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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메인스토리]Chapter15-section2

나타가나타났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4 21:52:27
조회 584 추천 13 댓글 5
														

나 "뜨거........."


올려다보면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쨍쨍 내리쬐는 태양


어디로 보나 여름이 한창.

오후에도 더울 것 같다.

나는 라이브러리와의 단련을 마치고, 학교에서 막 나온 참이었다.


오차학원은 여름 방학.

이 와중에 등교하러 오는 것은 나처럼 자율단련을 하고자 하는 성실한 학생 뿐.


──라고 하지만.


그동안 게으름을 피웠던 만큼, 스스로도 더 싸울 수 있도록 단련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라이브러리에게 단단히 혼나고 말았다.


나 "자, 돌아가면 에어컨이 켜진 방에서 낮잠이나 자볼까."

헤비코 "후우망!"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뒤돌아보면 헤비코가 학교 건물에서 종종걸음으로 걸어나온다.


나 "여어."


나는 멈춰 서서 헤비코이 오기를 기다렸다.


헤비코 "방학인데, 학교 왔었어?"

나 "라이브러리랑 훈련하러."

헤비코 "그렇구나."

나 "헤비코는?"

헤비코이 "도서관에서 유키카제랑 숙제하고 있었어."

나 "뭐!? 유키카제랑!?"


나는 무심코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여름 방학까지 천적을 만난다면 참을 수 없다.


헤비코 "정말~.  후우망 너무 오버한다."


헤비코는 쓴웃음을 짓고 있다.


나 "그 녀석은 내 천적이야."

헤비코 "유키카제는 린코 선배와 볼일이 있다고 도장에 갔어."

나 "그렇구나!"


그렇다면 한시름 놓인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헤비코 "그렇게나?"


헤비코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헤비코 "그럼! 후우망, 함께 돌아가자."

나 "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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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헤비코 "후우망 아직도 유키카제짱과 어색한 거야?"

헤비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둘이서만 임무하러 가거나 했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사이가 안 좋아?"


헤비코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나 "그건 유키카제의 힘이 필요했던 것과 너희들이 집을 봐주었기 때문이야."

헤비코 "그럼 누군가 한 사람만이라고 하면, 유키카제겠네. 엄청 강하니까."

헤비코 "오후에는 린코선배와 전력으로 모의전을 하고 싶다, 고도 말했어."

나 "참귀와 뇌격의 전력 대결인가. 도장이 날아가겠군."

헤비코 "그건 따라가기 힘들지?"


헤비코는 킬킬거렸다.

헤비코도 최근에는 그 요미 아키츠를 상대로 시간을 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유키카제나 린코 선배 등 차기 대마인 에이스급들의 전투력은 월등하다.

월등한 것은 그 튀는 성격도 그렇지만.


헤비코 "그래서, 단 둘서 한 임무는 어땠어?"

나 "그럭저럭. 쥬베에한테 갔었어. 기억해? 칸자키 쥬베에."

헤비코 "앗, 쥬베짱인가. 오랫만에 듣는 이름이네. 그동안 잘 지냈대?"

나 "여전하지. 그런데 그 녀석, 만나자마자 유키카제에게 입을 함부로 놀려서 말야."

헤비코 "앗, 화나게 해버렸구나. 쥬베, 말버릇이 험하니까. 그래서?"


헤비코가 몸을 내밀었다.

대체로 전개를 예상하고 있는 얼굴이다.


나 "하마터면 정보를 알아내기 전에, 쥬베에가 건물 째 날아가 망칠 뻔 했어."

헤비코 "하하하핫! 유키카제짱답네! 이런 느낌? 토르 해머!!"


헤비코은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고 두 손을 권총 모양으로 만들어 보였다.


나 "맞아. 그 녀석은 너무 급해. 뭐, 아슬아슬하게 체면치레는 해주었지만."


그때의 유키카제를 떠올리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헤비코 "그래도 결국 말릴 수 있었잖아. 그럼 역시 전보다는 친해졌다고 헤비코는 생각해."

나 "전보다는..."


묘한 얼굴이 된 나를 보고 헤비코은 또 웃었다.

이나게야 앞까지 오자, 헤비코가 말했다.


헤비코 "후우망, 아이스 먹지 않을래?"

나 "오오! 좋네...다만, 나 지금 돈이 없어."


헤비코는 눈살을 찌푸린다.


헤비코 "또야? 후우망, 언제나 그렇게 말하잖아."

