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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잔혹한 초등학생을 조금.txt

ㅇㅇ(77.111) 2019.05.30 22:04:14
조회 5275 추천 18 댓글 7
														

방.

책상에 의자에 침대에 테이블에 수납장에 붙박이 옷장에 책장에 쓰레기통, 그 외 여러 가지.

그리고 무수한 소인들.

2mm도 안 되는 신장의 소인들이 상대적으로 광대한 방 안에 흩어져있다.

모두 갈팡질팡 안절부절 돌아다니며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이유는 2개.

・첫 번째는 이 방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기 위해.

하지만 방과 바깥의 경계는 그들에게 있어서 돌파 불가능한 절벽이다.

출구 중 하나는 창문.

현실에서 1m 이상 높은 곳에 있어 그들에게 있어서는 1000m 상공이 된다.

도저히 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어 올라가 탈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구도 없이 수직으로 세워진 벽을 오를 수도 없고, 만에 하나 기적적으로 올랐다 하더라도 창문을 열 수 없는 데다가 열린다 해도 그곳에서 바깥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출구 중 하나인 문.

이건 거의 마룻바닥과 별다른 높이 차이가 없는 데다가 문과 마룻바닥 사이에는 수 mm 정도 틈이 있어서 지금의 그들이라면 돌파는 가능할 터이다.

하지만 그 문 앞에는 포장용 테이프가 점착 면이 위쪽으로 향한 채 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어서 그 위를 걸으려 하면 순식간에 사로잡히고 만다.

현실에선 폭 5cm 정도의 포장용 테이프인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폭 50m의 광대한 점착성 강으로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이다.

이전에 그 위를 통과하려 한 용자가 있었지만, 최초의 한걸음만으로 다리가 흡착돼 걸을 수 없어져 버렸다.

어떻게든 신발을 벗어 돌아오려 했지만, 맨발이었던 마지막 한걸음이 점착 면에 닿아 버렸다.

무리해서라도 어떻게든 떼어내려 하니 그의 몸 자체는 점착 면에서 탈출 가능했지만, 그의 발 뒷거죽과 발가락은 거기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는 방 주인의 귀가를 두려워해서.

주인의 포학은 매일같이 휘둘러진다.

그때마다 그들은 생명의 위기에 노출되며, 목숨을 잃은 동료도 셀 수 없다.

인간의 존엄을 호소하는 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매일 수백, 수천의 생명이 목숨이 마구 빼앗긴다.

하지만 곧 새롭게 붙잡힌 사람들이 데려와지므로 이 방에서 대량 학살이 일어나지 않는 날은 없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것을 생각하는 것보다 어떻게 탈출할지, 오늘은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사고를 지배해 아직 해명해낸 사람은 없다.

그 순간이었다.


  쿠…웅


    쿠구…웅


그 불길하고 무서운 소리가 들려 왔다.

소인들은 당황해서 그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방 한가운데까지 나와 있던 소인들에게 방의 구석에 있는 선반의 그늘은 너무 멀다.

그들에게 있어서 10cm는 100m. 애초에 일반인이었던 그들이 주파하는 데에는 아무리 빨라도 10초는 걸린다.

그리고 방구석까지는 2~3m 정도 거리가 있어, 이는 2000~3000m라는 것을 의미한다.

2km 이상의 거리. 그 사이 먼지 하나 떨어지지 않은 완전한 평야를 달려나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주인이 이 방에 도착하기 전에, 다. 불가능하다.

주인의 발소리가 들린 후에 이 방에 도착하기까지 (도중 뭔가 용무가 없는 한) 10초도 걸리지 않으니까.

그래도 소인들은 계속 필사적으로 달린다. 죽음의 공포가 그들의 다리를 움직인다.

하지만….


  쿠구우우우우우우웅!


    쿠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소리가 무섭도록 커졌다.

동시에 진동으로 대지가 흔들려 그들의 다리를 묶어 넘어뜨린다.

그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끝없는 절망이 눈물이 되어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비탄도 허무하게 거대한 진동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그 거대한 문이 열렸다.


  짤깍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문이 열리며 방대한 양의 공기가 움직여 돌풍을 일으켜 그들에게 덮쳐들었다.

그 폭풍과도 같은 강풍이 문 주변에서 잠복하고 있던 소인들을 휩쓸어 올려 그들을 은신처에서, 공중으로 내팽개쳤다.

몇십 명이나 되는 소인들이 비처럼 지면으로 돌아오는 것을 배경으로 하며 문을 연 주인이 방에 들어온다.


「아~아, 지쳤다ー」


문에서 나타난 것은 초거대 소녀.

체구야말로 거대하지만, 몸에 걸친 의복, 손발의 길이, 얼굴이 아직 그녀가 어리단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등에 멘 란도셀이 나이도 용이하게 추측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녀야말로 이 방의 주인이다.

하루 동안의 면학에 대한 피로감이 감도는 듯한 숨을 내뱉으며 방 안으로 걸어간다.

이 방의 주인이니 방에 무수한 소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인데도 하얀 양말에 싸인 그녀의 발은 아직도 거기서 달리고 있는 소인들의 위를, 마치 아무것도 없는 듯 태연하게 내려밟는다.

