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일반인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얼굴이 더럽게 못생겼거나, 뱃살이 푸짐하거나, 또는 이 둘을 합친 하이브리드형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이미지는 그냥 가볍게 소비하기엔 더없이 좋은 소재거리이지만,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약간 위험하다.

왜냐하면 현실에서는 꼭 그런 모습의 페미니스트들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반드시 뚱뚱하거나 못생기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는 평타 이상의 외모에 자기관리도 열심히 하고, 사람들과 친화력도 좋은 인싸 여성이 페미인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페미니스트 여성이 남친과 페미니즘에 관련된 논쟁을 하다 헤어진 내용이 여성시대에서 많이 유출되곤 하는데, 이런 것을 보면 적어도 '연애를 하는 것' 자체에는 지장이 없는 외모나 성격을 가진 페미들이 다수일 거라고 추정해볼 수 있지 않은가?

정리하자면 단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루저로 단정짓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생각이 합리적이지 않고 피해의식에 젖어있을지언정 실제로는 멀쩡한 외모로 사람들 안에서 인싸질하고 자기 일 하면서 잘 사는 페미들도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고 페미니스트의 외모 비하를 하지 말자는 소리는 아니다^.^

비하를 하되 그것에 너무 진지해져서는 안된다는 뜻이지.

그냥 가볍게 즐겨.

그럼 반대로 안티페미는 모두 위너인가?

내가 이 바닥에 수년간 몸담으면서 지켜본 결과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사실 안티페미 쪽에도 페미 못지않게 피해의식에 젖어있는 루저들이 꽤 많은 편이다.

물론 누구나 이성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지만, 유독 안티페미쪽은 여자에게 쌓인 피해의식을 사상의 기반으로 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 같다.

여기에는 개개인의 다양한 경험에서 축적된 계기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분명 부당한 일도 있을 것이고, 그럴 경우 해당 여성을 증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말하는 모든 케이스가 부당한지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령 '한국 여성은 다 김치녀야!!' 라고 손가락질하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들어보면, 상당수가 여자 쪽에서는 생각도 없었는데 자기 멋대로 퍼주다가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돌아오지 않자 흑화한 케이스다.

여성들이 외모 차별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들어보면 역시 그냥 못생겨서 여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케이스가 대부분이고.

(모두가 그렇다는 소린 절대 아니니까 제발 확대해석 좀 하지말자.)

그런 남성들에게 좀 진지하게 묻고싶은데, 매몰차게 너를 거절한 그녀는 만약 페미가 없었다면 과연 너를 선택했을까?

페미니즘이 척결되고 정상인들의 세상이 오면 여성들이 남성들을 차별하지 않을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세상에 페미가 있든 없든, 잘난 놈들은 잘났고 못난 놈들은 못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못난 놈들이 잘난 놈들에 비해 차별받는 것은 세상의 당연한 이치다. (년도 마찬가지)

차별 없이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야말로 우리 안티페미 어린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좌파 빨갱이 사상 아닌가?

근데 왜 본인의 못난 점을 여자 탓으로 돌리는지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남자 버전의 다른 페미니즘인 것 같다.

간혹 '여자로 태어났으면 페미했을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게 딱 그런 부류인듯.

페미니즘을 척결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남녀간의 화합을 방해하고 서로를 갈라치기하며 이 사회를 좀먹는 사상이기 때문이지, 못난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피해의식을 표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안티페미는 분명히 마이너한 영역이 맞았다.

사회생활 하면서 일반인에게 페미니즘 이야기를 꺼내면 그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심지어 내 친구도 무슨 그런 문제에 그렇게 열을 올리냐고 나를 놀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젠 다르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도 (완벽하진 않을지언정) 안티페미를 내세우고, 그걸 기반으로 당선까지 되는 시대가 아닌가?

더이상 안티페미는 음지 문화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제 안티페미라고 하면 뭔가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고,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활한 인싸 이미지가 떠올랐으면 한다.

실제로 페미들의 '2번남' 프레임에 맞대응하는 이미지에도 '2번남은 자기개발'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지 않던가?

'그럼 너는 얼마나 잘났냐?' 라고 반문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난 그냥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는 언제나 정직하다.

내가 부족해서 잘난 놈들에게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탓이지 남탓이나 사회탓이 아니다.

원래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절대.

- 홍은표 (유튜버 반페미잡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