나 "언제나 돈이 없으니까 말야."

헤비코이 "저번에 용돈 받았다고 했잖아."

나 "그게 말이야, 'SEKIRONIN'이라는 닌자겜 샀거든."

헤비코 "또 게임 샀어? 그것도 닌자? 대마인인데 닌자 게임?"


평소 게임보다는 독서파인 헤비코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 "현실과 게임은 별개. 헤비코, 게임뇌는 어쩔 수 없어."

헤비코 "헤비코는 후우망의 뇌가 걱정인데."

나 "괜찮아. 게다가 정말로 재밌어서 후회는 없어. 그런데 말이지..."

헤비코 "그런데?"

나 "내기에 져서 지금, 사쿠라가 독점으로 플레이 중이야. 크흑......"


나는 낙담하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래서 오늘은 어느 때보다 돈이 없다.


헤비코 "그게 뭐야. 조금도 괜찮지 않잖아."

나 "그런 날도 있는 거지."

헤비코 "그런 날 뿐이잖아."

나 "그렇게 말하지마."

헤비코 "정말, 후우망...그런 점은 조금도 성장하지 않는다니까."

나 "그렇지요~."


사실이라 할 말이 없다.


헤비코 "헤비코는 아이스크림 먹을 거니까."


헤비코는 단호히 선언했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말해 보았다.


나 "저기, 헤비코님, 혹시 괜찮다면, 자에게도 아이스크림을 사주시면 굉장히 기쁠 것 같은데요."

헤비코 "싫어. 후우망은 헤비코의 몫은 사줄 수 없으니까."

나 "그렇지...하아..."


나는 낙담하며 어깨를 떨구고 가게를 나선다.


헤비코 "에? 후우망, 가는 거야?"

나 "아, 나는 갈게. 헤비코, 나는 신경쓰지 말고 혼자 아이스크림 먹어."

헤비코 "......"

나 "아이스를 먹지 못한 내가 더위에 쓰러져도 너 때문이 아니야. 모두 내가 나쁜 거야."

헤비코 "......"

나 "그럼, 헤비코. 여기서 작별이야. 아디오스."

헤비코 "정말~~~ 알았다구! 사주면 되지, 사주면 되잖아!"

나, "앗! 진짜?! 역시 헤비코는 상냥한걸! 여신님 같아!"

헤비코 "뭐가 여신이야. 설마 지금 건 연극? 아디오스 같은 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어."

나 "하하하......아디오스는 너무했나."

헤비코 "전부 과해!"


헤비코는 나를 노려보다가, 이윽고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헤비코 "정말, 후우망은 어쩔 수 없다니까."

헤비코 "자, 후우망의 몫."

나 "땡큐"

헤비코 "거기 앉아서 먹어."

나 "아아."


우리들은 가게 앞 벤치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이나게야 특제 아이스크림.

굉장히 오랜만이다.


헤비코 "응~, 맛있어☆"

나 "아, 변함없이 맛있어...응?"

헤비코 "왜 그래?"

나 "뭔가 평소보다 맛있지 않아? 더워서 그런가? 아니, 아삭아삭한 감이 더 강한 것 같아."


이나게야의 아이스크림은 농후하지만 느끼하지 않은 바닐라 맛이 장점이다.

하지만 오늘의 것은 상쾌함이 더해져 있다.


헤비코 "아, 이거? 올해부터 나온 여름용 새 버전."

나 "뭐!? 새버전? 난 그런 거 못 들었는데."

헤비코 "후우망한테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좀 전부터 팔기 시작했어."


헤비코는 쿡쿡 웃으며, 그 새버전을 핥았다.


나 "그랬었나."


나도 다시 한 번 맛본다.

과연, 이 시원한 맛은 역시 여름용이다.


나 "역시 이나게야. 그렇잖아도 맛있는데 개량을 게을리하지 않다니."

헤비코 "그치~."


둘 다 한동안 말없이 아이스크림을 즐긴다.

바깥 벤치라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데 그것도 여흥 중 하나다.


헤비코 "그런데, 후우망."

나 "응? 뭐야?"

헤비코 "이렇게 단둘이 있는 거, 오랜만이지."

나 "그런가?"

헤비코 "응."


헤비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스크림을 입에 머금었다.


나 "아이스, 맛있네."

헤비코 "맛있지."


왠지 모르게 대화가 멈췄다.

매미소리만이 들려온다.


타는 듯한 햇빛, 아스팔트로부터의 반사.