작은 그들의 작은 단말마마저도 그 거대한 발 아래 갇혀버리고, 다음 걸음을 위해 들려진 그 발의 약간 더러워진 양말 아래쪽에는 몇 개인가 작고 붉은 얼룩이 묻어있었다.

터벅터벅 방을 횡단하던 소녀는 등에 멘 란도셀에서 스르르 팔을 빼고 그것을 침대 위로 던져 버렸다.


  쿠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소인들이 보자면 그것은 산과 같이 큰 란도셀이다.

침대 위라고는 해도 그 진동은 엄청나다.

불행하게도 침대 위에 있던 소인들에겐 하늘에서 대기를 가르며 다가오는 새빨간 란도셀이 최후의 광경이 되었다.

책상과 세트인 의자에 털썩 앉은 소녀는 책상에 팔을 얹고 몸을 기대 엎드렸다.


「뭐야, 어째서 내가 남자를 도와야 하는 거야」


학교에서의 불만.

아이라도 스트레스는 받는다.

잔뜩 화난 상태다.

그리고 소녀가 화난 상태면 그 학살도 더욱 처참해진단 것을 소인들은 알고 있다.

허둥대며 더 갚은 그늘로 숨어들어 간다.

그런데 그것을 눈여겨보고 있던 듯이 소녀는 돌아가는 의자에 앉은 채 빙글빙글 하고 방 중앙 쪽을 향해 돌며 겉보기엔 아무도 없는 방의 주민에게 말했다.


「나와. 꼬맹이들.」


한마디.

그것뿐이다.

단지 그 한마디에 대한 반응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아니, 죽음이 걸린 문제다.

이에 답해 나가면 아마도 살해당한다.

이를 거부하고 나가지 않아도 살해당한다.

생명의 길이 끊긴 선택지였다.


하지만 몇 명정도 소인들이 비트적비트적 걸어 나와 버렸다.

그들은 평소에 이 방에서 일어나는 살육을 오늘까지 두 눈 크게 뜨고 계속해서 봐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소녀의 목소리에 따라야 한다는 게 주입된 것이다.

죽음으로의 공포보다도 소녀라는 존재 쪽이 무섭도록.

말에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의지가 마비돼버린 것이다.


이윽고 소인들은 의자에서 이 마룻바닥을 향해 내려진 다리의 발끝 앞에 모였다.

그들의 눈앞에는 하얀 양말에 싸인 발이 마치 산처럼 자리 잡고 있다.

눈앞의 발가락조차 양말 덕택에 높이가 십수m는 되어 올려다볼 수밖에 없을 정도다.

그리고 그것은 초등학생 소녀의 한쪽 발에 달린 발가락에 지나지 않는다.

거대한 다리의 주인은 의자에 앉아 아득히 높은 곳에서 그들을 내려 보고 있다.


「영리하네, 꼬맹이.…자아, 어떻게 할까」


소녀는 그들 눈앞의 발끝을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것만으로 그들에게 있어서는 괴수와도 같은 발끝과 움직임에 의해 내뿜어지는, 이상한 냄새를 품은 습기 찬 바람이 참기 힘든 공포를 연출해냈다.

하지만 그들이 도망갈 일은 없다.

이미 그들의 신체는 자신의 뇌가 내리는 명령이 아니라 소녀가 내리는 명령만을 받아들이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훅훅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몇 명인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게다가 몇 명인가는 코를 막고 있다.

이상한 냄새의 정체는 소녀의 발 냄새.

거의 꼬박 하루를 신발과 실내화에 구속돼 있던 그것에서 뿜어나오는 냄새는 그들의 작은 코를 자극해 작은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넘치게 만들었다.

그들에게는 그만큼의 악취였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소녀는 빙그레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올라. 잠깐 움직이지 않아 줄게」


훅.

발끝이 내려진 채 꼼짝 않고 있다.

하는 말의 의미는 명백. 이 거대한 발끝에 오르란 것이다.

그들에게 선택지는 없다. 전원, 그 하얀 산에 향한다.


한마디로 올라, 라고 해도 꽤 어렵다.

양말에 싸인 발가락의 높이는 십수m는 되어 그것을 지면에서 오르기 시작하면 발가락 형태로 굽이진 벽을 오르는 것이 되니까.

양말 덕택에 맨발보단 오르기 쉽다고 해도 떨어지면 건물 5, 6층에서 떨어지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으므로 매우 위험하다.

애초에 이미 이 이상 목숨이 위험에 노출된다면 그걸로 끝이지만.


그들은 발가락에 다가갔다.

그 천에 손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까지 다가가니 그 냄새는 이제 와선 흉기라고밖에 말할 도리가 없었다.

강렬한 악취에 눈이 열리지 않는다. 아플 정도다.

코를 콕 찌르는 냄새에 목이 멜 정도다.

그리고 촉촉하고 따뜻한 공기가 그들의 체력을 뺏는다.

한 명이 어떻게든 천에 손을 걸쳐 오르기 시작했다.

셋째 발가락 근처 정도일까.

다행히 천은 튼튼해서 그 섬유가 그들이 붙잡는다고 해서 끊어질 것 같진 않다.

차례차례로 소인들은 소녀의 발에 달라붙어 간다.

