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하고도 6개월 연애했다.

그러다 여자친구가 권태기가 왔다며 헤어지자고 했다.

손이 벌벌 떨리고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두번을 잡았다. 지금껏 우리가 사귀면서 문제가 있었던 점. 내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말했다. 근데 너는 아니다 노력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너의 마음을 100% 돌릴 수 있을 자신이 있다고 계속 연애를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너의 반응은 '나는 못할 것 같다, 앞으로 필요할 때만 연락하자 우리'였다.

그렇게 나는 너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온전히 받아드리지 못한 채 지옥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머리 속으로는 그래 나는 더 나아져서 멋진 사람이 될거야. 다음 연애는 이번 연애를 통해 배운 점을 가지고 더 행복하게 해야지.

근데 이따금씩 생각나는 너는 나를 옥죄어왔다.

특히 퇴근 후가 지옥이었다. 퇴근 후 웃으면서 서로 오늘 일상 얘기를 하고, 내가 욕하던 직장 상사를 같이 욕해주며

너가 싫어하던 과제 팀플 빌런 얘기를 들으며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라고 공감을 해주던 일상이 없어지니 그 공백은 너를 그리워하는 것,

그거 하나 밖에 할 수 없었다. 내 시간은 너와 헤어지기 전으로 멈춰있었다.

그렇게 오늘 너는 우리 집에 짐을 챙기러 왔다.

일주일 만에 보는 너는 여전히 이뻣고 나를 향해 웃어줬다 그리고 5분 정도 서로 고마웠다고 인사를 했다.

너의 웃는 모습을 보니 나와 헤어지는 것이 그녀에게 행복한 일이란 것을 알았다.

그렇게 나는 이별을 받아드리기로 결심했다. 내가 사랑했던 너의 마지막 부탁이 '헤어짐'이 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전 까지 짧은 연애를 열번 정도 했었고 항상 내가 찼었다. 질렸으니깐. 그 때 그 여자 분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이번 연애를 통해 그래도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다음 연애는 나도, 상대방도 상처를 받지 않을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겠지.

나는 이제 더이상 재회를 염두해두지 않는다.

이별 후 일주일간 별갤의 망령으로 지내며 많은 글들을 읽었다.

그 중 '노컨택'이란 말이 자주 언급되었으며 나도 노컨택을 해볼까 생각했다.

그러나 노컨택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알게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재회는 정말 천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찼던 여자분들 중 한달, 두달, 세달, 반년, 일년 후 연락이 왔던 분도 있다.

그러나 그 때 아 이 친구랑 다시 만나고싶다는 감정이 아닌 와 그래 이 친구랑도 이쁘게 연애했었지, 근데 다시 만나고 싶진 않다. 

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재회에 성공하신 분들은 서로가 다시 마음의 이끌림을 느껴 만나는 것일 뿐 노컨택의 효과가 아닌 것이다.

시간은 기억을 무뎌지게하고 그 기억은 싫었던 기억 뿐 아닌 행복했던 기억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니 수많은 별붕이들, 특히 나보다 엄청 오래 연애하셨던 분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그 아픔의 깊이는 감히 상상할 수 없겠지만 이별을 받아드리고 개인의 인생에 조금 더 투자했으면 어떨까 싶다.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의 마지막 부탁이니깐.

별붕이들아 항상 행복하게 살자. 우리는 우리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