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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분석] 내가 이해한 twc: 소음과 침묵 사이에서 (앞부분만)

샤붕이(175.192) 2023.09.19 12:43:23
조회 304 추천 8 댓글 2
														
소음과 침묵 사이에서
"■■■■가 없는 자들에게 내일은 오지 않는다"는 그리스도교적 이미지들을 이용해서 구성한 우주적 공포(Cosmic Horror) 작품이다. 

etherane의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정신세계(mindscape), 시간선들과 루프 등 플롯의 복잡성을 배가하는 장치들, 그리고 이 장치들이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얽혀있다는 점은 감상을 상당히 어렵게 만든다.

우선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종교인 '교회'는 현실의 그리스도교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교회'는 그리스도교적 소재들의 역할과 의미들이 고유한 방식으로 재배치된 가상의 종교다.
그러므로 우선 작품의 플롯과 메세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에서 그리스도교적 소재들과 이미지들이 어떻게 뒤틀리고, 어떤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지 파악해보는 것이 좋으리라 여겨진다. 
예를 들면, 현실의 그리스도교에서 사용하는 '묵주'는 반복 기도의 횟수 세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도구이지만, 작품 내에서는 충전이 가능한 물건이며 이것을 가지고 기도를 하면서 질문을 하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도구이다. 
현실의 그리스도교 '교회'와 이 작품의 '교회'는 각각에게서 묵주의 의미가 서로 다른 것처럼 그 의미나 행적이 상당히 다르다.

이 게임에서 '교회'는 하나의 종교임이 분명하지만, 그 역할은 종교의 영역을 넘어서서 일종의 방역기관이 할 법한 작업을 포함한다. 
교회는 '천상인'이라고 불리는 수수께끼의 존재들에게 인류가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성립된 조직이며, '인도자(Conductor) - 본인이라면 '성가대'와 관련해서 '지휘자'라고 번역했을 것 같다 - '라고 불리는 지도자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천상인에 '오염'된 사람들을 의식(ceremony)을 통해 정화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역' 작업의 구체적인 수행은 '성가대(Chorister)'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인도자에 따르면 천상인들(Celestials)은 공기 중에 입자의 형태로 존재하다가 의지에 따라 형상을 입고 인간의 내부로 침입할 수 있다.
천상인들은 숙주들의 내면에 장막들을 설치하여 그들은 내러티브(Narrative)를 교란하고 행동 패턴을 수정한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천상인들은 디튀람보스(Dithyramb, '찬송가'로 번역되었으나 그리스도교의 찬양보다는 어원적으로 고대 그리스의 술의 신 디오니소스 축제의 향연과 관련된다. 그리스도교의 찬송을 연상시키면서 작중 교회의 성가대와 관련된 'Choir'가 침묵과 안정성을 연상시키는 반면 'Dithyramb'는 불안정하고 소란스러운 것을 연상시킨다)라고 불리는 소음을 인간의 내면에 일으켜서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인도자에 따르면 천상인들의 활동은 마치 악기들의 불협화음 같다고도 묘사되며, 그들에는 어떤 유형이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들을 일으키는지는 작품에서 종종 얻을 수 있는 카드 팩들을 통해서 제시된다.
카드 팩 10번에 따르면 어떤 천상인 유형은 '역사' 영역에서 활동하고 모든 역사적 내러티브들을 빨아들인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천상인들은 단순한 생물학적 병원체라기보다는 그것 이상의 초월적인 차원에서 위험성을 내포한 존재들일 수 있다.

교회의 입장에서, 그리고 오리피엘이 기억하는 인도자의 말만 들으면 천상인들은 인류에게 전염성 기생충과 같은 위험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작품 중간에 레미엘이 쓴 글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천상인을 받아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레미엘은 천상인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준다.
레미엘은 천상인들이 거짓된 신들을 섬긴다는 교회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오리피엘과는 달리 천상인들은 아무런 신도 섬기지 않으며, 오히려 교회와 '계몽된 자들(the Enlightened, 빛을 받은 자들)'이야말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교회'와 현실의 그리스도교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교회'는 '신'이라는 단어를 발화하는 것조차 금기시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는 한, 현실의 그리스도교는 언제나 신(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종교다. 
그러나 작품 내의 '교회'는 신을 섬기는 조직이 아니라 오히려 신과 천사들에게 대항하는 집단이다. 
전통적인 그리스도교의 천상의 위계에서 묘사되는 천사의 등급에 따른 이름들(세라핌, 케루빔, 권좌들 등)은 '교회'의 '사냥대상'인 천상인들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전통적으로 그리스도교에서는 인간이 신에게 응답하고 더 나아가 신의 뜻에 자신의 삶을 복종시킬 것을 주장하는반면 작품에 등장하는 '교회'에서는 신이나 천사 등의 초월적 존재자들에게 인간이 종속되는 것을 일종의 '오염'으로 간주하고 그 누구에게도 노예가 되지 않는 것, 더 나아가 인간 자신의 상상력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을 이상적으로 간주하는 집단이다. 
만일 이러한 '교회'와 같은 조직이 작품이 아닌 현실세계에서도 어느 시점에 탄생할 수 있다면 그것은 기존의 종교들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는 종교가 될 것이다. 
그런데 작품 내에서 '교회'와 같은 집단이 탄생하게 된 것은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인류가 도달하게 된 일종의 '특이점' 상황을 고려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 이후 계속)

아직 쓰는 중이야. 인용을 위해서 플레이+메모를 몇 번 더 해야할 것 같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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