새끼손가락 쪽에서 오른 소인들이 현명했을 것이다. 거기가 가장 낮은 곳이니까. 그럼에도 십m 이상은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불운한 것은 악취에 눈을 뜨지 못한 채 손을 더듬어 달라붙은 곳이 엄지였던 소인이다.

그 높이는 20m 이상은 되어 빌딩의 7층 정도와 다르지 않다.

그것을 올라야만 하니까 큰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필사적으로 올랐다.

그 양말의 섬유 구멍에서 뿜어나오는 강렬한 냄새를 견뎌내며.


십수 분 후.

겨우 그들은 그 거대한 발끝 위에 완전히 올랐다.

그 엄지에서 올라온 소인도 어떻게든 무사했다.

다만 몇 명이 오르는 동안에 손이 미끄러져서 떨어지고 말아 상처나 골절을 입어 오를 수 없게 되거나, 운이 나쁜 자는 목숨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대부분 그 손가락에 완전히 올랐다.

소녀를 올려보니 지루한 듯하면서도 입가에는 우월감에 잠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겨우 다 오른 거야? 정말 아둔하네. 개미라도 이것보다 훠얼씬 빨리 올라와. 너희들은 개미 이하인 거네」


쿡쿡 웃으며 소녀는 그들이 타고 있는 발가락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소인들은 발가락과 발등 사이를 데굴데굴 굴렀다.

몇 명인가 착지에 실패하거나 천에 팔이 걸리거나 해 다쳤다. 손발이 비틀린 사람도 있다.

마치 대지진이나 대폭풍우 속의 배에 탄 것처럼 상궤를 벗어난 현상이지만, 현실에서는 소녀가 단지 발가락을 위아래로 살짝 흔든 것뿐이다.

소녀는 발가락을 움직이던 걸 멈추고 말했다.


「그럼 내려가. 이번엔 빨리 움직여.」


오르라 했다가 또 내리라 했다가, 라고 불평을 마음에 품은 사람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입을 열어 말을 꺼내는 순간, 그것이 어떤 말이라도 사형을 바라는 목소리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올라올 때처럼 양말 벽면을 기어 내려간다.

하지만 조금 전 대지진으로 손발에 상처를 입어버린 사람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발가락 위에서 우왕좌왕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 그들을 돕는 사람은 없다. 돕다가 늦어 버리면 자신의 목숨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괜히 돕다가 말려들기 전에, 라 생각하며 허둥지둥 내려가 버렸다.

결국, 몇 명이 그 발끝 위에 남게 되었다.


소인들이 내려간 것을 지켜본 소녀는 양말 발끝 부분을 집어 스르르 벗어던졌다.

그곳에 남은 소인들이 어떻게 됐을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이 있던 곳에 다시 발을 되돌려 놓았다.

소인들의 앞에 이번엔 거대한 맨발이 나타났다.

전 경치를 살색 벽이 지배한다.

그리고 양말을 벗어 던진 만큼 그곳에서 솟아나오는 냄새도 더욱 강력해졌다.


「올라, 라고 해도 무리겠지. 꼬마에겐 내 발가락이란 것은 너무 클 테니까」


소녀는 지금까지도 몇 번인가 소인을 자신의 발에 오르게 하려 했으나 대체로 실패한다.

소인들에게 있어선 소녀의 작은 발가락도 집보다 크다.

그 새끼발가락 발톱조차 위에다 집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소녀가 소인들에게 오르라고 명령해도 언제나 발가락 주위를 어슬렁어슬렁거릴 수밖에 없다.

때때로 소인이 발가락에 손을 걸쳐 열심히 오르려 하는 감촉이 느껴지는 정도가 고작이다.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해도 소녀의 발의 새끼발가락을 오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것은 소녀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힘의 증명이기도 했다.


돌연 그들의 눈앞에 집이 나타났다.

그것은 그들과 같은 사이즈, 그러나 단순한 미니어처가 아니라 완전히 진짜였다.


「오늘 주워왔어. 봐봐」


말하며 소녀는 발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그 집 위에 새끼손가락이 오도록 조절한 뒤 천천히 발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새끼손가락 아랫부분이 집 지붕에 닿았다.

파시식 하고 소리가 났다.

집 안의 중요한 기둥이 금이 갔을 것이다. 동시에 지붕에서 무수한 기와가 흩날렸다.

하지만 발가락은 그 느긋한 속도로 멈추지 않고 천천히 강하를 계속했다.

우직우직, 빠직빠직 소리를 내며 집이, 세로로 찌부러진다.

이윽고,


  쿠지직


새끼발가락은 마룻바닥에 내려지고 짐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 후 소녀가 발가락을 드니 그 새끼발가락 아랫부분에 완전히 짓눌려버린 집의 잔해가 들러붙어 있었다.


「봐 부숴 버렸다. 꼬마의 집은 정말 약하네. 게다가 실제론 이렇게 발 전체를 들어 올릴 필요 따윈 없어」


말하며 소녀는 발의 엄지발가락만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곳엔 또 다른 집이 나타났다.

어떤 감정도 없다.

소녀는 엄지발가락을 내렸다.


  쿠궁


그곳에 있던 집은 깔려 버렸다.

