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누군가가 물어봤던 것 같은데 공연 볼 때 어떤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해?
어제밤 부산에서 열린 썸머 발레 페스티발 보고서 올라가는 열차 안인데 몇 자 끄적여 볼까 해.
나는 발레 입덕을 러시아에서 했기 때문에 한국 발레는 이전에 봤어도 기억도 잘 안나고, 제대로 본 거라고 할수는 없을 것 같고 이번 공연이 귀국 후 첫 공연이었어.
국내 발레 스타들과 해외파 무용수들이 부산이라는 곳에서 이런 공연을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봐.
김용걸 교수의 이런 시도에 일단 큰 박수!

부산 문화회관 가 보니 서울 대부분의 극장에서 불만으로 제기되는 시야방해 같은 건 없었어.
혹시 몰라 12열에 앉았는데 객석 단차가 충분해서 좋았고 앞 열도 다리가 잘리거나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쉬웠던 건 전체 조명에서 부분부분 무용수 얼굴에 그늘지는 거랑 음향.
음향이 앞쪽 스피커에서만 나와서 아쉬웠어. 사이드에도 스피커 있던데 출력이 안좋은 건지...
부산 문화회관 시설 좋고 분위기 좋던데 좋은 공연 많이 유치하고 발레 공연도 흥했음 좋겠다. 어제 보러 온 여리여리한 학생들 얼마나 좋았을까..

공연에 앞서 김용걸 교수가 나오셔서 인사와 함께 발레 즐기는 요령이며 매너를 잠깐 일러주었어. 덕분인지 공연 내내 관객등 분위기 아주 좋았어.
내 보기엔 발레 배우는 학생들과 교육자들이 많기는 했는데 매번 뜨거운 박수와 환호에 무용수들 보람찼을 듯.
(푸에떼에서 계속 박자 맞춰 큰 박수 쳐대던 남학생만 빼면..^^;)
김용걸 안무 작품이 네 개였는데 대체로 좋았어.
라인을 중요시 하는 분 같아. 정재은 최원준의 ' Conscience'처럼 실루엣을 강조하는 연출도 좋았고 두 분의 선이 정말 예쁘더라. '레 무브멍'이라는 군무작품은 특히나 상체의 움직임이 아름다워서 너무 좋았어. 김용걸님 본인도 나이가 있으실텐데 어쩜 관리를 그리 잘하셨는지 몸도 정말 아름답고 기량도 안 떨어지는 듯. 로베르토 볼레가 생각났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한국 발레는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야. 워낙 인기있는 국내 스타들이라 기대를 했는데, 공연 보면서 솔직히 기대에 못미쳤어.
내 취향과 스타일이 달라서라고 이해해야겠지.
동작은 다들 정확하고 깔끔한데 그 동작들이 연결이 안되는 느낌. 기계적으로 춤은 추지만 음악과 하나가 되어 흐르지 않는다는 느낌. 스포츠 아니고 예술이니까.. 내가 기대하는 건 감정을 전달해서 관객이 감동을 느껴야 하는데, 테크닉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듯한 느낌이었어.
전막을 추어도 감정이 저만큼일까? 하는 생각.
난 테크닉이 흔들려서 춤의 흐름에 방해가 되거나 관객이 불안하지 않은 정도면 좋거든(어쩌면 이게 완벽한 테크닉을 기본으로 갖춰야 가능한 거지만)
물론 발레리노가 뛰어난 테크니션까지 겸비해서 환희를 안겨준다면 금상첨화지만.

그래도 어제 출연한 무용수 중에 앞으로 관심갖고 기대해 볼 만한 사람은 있었어.
윤별의 알리를 보니 왜 열광하는지 알겠더라. 아직 나이도 어린 것 같고. 연기력까지 다져서 바실례프같은 발레리노가 되었음 좋겠다 생각했어.
메도라를 춘 이유림은 키는 작지만 예쁘고 잘하더라.

그리고 내 눈길을 끌었던 키트리의 원진호.
프로포션 좋고 안정적인 테크닉, 당당함과 카리스마가 좋았어. 의상만 좀 키트리스러웠음 좋았으련만 딱 붙인 커트머리에 흰색 바탕의 의상을 입었는데, 새빨간 의상에 새빨간 꽃 달고 나온 Brides made 1이 더 키트리스런...^^; 그치만 이분이 흑조하는 모습을 보고 싶더라. 권세현의 흑조는... 도도함 없는 해맑은 활짝미소라 몰입이 안됐고 폴드브라도 내가 아는 흑조 아님.
최영규는 표정이 좋았고 그의 바질도 좋았고...

배주윤 예술감독 안무의 피날레는 신나고 멋졌어.
김용걸 교수가 페북에 남겼던데 피날레의 정석이라고.
사심 담아 딱 맞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