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후기,분석] 내가 이해한 twc: 소음과 침묵 사이에서 - 2

ㅇㅇ(211.46) 2023.09.22 17:06:31
조회 165 추천 4 댓글 3
														

"대환멸"

저자: 레미엘


그 일이 있기 이전, 우리가 하던 일은 단지 우릴 둘러싼 세계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이었다.

단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야기들로 도망치려는 절망적인 시도들뿐이었다.

현실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사실 이곳이 황량한 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면서.

그것은 맞다. 세계는 오직 공허 뿐이다.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공허.

"목적"과 "의미"는 인간적인 관념이다.

상상력을 가진 자들로부터만 고안될 수 있는.

하지만 이제, 우리는 더이상 상상에 의존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이상 믿지 않는다.

맹목적 신뢰는 더이상 없다.

우리는 완전히, 철저히 환상에서 깨어났다.

혹자는 우리가 드디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은 훨씬 더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다.

우리가 더이상 서사를 믿지 않기에, 우리는 꿈꿀 능력을 잃어버렸다.

창의력의 부식으로 인해, 우리들 대다수는 절망적으로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선-인간성의 잔재로부터 타락하기를 갈망한다.

우리는 망각을 강제당하길 원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안에

신의를 가진다는 것이

어떠했는지를 기억하기 위해.

모두가 지쳤다.

많이, 많이 지쳤다.

천상인들의 전파와 자발적 오염은 병든 국가의 징후다.

당신은 오염된 이들 전부를 정화하려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의 노력은 허망하게 끝날 것이다.

우리는 구원을 원하지 않기에.​


"The Great Disillusionment"
Author: Remiel
Before it happened, all we were doing was trying to avert our eyes from the world around us.
All we were doing was desperately trying to escape into stories we made on our own.
Refusing to accept that living in the real world meant accepting that it is, in fact, a barren field.
That's right. The world is all but a void.
A void devoid of purpose and meaning.
"Purpose" and "meaning" are human concepts.
Concepts which could only be devised by beings with imagination.
But now, we no longer rely on our imagination.
We no longer believe.
There's no more blind trust.
We're completely, utterly disillusioned.
One could say we've finally accepted our reality the way it is, but that brought about even more devastating consequences.
Because we no longer believe in narratives, we've lost our ability to dream.
Because of creativity erosion, many of us began desperately looking for an intervention from the outside.
We want to be polluted by remnants of pre-humanity.
We want to be forced to forget.
To remember, what was is it like
To have faith
In ourselves.
Everyone is tired.
So, so tired.
The spread of Celestials and voluntary Pollution is a symptom of a sick nation.
You may try to purify all the Polluted.
However, all of your efforts will end up in vain.
Because we don't want to be saved.


"■■■■가 없는 자들에게 내일은 오지 않는다"의 인류는, 레미엘에 따르면, 일종의 특이점 상황을 맞이했다. 그것은 현실 세계의 우리 사회에서 종종 이야기되는 '기술적 발전의 특이점'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특이점이다. 그리고 아직 현실 세계의 인류(즉 우리)는 이러한 특이점을 맞이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인류는 우리보다 앞서있을 수도 있다. 
그들은 실재가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공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목적과 의미는 상상력을 가진 존재인 인간이 스스로 구성한 것에 불과하며, 그것들이 그 자체로 당연한 실재가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어쩌면 그들은 '철학적 특이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목적의 상실.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교를 믿는다고 해보자. 그리스도교의 세계관은 이 세계를 하나의 '이야기(서사)'로, 즉 '내러티브(Narrative)'로 풀어내며 이 내러티브 안에서 모든 것들이 내러티브 전체 체계에 따라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 사람은 이 세계의 다양하고 복잡한 존재들과 사건들을 그리스도교 교리와 성경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것이 그의 세계관이 된다. 예를 들면 이 세계는 태초에 신의 창조를 통해서 탄생했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고 부활함으로써 인간이 죄로부터 구원을 받았으며, 종말의 때가 되면 예수가 재림하여 완벽한 신의 왕국을 건설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온 세계의 역사를 하나 '목적'을 가진 '이야기(서사)'로 간주하는 것이 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그 목적이 죄로부터의 구원과 신의 왕국의 도래인 셈이다. 꼭 그리스도교나 특정 종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는 '세계관'이 있고 이 세계관은 역사를 바라보는 틀이 된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관에 따라서 만물을 이해하고 해석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자신의 세계관은 하나의 내러티브로써 자기 자신이 만물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체계이다. 물론 새로운 경험에 의해서 이 세계관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낯선 변화들에조차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과정들은 체계 내에서 미리 준비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세계는 한 사람에게 갖춰지고 완성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갖춰지고 완성된 세계는 실재 그 자체라기보다는 인간이 자신의 상상력을 통해서 일체를 목적을 가진 것으로 만들어 하나의 체계로 안정화시키는 작업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즉 이 세계 자체와 세계를 이루는 각각의 존재들에게 부여되는 '목적'은 결국 그저 우리 자신의 체계 속에서 그렇게 그것을 다룬 것이지, 그 목적이 필연적으로 그것들에 부과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목적'이란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인 것이다.  