다시 소녀가 엄지발가락만을 들어 올리니 그곳에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집의 잔해가 들러붙어 있었다.

하지만 더욱 더 너덜너덜하게 뭉개진 채로.

쿡쿡 웃으며 소녀는 계속 말한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을 때에는 학교에 피난하도록』이라고 했지만, 그런 곳에 가도 의미 없지」


이번엔 학교가 나타났다.

4층 건물. 디자인도 나름대로 새롭다.


「그게, 이런 건, 내 발끝만으로 간단히 으깨버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발가락만을 들어 올려 학교 위로 움직였다.

학교의 높이는 소녀의 발가락 두께보다도 조금 굵은 정도였다. 엄지의 굵기에는 미치지 않았다.

폭도 다리의 폭 정도도 안 된다.

즉 정면에 있는 소인들에게는 들어 올려진 발끝 안에 푹 들어간 학교를 볼 수 있었다.

다섯 발가락이 만드는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버린 학교.

소인들은 깨달았다.

그 학교엔 아직 사람이 있단 것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학생일 것이다.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인 듯하다. 무수한 학생이 창문을 통해 이쪽을 보고 있다.

발가락이 내려지기 시작했다.


  쿠지직


다섯 발가락이 학교 옥상을 덮쳐 눌렀다.

그것만으로 학교 옥상이 부서지고, 벽에 금이 가고, 모든 창문이 깨졌다.

덕택에 그들의 비명이 잘 들렸다. 도망치고 망설이며 당황해 하고 부산떠는 모습도.


  푸샥푸샥푸샥


4층, 3층이 차례차례 발가락에 부서져 간다.

2층 아래도 상층의 잔해가 내려온 바람에 많은 학생이 땅바닥에 넘어졌다.

그런 와중에 출입구에 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쏟아지는 잔해를 피해 용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다.

탈출을 눈앞에 두었지만, 그들이 전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소녀가 천천히 내리는 발가락이 훨씬 빨랐다.


  푸샤샥


발가락은 완전히 내려졌다.

그곳에 학교는 없고 다섯 발가락이 여유롭게 우두커니 서 있을 뿐.

그 발가락 사이로 올라오는 모래 먼지가 근소하게나마 그곳에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할 뿐이다.


「그렇지? 약해 빠졌어. 이런 곳에 피난해도 전혀 안전하지 않아.」


소녀는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지금 막 자신의 상급생이라고 해야 마땅할 학생들의 목숨을 간단히 빼앗아 간 것에.

이미 소인이 몇 명 죽든 간에 일일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인 것이다.


잠시 학교의 잔해를 뒹굴뒹굴 밟아 문지르던 소녀가 서서히 다리를 드니 그곳에는 단지 모래 산밖에 없었다.

콘크리트는 부서지고, 유리는 깨져, 그것은 소인이 보기에도 원형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타났을 때와 똑같이 갑자기 사라졌다.

원래 장소로 돌아간 것일까.

들려진 발가락 아랫부분에 붙어있던 집의 잔해도 사라져 둥그스름하고 깨끗한 소녀의 발가락으로 돌아와 있다.

소인이 보기엔 그것이 바위보다도 거대하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들어 올려진 발이 그대로 내려오지 않는다.

어라? 소인들은 한순간 깊이 생각한다. 그 뒤 점 몇 초도 걸리지 않은 새에 그들은 깨달았다. 경험으로부터.

들어 올려진 발, 그 발가락의 저편에서 소녀의 거대한 얼굴이 빙긋 웃은 것이다.

얼굴을 굳힐 시간도 없었다.

들어 올려진 발은 그들 위로 떨어졌다.

그곳에 있던 전원이 발에 짓뭉개졌다.


「수고했어. 이제 필요 없으니까」


꾹 한 번 밟아 뭉갠 뒤 발을 들어 올려보니 마룻바닥과 발바닥에는 몇 개인가 가늘고 붉은 자국이 들러붙어 있었다.



그 뒤 소녀는 일어서서 선반에 놓인 작은 벌레통을 손으로 집어들었다.

플라스틱제로 가로 폭 20cm 정도다.

안에는 놀랍게도 10000분의 1 크기의 거리가 담겨 있었다.

1mm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집들과 1cm, 2cm 정도의 빌딩이 있고, 그 주위에는 더욱 작은 차나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소녀는 그 벌레통을 마룻바닥 위에 둔 채 그 뚜껑 위에 털썩 앉았다.

튼튼한 벌레통은 소녀가 앉은 정도로는 망가지지 않는다.

벌레통 속 사람들에게 잠시간 하늘의 역할을 한 천장을 소녀의 엉덩이와 새하얀 팬티가 지배하고 있다.

소녀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던 것도 있고 해서 벌레통 위쪽 반 이상이 덮여 안쪽 세계는 어슴푸레해졌다.

어두운 세계 속에서 소인들은 덜덜 떨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때 였다.


  뿌웅~


방 안에서 생각보다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별일 아니다. 소녀가 방귀를 뀌었을 뿐이다.

소녀의 귀에는 특별히 놀랄 일도 아닐 정도의 음량으로, 그렇게 큰 의미도 없는 방귀였다.

하지만 벌레통의 주민들에게는 악몽이었다.

