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정반대다.

오히려 절대적인 하늘(理)에 순종하고, 그 하늘의 뜻에 자신을 일치시키는게 목적이다.

특히 율곡학에서의 수양은, 절대적인 하늘(理)의 의지인 천도에 그 자신의 심지를 향하도록 ‘立志입지’ 하는 구조이다. (이것을 율곡학에서는 ‘春意춘의, 봄 의지’라고 부른다).

그로 인해 조율자로서 ‘작은 몸(小體)’이 창발적인 理의 운행과 하나 됨으로써 ‘큰 몸(大體)’이 된다는 식. (이는 전통적인 유교에서 칭해지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율곡학적 재해석이다)

성리학의 수양은 어디까지나 절대적인 하늘(理)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체계이다.

율곡학이 그렇기에 ‘성誠’ 개념을 중시하는 것이다. 성誠은 거경과 궁리를 거치면서 세워지므로, ‘경전 및 역사 공부’를 통해 얻어진 교훈의 축적체가 된다. 이러한 성誠은 우주적·도덕적·세력이며 존재론적 ·윤리적 관념이고 하나의 매개자medium로 인간과 하늘을 하나로 연결한다

(이것 때문에 노영찬은 그의 저서 ‘The Korean Neo-Confucianism of Yi Yulgok’ 에서 ‘신은 궁극적 현실’Ultimate reality이라고 한 본회퍼Bonfeffer와 오트Ott의 주장을 인용하여 성誠과 그리스도Ch rist의 매개자적 작용의 유사성을 설명한다)

각설,

율곡학의 수양은 인간이 경전 및 역사 공부를 통해 성(誠)을 세우는 것으로,

자신의 유(有)를 조각가가 조각을 하듯이 조각하여, '절대적인 하늘(理)'에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이 ‘절대적인 하늘(理)’의 뜻에 자신을 일치시킨 상태를 성리학에서는 ‘성인(聖人)’이라고 한다.

특히 이재 계열의 율곡학에서는 이 경향이 더욱 노골적으로 들어난다. 이전에 쓴 글의 이재 계열 설명에서 이어지는 건데,

https://gall.dcinside.com/m/confucianism/597

성리학의 이기론ꞏ체용론 주의점 (feat. 화엄학) - 유교 마이너 갤러리

흔히들 주위에서 성리학이라고 가져오는 성리학들은 대부분, 주자의 성리학이나 또는 퇴계ꞏ율곡의 성리학이 많다.근데 막상 유림들하고 대화할때, 주자나 퇴계ꞏ율곡 성리학에서의 이기론이나 체용론을 가지고 오면 대화가 엇갈리는

gall.dcinside.com

이재 계열 율곡학에서는 다른 율곡학들과 달리 체용이원론적 세계관에 따라 리理가 ‘준거’가 아닌 ‘규범’인 관계로, ‘리理에 준거한 양심’(올바른 양심)과 ‘리理에 준거하지 않는 양심’(그릇된 양심)이 존재한다.

양심은 인간행위의 도덕성에 대해 주관적 판단이기 때문에, 소위 양심적 판단이라도 객관적으로는 얼마든지 그릇된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재 계열 율곡학에서는 ‘이심학성以心學性’, ‘성사심제性師心弟’ 같이 ‘마음은 불완전하기에, 완전한 하늘의 이치가 들어있는 경전을 따라야 한다’ 라는 명제가 생겨난다.

즉 이재 계열 율곡학에서 마음은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경전에 따라서 다시 형성하는 것’이다. 양심 그 자체를 따르는 게 아니라, 경전에 근거하여 자신의 양심을 ‘재조각’하여, 양심 그 자체의 수준과 질을 올리는 것이다.

이런 절대적인 하늘(理)에 순종하고, 절대적인 하늘(理)의 뜻에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이 성리학의 수양인 것이지.

감히 스스로 수양해서 초월적인 존재가 된다는게 아니다. 애초에 그런 뉴에이지적인 가치관은 성리학에서는 ‘不敬불경한 행위’이며 ’하늘(理)의 뜻을 어기는 행위’다.

특히 이재 계열 율곡학에서는 리理를 ‘규범’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다른 율곡학과 달리 죄罪라는 개념도 일부 존재하는데, 저런 ‘스스로 초월하는 가치관’이 ‘不敬불경’을 넘어 아예 ‘죄罪’로 까지도 정의된다.

(오늘 누가 우리 향교를 방문해서 새로운 수강생으로 등록하고 싶다길래, 대화를 좀 하다가 그 사람이 질문으로 '성리학의 수양은 인간이 스스로 신이 되는게 아니냐' 라고 물어보는데 진짜 너무 어이가 없고 식겁해서 이 글 씀

오히려 성리학의 수양은 그와 정반대로 '절대적인 하늘(理)'의 뜻에 순종하고 그 하늘의 뜻에 자신의 뜻을 일치시키도록 극기복례하는건데...

이걸 알려주니까 그럼 자기는 성리학을 배울 필요가 없다며 다른 종교하겠다며 바로 그날 한시간 만에 수강취소하고 향교를 나감... 아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