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 두 개는 '파이널판타지 7 리메이크' 中, 마지막은 '파이널판타지 15' 中)

플4가 말썽이라 저번에는 usb인식을 죽어라 안하더니, 이번엔 스크린샷을 전부 날려먹은 것입니다 ㅠㅠㅠ 저번엔 엑박이 문제더니 돌아가면서 속을 썩이네요. 올해 스샷 못남긴 게임만 벌써 두개에요 따흐흑.

원래는 간단한 시놉시스부터 정리하고 글을 시작하지만 파판7은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썩 좋은 게임은 아니네요. 

불평만 한가득 늘어놓을 요량이니 그나마 좋았던 점부터 꼽고 가자면, 이거 무려 인게임 모델링을 컷신에 그대로 썼더군요. 캐릭터들의 외형이 바뀌어있으면 컷신에도 그대로 반영돼요. 요즘 세상에 놀랄 일인가 싶지만, 원작의 도입부 달리는 기차 컷신에서 클라우드 모델링이 뛰어내리며 그대로 인게임 전투가 시작되던 충격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한 기술력이었다 생각해요.

그럼 대충 칭찬은 끝났고, 기분나빴던 점들을 하나씩 짚어보면.

우선 미니맵이 기본 제공이 아닌 점이 상당한 짜증을 유발해요. 마을은 슬럼가를 구현하겠답시고 쓸데없이 복잡한 구조물들을 깔아놨던데, 그러면 당연히 마을 내에서도 수십 번 미니맵을 확인하며 움직여야 하건만 굳이 나 마을 이렇게 잘 만들었으니 구경 좀 하시라고 미니맵을 기본 ui에서 제거해야 했나요? 마을 npc들의 대사들이나 서브퀘스트들이 잘 짜여져있어서 마을 자체에 몰입하며 여러 번 돌아야 되는 게임이면 몰라, 99%의 엑스트라 캐릭터가 대부분 상호작용조차 없고 있어도 헛소리뿐인데 고작 아트 팀 과시욕 좀 채우자고 내가 그렇게 좆뺑이를 쳐야겠어요? 요즘 디아4도 그렇고 이 겜도 그렇고 플레이어가 지역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를 엄한 곳에서 찾는 경우가 많네요. 게임 속에 기깔나는 풍경을 구현해 놨으면 뭐해요. 거기에 드라마가 있어야 사람이 몰입을 하죠. 한심해서 원.

다음으로는 게임의 공간 해석이 이상해요. 공간디자인은 게임 미장센의 큰 축을 담당하면서 게임 내 인물, 전개, 주제 등을 은유해줘야 되는데 글쎄요...? 원래 미드갈의 슬럼가는 신라의 압제를 상징하는 시커멓고 거대한 플레이트가 하늘을 가리고 있고, 덕분에 햇볕 한 점 제대로 받지 못해 제대로 된 식물조차 잘 자라지 못하는, 어둡고 침침한 쓰레기투성이의 동네였죠. 아발란치라는 반신라 저항군은 바로 이런 공간디자인에서 존재의 설득력을 얻어요. 그런 음지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꽃이 자라나던 신비한 교회는 그대로 그 곳에 거주하던 에어리스의 캐릭터를 은유하고요. 리메이크에선 이 모든 것을 뒤엎고, 슬럼가는 의외로 꽤 활기차고 햇빛도 잘 들고 사람들도 억새풀마냥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곳으로 표현돼요. 풀꽃들이 여기저기 만발해있음은 물론이구요. 그러면 캐릭터들은 어디에서 당위성을 얻어야 하죠? 저는 이 게임의 저의를 모르겠어요. 가난해서 좀 불만이지만 불만만 지기기보다는 힘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슬럼가의 밝은 시민들에게 아발란치라는 개껌딱지같은 반란군 조직이 왜 필요한가요...? 실제로 바레트의 캐릭터는 완전히 설득력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어요.

npc디자인은 또 어떻구요? 다 현대적이고 편안한 복장을 한 프리셋 인물들로 채워버렸는데, 그럼 주인공 복장은 뭐가 돼요...? 폴리곤 시절이야 그럭저럭 눈에 안 띄고 넘어갔다지만 풀3d 준 실사 그래픽이 되면 말이 다르죠. 주인공 놈들만 게임 코스프레 하고 돌아다니는 미친 놈들로 보이잖아.