우선 그 굉음.

푸오오옹! 하는 폭음은 벌레통 속의 모든 유리를 폭산시켰다.

사람들의 단말마를 완전히 깡그리 지워버릴 정도의 굉음이었다.

대부분 소인이 청력을 잃었다.

실제로 이 벌레통 벽면을 흔들 정도의 음량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소리만이 위험요소가 아니다.

소리와 동시에 거리를 덮친, 뿜어진 가스.

제트 분사와도 같은 기세로 이 폐쇄된 벌레통 안에 퍼진 가스는 지면에 부딪히며 주위를 산산조각낸다. 게다가 벽에 부딪히면 안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즉 이 벌레통 안에서 방귀 대폭풍이 발생한 것이다.

일련의 현상의 시작으로, 가스가 지면에 닿은 순간 그곳에 있던 무수한 민가가 위에서 누르는 가스의 압력에 짓뭉개지고, 주위의 차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지면에 눌어붙고, 튀어 날아갔다. 지면조차도 밀려들어 갈 압력이었다.

몇 개인가 빌딩도 위에서 푸샤샥 하고 부서져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을 덮쳤다.

그 뒤 난기류가 지표의 잔해, 차, 사람들, 마지막으로 집을 그 모양 그대로 공중으로 내던져 그 좁은 벌레통을 마구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지면이나 벽에 부딪히며 산산조각 났다.

소녀의 단 한 번의 방귀.

그것만으로 이 벌레통 속의 거리는 괴멸했다.

모든 건물이 도괴하고, 생존자는 한 명도 없었다.


「영차」


벌레통에서 일어선 소녀.

내려다본 벌레통 속은 처음의 섬세한 거리 풍경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너덜너덜했다.

자신의 방귀로 세차게 날려진 것이다.

분명 지금 이 안은 마치 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비참한 상황일 것이다.

자욱한 방귀 악취도 그곳이 지옥이란 것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아, 맞다. 이왕 하는 김에…」


  훙


벌레통 속에서 거리가 사라졌다.

대신 새로운 거리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거리는 방금 거리보다도 더욱 작다. 10만 분의 1 크기인 것이다.

소녀는 벌레통의 뚜껑을 열고 그것 위에 걸치듯 주저앉았다.

그리고 팬티를 스르르 벗기 시작했다.


「제대로 노려야지. 흘렸다간 혼나니까」


드러난 성기를 벌레통 위로 갖다 댄다.

안에는 작디작은 거리 풍경. 놀랍게도 구름도 떠다니고 있다.

불러들인 것은 좋지만, 이것은 어디에 있는 거리일까. 외국 같다. 일본에 이런 넓은 교외지는 없다.

노릴 곳을 정하고 있자니 요의가 강해졌다.

이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응…읏」


소녀는 하반신에 의식을 집중했다.


  샤—————————…


작은 성기에서 황금의 오줌이 방수됐다.

그것은 도중에 마주친 작은 구름을 뚫고 벌레통 속 거리에 착탄 했다.

그 순간 빌딩들이 마치 자갈처럼 주위에 흩날리며 폭산했다.

오줌은 거리를 휩쓸며 떠내려가듯 퍼져간다.

하지만 이곳은 벌레통 속이라는 폐쇄된 공간.

그 벽에 도달한 오줌은 이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즉 오줌은 이 벌레통 속을 채워 간다.

몇 초 안 돼서 오줌의 수위가 몇 센티 정도 되었다.

그것은 거리 속의 소인들에게는 수 천m에 달한다.

거리는 이미 오줌 바다의 바닥이다.

오줌은 구름이 떠다니는 높이에도 도달했다.


  코포포포포포포포포…


그럼에도 오줌은 멈추지 않는다.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점점 모여간다.

이제 이 안의 생존자는 없을 것이다.

소녀의 오줌이라는 대폭풍에 휩쓸려 버렸을 테니까.

그 격류에 닿는 순간 즉석 해서 갈기갈기 찢어지고, 눈에 닿는 순간 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빠져서 마셔버린 순간, 식도와 위벽이 문드러진다.


  퐁당


겨우 그 황금의 방수도 멈췄다.

아슬아슬하게 벌레통에서 넘치기 직전이었다.

찰랑찰랑 채워진 오줌 위에 그 마지막 방울이 한 방울 떨어진다.


「후우, 다행이다」


휴지로 물방울을 닦으며 일어선다.

그럼, 이 오줌은 어떻게 할까.

화장실까지 가지고 갈까 생각했지만, 도중에 흘려버리는 건 싫다.

그래서 소녀는 오줌을 지웠다.


  훙


벌레통 속에 있던 것이 모두 사라졌다.

아마 원래 장소로 돌아갔을 테지만, 여기서 소녀는 실수를 범했다.

작아진 거리를 그 크기 그대로 되돌렸으면 좋았을 것을 원래 크기로 되돌리며 반송해버린 것이다.

그것은 그 오줌도 거리가 복원되는 것에 따라서 함께 확대된 것을 의미한다.

만일 오줌량을 200cc라 하면, 200000000000000000cc나 되는 양으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킬로리터로 환산하면 200000000000.

톤으로 환산하면 2천억 톤이라는 방대한 양이다.

