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 사고 난 이후로 하프무새가 되어버려가지고

내 주특기인 역사 알아보기로 샅샅이 찾아본 결과 하프 카메라도 좀 안습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하프카메라 하면 다 알아 먹지만 정확하고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어서

한번 써봄

1945년, 세계 제 2차 대전이 끝나고 대한민국과 같은 대부분의 식민국가에는 광복이,

독일, 이탈리아, 일본과 같은 추축국에는 패배와 반성, 재건의 시작이,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과 같은 연합국에는 승리와 해방이라는 이름의 구속,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었다.

그중의 일본은 공업국가로서 다져놓은 초석으로 인해 재건의 불씨를 틔우고 있었던 찰나 5년 뒤 대한민국의 한반도에서

세계대전 종전 후 5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김일성의 독단으로 인한 전쟁이 시작되었고 이 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게 만들었으며, 미국은 일본을 한국전쟁을 위한 전초기지로 사용하기 시작하여 경제적, 공업적, 외교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전쟁을 밑거름으로 성장한 일본은 내수시장이 매우 성행하였고 국민들의 삶이 부유해지기 시작하였고 공업 전반의 기술력이 발전하게 되었다.

부유해진 국민들은 국내와 세계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떠났고, 기업과 국가에서도 해외여행을 강조/추진하기 시작하였다.

기업의 주된 목적은 기술적 선진국들의 제품을 보고 배워오며 벤치마킹할 아이디어와 초안들을 가져오는 데 있었으며,

국가의 주된 목적은 선진국과 세계 전반의 일본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떠나러 가는 일본인들은 카메라가 필요했으나, 당시 카메라라는것은 지금과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고가의 소비재였다.

기계식 시계와 같은 정교한 금속 작동부가 필요했고, 망원경과 같은 선명함과 밝기를 보여주는 광학성능을 요했다.

필름은 빛을 화학적으로 반응하게 만들기 위하여 특수한 소재가 들어갔고 생산이 어려워 값이 매우 비쌌다.

해외의 독일제 카메라는 품질이 좋았지만 값이 비쌌고 미국제 카메라는 저렴하였지만 품질이 낮았다.

당시 흑백필름이 많았지만 컬러필름인 코닥크롬은 1954년 당시 36장이 5.5달러, 지금으로서는 56달러, 환전하면 6만 5천원정도 되는 정신나간 가격이 나온다.

여기에 현상 인화비까지 하면 한롤에 10만원정도 되는 정말 미친수준의 가격이다.

이정도 되니 아무리 신흥 선진국이 된 일본인들도 여행용으로 서양문물을 담아오기 힘든 수준의 가격이었다.

그래서 일본의 올림푸스에서 마이타니 요시히사라는 엔지니어의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 하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하프 프레임을 사용한 올림푸스 펜이 출시되었다.

이미지 출처 https://filmadvance.com

이 최초창기 펜은 진보적이라기보단 사용자친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카메라인데,

렌즈에 쓰여진 거리계, 분리되어 카트리지를 넣기 편리한 사용성, 작고 가벼워 들고다니기 쉬운 휴대성, 셔터스피드만 조절하면

끝나는 노출 설정은 당대 카메라중 가장 높은 사용성을 보여주었으며 값도 저렴해 높은 판매량을 부르고 불티나게 팔려나가게 되며,

이에 승승장구한 올림푸스는 셀레늄 노출방식과 CdS를 사용한 자동노출, SLR 하프 카메라 등 여러 파생을 생산했으며

후발주자 (캐논, 미놀타, ...ETC)등보다 가볍고 월등한 사용성으로 높은 인기를 누린다.

이미지출처 캐논 박물관

내 카메라니까 소개 좀 하고 넘어가자면

올림푸스 펜의 성공을 보고 초소형 하프카메라 제품군의 필요성을 자각한 캐논에서 1963년부터 데미 시리즈가 생산되었다.

