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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nde 감상

ㄱㅇ(175.120) 2016.12.06 20:03:27
조회 1061 추천 1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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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크 오션이란 뮤지션을 통계적인 능력치로 나타냈을 때, 많은 이들에게 가장 큰 강점으로 손꼽히는 부분은 그의 가사이다. 어떤 한 예술가가 세상에 작품을 선보일 때, 그 작품에 대한 해석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 째, 창작자의 의도가 작품 속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경우다. 그럴 경우, 작품은 소비자의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고 행여 해석을 한다 해도 그 범위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둘 째, 아예 작품의 해석을 소비자에게 자유롭게 맡기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 해석하는 이의 문화적 경험,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 선호하는 취향 등에 의해서 각양각색의 주관적인 해석으로 나타나고 이 방법이 현재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해석 방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Blonde라는 앨범이 가지는 입장은 후자 쪽에 가깝다. 영화라는 매체와 비교하면 현대 음악은 그 해석법이 보다 정형화 되어있다. 예를 들어, 블론드에서 오션이 써내려 간 가사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완벽한 이해와 해석을 허용치 않는다. 전작이었던 채널 오렌지가 듣는 이들에게 전하는 한 청년 예술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면, 블론드는 좀 더 개인적 경험을 그 바탕으로 삼는다. Blonde는 인트로에서 부터 아웃트로까지 많은 관점에서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서사의 바탕에는 오션이 실제로 겪었을 법한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지만 그 노랫말이 향하는 대상은 보기보다 명확하지 않다. 우리는 가사의 문맥과 그 문맥이 표현하는 상황에 따라서 그 대상이 남성인지 혹은 여성인지 짐작할 수 있을뿐이고, 프랭크 오션의 성 정체성은 우리의 판단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허나, 오션은 자신이 가진 양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을 애써 드러내지도 또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호한 상황 안에서 듣는 이의 해석의 잣대는 다시 한 번 가르켜야 할 방향을 잃는다. 블론드의 서사는 듣는 이들을 안개가 자욱하게 드리워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운전자로 만든 뒤, 가야할 길을 알려주는 대신 각자 가고 싶은 곳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가라고 종용한다.



블론드의 소리가 맞닿아 있는 곳은 오래 된 팝 음악의 전성기이다. 히피 문화를 대표하고,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연상시키고, 브리티쉬 인베이젼으로 명명되는 비틀즈의 시대에 맞닿아 있는 블론드의 소리는 가히 환상적이지만, 어째서 흑인 알앤비 가수였던 오션이 그런 백인문화의 근간에 기초하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한다. 칸예 웨스트와 드레이크 이래로 그 흐름이 눈에 띄게 분명해진 피비알앤비라는 신생장르의 대표격인 인물은 어째서 다시 한 번 자신이 속해 있던 장르의 경계를 허물게 되었을까. 블론드라는 앨범은 알앤비 음악이 아니라 팝 음악이다. 이 시도는 칸예 웨스트가 다프트 펑크의 음악을 샘플링한 시도보다 더 이율배반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오션의 이런 여정은 적어도 두 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첫째, 어렸을 적부터 오션이 쌓아온 인종에 구애 받지 않는 음악 취향, 길었던 무명 시절 갈구했을 성공에 대한 갈망, 제임스 폰틀로이와 함께 사색했던 알앤비의 새로운 방향성 등의 개인적 경험들은 전혀 헛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수많은 레퍼런스들을 규합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어 주었다는 점. 둘째, 명확한 비젼을 가지고 그 비젼을 실현시킬 수 있는 추진력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는 인종과 장르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대중음악은 최첨단 기술과 인간 본연의 감성, 그 교차점에서 균형을 이룬 자들이 주도했다. 스티비 원더, 비틀즈, 프린스, 데이빗 보위, 마이클 잭슨, 핑크 플로이드 등 대중문화의 최전선에 있던 선구자들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 동시대 그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강조하려 했던건 기술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였다. 프랭크 오션이 본인의 소회대로 열반에 이를런지는 두고 봐야 알테지만, 블론드에 와서 오션의 여정은 한없이 밝아 보인다. 다채롭고 풍성한 기타 연주, 808 드럼, 후반의 신디사이저 운용 그리고 음악과 상반되는 비관적이면서 시적인 가사 등 음악적 조화가 일품인 Nights는 트랙 자체로 블론드의 컨셉을 대변한다. 몽환적인 기타리프와 오션의 절절한 외침이 돋보이는 Seigfried는 쓸쓸한 감정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오션의 복잡해진 마음을 엿볼수 있는 곡이다. 이 밖에도 일렉기타를 위시한 Ivy는 첫 사랑의 양면성을, 풍성한 피아노 라인이 돋보이는 Pink + White는 삶에 대한 희망적인 태도를, 로즈의 선율이 감싸는 Solo는 혼자 된 것에 대한 복잡한 사색을, 어쿠스틱 기타를 운율 삼아 담담하게 풀어내는 Self Control에서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묘한 감정을 나타낸다. 이런 서사의 근저를 가만 들여다 보면 이는 한없이 특별하기만 한 경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들은 오션의 개인적인 이야기이면서 우리들의 개인적인 삶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프랭크 오션은 소리꾼으로서, 이야기꾼으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 그가 만들어 낸 이야기에 담긴 공감대와 위로는 앨범의 컨셉과 완벽하게 조응하며 우리에게 쓸쓸함과 동시에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긴다. 