그 총량은 그 쿠로베 댐이라도 간단히 넘쳐 흐르게 만든다.

소녀가 한 번 방뇨한 것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정도의 양이 다른 나라 땅에 보내져 버렸다.

보내진 순간은 벌레통 용기의 모양을 유지해 구름에도 닿을 정도로 높았지만, 그곳에는 벌레통 벽은 없고, 그 형상을 묶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대량의 오줌은 일순간 유지한 상자 형태에서 무너져내려 초대량의 홍수가 되어 주변의 거리, 나라들을 덮쳤다.

그것들은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이 깊디깊은 바닥에 가라앉아갔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나타난 그 황금색 물이 어째서 나타난 것인지 고민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 체온 정도의 물에 삼켜져, 흘러가, 빠져 있었다.


  바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그곳에는 초거대 호수가 만들어졌다.

후끈후끈해서 김이 올라오는, 따뜻한 호수다.



벌레통을 정리한 소녀는 방 안에서 걷기 시작했다.

소인이 숨어있을 듯한 장소에 향한다.

소인은 언제나 정해져 있는 똑같은 장소에 숨어 있다.

정말 바보 같다. 학습 능력이 없는 걸까.

소녀는 목표인 침대 다리를 향해 몇 걸음 걸었다.

그 도중에 우연히 마룻바닥에 있던 몇 명의 소인을 밟아 뭉개버렸지만, 소녀는 깨닫지 못했다.

그들의 육체는 소녀가 『무언가를 밟았다』라는 감촉조차 느끼게 하지 못한 채 다진 고기가 되었다.

정확히는, 다진 고기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히 짓뭉개졌다.


  쿠궁 쿠궁


침대 다리 앞에 우뚝 버티어 선다.


「나오세요, 꼬맹이들. 있는 건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누구 하나 나오는 기색이 없다.

왜냐하면, 방금 불린 것에 응해서 나간 사람들은 몰살되었으니까.

잠시 기다려 보지만, 누구도 나오지 않는다.


「흐~음, 아 그래…」


소녀는 납죽 엎드려 그 침대 다리를 향해 얼굴을 가져간다.

그 다리 주변에는 침대와 마룻바닥 사이 틈새가 있어서 소인들이 이곳에 숨어 있다.

틈새는 좁아 소녀의 발가락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 들어온 소인들은 언제나 이곳에 숨는다.

침대 다리는 침대의 네 귀퉁이에 있다.

네 귀퉁이에 있다는 것은 변과 변이 서로 직각을 이룬다는 것이다.

습…하고 숨을 들이마신 소녀.

그리고 숨을 『|(세로)』쪽 변에서 『—(가로)』쪽 변을 향해 『/(대각선)』 방향으로 내뿜었다.


「후우ー웃」


그러니 『—』쪽 변에 해당하는 침대 아래에서 수십 명의 소인이 굴러 나왔다.


「봐 있잖아」


소녀는 빙긋 웃었다.

소인들은 당황한 채 침대 아래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 사이를 거대한 손이 막아 버렸다.


 쿠구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웅!!


그 진동으로 거기에 있던 소인들은 모두 마룻바닥을 뒹굴게 되었다.


「도망치게 놔둔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집게손가락을 뻗어 한 소인을 짓뭉갰다.

그리고 그 손가락을 마룻바닥에 댄 채 다른 소인을 향해 쓱하고 훑는다.

그것을 깨달은 소인은 허둥대며 도망가기 시작한다.

손가락이 움직인 뒤에는 빨간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 손가락이 소인을 따라잡는다.

그러면 또 다른 소인을 뒤쫓기 시작한다.

손가락이 지나간 자취에는 또 선명한 붉은 자국이 남는다.

그리고 또 소인을 따라잡으면 다른 소인을 노린다. 이것이 소인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소인이 없어졌을 때 그곳에는 붉은 자국이 묘한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소녀는 방구석에 놓인 어떤 작은 물건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 아래에서 수십 명의 소인이 나타난다.

소인들은 들켰다 하고 생각한 즉시 마치 개미 둥지가 찔린 듯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다.

소녀는 도망가는 소인들의 발밑에 종이 한 장을 미끄러지듯 밀어 넣었다.

대부분 소인이 그 위로 퍼올려 졌다. 일부 소인은 다리가 절단되기도 했다.

종이를 든 채 일어선 소녀는 그 일부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떨어뜨렸다.

열 명 정도일까.

소녀의, 본래라면 작을 터인 손 위에서 덜덜 떨고 있다.


「무슨 일이야?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자신의 손바닥 위의 극소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소녀는 쿡쿡 웃었다.

소인들이 보기엔 터무니없이 광대한 손바닥이다.

그곳에는 학교를 건축하는 것조차 가능하다.

운동경기장을 설치하는 것조차 가능하다.

몇천이라는 인간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

겨우 소녀의 한 손 위에다가.

하지만 손가락 1개, 1개가 빌딩처럼 크고 높게 우뚝 솟아있다.

그것들이 조금 전부터 살짝 움직이고 있다.

아마도 전부 무의식적인 일. 유기적인 움직임이었다.


「정말로 쪼꼬매가지고. 이게 나랑 같은 인간인 거네-…」


잠시 물끄러미 관찰한 뒤 「후웃」하고 숨을 뿜어 소인들을 일소한다.

