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썼음

1권은 라노벨 특유의 매력적인 판타지를 보여주는 여주인공의 매력이 두드러졌고

2권은 신용 거래, 상회 간 거래, 빚과 파산 등 복잡한 상인 사회의 묘사가 기억에 남았다면

3권은 서로의 관계에 대한 믿음과 그 깨어짐, 그리고 그 위에서 벌어지는 황철석 코인의 롱숏세력 싸움에서 오는 로렌스의 심정 묘사가 무척 재밌었음

특히 커플 사이에 으레 있을 법한 감정의 폭발과 거기서 이어지는 말다툼은 읽으면서도 정말 아찔했음

오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쏘아붙이는 지적은 무섭도록 정확한 그 아이러니가 로렌스로 하여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게 정말 와닿더라

서로의 감정은 알고 있지만 연인은 아닌 관계, 주도권마저 어디까지나 상대에게 있는 그 관계는 깨지기 직전,

그런 관계를 아마티가 가로채버릴.. 아니 호로가 깨어버릴 명분은 충분하니 로렌스가 느낄 좌절감과 무력감을 남자로써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 때 로렌스가 호로를 잃지 않기 위해서 아마티에게 제시했던 선물 거래 결투는 메디오 상회에서의 일을 떠올리게 했음

지하 수로에서 호로는 자신을 선택해준 로렌스를 위해 늑대의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엔 로렌스를 떠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음

그러나 당시 서로의 호감은 어디까지나 인연과 보답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로렌스가 쏟아낼 수 있는 감정의 언어는 없었음

그래서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오직 상인의 언어인 빚, 호로가 찢어먹은 단벌옷값에 대한 변상 뿐이었음

결국 호로는 상인의 언어로 답을 해주며 떠나지 않았지

리메리오 상회 때 까지도 로렌스에게는 연인의 언어가 없었지만, 적어도 상인이 아닌 동반자로써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호로도 동반자의 언어로 로렌스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주었음 

그런데 그랬던 호로가 크멜슨에서는 로렌스를 떠나버리겠다고 선언해버린 것임

"당신이 나한테 뭔데? 아니, 내가 당신한테 뭔데?" -178p

상인의 언어도, 동반자의 언어도 가지고 있었지만, 연인의 언어가 없었던 로렌스는 이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음

하지만 언어가 없었을 뿐 그녀에 대한 감정은 충분했기 때문에 

자신이 내뱉을 수 있는 말, 비록 호로에게 직접 전하진 못했더라도 메디오 상회 때처럼 상인과 동반자의 언어로 그 대답을 했던 것임

이런 언어의 사용은 디아나와의 협상에서 든 짐마차 비유에서도 이어짐

아무튼 깨어진 관계를 이어붙이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로렌스도 상인으로써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겠지

그래서 호로를 포기한다해도 손에 들어오는 은화 1천냥 대신, 지하 수로 때처럼 좋은 상인으로써 로렌스는 다시한번 호로를 선택하고 본격적인 선물 결투가 시작됨

이후에 이어지는 황철적 코인 거래 묘사는 머 그냥 코인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해봤으면 공감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시장 참여자의 모습 그 자체라서 그저 개꿀잼이었지

이 모든 사단이 끝난 뒤에는 드디어 호로의 물음에 로렌스가 연인의 언어로 대답하면서 서로 화해하고 진정한 연인의 관계가 됨

그러면서 호로가 로렌스보고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어설픈 궁리는 안하느니만 못한다)고 쏘아붙이면서 로렌스 잘못으로만 몰아가는데

나는 솔직히 호로가 머리를 애매하게 굴린 탓이라고 봄ㅋㅋ 아니 거기서 왜 결혼 계약서를 들이미냐고 ㅋㅋ

근데 그럼 재미 없잖아? 또, 서로 그렇게 아프게 다투고 떨어졌는데 어떻게 입 싹닫고 얼굴 들이밀면서 바로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겠어?

사실 현실이었다면 벌써 파탄이 나버렸을 관계였을텐데

호로의 현명함, 로렌스의 끈기, 가장 중요하게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는 전제 덕분에 3권의 이야기가 가능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러웠음

아무튼 재밌었다 아마티 게이얔ㅋㅋㅋ

이제 4권 읽고 있는데 시작부터 꽁냥대는거 너모 부러움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