의미의 상실. 모든 생명체는 주어진 환경과 자신의 유기체로서의 상태를 조화시킨다. 특히 정신적 존재인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서 제공되는 정보들과 그것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행위들을 조화시켜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체계로 굳힌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사물을 볼 때 그것의 고유한 '의미'를 파악한다. 우리는 케이크를 보면 그것을 우선 '케이크'라는 단어로 부른다. 케이크라는 '단어'로 대상을 부르는 순간 그 대상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자들의 집합체(크림과 빵과 과일들의 조합체, 더 나아가서는 이것들조차 입자들의 조합체가 아닌가?)이기를 멈추고 하나의 '개념'에 붙잡힌다. 그리고 곧이어서 우리는 우리가 '케이크'라고 부른 그 대상을 '먹을 것'으로 의미화한다. 이는 우리의 세계 속에서 '먹는 행위'가 하나의 중요한 기능이며, 그에 따라서 무수한 대상들 중 일부를 먹을 수 있는 대상으로, 즉 '음식'으로 분류하게 된다. 그렇게하여 '세계'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게 되고, 우리는 음식들로 간주되는 대상들을 우리의 먹는 행동과 연결짓는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기능, 행동, 대상, 언어 등)이 종합되어 하나의 안정된 '세계'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의미' 역시 '목적'과 동일한 위기를 내포한다. 즉 우리가 사물, 사건, 타인 등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부여하는 의미는 절대적으로 실재하거나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체계에 따라 그것들을 그렇게 다룬 것에 불과하다.

우리의 세계 속에서는 세계를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각자의 의미와 자리를 부여받았으며, 모든 것이 모여 하나의 안정된 체계를 구축하고 그 방향들은 정해져있다. 그런데 그러한 체계로서의 '세계'는 이미 붕괴했으며, 존재의 진실은 '상상력의 체계로서의 세계'의 부재다. 진실로, 모든 것에는 아무런 의미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들의 진행 방향 역시 정해져있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작품의 인류가 맞이한 철학적 특이점의 상황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 우리 자신의 상상력이 짜놓은 틀 안에서 굴러가는 '영상'에 불과하며, 실재는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갖고 있지 않은 '공허'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은 당연히 온갖 종류의 내러티브의 붕괴로 이어진다. 교회의 출현과 천상인들의 개입 등도 모두 이러한 상황과 총체적으로 맞물려서 이루어진 것이다. 교회가 그토록 '상상력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는 것, 그리고 천상인에게 오염되기를 바란 사람들이 스스로를 잃어버리기를 선택한 것도 앞서 설명한 '세계'의 붕괴에서 기인한다. 세계의 붕괴는 곧 '나'의 붕괴이기도 하기에. 


그렇다면 목적과 의미가 부재한 공허라는 새로운 인간의 조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그것은 재앙인가, 아니면 축복인가? 