살갗이 따끔따끔하다.


나 "여름이지."

헤비코 "맞아."


헤비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앉은 다리를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헤비코 "헤비코, 이번에 옷 사러 갈 거야."


땅을 내려다보며 당돌하게 말한다.


나 "그렇구나."

헤비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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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코는 다리를 흔들흔들 놀리는 것을 멈추고 나를 힐끗 돌아보았다.


나 "뭐야?"

헤비코 "......"

나 "?

헤비코 "후우망, 어차피 한가하잖아."


웬일인지 화난 듯이 말한다.


나 "한가하긴 한데."

헤비코 "그럼 함께 가달라고~."


헤비코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 "에~~~."


여자 옷을 같이 보러 가서 여러 벌 입어보기를, 그냥 옆에서 기다리다가 어쩌고저쩌고 감상을 묻거나. 귀찮다.

아니, 그런 얘기만 들었을 뿐 실제로 경험한 적은 없지만.


나 "유키카제와 같이 가면? 나, 여자 옷 같은 건 잘 모르고."

헤비코 "유키카제와는 자주 가고 있어."

나 "그럼 사쿠라는?"

헤비코 "사쿠라짱은 그다지 함께 밖을 돌아다니지 못하지?"

나 "그럼, 너의 그림자에 숨는 건."

헤비코 "그런 외출, 즐겁지 않은걸."

나 "...뭐, 그렇겠지."

헤비코 "후우망이 패션 감각 없는 건 알지만, 가끔은 기분전환하고 싶어."

나 "구체적으로 뭔데?"

헤비코 "뭐든지! 싫어? 그럼 아이스크림 돌려줘!"


헤비코는 손을 쭉 뻗었다.


나 "이미 다 먹었어."

헤비코 "그럼 돈으로 돌려줘. 지금 당장!"

나 "그런 말 하기야?"

헤비코 "토키코 씨에게 말할 거야? 후우망이 헤비코한테 아이스크림 사줄 거라고."

나 "으......"


그, 그건 위험해.


나 "알았어! 함께 가자! 그 대신 게임 센터도 들를 거야."

헤비코 "좋아♪"


'또 게임이야?' 라고 할 줄 알았는데 헤비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비코 "뭐 입고 갈까~."

나 "옷사러 가는 거잖아?"

헤비코 "쇼핑하러 갈때 입는 옷도 중요해."

나 "그런 건가."

헤비코 "그런 거야."


조금 전까지의 서슬이 거짓말처럼 신난 모습이다.


헤비코이 "아~ 맛있었다."


헤비코는 남아있던 아이스크림을 단숨에 다 먹었다.


나 "한겨울의 이나게야 아이스도 최고지만, 역시 여름이 최고지."

헤비코 "......"


일단 맞장구를 치자 헤비코가 묘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 "뭐, 뭐야?"

헤비코 "아무것도 아니야. 후우망, 전혀 멋지지 않는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 "뭐야 그거!? 갑자기 디스하지 마!

헤비코 "디스한 적 없어♪"


이번에도 웃음을 터뜨리는 헤비코였다.


헤비코 "옷 사러 가는 날 정하면 연락할게."


잘은 모르겠지만 같이 옷을 사러 가게 되었다.


나 "자, 집에 갈까!"


한편, 오차학원 뒷산──인기 없는 숲길.

땅이 갑자기 울퉁불퉁하게 안쪽에서부터 솟아올랐다.


땅 속에서 나타난 것은 사부로와 그녀가 조종하는 거대 거미였다.

땅을 파고 나왔는데, 사부로의 몸은 조금도 더러워지지 않았다.


사부로 "다이고로?"


사부로에게 목덜미를 얻어맞고, 거대 거미가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땅 속에 있으면 발견될 위험은 없지만 다이고로도 냄새를 추적하지 못한다.

다이고로에게 냄새를 맡게 하기 위해 사부로는 굳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이고로 "GYU, GYU"

사부로 "그래, 가깝구나."


거대 거미의 기묘한 신음소리에 사부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려던 그 때.


대마인 "괴, 괴물!?"

대마인대장 "치, 침입자다!! 포위하라!!"

대마인들 """!!"""


여러 명의 대마인이 갑자기 나타난 사부로를 보고 깜짝 놀라며 황급히 그녀를 에워쌌다.


사부로 "운이 나빴는걸."


사부로는 당황하지 않고 중얼거렸다.

필시 이 근방을 경비하고 있었으리라.