그 뒤 의자에 앉아 다시 책상으로 향한다.

예의 종의 위에서 소인들이 도망가려 하지만, 그 종이는 광대한 데다 전혀 쓰지 않은 새 종이다.

어디 있는지 명확하게 판별할 수 있다.

B5 크기의 백지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사방 수 백m의 흰색 평야였다.

소녀는 연필을 손에 들고 소인들이 있는 그 백지 위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소녀의 앳된 글자가 백지에 남는다.

소인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날카로운 기둥과도 같은 연필이 그들을 뒤쫓으며 돌아다니니까 다.

고속으로 압박해오는 연필의 끝 부분.

한 사람이 그 심지에 따라잡혔다.

순간, 소인의 신체는 심지와 종이 사이에 끼여 한순간에 갈려 으깨져 버렸다.

그의 신체가 뭉개지는 푸직, 하는 소리가 연필이 연주하는 사각, 하는 소리에 감쪽같이 묻혀 버렸다.

소녀에게는 연필이 그리는 선 도중에 작고 빨간 물보라가 튀는 것이 보였다.

그 뒤로도 소녀는 도망치려 우왕좌왕 대는 그들의 주위에서 글자를 계속 써내려갔다.

소인들에게는 불규칙, 고속으로 압박하는 연필은 병기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역시 획수가 많은 쪽이 소인을 으깨기 쉬운 듯하다.

소녀는 최근에 외운 어려운 한자를 선보였다.

백지 위엔 많은 글자가 써져, 어떤 글자에도 어딘가 빨간 물보라가 튀어 있다.

글자를 쓰는데 질린 소녀는 쓰러진 소인 위를 연필로 찔러댔다.

그들 키보다 조금 가는 정도의 심지는 그 소인의 하반신을 확실히 눌러 짓뭉개고 있다.

소인이 날뛰는 것이 보인다.


「아~아, 둔하니까 잡아버렸잖아. 역시 아파?」


소녀는 히죽히죽 웃으며 그의 하반신을 짓누르고 있는 연필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때마다 그의 남은 상반신이 바동바동 날뛰는 것이 재밌었다.

그러자 옆에서 다른 소인이 달려왔다.

뭘 하려나 하고 생각하니 놀랍게도 연필을 치우려고 심지에 꾹 달라붙어 오는 것이었다.


「오오, 꽤 멋있는 짓을 하잖아」


소녀가 연필을 들어 올리자 심지에 달라붙은 그 소인도 함께 들려 올라가 버렸다.

소녀는 그대로 연필을 눈앞에 가져온다.


「그런 멋있는 사람은 좋아. 너는 '마음에 든 것'으로 취급해 줄게」


소녀는 서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심지에 달라붙은 소인을 그 속으로 떨어뜨렸다.

안에는 마찬가지로 소인이 몇 명 있다.


「너희와 노는 것은 나중에. 기대하고 있어줘」


작은 상자 안의 소인들에게 미소를 보내며 소녀는 그 작은 상자를 서랍 안에 다시 넣어 책상 위의 백지로 다시 향했다.

아직 백지 위에 있는 소인 위에 집게손가락을 걸친다.

소녀의 가는 손가락인데도 그들에겐 너무 거대하다.

단지 얹어진 것뿐인데 소인은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이봐, 이 소인이 괴로운 듯 소리 지르고 있어. 누군가 도와주러 오지 않는 거야?」


소녀는 책상 위를 둘러보지만, 누구도 도우려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이 틈에 더 멀리 도망가려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이윽고 손가락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소인이 뭉개지며 소녀의 손가락 끝에서 퓻 하고 붉은 물보라가 튀었다.


「몰인정한 소인들이네. 좋아, 나도 더 봐주진 않을 테니까」


소녀는 가까이 있던 옷핀을 손에 들어 그 바늘 부분을 풀었다.

그리고 비틀비틀 달리고 있는 소인 한 명한테 겨누고 그 바늘로 찔렀다.

쿵!

소인의 동체 정도로 굵은 바늘이 소인의 배를 꿰뚫었다.


「우선 한 마리」


소녀는 계속해 차례차례 소인을 꿰뚫어간다.

그때마다 바늘을 수놓는 소인의 수는 늘어 마치 때까치의 먹이 꼬치, 닭꼬치에 꽂힌 닭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눈앞에 가져온다.


「꼴 좋네. 동료를 버리려 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그런데 이렇게 보고 있자니 뭔가 맛있어 보인다…」


꼬챙이에 꿰인 상태가 된 소인을 보며 소녀는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그것을 입가에 가져와 부드러운 분홍색 입술로 물었다.

바늘이 뽑고 나니 소인들은 그 입술에 잡혀버려 바늘엔 소인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았다.

잠시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던 소녀지만, 이윽고 비닐 봉투 안에 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퉤퉷! 피 맛 밖에 안 나서 맛 없~어…. 입안에서 꿈틀꿈틀 움직여서 기분 나쁘고…」


말하며 소녀는 백지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러나 그 위의 소인은 없어져 있었다.

과연 이 정도의 시간을 주면 도망갈 수도 있는 것일까.

