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타임 9시간 정도. 엔딩 후 카드 수집 콘텐츠가 있지만 너무 단순 작업이라서 엔딩 본 것에 만족하고 접는다.

게임 큐브로 나온 액션 카드 게임이다. 다양한 성능의 카드로 덱을 짠 후, 실시간 액션으로 카드의 크리처를 소환하며 싸우는 게임이다.

패키지에는 액션 RPG라 적혀 있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성장 요소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캐릭터 성장은 스토리 진행에 따른 강제 성장이 끝이고, 카드도 경험치 개념은 있으나 아무리 경험치를 쌓아도 카드 자체가 강해지지는 않는다. 카드 경험치는 카드 변화나 복제에 사용할 뿐.

배경 설정 자체는 흥미로운 편이었지만 정작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스토리적으로 전혀 몰입되지 못했다. 화면도 전반적으로 어둡고 사운드도 왠지 좀 단조롭고 연출 면에서는 이래저래 별로였다.

적응하는 데도 상당히 괴로운 게임이었는데, 전투는 랜덤 인카운트지만 각 맵 내에서 덱 보충은 기본적으로 안 된다. 즉 전투를 너무 많이 하면 카드가 다 떨어져서 해당 맵 공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이 리소스 관리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엔딩 보기 전까지는 클리어한 맵을 다시 플레이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이런 류의 게임은 어려워도 차근차근 성장시키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게임은 차근차근 성장시킨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게임이다.

초반에는 너무나 낯설고 부담스러운 시스템, 낮은 주인공 스텟, 허접한 카드들로 인해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지만, 중반쯤부터 게임에 익숙해지고 쓸 만한 카드가 모이면서 그런대로 재미가 느껴졌다.

각 크리처는 성능도 다양하고 확실히 개성이 있었지만, 카드별 성능 차이가 극심해서 카드 게임으로서의 밸런스는 좋지 못한 편이었다.

특히 밴시 카드가 성능이 너무 좋아서 후반부는 밴시만 가지고 쭉 밀어붙였다. 최종 스테이지는 회복 카드 6장에 밴시 카드만 24장 넣어서 진행했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사실 이 게임은 5년쯤 전에 처음 시작했다가 1시간 만에 진입 장벽에 혀를 내두르며 포기했던 게임이었다.

지금이라도 엔딩을 봐서 다행이고,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