펜의 단점은 떨어지는 완성도와 품질이었는데, 이것을 캐논이 높은 완성도로 마감하고 펜의 노출설정 용이함을 그대로 벤치마킹하여

출시한 데미는 당연하게도 초기형에선 펜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였다. 다양한 색상의 한정판도 출시하고,

28mm의 렌즈를 개선한 데미 S, 렌즈교환식 데미 C도 출시하였으나 펜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그래서 옵션질의 캐논 답게 밝은 1.7 30mm 4군 6매의 상당한 품질을 보여준 SH렌즈,

셀프타이머, 기존의 망원경식 뷰파인더에서 픽토그램을 추가한 개방식 뷰파인더, 정확한 CdS 노출계,

셔터우선 매뉴얼 지원 자동노출 등 당시 고급옵션이란 고급옵션을 다 때려넣은 데미 EE17이 출시된 후 또 다른 경쟁력을 가졌다

(이전에 래피드가 있었지만 래피드는 아그파의 필름만 사용가능하였고 인스타매틱의 아성을 못이겨 망함으로서 사실상 흑역사)

아무튼 이렇게 작고 가볍고 많은 양의 사진을 쓸어담을 수 있었고 사용성까지 좋았던 하프 카메라는

당시 벤치마킹이 흔했던 일본 기업들에게 각자의 색채를 담아 생산되었고 (대표적으로 야시카의 가로 하프 카메라가 있다)

높은 판매고를 올렸고, 단점으로 꼽히는 목측식 초점방식도 습관적으로 피사체와 거리를 두고 초점거리는 고정하여 찍는 이점 덕분에

1960년대 유럽과 미국에는 밝은색 셔츠에 모자를 쓰고 목에 카메라를 건 채로 두리번거리는 일본인이 많아졌고,

이 일본인들은 일본의 높은 기술력에 기댄 여러 고가성비 제품군을 만들어 일본 경제에 이바지하였다.

이런 완벽한 녀석들에게도 시장 잠식이 시작된건 1960년대 중후반이다.

일단 먼저 필름 가격이 하락하였다.

미국 코닥은 1960년대 중반부터 베이비부머 시대의 젊은이들이 대거 취업하였고 높은 생산력을 보였으며 이는 곧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

낮아진 필름 가격 자체는 카메라의 입문에 더욱 쉽게 만들어 카메라 판매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126 필름의 등장과 인스타매틱의 흥행으로 인한 초소형 카메라 시장 장악이 시작되었다. 이 126 필름은 35mm처럼 직접 스풀에 끼워 넣는

수고가 없었고 장전도중에도 카트리지를 분리하여 능동적으로 iso 사용이 가능하였다. 장전된 상태로 필름실을 열어도 카트리지 내부에

필름이 들어있기 때문에 사용의 부담감도 줄어들었고, 필름 카트리지에 카운터가 있었기 때문에 카메라는 더 간단해졌으며 사용 자체도

하프 카메라보다 사용하기 편했고 플라스틱을 대거 사용하여 가격도 매우 저렴하였다.

또 다른 이유는 롤라이 35를 위시한 풀프레임 초소형 카메라의 등장과 캐논 캐노넷, 미놀타 하이매틱과 같은 일본의 가성비 좋은

풀프레임 RF 카메라의 등장, 펜탁스 스폿매틱을 위시로 한 사용하기 좋고 여러 렌즈군을 다양하게 사용가능한 SLR의 부흥으로 인하여 점점 잊혀졌고,

1970년대에는 더더욱 낮아진 필름의 가격과 매우 높아진 타종 카메라의 스펙, 더욱 많이 보급된 126,110 필름의 보급 등으로 인하여

데일리용 카메라와 여행용 카메라로서의 입지가 남게 되고 (아무리 126과 110이라 하여도 최대 72장의 미친 양은 안 나오고

필름 카트리지가 길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개씩 휴대하기엔 불편했다.)

올림푸스에서도 1981년 이후 펜 시리즈에서 신제품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다만 이러던 와중에도 하프 카메라의 35mm라는 강력한 호환성과 간편함, 많은 카운팅 수의 장점을 극대화한 제품들도 나왔다.

https://www.lomography.com

72장의 넉넉한 필름 수로 인한 연속 촬영 가능, SLR의 구조, AF, 좋은 렌즈 성능에 기존 자사의 가로 하프 프레임을 이어받은 야시카/교세라 사무라이처럼 독특한 카메라와

캐논 텔레와 같은 가변 프레임 (하프와 풀프레임을 전환할 수 있다)같은 시스템으로 1980년대 후반까지 명맥을 얇게나마 이어가기도 했다.

하프 카메라는 2020년대 올라간 필름 가격과 더이상 생산되지 않거나 135 필름만큼 비싼 110 필름보다 더 가성비가 좋은 상태로

해외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과거와 비슷한 인기를 누릴 준비를 하고 있다.

양산형 카메라는 소형화와 보급화의 역사를 거쳐오며 발전하였고, 하프 카메라는 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작고 귀여운 이녀석들 많이 사랑해줬으면 하고 제발 필름값 동결이라도 오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마쳐본다.

틀린거 있으면 지적 매우 환영

집단 지성을 보여달라 이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