아니면 땅 속을 지나온 사부로를 이렇게 빨리 찾을 수 있을 리 없다.


대마인 대장 "네놈, 누구냐!?"

사부로 "이 거미를 봐도 모르겠어? 그러고도 대마인이야?"


사부로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대마인 "뭣이?! 건방진!"

대마인대장 "거대 거미...? 그렇군...배신자 니샤의 땅거미인가. 하지만 그 당주는 꽤 노령이라고 들었는데."

사부로 "그건 내 할아버지."

대마인 "읏! 니샤의 '땅거미'쪽 꼬마인가!"


대마인 중 한 사람이 내뱉었다.


사부로 "싸울 생각은 없어. 떠나면 봐줄게."


전투는 피하라는 말을 들은 것이 떠올라 사부로는 다이고로에게 다시 잠수하도록 지시했다.

땅 밑에 들어가면 이런 패거리들은 못 쫓아온다.


대마인 "가소롭군. 애가 뭘 할 수 있겠어!"

대마인 대장 "영감은 상당한 수완가였던 것 같지만 결국 과거의 유물. 오차에 기어들어올 생각마라, 계집."

사부로 "...!"


18대 째 오니구모 사부로는 용서할 수 없는 말.


사부로 "계획변경. 다이고로."

다이고로 "HYAAAAAAA!!!"


칠판을 철의 손톱으로 긁는 듯, 해괴한 고함을 지른다.

크게 벌어진 입에서 무수한 실이 사방으로 퍼진다.


대마인 "웃!?"

대마인대장 "산개!! 거미줄에 잡히지 마라!!"


수를 믿고 일제히 공격하려 했던 대마인들이 흩어진다.


사부로 "도망쳐도 소용없어."


거미가 뱉어낸 실은 저마다 의사를 갖고 있는 것처럼 도망치는 대마인들을 쫓는다.

그리고, 한 번 몸에 닿으면 마지막. 눈 깜짝할 사이에 둘둘 말아 버린다.

몇 명은 칼로 잘라버리려 했지만 강한 점착성의 실은 그것도 한꺼번에 잡아버린다.


사부로 "그 근처에 매달아 줘."

다이고로 "HYAAAAAA!!"


거미는 기쁜 듯이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사로잡은 대마인들을 내팽개쳐, 한 사람도 남김 없이 나무에 거꾸로 매달았다.


대마인 "대, 대장!!"

대마인 대장 "제길...움직일 수 없다...!!"


도롱이 벌레 꼴이 된 대마인이 무참하게 흔들리고 있다.


사부로 "하나만 살린다. 나머지는 다이고로의 밥이야."


사부로는 그 사랑스러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목소리로 고했다.

대마인들 사이에 전율이 흐르다.


다이고로 "SYUSYUSYU!!"


거미는 입에서 비릿한 숨결을 내쉬며, 어느 것부터 먹을까 하고 먹이를 비교해 보고 있다.


대마인 "그만, 히이이이이이이!?"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른 대마인이 최초의 먹이가 되었다.


다이고로 "GYAGI!!"


다이고로가 머리를 덥석 문다.

머리를 깨문 것은 아니다.

죽지 않을 정도로 뇌수에 송곳니를 박고 독액을 주입한다.


대마인 "아가!! 갓!! 우가가갓!! 아가가가가갓!!"


거미에게 머리를 물린 대마인의 몸이 들썩들썩 기괴한 춤을 추고.

독이 뇌수에서 전신으로 돌면서 껍질 한 장 남긴 채 뼈와 살을 녹여간다.

하지만 뇌수 자체는 끝까지 녹이지 않는다.

그 결과, 먹이가 된 인간은 자신의 육체가 녹아, 쭉쭉 빨려가는 감각을 죽기 직전까지 맛보게 된다.


그 공포라는 스파이스를, 다이고로가 좋아하는 걸 사부로는 알고 있었다.


다이고로 "JUUJUUU♪"


살아있는 채로 녹여내려, 빨려나가고, 마지막은 뇌까지 쭈욱 빨려들어가고, 알맹이가 없어진 팔랑팔랑한 가죽만이 쓰레기처럼 버려지다.

동료의 끔찍한 죽음, 머지않아 자신이 맛보게 될 죽음을 보여 줌으로서, 대마인들은 일제히 소리치기 시작했다.


대마인 "사, 살려줘~!! 죽이지 말아줘어어어!!"

