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심리학계에서 남자의 동성애에 대한 적응 가설들이 제시된 적이 있다. 한 가설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는 자기 자식을 낳는 대신 조카 등을 돌보도록 진화했다. 이것은 번식을 포기하는 일개미에서 힌트를 얻는 가설이다. 다른 가설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는 다른 남자의 질투심을 억제해서 몰래 여자와 성교를 하도록 진화했다.

이런 가설들은 진화 심리학계에서 인기가 없다. 남성 동성애자들은 교미에는 관심 없는 일개미와 달리 다른 남자들과 하는 성교를 무척 즐긴다. 또한 설사 남성 동성애자에 대해 다른 남자들이 방심하더라도 배타적 동성애자는 이성과 하는 성교나 연애에 관심이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여기에서 소개한 동성애 적응 가설들은 가망성이 없어 보인다.

진화 심리학계에서는 인간의 경우 동성애 특히 배타적 동성애가 부적응적(maladaptive)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적응론적 관점에서 볼 때 동성애자는 “고장 난”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진보 인사를 화를 낼 것이다. 동성애자를 비정상으로 보는 보수적 기독교인과 마찬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보수적 기독교인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를 모자란 사람으로 보고 있으며 이것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동성에에 “부적응적”, “고장 난”, “비정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에 화가 난 사람들은 진화 심리학자들이 콘돔, 입양에도 “부적응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적응론적 관점에서 볼 때 현대 사회에서는 피임을 안 하고 아기를 대책 없이 주렁주렁 낳는 것이 적응적이다. 그것이 번식 경쟁에서 성공하는 길인 것이다. 또한 남의 유전적 자식을 입양해서 정성스럽게 키우는 것은 적응론적 관점에서 볼 때 망하는 길이다.

그렇다고 진화 심리학자들이 콘돔을 사용하거나 입양을 하는 사람이 부도덕하다거나 모자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번식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일 뿐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번식에 도움이 되는 것이 절대선이다”라는 도덕 규범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번식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제일 폼 난다”라고 느끼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