블론드는 채널 오렌지라는 걸작에 비해서 변모한 점도 많고 공유하는 부분도 많은 앨범이다. 채널 오렌지는 대부분의 멜로디를 가상악기의 전자음으로 빚어 냈지만, 블론드는 로즈와 일렉, 어쿠스틱 기타가 그 중심기능을 담당한다. 반면, 신디사이저와 808이 주는 세련되고 몽환적인 질감들은 두 앨범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분모이다. 그 외에도 채널 오렌지는 인트로부터 아웃트로까지 오직 자신의 목소리로만 극을 이끌어 나가지만, 블론드에는 인트로 트랙인 Nikes를 비롯해 자주 변조된 목소리들이 등장한다. 이런 변조된 목소리는 약물이나 술에 취해있거나, 현실과 꿈을 분간하지 못 하거나, 또는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트랙 내의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의 변화를 대변한다. 앞서 밝혔듯이, 블론드는 오션 본인의 개인사가 바탕이 되는 앨범이다. 블론드의 서사는 유기적이라기 보다 중구난방이고, 수록곡들은 대체로 멜로디컬 하지만 거의 모든 곡이 대중음악의 전형적인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는다. 약에 취한 듯 몽롱한 Nikes의 루프로 시작되는 앨범의 전반부는 밝고 산뜻한 음악들이 포진해 있다. 안드레3000의 인상적인 벌스로 시작되는 후반부는 한없이 쓸쓸하면서 동시에 희망적인 음악들로 가득하다. 이 다채로우면서 산만하기까지 한 앨범의 전개는 그 자체로 오션이 가진 삶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들과 지리멸렬한 감정의 변화를 반영한다. Be Yourself, Facebook Story, Futura Free 속 히든 인터뷰처럼 화자가 오션이 아닌 트랙들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 보는 비정하면서 동시에 따스한 오션의 인생관을 보여준다. 점진적으로 밝아지면서 페이드-아웃 되는 아웃트로 Futura Free에서의 자조적인 오션의 독백과 경험들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블론드는 끝난 뒤에도 우리에게 확답을 주지 않는다. 블론드는 무엇을 찾을 것인가, 무엇을 버리고 갈 것인가. 결코 우리에게 명쾌한 답을 제시해주는 앨범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간직한 것은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심연의 기척을 응시하며 가야할 길을 알려주는 대신 각자 가고 싶은 곳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가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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