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날레에 대한 생각 (스포 장문)

적분상수 · 2022.08.17 02:20:32

사랑했던 시리즈를 보내며

글로 감상을 남겨야 여운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올림

1. 빈스 길리건이 마지막화 인터뷰에서

내가 알던 진/지미/사울 이 개작살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는데

이거에 대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음

좋은 의미에서 충격적인 결말인가 아니면 캐릭터 붕괴인가

브배 베콜사 모두 각각의 캐릭터는 플롯에 매여있지 않고

그 자체로서의 꼿꼿한 분위기가 항상 풍겨져왔었음

그래서 내가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함

플롯에 매여있다라는 느낌이 무엇이냐면 어떤 캐릭터는 우리가 아는 플롯 이외에도 그 자체로의 인생에서 성격이 만들어져온건데 정해놓은 하나의 결말을 향해서만 그 성격이 빚어진다면 매력이 없다는 말임.

아무튼 내가 생각을 말로 잘 못 옮기는데 이해하길 바람

2. 그럼 왜 이런 문제많은 삶을 캐릭터들은 선택한걸까

월터 화이트:

대학원 친구들의 배신과 열등감으로 무력한 화학교사로 지내는 중년이었음. 암 판정 후 자신이 인정받고 제일 잘하는 일에 몰두 하며 암으로 죽어가지만 삶의 활력을 되찾는 아이러니. (마지막회 후회에서도 언급)

제시핑크맨:

동네 마약파는 양아치에서 월터와 손을 잡고 업계 거물이 됨. 배운게 도둑질이라 불법적인 일에 계속 가담하는 인생. 권력욕 야망 물욕이 보이지도 않고 선을 넘어버리자 이젠 죽어도 그만 좆돼도 그만인 마인드

거스프링:

게이 연인과 불법일을 하다 연인의 죽음을 경험. 그 후 자신의 인생의 동력을 복수로 삼고 야금야금 카르텔을 망가뜨리려 함.

마이크:

뇌물 받는 Corrupt cop 그 후 내부고발로 인한 아들의 죽음

은퇴한 늙은 경찰이 아들을 대신해 가장의 역할도 함께 해야하는 상황 결국 자신이 제일 잘하는 불법에 몸담음. (마지막회 후회에서도 언급)

카르텔이나 나머지 OG들은 애초에 그런 인생을 살아왔었고

앞에서 서술한 4명이 이 게임에 가담하게 된 drive가 명확하며 그것에 대해 숙고할 거리가 많음 필자는 이 시리즈의 감상 포인트를 항상 여기에 둠 (개인적으로 월터의 스토리가 가장 맘에 듬)

스핀오프 베콜사에선 이제 사울이라는 인물은 왜 타락한 변호사 가 되었고 왜 이런 엄청난 일의 배후에 서게 되었나를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었음

3. 베콜사를 보면 사울의 캐릭터가 참 재미있음

사울:

슬리핀 지미로 항상 시스템을 거부하며 살아옴.

야매로 취득한 변호사 타이틀을 가지고 제 버릇 남 못주고 법을 우습게 여기며 돈을 범. 원래 부자들 졸부들 등쳐먹으며 돈을 벌다가 사울이 이 게임에 가담하게 된 시작은 랄로의 변호임.

킴이 하워드가 죽은 것에 대한 회의 때문에 사울을 떠났을 때 살짝 아쉬웠음.(왜 킴이 브배에선 등장안하나가 여러 커뮤에서 큰 쟁점이었음) 사울의 drive가 무엇인지 애매해졌기 때문에

마지막화를 보면서 이해하게 됐는데 사울은 그저 돈미새 자낳괴임. 마이크와 타임머신 얘기 후 당신은 그저 돈이군요라고 한 것. 월터와의 타임머신 얘기 후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군 이라고 한 것.

이 두가지는 결국 시청자에게 그가 이 게임에 가담하게 된 drive 따윈 없다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돈에 미쳐서 이렇게 어마무시한 일의 배후에 있게 된거다를 알려주는 거임.

그래서 킴이 자수하라는 말을 귓등으로 듣고 자신과 같이 비뚤어지게 살다가 정상적으로 변한 킴을 괄시하는 모습도 보임.

(슬리핀) 지미도 원래 그런 사람 사울도 원래 그런 사람 새 삶을 사는 진 태커빅도 어쩔 수 없는 관성으로 새 삶을 못살고 원래 그런 사람의 삶을 살다가 사단이 나버림.

그리고 형량 협상에서도 원래 그런 사람이여서 검사를 가지고 놀며 형량을 7년까지 줄여버림.

지미에 대한 이 관성이 깨져버린건 지미가 킴이 하워드 부인과의 민사에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음에도 자수했다는 것을 들었을 때임

여기에서 빈스 길리건이 말한 개작살났다를 나도 똑같이 느낌 (아쉬운 쪽으로) 그렇게 쌓아왔던 이미지가 굳어지고(월터와 마이크의 대답) 깨지는게(86년형으로 자폭) 이번 마지막화 단 한 회만에 두개가 동시에 벌어짐.

결국 이 장대한 세계관에서 플롯이 캐릭터의 방향을 너무 좌지우지한게 아닌가 싶음.

반면에 월터의 최후를 살펴보면

월터는 하이젠버그로 변한 뒤 하이젠버그로 죽음 특히 그가 죽은 이유가 자신의 피가 섞인 아들도 아니고 하이젠버그로의 삶을 살면서 일한 파트너를 구해주기 위해서임

월터의 인생에서의 열등감과 무력감을 하이젠버그로 극복했기 때문에

4. 그럼에도 좋았던 점

(꿈보다 해몽 지극히 개인적인 억지 감상)

마지막회 제목은 Saul gone (it’s all gone)보다 개인적으로

Regret이 더 잘어울린다 생각

마이크와 월터의 regret은 우리가 알던 사실을 확인한거고

사울은 월터에게 꼼수부리다 넘어진걸 후회한다 말함

그리고 이 후에 척이 변호사말고 다른 길을 생각해보라는 말을 무시한 것을 후회하는 회상을 함.

월터와 마이크가 후회하는 일은 자신이 바꾸고 싶은 과거의 일임

그리고 그 과거의 일이 동기가 되어 게임에 속하게 되었고 죽어서 마무리 됨. (나오지는 않았지만 프링도 마찬가지)

사울이 후회하는 일은 변호사를 그만두지 못한 것. 사울이 게임에 속하게 된 동기가 변호사가 된 것은 아님. 그러나 척이 그 일로 자살하게 됨.

척이 죽고 자신은 법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실된 증언과 변호를 하여 정당한 법(척이 추구한)의 심판을 받음.

결국 사울은 감옥에 종신형으로 가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

월터와 마이크와는 다르게 사울은 후회가 죽음으로 귀결되지 않음. 죽은 사람은 척일 뿐

그래서 마지막에 지미 맥길에 집착한 것처럼 보임 그러나 모두가 사울로 알고 있고 사울은 죽질 않음

지미 맥길을 알았던 척과 하워드는 죽었고 킴은 교도소에 면회를 와 같이 맞담배를 피며 시리즈가 마무리됨.

그래서 이 마지막회의 열쇠는 킴의 자백보다는 사울의 후회로 보는게 개인적으론 더 좋은 거 같음.

마지막으로 사울의 모든 여정을 법정에서 마무리를 한게 굉장히 좋았음 (죽거나 청소기할배로 인생세탁 당하는 것보다) 베콜사의 남아있는 정체성을 마지막까지 유지한 느낌.

제일 사랑했던 시리즈를 이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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