘들지 않다던가 

그런 건 상관없어

[루미스]

폭주 요정을 막기 위해서 싸운다

그건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옛날에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매일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고 놀며 지낸다

단지 그뿐인 천진난만하고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스프라이트들처럼

하지만

루미스는 그 손에 검을 쥐었다

자유롭고 방자한 나날을 버리고, 위험을 이해하며

폭주 요정을 멈추기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친구를 제 손으로 죽인, 그날부터

[히사기]

ㅡㅡ그렇구나

히사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루미스의 과거를 알고 있다

루미스가 품은 결의의 강함

루미스가 검을 휘두르며 보낸 시간의 길이도

그 모든 것을 겹쳐서 경의를 표하듯이

히사기는 살며시 말한다

[히사기]

네가 싸워주니까 우리도 조율에 전념할 수 있어

[히사기]

그래서 더 기뻐

[히사기]

언제나 싸워주고 있는 네가 

그런 식으로 친구들과 즐겁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이, 말이야

히사기는 웃으며 장난스럽게 윙크를 했다

그녀의 음색은 방식은 달라도 

같은 목적을 위해 싸워온 전우에 대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부드러운 자애의 울림을 띠고 있었다

무엇보다 진심인 마음의 음색을 들은 루미스는 

무심코 얼굴을 돌렸다

단지

그런 무정한 행동과는 달리 

거짓말을 하지 않는 마음의 음색은 

수줍은 듯한 부드러운 선율을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