그것을 본 소녀는 연필을 손에 들고 백지에 큰 원을 그렸다.

그러자 그곳엔 도망갔을 터인 소인들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한 소인들이 허둥대고 있다.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바보 같아」


그리고 소인들은 다시 훗 하고 사라져 버렸다.

끝까지 지켜본 소녀는 자신의 배를 문지른다.


「음, 직접 배로 날려버리면 괜찮네」


맛이나 촉감이 싫었던 그녀는 그들을 직접 위장 속으로 떨어뜨렸다.

돌연 암흑의 도가니에 떨어진 소인들은 영문을 모른 채 그 강산 바다에 빠져 갔다.

수 분 후에는 그들은 흔적도 없어질 것이다.


「…」


배를 문지르던 손이 그대로 하복부를 향한다.

손을 치마와 속옷에 걸치더니 스르르 벗어 던진다.

의자 위에 앉은 소녀의 비부(秘部)가 완전히 드러난다.


「슬슬…」


참을 수 없어졌다.

소인을 괴롭히고 있었더니 점점 가슴이 뜨거워지며 이곳을 만지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냥 만지면 재미없다.

그러니까 낡은 소인을 이것으로 처분해 버린다.


소녀는 아직 어린 균열에 손가락을 파고들어 가 좌우로 연다.

그러자 방 곳곳에서 소인이 날아와 그 균열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이윽고 수십 명이 그 속으로 완전히 뛰어들어갔다.


「쿠쿠, 자아 꼬마들, 마지막 할 일이야. 역시 쓰레기 같네, 죽을 때가 가장 도움이 된다니」


소녀는 서랍에서 조금 전의 작은 상자를 꺼내 안에 있던 소인 중 몇 명을 골라 집어냈다.

그리고 그들을 연필 캡 안에 넣었다.

그들이 들어오자 깎지 않은 연필을 찔러 넣는다.


「확실히 봐야 해」


캡 안의 소인들에게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그들이 놓인 연필을 자신의 비밀 장소로 찔러넣었다.


「응…읏」


빙글빙글 내벽을 휘젓는다.

캡은 둥글어서 자극도 적지만, 그 안에 소인들이 들어있다 생각하면 그럼에도 뜨거워질 수 있다.

소인들이 안을 잘 볼 수 있도록 내부에 빛을 비춰주었다.

그들은 내 안을 확실히 봐준다. 내가 혼자 하는 야한 짓을 확실히 봐주고 있다.

오싹오싹한 쾌감이 북받쳐온다.

실제로 그들은 빛에 비추어지는 끈적끈적한 붉은 내벽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천연 동굴과도 같은 그것이지만 흠칫흠칫 움직이며 수축하는 그것은 틀림없이 생물의 그것이었다.

당연히, 자신들은 지금, 한 초등학생 성기 속에 있으니까.

그리고 깨닫는다. 그 내벽 곳곳에 무수한 소인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그들은 몰랐지만, 그것은 그들보다도 먼저 그곳에 뛰어든 소인들이었다.

캡은 그 소인을 향해 돌진한다.

그 소인을 부드러운 육벽과 캡 사이에 끼운 것이다.

이윽고.


  뿌직


꽉 눌린 소인은 으깨졌다.

캡 일부가 새빨갛게 물든다.

그렇게 캡은 내부의 소인들을 차례차례 구축해 간 것이다.


「아…! 아…아앗!」


소녀의 입에서 뜨거운 한숨이 새어 나온다.

연필은 빙글빙글 질퍽질퍽 날뛰고 있었다.

캡 속의 소인 따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움직임이다.

그것은 점점 에스컬레이트 해가 결국.


  푸슈우


애액일 분출해 버렸다.


「하아…하아…」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어린 성기에선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것들은 모두 밖에 나오기 전에 어딘가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분명 지금쯤 어딘가의 나라에 쏟아지고 있겠지.

소녀가 배율을 잘못하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이번엔 애액 속에 나라를 가라앉혀 버리게 된다.


「…기분 좋아…」


겉잠에 빠져든 소녀는 자신의 비밀 장소에서 연필을 질벅 뽑아냈다.

그 연필 캡을 눈앞에 가져와 보니 안쪽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움직임에 소인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굉장한 힘으로 셰이크 되어 소인들은 모두 다진 고기가 되어 있었다.


「…」


하지만 소녀의 눈동자에 슬픔은 없었다.

힐쭉 웃었다고 생각하자 곧, 캡 안의 빨간 얼룩이 사라지며 원래 소인들로 돌아오고 있었다.


「너희들은 죽게 하지 않아. 계~속 계~~~~속 귀여워해 줄게」


캡을 떼어내 안의 소인들은 상자 속으로 돌려놓는다.

후우, 하고 한숨을 쉰다.


「그~럼, 다음엔 몇 마리 잡을까…」


소녀의 눈동자가 수상하게 빛난다.


「…그래도 그 전에 숙제해야지」


부리나케 숙제를 준비하기 시작하는 소녀.

내일을 기분 좋게 보내기 위해선 지금 열심히 해야 한다.

오늘 숙제는 산수다. 계산은 싫었다.


「…. 이번엔 머리가 좋은 소인을 잡아와서 숙제시킬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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