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D는 그림다크+시궁창 원툴이 워해머의 근간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난 반대로 그림다크 느낌이 살아나려면 일말의 희망은 남겨놔야 한다고 봄.

왜냐면 시궁창 원툴로만 가면 독자들이 지치거든. 

번역하면서 느낀 건데 워해머 세계관은 정이 안 붙어.

물론 그런 세상에 붙일 정이라는 게 있겠냐 싶지만

그래도 그 세계관에 정이 들어야 번역하는 힘도 나고 계속 파헤치고 싶은 관심이 생기거든.

옆집 이야기 해서 미안하지만 난 이 균형을 잘 맞춘 예가 블리자드인 것 같음.

스타크래프트 1 세계관은 워해머 못지않은 그림다크한 곳임.

인류는 고철더미 줏어다가 겨우 문명 일궈내는데 한 쪽에서는 저그가 쳐들어오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거 막겠다고 프로토스가 불태우고 있고

그럼에도 내가 희망을 갖는 것은 레이너 같은 영웅들이 있으니까.

황제처럼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숭고한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확실히 내 편이라는 느낌이 들고, 내가 저 사람을 믿고 따르면 희망이 생길 것이란 기대감이 드니까.

그래서 스1 스토리가 그림다크 함에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함.

워해머는 제국이든 스마든 황제든 프라이마크든, 그 반대쪽의 제노나 카오스든

내가 심적으로 안주할 곳이 없음. 보고 있다보면 내가 다 지치고 무기력해짐.

순수한 독자의 관점에서 무한정 암울한 미래만 밀어붙이는 게 과연 옳은 결정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