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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육체는 지저에서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다.

부족한 산소는 안 그래도 부족한 인간의 체력을 앗아가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희미한 빛은 물체를 분간하는 데 있어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

차별주의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할 순 있어도 인간이 요괴보다 수명도 짧고 신체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몸을 쓰는 일, 심지어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야간당직마저도 요괴가 하는 것이 인간을 시키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따라서 지저청소부의 채용조건에 종족: 인간 항목이 있는 것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복지의 문제로 파악해야 옳다.

코이시는 소년이 처음 근무했던 날을 떠올렸다.

소년은 평범한 성격이었다.

다시 말해, 지저에 사는 인간답게 목소리는 작고 가늘어 집중하지 않으면 말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 할 정도였고, 항상 위축되어 있으며,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화술마저도 서툴렀다는 말이다.

코이시의 언니인 사토리는 소년에 대해 "또 폐급 왔네. 어떻게 인간은 다 저 모양이냐? 종특인가?"라고 평했었지만 코이시의 생각은 달랐다.

소년은 다른 인간들과 여러모로 달랐다.

당황하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버릇도 그렇고 웃을 때 길게 휘어지는 눈매도 그렇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따로 있었다.

지저청소부는 애초에 인간에 대한 복지차원에서 생긴 직업이니만큼 허술한 면이 있어, 관리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을 대충 하더라도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할 염려가 없는데다가, 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인 철밥통을 자랑한다.

때문에 이전의 청소부들은 항상 일하는 척만 하다 시간이 되면 무기력한 모습으로 짐읕 챙겨 퇴근하곤 했던 것이다.

물론, 이해를 전혀 못할 바는 아니다. 인간의 시력은 지저의 어둠을 꿰뚫을 수 있을 만큼 좋지 않으니까. 

하지만 소년은 달랐다. 인간에겐 보이지 않을 쓰레기를 어떻게든 찾아내 치우는 그 성실함에 호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 코이시는 소년에게 반했다.

문제는 코이시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또한 그랬다는 것이다.

처음엔 소년 쪽으론 눈길도 안 주던 년들이 소년과 친한 척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울화병이 터질 것 같았다.

코이시를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 것은 그런 그녀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소년이었다.

언제 저렇게 화술이 좋아진 거야?

코이시는 바뀐 소년도 좋았지만 경쟁자가 늘어 초조했다.

그래서 승부수를 띄웠다.

소년과 데이트를 하고 헤어질 즈음 어떻게든 소년이 고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도록 계획을 짰다.

만약 소년이 그 상황에서조차 고백을 안 한다면 자존심은 좀 상할지언정 자신이 고백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