대마인 "싫어!! 그렇게 죽는 건 싫어어어!!!!"

대마시노부 "우와아아아악!! 대장님!! 어떻게든 해 주십시요! 대장니이이이임!!"

사부로 "대마인이 목숨을 구걸?"


사부로는 거미와 같은 붉은 눈으로, 목숨을 구걸하는 남자들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사부로 "대장님, 뭔가 말해보는 건 어때?"

대마인대장 "큭......! 나, 나는 잡아먹혀도 좋아!! 부하의 목숨은 살려줘!!"

사부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닌자는 살 가치도 없어."


사부로는 칼을 휘두르며, 울부짖던 한 사람의 목을 베었다.


대마인 대장 "무슨!?"

사부로 "다이고로의 밥이 될 자격도 말이야."

대마인 대장 "그, 그만둬!!"


차례차례 목을 벤다.


대마인 대장 "그만해에에에에엣!!"


사부로는 단 한 사람만,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부하의 목숨을 구하려 한 대장을 제외한 모두의 목을 떨어뜨렸다.


사부로 "당신은 살려줄게. 새로운 '오니구모 사부로'의 무서움을 알리는 역할로."

대마인 대장 "네, 네노오오옴!!"

사부로 "다이고로, 조용히 시켜줘."


한 사람 밖에 먹지 못한 다이고로는 아쉬운 듯 실을 뱉었다.

그것은 대장의 얼굴을 둘둘 말았고, 그는 잠시 발버둥치다가 이윽고 축 늘어졌다.


??? "아하하! 여전한걸, 사부로."


처참한 처형장에 어울리지 않게, 밝은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부로 "모습을 보여, 시즈쿠."


사부로는 목 없이 매달려 있는 시체를 향해 말했다.

흔들흔들 흔들리는 시체의 그림자에서 갑자기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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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쿠 "날 찾으러 왔어?"


쿠로키 시즈쿠.

후마팔장의 일각, 니샤 가를 지탱하는 간부.


나이는 사부로와 같다.

그녀가 백랍의 미소녀라면, 이쪽은 홍안의 미소년이라고 할 모습이다.


시체의 그림자에서 나타난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그 얼굴에는 사람을 따르는 듯한 미소가 떠 있다.


사부로 "돌아가자. 가이자님이 화낼 거야."


사부로는 조금도 웃지 않고 말했다.


시즈쿠 "싫어. 나는 후마 종가의 당주를 이 손으로 암살할 거야."


시즈쿠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다루는 것 같은 몸짓으로 무기인 갈고리를 흔들었다.

에너지로 이루어진 손톱이 공중에 선명한 빛의 궤적을 그린다.


사부로 "그건 가이자님에게 말해줄래? 사부로의 임무는 너를 데려오는 것이니까."


사부로는 전혀 흥미가 없는 듯 차갑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어조로 그렇게 대답했다.

시즈쿠는 화가 나서 이에 반발한다.


시즈쿠 "싫어! 오차의 대마인 같은 건 내 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거야!"

시즈쿠 "집사인 곤자는 그렇다 하더라도 왜 내가 세 번째, 네 번째 취급을 받는지 납득할 수 없어!"


사부로는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사부로 "아이의 억지도 그쯤 가면 어이가 없네."

시즈쿠 "사부로도 어린애인 주제에!

사부로 "됬으니까 돌아가자."

시즈쿠 "거절하겠어!"

사부로 "가이자님에게의 반란으로 간주해도 된다는 거야?"


아이처럼 말다툼을 하다가 사부로의 목소리 톤이 갑자기 낮아졌다.


시즈쿠 "실력을 증명하고 싶을 뿐이야!"

사부로 "마지막 경고야."


붉은 눈동자가 물끄러미 시즈쿠를 응시한다.


시즈쿠 "나와 싸울 생각?"


시즈쿠는 치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사부로 "다이고로!"

다이고로 "HYAA!!"


괴물 거미가 포효한다.

대마인들을 일망타진한 실타래가 아까 이상의 예기를 두르고 날아든다.


실이 그의 몸을 움켜잡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홀연히 사라졌다.


시즈쿠 "아하하! 나는 돌아가지 않아. 얼빠진 당주님을 말살할 때까지는!"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만 남았고 이내 그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END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여름, 침묵, 흔들리는 다리, 데이트 권유, 둔감.

소꿉친구가 여자로 보이는 순간...야스각입니다.


대놓고 여장하는 호마레 나오보다 시즈쿠 쪽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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