게임플레이 자체에 대한 불만도 많아요. 우선 rpg타이틀을 달고서도 캐릭터의 성장체감이 무디다는 점. rpg라 하면 조금 반복적일지는 몰라도 플레이어가 성장하고 싶어지는 목표치가 존재하고, 거기까지 도달해서 얻는 만족감이 게임의 주된 즐거움 아닌가요? 이 게임은 통상적으로 30레벨 후반 정도면 노멀난이도 엔딩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총 18챕터 중 8챕터에서 몬스터를 좀 반복해서 잡아내자 35레벨이 찍혀버렸죠. 깜짝 놀랐고, 곧 깨달았죠. 레벨을 올리면 스탯이 올라가긴 하니까 강해지긴 하지만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던 거에요. 여전히 어려운 전투는 어려웠고, 기믹 전투는 기믹을 알기 전까지 찍어누를 방법이 없다시피 했죠. 

rpg보다는 액션게임에 가까운 게임성을 표방했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또 조작감이 아쉬워져요. 일단 락온 기능이 쓰레기에 가깝죠. 락온을 눌렀으면 카메라가 적을 바라봐주는게 기본인데 그딴 거 없이 휙휙 돌아가버리고, 캐릭터 돌려가며 조종하다보면 락온이 풀리는 일도 다반사에 몹 여러 마리 중 하나를 락온하면 왜 카메라가 돌아감에 따라 락온대상도 바뀌어 버리나요?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특히 보스몹 특정파츠 락온하는거 진짜 존나짜증나요; 외에 오토바이 전투 따위도 조작감이 개떡같고. 몹이 큰 모션 보여줄땐 왜 몹한테 시야가 고정되는 거에요? 모션 보고 엄폐물로 시야 돌리려는데 절대 안돌아가고 대가리 까닥까닥하면서 적 몬스터에 시야 고정하는거 짜증나 죽는 줄 알았네.

원작 초반 미드갈 탈출 씬이 얼추 10시간 남짓 걸렸던가요? 이 게임의 제일 큰 문제는 이걸 거의 3~4배 분량으로 늘여놨다는 거에요. 위의 모든 단점을 안고도 게임의 호흡이 빠르고 몰입도가 좋으면 참고 진행할 만 한데, 당연하지만 그렇지 못하죠. 굳이 잡다한 인물의 뒷이야기를 푸는 파트를 집어넣었지만 그닥 드라마틱하질 않아서 게임이 더 지루해지고, 동일한 이야기도 굳이 넣을 필요 없는 잡스러운 대화나 컷신, 특수지형 이동(틈새 사이로 지나간다던가, 당연하지만 특수 모델링이 나오면서 진행이 느려짐)따위를 꽉꽉 채워서 훨씬 느리고 심심하게 진행되도록 만들어 놨어요. 마지막 신라 빌딩 침투 구간은 캐릭터를 2그룹으로 나눠서 번갈아 진행하고, 그렇게 1,2,3,4번 던전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하나씩 길을 뚫고 던전을 주파하는 식으로 경로를 이빠이 꼬아놨는데, 이걸 참고 플레이하려면 플레이어가 엔딩에 대한 궁금증, 혹은 카타르시스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어야 가능하죠. 이제 프롤로그가 끝나는 시점엔데 그럴 텐션이 나오겠어요? 짜증만 나지.

원작 게임 bgm을 이리저리 어레인지해놓은 음원이라던가 하는 건, 개인적으로 테마곡이라는 게 큰 변주 없이 자기 자리를 꽉 꿰차고 그 장면을 대표해주는 편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다지 맘에 들진 않지만, 기존 팬들 중 분명 좋아하는 분들이 있겠죠. 티파 테마 재즈 편곡이라던가, 초코보 테마 일렉트로닉 편곡 따위를 게임 내에서 수집할 수 있게 되어있고, 나름 원작의 주요 장면이나 플레이어가 기억할 만한 공간들을 공들여 재현해놓은 티가 나니까, 이런 부분에선 노력했구나 싶어요. 

그래서 한줄평을 하자면

'덕질엔 충실하지만 본질은 부실한' 

드리겠습니다. 

개똥겜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