- (다음에 계속) - 





추천 비추천

4

고정닉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8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2859 AD 나혼렙 어라이즈 그랜드 론칭! 운영자 24/05/09 - -
6441 일반 이야기 마무리짓기로 심리 테스트하는게 [2] 천상인(211.46) 23.11.28 134 1
6440 일반 2편의 스칼렛의 자살에 대한 나의 견해 [2] 천상인(211.46) 23.11.24 186 8
6439 일반 다들 헬샤 최애캐가 누구임? [9] 약중독고앵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22 268 0
6438 일반 분명 리마스터 2025년이랬을 때는 [4] Freeth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22 222 1
6437 창작 v19 움짤 [2] 카론_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17 359 9
6436 일반 수능 화이팅 [4] 2~20자닉네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15 86 4
6435 일반 곧 올해도 지나가는구나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15 118 0
6434 일반 찰스, 큐팔사 움짤 [3] ㅇㅇ(211.114) 23.11.09 360 12
6433 일반 스칼로테 움짤 [3] ㅇㅇ(211.114) 23.11.07 293 10
6432 일반 스탠드 왔다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06 178 3
6431 일반 헬로 샤를로테 포토카드 통판 [4] 하유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05 298 7
6430 일반 오라클 [3] 흑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02 299 14
6429 일반 X 새 그림(뉴트윗) [3] 천상인(203.229) 23.10.31 244 4
6428 일반 애들아 저번에 이 글 올린 사람인데....... [4] 하유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9 254 7
6427 일반 굿즈 줘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6 160 0
6426 일반 시험 망했다 [1] ㅇㅇ(203.230) 23.10.24 106 0
6425 일반 이거 뭔데 이리 비싸게 팔림? [2] ㅇㅇ(39.114) 23.10.21 309 0
6424 일반 샤를 낙서 [4] 흑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1 308 13
6423 일반 시험에 참여한 것을 환영합니다 Freeth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1 119 2
6422 일반 섀를 넘 이쁨 [2] 약중독고앵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6 230 1
6421 일반 사후세계에 대한 독특한 아이디어들도 인상깊은 점 중 하나인듯 [2] 천상인(211.46) 23.10.15 216 6
6420 일반 ㅅㅍ) 헬사 에피 2 백색엔딩은 해피엔딩 아님? [10] ㅇㅇ(223.39) 23.10.14 272 0
6419 일반 ㅅㅍ) 샤를로테 에피 3에서 [1] 다로미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3 155 0
6418 일반 오늘 시험보고 온다 [2] 샤붕이(14.7) 23.10.13 124 3
6417 일반 애들아 헬샤로 포토카드를 낼 생각인데... [7] 하유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1 278 5
6416 일반 CE01 그려봄 [2] 천상인(175.223) 23.10.10 301 10
6415 일반 넌 내꺼야 [3] 약중독고앵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9 160 4
6414 일반 X 둘러보는데 [1] ㅇㅇ(110.70) 23.10.09 133 0
6413 일반 빨리 신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1] Freeth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9 144 0
6412 일반 트윗글 번역 [3] Freeth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8 423 13
6411 일반 뉴 트윗 [4] ㅇㅇ(110.70) 23.10.07 213 4
6410 창작 헬로 샤를로테 팬픽 - 32일의 일기장 [1] ㅇㅇ(122.32) 23.10.07 329 6
6409 일반 샤를로테 = 어린 시절 찰스, 프레이 = 현재 찰스 [2] ㅇㅇ(119.70) 23.10.07 169 6
6408 일반 술먹고 생각나서 놀러왔어 [3] 샤붕이(58.229) 23.10.07 130 1
6407 일반 만약 앙리가 세계관 최강자 였다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 [2] 갓동황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6 143 0
6406 일반 제작자님이 분명 평소에도 심오한 생각을 많이 하실 텐데 ㅇㅇ(175.223) 23.10.05 169 0
6405 일반 비슷한 게임이 잘 없는 이유 혹은 이러한 스타일이 나올 수 있는 이유? [2] ㅇㅇ(110.70) 23.10.04 220 5
6404 일반 미쳤다 하루만에 정주행함 [5] 샤붕이(182.214) 23.10.03 131 3
6402 일반 앙리가 샤를로테를 괴롭히던 이유를 알았노 [3] 갓동황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30 229 0
6401 일반 twc 비평 후기 - 2 [7] ㅇㅇ(211.46) 23.09.30 156 3
6400 일반 찰스가 빈센트도 결국 나약한 인간이었다고 깨닫는 계기가 [3] ㅇㅇ(119.70) 23.09.30 160 4
6399 일반 이거 에피 1 에피 2 [4] 샤붕이(125.185) 23.09.27 106 0
6398 일반 에피2 앙리는 독점욕인지 소유욕인지, 일단 샤를로테 아끼는 마음은 진심 [2] ㅇㅇ(119.65) 23.09.27 165 5
6397 후기, twc 비평 후기 - 1 [1] ㅇㅇ(175.223) 23.09.27 155 6
6396 일반 만약에 Q84가 어머니 능력을 무한정 사용할수 있었다면? [2] ㅇㅇ(121.139) 23.09.25 154 1
6395 후기, 내가 이해한 twc: 소음과 침묵 사이에서 - 3 [1] ㅇㅇ(211.46) 23.09.22 138 7
후기, 내가 이해한 twc: 소음과 침묵 사이에서 - 2 [3] ㅇㅇ(211.46) 23.09.22 165 4
6393 일반 헬샤 ost가 왜 로펌 건물에서 나오는거지 [4] 샤붕이(117.111) 23.09.20 165 0
6391 일반 작가는 신의 이미지랑 기생충의 이미지를 자주 결합시켜서 쓰는듯 [2] 샤붕이(203.229) 23.09.19 176 0
6390 후기, 내가 이해한 twc: 소음과 침묵 사이에서 (앞부분만) [2] 샤붕이(175.192) 23.09.19 304 8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